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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⑩

3권 제1부 · 제1장

“자네 너무 친절하군. 그건 그렇고 들어 봐, 내가 하려는 말은 이거야. 게르망트 부인은 내가 자네를 안다는 걸 전혀 모르시겠지, 그렇지?”

“글쎄, 모르겠어. 여름 이후로 그분을 못 뵈었거든, 그분이 파리에 오신 뒤로 난 휴가를 못 받았으니까.”

“내가 하려던 말은 이거야. 그분이 나를 완전히 얼간이로 여긴다는 말을 들었어.”

“그건 못 믿겠는걸. 오리안이 뭐 대단한 재사(才士)는 아니어도, 그렇다고 결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야.”

“알다시피 나는 평소에 자네가 나를 좋게 봐 주는 그 마음을 자네가 떠벌리는 걸 바라지 않아, 나는 우쭐대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서 자네가 여기 벗들한테 나를 추어올리는 말을 한 게 마음에 걸려(저들한테는 곧 돌아갈 거야). 하지만 게르망트 부인은 달라. 만일 자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분에게 알려 준다면, 조금 부풀려서라도 말해 준다면, 나는 무척 기쁠 거야.”

“왜 아니겠나, 그것뿐이라면 당연히 해 주지, 어려운 일도 아닌걸. 하지만 그분이 자네를 어떻게 생각하든 자네한테 무슨 상관이야? 사실 자네는 그분을 우스운 사람쯤으로 여기는 거 아닌가? 아무튼 그게 다라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든 우리끼리 있을 때든 얘기해도 돼. 자네가 서서 얘기하다 지칠까 봐 걱정이야, 게다가 우리끼리 있을 기회가 얼마든지 있는데 이렇게 얘기하는 건 여간 거북한 게 아니거든.”

내가 로베르에게 다가갈 용기를 낸 것은 바로 이 거북함 덕분이었다. 다른 이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내게 하나의 구실이 되어, 내 말을 무뚝뚝하고 두서없는 형태로 던지는 것을 정당화해 주었으니, 그 뒤에 숨어 나는 벗에게 공작부인과의 인연을 잊고 있었다고 한 거짓말을 한결 쉽게 감출 수 있었고, 또한 게르망트 부인이 내가 그의 벗이며 영리하다는 것 따위를 알아 주기를 바라는 내 이유에 관해 그가 이런저런 물음을, 내가 도무지 대답할 수 없었으리라는 점에서 더더욱 곤란했을 그런 물음을 지어낼 틈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로베르, 자네만큼 영리한 사람이 벗을 기쁘게 할 일은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게 아니라 그냥 해 주는 거라는 걸 모르다니 놀랍군. 나로 말하면, 자네가 무엇을 청하든, 아니 오히려 나는 자네가 나한테 무언가 해 달라 청해 주기를 바랄 뿐인데, 장담컨대 나는 아무 설명도 요구하지 않을 거야. 어쩌면 나는 정말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청하고 있는지도 몰라. 나는 게르망트 부인을 알고 싶은 마음이 없어, 다만 자네를 시험해 보려고 게르망트 부인과 함께 식사하고 싶어 죽겠다고 말했어야 했는지도 모르지. 그랬다면 자네는 결코 해 주지 않았을 거라고 나는 확신해.”

“해 줬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해 주고말고.”

“언제?”

“다음에 내가 파리에 갈 때, 아마 3주 뒤쯤이겠지.”

“두고 보자고. 하긴 그분은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테지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천만에, 별것도 아닌걸.”

“그런 말 말게, 이건 세상 무엇보다 큰 일이야, 이제야 자네가 어떤 벗인지 알겠으니까. 내가 청하는 일이 중요하든 아니든, 성가시든 아니든, 내가 정말 간절해서 청하든 그저 시험 삼아 청하든, 그건 아무 상관 없어. 자네는 해 주겠다고 말했고, 바로 그 점에서 자네 정신과 마음의 훌륭함이 드러나는 거야. 어리석은 벗이라면 이러쿵저러쿵 따지고 들었겠지.”

