본문으로 바로가기

옮긴이의 헌사

1권 · 옮긴이의 헌사

E. J. C.에게

여기, 여름이 머뭇거리는 곳에서 나는 서성이네
여름과 함께 나 또한 떠났어야 할 때에…
오직 런던만이 하늘을 밝히는 그곳으로
나는 가네, 「스완」을 길동무 삼아

그 책장들의 흐릿하고 고된 씨실은
일하던 나날의 날실을 덮고 있네,
그대의 지붕 아래 난롯불 밝던 밤들과
그대의 보리수 아래 볕 들던 낮들의 날실을,

그러는 동안, 둘이 함께 또는 번갈아,
날카로운 혀끝이되 버터 바른 칼처럼 매끄럽게,
우리는 짐짓 무심한 척 깎아내렸지,
우리 사사로운 삶의 문제들을,

그 자잘한 문제들, 촘촘하면서도 맑은,
중국의 세공으로 빚은 상아 구슬처럼
구멍이 뚫리고 (구멍마다 눈물 한 방울 스몄네)
둥글게 다듬어진 (모여 앉아 웃음 짓던 자리에서).

우리의 웃음은 죄다 아픔을 감춘 것이었나,
우리의 솔직함은 짐짓 꾸민 것이었나?
두려워 말게. 나 다시는 돌아와
무심함으로 그대를 놀리지 않으리니.

그래도 나는 오컴의 첨탑을 바라보리라
런던의 해가 물빛으로 창백하게 지는 그곳에서,
그리고 꿈꾸리라, 진홍빛 불길의 물결이
연기처럼 캣모스 골짜기를 휩쓸어가는 동안.

C. K. S. M.

미카엘 축일, 1921년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