그런데 방금 그가 한 것이 바로 그 따지고 드는 짓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그의 자존심을 추어올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진심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게는 벗의 값어치를 재는 유일한 시금석이, 내게 조금이라도 중요해 보이는 단 한 가지 일, 곧 나의 사랑에 관하여 그 벗이 얼마나 쓸모가 있느냐인 듯싶었으니까. 그러고서 나는, 어쩌면 잔꾀에서, 어쩌면 고마움과 기대에서, 그리고 자연이 그의 조카 로베르를 빚으면서 게르망트 부인의 이목구비를 그대로 본떠 놓은 그 얼굴에서 우러난 진정한 애정의 고조에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저들을 더 기다리게 해선 안 되겠어. 내가 자네한테 부탁하려던 두 가지 중에 덜 중요한 한 가지만 말한 셈이야. 다른 하나가 내게는 더 중요한데, 자네가 결코 들어주지 않을까 봐 걱정이야. 우리 서로 tu라고 부르면 자네 거북할까?”

“거북하냐고? 이 사람아! 기쁨이지! 기쁨의 눈물이야! 꿈에도 못 바라던 행복이라고!”

“고마워, 아니 tu라고 해야지, 자네가 먼저 시작해, 정말 고마워. 이게 나한테는 어찌나 기쁜지, 게르망트 부인 일은 자네가 내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이것만으로 충분하니까.”

“둘 다 해 줄 수 있어.”

“이봐, 로베르! 잠깐 내 말 좀 들어 봐” 하고 나는 나중에 저녁을 먹던 중에 그에게 말했다. “아, 우리 이야기가 늘 이렇게 끊기다니 정말 어이가 없군, 왜 그런지 모르겠어. 아까 내가 자네한테 말한 그 부인 기억하지.”

“응.”

“내가 누구 말하는지 확실히 알겠어?”

“원, 자넨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시골 바보로 아나?”

“설마 그분 사진을 나한테 주진 않겠지?”

나는 그저 그것을 빌려 달라고 부탁할 셈이었다. 그러나 막상 말할 때가 되자 쑥스러워졌고, 그 부탁이 경솔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내 당혹감을 감추려고 나는 오히려 더 퉁명스럽게 물으며, 마치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듯 요구를 더 키웠다.

“안 돼, 먼저 그분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 하고 그가 대답했다.

그는 말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나는 그가 마음속에 어떤 거리낌을 품고 있음을, 나 역시 그런 거리낌을 품었으리라 여김을, 그가 어떤 도덕적 원칙에 매여 나의 사랑에 오직 절반의 도움밖에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 때문에 나는 그가 미웠다.

동시에 나는, 이제 그와 단둘이 있지 않고 그의 벗들이 청중을 이룬 지금, 생루가 나를 얼마나 다르게 대하는지를 보고 마음이 뭉클했다. 그의 부쩍 늘어난 상냥함이 일부러 꾸민 것이라 여겼다면 나는 심드렁했겠지만, 나는 그것이 저절로 우러난 것이며, 내가 없을 때 나에 대해 하던 말, 우리끼리 있을 때는 으레 입 밖에 내지 않던 그 모든 말로만 이루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끼리의 대화에서 나는 그가 나와 이야기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짐작할 수는 있었으나, 그 즐거움을 그는 거의 언제나 드러내지 않은 채로 두었다. 그런데 이제, 평소라면 내색 없이 즐겼을 나의 바로 그런 말들을 두고, 그는 그 말이 벗들에게 자기가 기대한 효과, 미리 그들에게 약속해 둔 그대로의 효과를 내는지 곁눈질로 살폈다. 처음 사교계에 나온 딸을 둔 어머니라도 딸의 응대와 좌중의 반응에 이보다 더 긴장하며 마음을 놓지 못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와 단둘이 있었다면 그저 빙긋 웃고 말았을 어떤 말을 내가 했을 때, 그는 다른 이들이 그 묘미를 놓쳤을까 봐 “뭐라고?” 하고 끼어들어 내가 한 말을 되풀이하게 하여 이목을 끌고는, 곧바로 벗들 쪽으로 돌아앉아 호탕하게 웃어 보임으로써 절로 그들 웃음의 선창자가 되어, 그가 실제로 나에 대해 품고 있으며 그들에게 자주 말했음이 틀림없는 그 의견을 처음으로 내게 내보였다. 그리하여 나는, 신문에서 제 이름을 읽거나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는 사람처럼, 문득 나 자신을 바깥에서 언뜻 보게 되었다.

그 저녁들 가운데 어느 날, 나는 블랑데 부인에 관한 그럭저럭 재미난 이야기를 꺼낼까 하다가, 생루가 이미 그 이야기를 알고 있으며 내가 도착한 이튿날 그에게 들려주려 했을 때 “그건 전에 발베크에서 이미 말해 줬잖아” 하고 가로막았던 것이 떠올라 이내 그만두었다. 그래서 그가 내게 계속하라고 조르며 그 이야기를 모른다고,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고 장담하는 것을 보고 나는 놀랐다. “자네가 잠깐 잊은 거야” 하고 나는 그에게 말했다. “얘기하다 보면 기억날걸.” “아니, 정말이야, 맹세컨대 자네가 착각한 거야. 자넨 한 번도 얘기해 준 적 없어. 어서 계속해.” 그러고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내 그는 열에 들뜬 황홀한 눈길을 나와 벗들에게 번갈아 던졌다. 이야기가 끝나고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에야 나는, 이 이야기가 벗들에게 내 재치를 잘 보여 주리라는 생각이 그에게 떠올랐고, 바로 그 때문에 그가 이야기를 모르는 척했음을 깨달았다. 우정이란 이런 것으로 이루어진다.

셋째 날 저녁, 그때껏 말을 나눌 기회가 없던 그의 벗 하나가 나와 아주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생루에게 말하는 것을 엿들었다. 과연 우리는 저녁 내내 거의 줄곧 함께 이야기하며, 앞에 놓인 소테른 잔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다른 이들로부터 떨어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저 직관적인 공감, 어떤 육체적 이끌림에도 바탕을 두지 않았을 때 유일하게 온전히 신비로운 그 공감의 호사스러운 장막에 감싸여 있었다. 발베크에서 생루가 나에게 품었던 그 감정도 내게는 그토록 수수께끼 같은 것으로 보였으니, 그것은 우리 대화의 흥미와 혼동해서는 안 될, 어떤 물질적 연고도 없는,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감정이면서도, 그 자신 안에 그것이 존재함을 그가 일종의 인화성 가스처럼 어느 정도 의식하여 미소와 함께 넌지시 언급하곤 하던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 이 작은 방의 온기 속에서 단 하룻저녁에, 몇 분 만에 봉오리를 맺고 피어난 꽃처럼 생겨난 이 공감에는, 어쩌면 그보다 더 놀라운 무언가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로베르가 발베크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그가 정말로 앙브르사크 과 결혼하기로 정해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정해지기는커녕 그런 혼담이 오간 적조차 없으며, 그녀를 본 적도 없고 그녀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만일 그 순간 내게 이 다가올 경사를 일러 준 사교계의 수다쟁이들 가운데 누군가를 마주쳤더라면, 그들은 냉큼 앙브르사크 이 생루 아닌 누군가와, 그리고 생루가 앙브르사크 아닌 누군가와 약혼했다고 알렸을 것이다. 그토록 최근에 내놓았던,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그 예언들을 내가 그들에게 일깨워 주었더라면 나는 그들을 크게 놀라게 했으리라. 이 자그마한 놀음이 계속되어, 이 이름 저 이름에 되도록 많은 헛소문을 갖다 붙여 그 수를 불려 가도록, 자연은 이 놀음을 즐기는 자들에게 그들의 곧이곧대로 믿는 마음이 긴 만큼이나 짧은 기억력을 마련해 주었다.

생루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또 다른 벗 하나에 대해서도 내게 이야기한 바 있었는데, 그 무렵 그와 각별히 사이가 좋은 이였으니, 부대 식당에서 드레퓌스 재심을 지지하는 사람이 그 둘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생루의 벗에게는 스콜라 칸토룸에서 교육받은 형이 하나 있어, 새로 나온 음악 작품마다 제 아버지나 어머니나 사촌들이나 클럽 친구들이 생각하는 바와는 전혀 다르게, 오히려 스콜라의 다른 학생들이 생각하는 바 그대로 생각하곤 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 하급 귀족 장교도(내가 블로크에게 그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블로크는 그를 두고 기이한 견해를 품었으니, 그가 자기와 같은 편에 속한다는 말에 감동하면서도, 그의 귀족 태생과 종교적·군사적 성장 배경 탓에 되도록 자기와 딴판인 사람, 먼 나라 출신 사람에게서나 느낄 법한 낭만적 매혹을 지닌 사람으로 상상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이제 막 즐겨 쓰기 시작한 말로 하자면 일종의 “정신 성향”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은 드레퓌스파 전체, 그중에서도 특히 블로크의 그것과 비슷한 것이어서, 집안의 전통도 출셋길의 이해관계도 그 위에 아무런 힘을 미칠 수 없었다. 이와 비슷하게 생루의 사촌 하나는 어느 젊은 동방의 공주와 결혼했는데, 그 공주는 빅토르 위고나 알프레드 드 비니 못지않게 아름다운 시를 쓴다는 소문이었고,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녀가 으레 짐작할 법한 것과는 다른 유형의 정신, 곧 『아라비안나이트』의 궁전에 갇힌 동방 공주의 정신을 지녔으리라 여겼다. 그리하여 그녀를 만나는 특권을 누린 작가들에게는, 셰에라자드가 아니라 알프레드 드 비니나 빅토르 위고 유형의 천재적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대화를 듣는 실망이, 아니 차라리 기쁨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 친구? 아, 그자는 생루 같지 않아, 아주 지독한 자야” 하고 내 새 벗이 일러 주었다. “게다가 그 문제에 있어선 정직하지도 못해. 처음엔 이렇게 말하곤 했지.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영리하고 마음씨 고운 인물이야, 부아데프르 장군 말이야. 그분 판단이라면 주저 없이 받아들여도 돼.’ 그런데 부아데프르가 드레퓌스를 유죄라 선언했다는 걸 듣자마자, 부아데프르는 더는 안중에도 없어졌지. 성직자 편향과 참모부의 편견 탓에 그가 공정한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거야, 세상에 우리 친구만큼 성직자 편에 선 사람이 또 없는데도(적어도 이 드레퓌스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그랬지) 말이야. 다음엔 이제 우리가 틀림없이 진실을 알게 될 거라고, 사건이 소시에의 손에 맡겨졌으니 그렇다고 했어, 공화국의 군인인 그가(우리 친구로 말하면, 이래 봬도 극렬 왕당파 집안 출신이거든) 청동 같은 사람, 엄격하고 굽힐 줄 모르는 양심의 소유자라면서. 그런데 소시에가 에스테라지를 무죄라 선언하자, 그는 그 판결을 설명할 새로운 이유들을 찾아냈는데, 그 이유들은 드레퓌스가 아니라 소시에 장군에게 해가 되는 것이었어. 소시에의 눈을 멀게 한 건 군국주의 정신이라는 거였지(그리고 우리 친구로 말하면 성직자 편인 만큼이나 군국주의자이기도 하다는 걸, 아니 적어도 그랬다는 걸 자네한테 일러둬야겠군, 지금은 그를 어떻게 봐야 할지 나도 모르겠으니). 그의 집안 식구들은 그가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걸 보고 하나같이 애가 타 죽을 지경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하고 나는, 생루에게서 나를 떼어 놓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그와 그의 벗 양쪽으로 반쯤 몸을 돌려, 우리 셋이 다 함께 대화에 끼어들 수 있도록 하며 말을 꺼냈다. “우리가 환경 탓으로 돌리는 그 영향력이 특히 지적 환경에서 딱 들어맞는다고 말이야. 사람은 저마다 제 관념의 사람이지. 관념은 사람보다 훨씬 수가 적으니, 비슷한 관념을 지닌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닮게 마련이야. 관념에는 물질적인 데가 전혀 없으니, 어떤 관념을 지닌 사람과 그저 물질적으로 이웃해 있을 뿐인 이들은 그 관념을 조금도 바꿔 놓지 못하는 거지.”

바로 이 대목에서 나는 생루에게 말을 가로막혔는데, 다른 젊은이 하나가 미소를 띠고 그에게 몸을 기울이며 나를 가리켜 “뒤로크야! 영락없는 뒤로크야!” 하고 외쳤기 때문이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 수줍은 젊은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 예사 호의 이상임을 느꼈다. 내가 말하는 동안 좌중의 찬동은 생루에게 군더더기로 여겨졌던 터라, 그는 조용히 하라고 다그쳤다. 그리고 마치 지휘자가 청중 가운데 누군가 소리를 냈다 하여 지휘봉을 한 번 딱 쳐 악단을 멈추게 하듯, 그는 이 소란을 일으킨 장본인을 나무랐다. “지베르그, 남이 말할 땐 입을 다물어야지. 자네 얘기는 나중에 하고.” 그러고는 내게 말했다. “어서 계속하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니, 그가 나더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할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그리고 관념이란” 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인간의 이해관계에 관여할 수 없고 거기서 아무런 이득도 끌어낼 수 없는 것이니, 어떤 관념에 지배되는 사람들은 물질적인 고려에 좌우되지 않는 거야.”

내가 말을 끝내자 “자네들, 한 방 먹었지” 하고 생루가 외쳤는데, 그는 내가 줄타기라도 하는 양 똑같이 애타는 걱정으로 눈길로 나를 좇고 있던 참이었다. “지베르그, 자넨 무슨 말을 하려던 거였나?”

“그저 자네 벗이 뒤로크 소령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하려던 거야. 그분이 말하는 걸 듣는 것 같았거든.”

“원, 나도 곧잘 그렇게 생각했어” 하고 생루가 대답했다. “두 사람한테 공통점이 몇 가지 있긴 하지만, 이 친구한테는 뒤로크한테 없는 게 수천 가지는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생루는 이 비교에 만족하지 않았다. 기쁨에 겨워, 거기에는 벗들 앞에서 나를 돋보이게 하는 데서 느끼는 기쁨도 틀림없이 섞여 있었을 텐데, 그는 마치 결승선을 막 일등으로 통과한 말의 땀을 훔쳐 주듯 나를 쓰다듬으며, 엄청나게 말을 쏟아 내며 거듭 말했다. “자네는 내가 아는 가장 영리한 사람이야, 알겠어?” 그는 스스로 말을 바로잡아 덧붙였다. “자네하고 엘스티르. 자네하고 그를 나란히 놓았다고 언짢아하진 말게. 알잖나, 예의를 차리느라 그러는 거야. 이런 셈이지. 발자크한테 ‘당신은 이 세기 최고의 소설가요, 당신하고 스탕달 말이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자네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는 거지, 알잖나, 속으로는 엄청나게 존경하면서 말이야. 아니라고? 자네 스탕달을 인정 안 하나?” 하고 그는 내 판단에 대한 순진한 믿음으로 말을 이었는데, 그 믿음은 초록빛 두 눈에서 던져진, 매력적이고 미소 띤, 거의 어린애 같은 물음의 눈길로 드러났다. “오, 좋았어! 자네도 내 편이로군. 블로크는 스탕달을 못 견뎌 하거든. 나는 그게 그 친구답지 못한 짓이라고 봐. 그래도 수도원은 어쨌거나 대단한 작품이지, 안 그래? 자네가 나하고 생각이 같아서 정말 기뻐. 자넨 수도원에서 뭐가 제일 좋아, 대답해 봐?” 하고 그는 어린애 같은 성급함으로 내게 졸랐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체력의 위협이 이 물음을 자못 무섭게 만들었다. “모스카? 파브리스?” 나는 머뭇거리며, 모스카가 노르푸아 를 조금 떠올리게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젊은 지크프리트 생루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내가 “하지만 모스카가 훨씬 더 영리하고, 그렇게 현학적이지도 않지”라고 설명을 이어 가는데, 로베르가 “브라보!” 하고 외치며 실제로 손뼉을 치더니, 웃음을 못 이겨 헐떡이며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오, 완벽해! 훌륭해! 자넨 정말 놀라운 사람이야.”

나는 이 젊은이와, 하기야 로베르의 모든 벗과, 또 로베르 자신과, 그들의 막사며 수비대 장교들이며 군대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서 각별한 즐거움을 느꼈다. 우리가 그 한복판에서 먹고 이야기하며 우리 실제 삶을 꾸려 가는 것들은, 제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엄청나게 확대된 척도로 우리 눈에 비치게 마련이며, 그 무시무시한 확대의 효과로 나머지 세상은, 그 자리에 있지 않은 탓에 이것들과 겨루지 못하고 견주어 보면 한낱 꿈처럼 실체 없는 것이 되고 마는데, 그 덕분에 나는 막사의 갖가지 인물들에게, 생루를 찾아갈 때 연병장에서 보던 장교들에게, 혹은 그 시각에 내가 깨어 있을 때 연대가 내 창 밑을 지나가던 그 장교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생루가 그토록 우러러보던 그 소령에 대해, 그리고 “미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내 마음을 끌었을 그 군사(軍史) 강의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나는 로베르의 경우 입 밖에 낸 말이 너무나 자주 다소 공허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때에는 그가 능히 파악할 수 있는 값진 관념들을 소화해 냈음을 담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안타깝게도 군사적 관점에서 로베르는 이 무렵 오로지 드레퓌스 사건에만 골몰해 있었다. 그는 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으니, 식탁의 일행 가운데 드레퓌스파는 그 혼자뿐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재심이라는 발상에 격렬히 반대했으나, 내 또 다른 옆자리 사람, 곧 내 새 벗만은 예외였는데, 그의 의견은 다소 모호해 보였다. 예외적으로 유능한 장교로 평가받고 여러 연대 명령서에서 군에 대한 당시의 소요를 규탄하여 반드레퓌스파라는 평판을 얻은 그 대령을 굳게 흠모하던 내 옆 사람은, 자기 상관이 드레퓌스의 유죄에 의심을 품고 피카르에 대한 존경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짐작하게 하는 어떤 말들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적어도 이 뒤엣것에 관한 한, 이 대령을 두고 나도는 드레퓌스주의 소문은, 어디서 나왔는지 아무도 모른 채 큰 추문마다 떠도는 온갖 소문이 그렇듯 근거가 없었다. 왜냐하면 얼마 뒤 이 대령은 옛 정보국장을 심문하는 임무를 맡게 되자, 일찍이 유례가 없던 난폭함과 경멸로 그를 대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그리고 당연히 그는 대령에게 직접 가서 정보를 캐낼 만큼 무람없이 굴지는 않았다), 내 옆 사람은, 마치 가톨릭교도 부인이 유대인 부인에게 자기 본당 신부가 러시아의 유대인 학살을 규탄하며 어떤 유대인들의 너그러움을 드러내 놓고 칭송한다고 일러 주는 듯한 어조로, 그들의 대령이 드레퓌스주의에 관한 한, 적어도 어떤 종류의 드레퓌스주의에 관한 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처럼 광신적이고 편협한 반대자는 아니라고 생루에게 넌지시 알려 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놀랄 것도 없지” 하는 것이 생루의 소감이었다. “분별 있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그는 제 계급의 편견에, 무엇보다 제 성직자 편향에 눈이 멀어 있어. 그런데” 하고 그는 내게로 몸을 돌렸다. “내가 자네한테 말한 그 군사 강의를 하는 뒤로크 소령 말이야. 그분은 우리 견해를 온 마음으로 지지하는 사람이야, 적어도 그렇게 들었어. 사실 그렇지 않다면 나야말로 놀랐을 거야, 그분은 눈부시게 영리한 사람일 뿐 아니라 급진사회당원이자 프리메이슨 회원이거든.”

드레퓌스에 대한 이런 생루의 신념 표명이 거북하게 만든 그의 벗들에 대한 예의에서도 얼마간, 또 그 주제가 나 자신에게 더 흥미로웠던 까닭도 있어, 나는 옆 사람에게 이 소령이 정말로 참된 미학적 아름다움을 지닌 군사 강의를 하는지 물었다. “그건 완전히 사실이야.”

“그런데 그게 무슨 뜻이지?”

“그러니까, 이를테면 자네가 어느 군사학자의 서술에서 읽는 모든 것, 아무리 사소한 사실도, 아무리 하찮은 사건도, 다 분석해 내야 할 어떤 관념의 겉으로 드러난 표시일 뿐이고, 그 관념은 마치 팔림프세스트처럼 흔히 또 다른 관념들을 드러내 주지. 그러니 자네는 이름을 대는 어떤 과학, 어떤 예술에도 못지않게 지적인, 그러면서 정신을 흡족하게 하는 연구의 마당을 얻는 셈이야.”

“괜찮으면 예를 한둘 들어 줘.”

“그건 설명하기가 그리 쉽지 않아” 하고 생루가 끼어들었다. “이를테면 자네가 이러이러한 군단이 무엇을 시도했다고 읽는다고 하세… 하지만 더 나아가기 전에, 그 군단의 일련번호와 전투 서열부터가 나름의 뜻을 지니고 있어. 그 작전이 시도된 것이 처음이 아니고, 같은 작전에 다른 군단이 투입된 것을 본다면, 그건 어쩌면 앞선 군단이 그 작전에서 전멸했거나 큰 손실을 입어, 더는 그 작전을 성공적으로 밀어붙일 만한 상태가 못 된다는 표시일 수 있지. 다음으로, 우리는 이제 전투력을 잃은 이 군단이 어떤 군단이었는지 물어야 해. 만일 그것이 큰 공격을 위해 예비로 남겨 둔 돌격 부대였다면, 그보다 질이 떨어지는 새 군단은 앞의 부대가 실패한 자리에서 성공할 가망이 거의 없을 테니까. 게다가 우리가 전역(戰役)의 초입에 있는 게 아니라면, 이 새 군단 자체가 다른 여러 군단에서 빼내 온 자투리를 그러모아 짜 맞춘 부대일 수도 있는데, 이는 교전국이 아직 쓸 수 있는 병력의 규모와, 그 병력이 마침내 적보다 확실히 열세에 놓일 순간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밝혀 주지. 그리고 이는 이 군단이 막 벌이려는 작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해, 만일 그 군단이 더는 손실을 메울 처지가 못 된다면 그 성공조차 수학적으로 그 군단을 제 궁극의 파멸에 더 가까이 데려가는 데나 이바지할 뿐일 테니까. 그다음, 그것이 맞서는 군단의 일련번호도 그에 못지않게 뜻이 깊어. 예컨대 그것이 훨씬 약한 부대인데도 이미 공격군의 중요한 부대 몇을 무찌른 것이라면, 작전의 성격 전체가 달라지지. 설령 그것이 방어군이 지키던 진지를 잃는 것으로 끝난다 해도, 아주 작은 방어 병력만으로 상대편의 대단히 중요한 병력을 무력화하기에 충분했다면, 그저 얼마간이라도 그 진지를 지켜 낸 것만으로 큰 성공일 수 있으니까. 양편에 투입된 군단을 분석하는 데 이토록 중요한 점들이 다 있다면, 진지 자체와, 그것이 굽어보는 도로며 철도, 그것이 지켜 주는 병참선에 대한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자네도 알 수 있을 거야. 이를테면 지리적 맥락 전체를 연구해야 하는 거지” 하고 그는 웃으며 덧붙였다. 과연 그는 이 표현이 어찌나 마음에 들었던지, 몇 달 뒤까지도 그것을 쓸 때마다 늘 똑같은 웃음을 곁들이곤 했다. “교전국 한쪽이 작전을 준비하는 동안, 그의 정찰대 하나가 진지 부근에서 다른 교전국에게 전멸당했다고 자네가 읽는다면, 자네가 끌어낼 자격이 있는 결론 하나는, 한쪽이 상대가 제 공격을 막으려고 마련해 둔 방어 시설을 정찰하려 했다는 거야. 어느 한 지점에서 유별나게 활동이 격해지는 것은 그 지점을 빼앗으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적이 공격해 온 지점에서 되받아치지 않으려고 그 자리에 적을 붙들어 두려는 뜻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실은 그저 그 구역의 병력 교대를 활동을 부풀려 가리려는 양동일 수도 있지(이건 나폴레옹 전쟁에서 고전적인 양동이었어). 한편 어떤 움직임의 의의와 그 있음직한 목적을, 그리고 그 필연적 귀결로 그 움직임에 딸리거나 뒤따를 다른 움직임들을 헤아리려면, 적을 속이려거나 있을 법한 저지를 감추려는 의도일 수 있는 고위 사령부의 발표보다는, 문제의 나라에서 통용되는 야전 교범을 참조하는 편이 무익하지 않아. 우리는 언제나 한 군대가 수행하려 한 기동이 그 상황에 들어맞는 규칙이 정한 바로 그것이라고 가정할 자격이 있어. 예컨대 규칙이 정면 공격에는 측면 공격이 따라야 한다고 정해 두었는데, 측면 공격이 실패한 뒤 고위 사령부가 그것은 주공격과 아무 관련 없는 한낱 견제였다고 둘러댄다면, 진실은 사령부에서 나온 보고가 아니라 규칙을 참조함으로써 밝혀질 공산이 크지. 그리고 고려해야 할 것은 각 군대를 다스리는 규정만이 아니라 그들의 전통, 습관, 교리이기도 하고, 군사 활동에 끊임없이 작용하고 반작용하는 외교 활동에 대한 연구도 소홀히 해선 안 돼. 겉보기엔 대수롭지 않아 당시엔 이해되지 않던 사건들이, 이런 사건들로 미루어 거두어들여졌음이 드러나는 어떤 지원을 믿고 있던 적이 어떻게 제 전략 계획의 일부밖에 수행하지 못했는지를 자네에게 설명해 줄 거야. 그러니 자네가 군사(軍史)의 행간을 읽을 줄 안다면, 여느 독자에게는 뒤죽박죽 뒤엉킨 것이, 그림 애호가에게 한 폭의 그림이 그렇듯 조리 있는 추론의 사슬이 되는 거야. 그림 애호가는 그려진 인물이 무엇을 입었고 손에 무엇을 들었는지 알아보지만, 전시실을 서둘러 지나치는 관람객은 두통이나 일으키는 흐릿한 색의 얼룩에 어리둥절할 뿐이지. 다만 어떤 그림들의 경우, 그 인물이 성배를 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화가가 어째서 그 손에 성배를 쥐여 주기로 했는지, 그것이 무엇을 상징하려 한 것인지까지 알아야 하듯이, 이 군사 작전들도 그 당장의 목적과는 별개로, 전역을 책임진 장군의 머릿속에서 지난 전투들의 계획으로부터 어김없이 본떠지는 거야. 그 지난 전투들이야말로 오늘날 전투의 지난 경험, 문헌, 학식, 어원, 말하자면 귀족 혈통(무어라 부르든 자네 좋을 대로)이라 할 만하지. 지금 내가 전투의 국지적, 뭐랄까 공간적 동일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 그런 것도 물론 있어. 하나의 전장은 여러 세기에 걸쳐 결코, 앞으로도 결코 그저 어떤 특정한 전투가 벌어진 땅에 그치는 법이 없어. 그곳이 전장이었다면, 그건 지리적 위치, 지질 구조, 심지어 적의 힘을 둘로 갈라놓는 강처럼 적을 가로막을 만한 불리한 지형 같은 어떤 조건들이 어우러져 그곳을 좋은 싸움터로 만들었기 때문이야. 그러니 그곳은 여태껏 그러했듯 앞으로도 그러할 거야. 화가가 아무 방이나 골라 화실로 삼지 않듯, 자네도 아무 땅뙈기나 골라 전장으로 삼지는 못하는 법이지. 그 목적에 따로 마련된 장소들이 있는 거야.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건 내가 자네한테 이야기하려던 게 아니야. 내가 말하려던 건 사람들이 뒤좇는 전투의 유형, 말하자면 일종의 전략적 본뜨기, 자네가 원한다면 전술적 모방이라 할 만한 거야. 울름, 로디, 라이프치히, 칸나이 같은 전투 말이야. 앞으로 또 전쟁이 일어날지, 어느 나라들이 거기서 싸울지 나야 말할 수 없지만, 만일 전쟁이 온다면 거기엔(그것도 지휘관 편에서 일부러) 칸나이가, 아우스터리츠가, 로스바흐가, 워털루가 들어 있으리라는 건 자네도 믿어도 좋아. 우리 쪽 어떤 이들은 슐리펜 원수와 팔켄하우젠 장군이 프랑스를 상대로 한니발식 칸나이 전투를 준비해, 적을 온 전선에 걸쳐 붙들어 매고 양 측면으로, 특히 벨기에를 거쳐 진격하려 한다고 아주 대놓고 말하기도 해. 반면 베른하르디는 칸나이보다는 프리드리히 대왕의 사선(斜線) 진형, 곧 로이텐 쪽을 더 좋아하지. 또 어떤 이들은 그런 견해를 덜 노골적으로 풀어놓지만, 한 가지만은 자네한테 말해 줄 수 있어. 요전 날 자네한테 소개한 기병 중대장 보콩세유는 앞날이 아주 창창한 장교인데, 제 나름의 조촐한 프라첸 공격법을 익혀 두었어. 그는 그걸 속속들이 꿰고 있으면서 소맷자락에 감춰 두었다가, 언젠가 그걸 써먹을 기회가 오면 깔끔하게 해치워 우리한테 대규모로 선보일 거야. 리볼리에서의 중앙 돌파도 마찬가지야. 언젠가 또 전쟁이 난다면 다시 나타날 거리지. 그건 일리아스만큼이나 낡지 않았어. 덧붙이자면 우리는 사실상 정면 공격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야, 칠십 년의 그 실수를 되풀이할 여유가 없으니까. 우리는 공세를 취해야 해, 그것 말고는 없어.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우리 가운데 이 훌륭한 교리에 맞서는 게 오직 더 굼뜨고 더 낡은 머리들뿐이라 해도, 내 젊은 스승들 가운데 하나, 천재라 할 그 사람, 그러니까 망갱이 우리더러, 물론 잠정적으로, 방어에도 자리를 남겨 두라고 하고 싶어 한다는 거야. 그가 아우스터리츠를 예로 드는 데는 대답하기가 그리 쉽지 않아, 거기선 방어가 그저 공격과 승리로 가는 서곡이었을 뿐이니까.”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