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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20)

3권 제1부 · 제1장

저 감탄스러운 작가 G⸺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빌파리지 부인에게 문안 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는데, 그 방문을 성가신 의무로 여기고 있었다. 공작부인은 그를 다시 보게 되어 기뻤음에도 아무런 환영의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으나, 그는 본능적으로 곧장 그녀에게로 향했으니, 그녀가 지닌 매력과 재치와 꾸밈없음이 그로 하여금 그녀를 남달리 총명한 여인으로 보게 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최소한의 예의로도 그녀에게 가서 말을 걸지 않을 수 없었으니, 그가 유쾌하고 품위 있는 사람인 까닭에 게르망트 부인은 남편과 그녀 둘뿐인 자리에까지 그를 곧잘 오찬에 부르거나, 가을이면 게르망트로 초대하곤 했고, 그 친분을 이용해 이따금 그를 만나 보고 싶어 하는 왕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에 부르기도 했다. 공작부인은 어떤 명사들을 접대하기를 좋아했으되, 언제나 그들이 독신이라는 조건에서였고, 그 조건은 그들이 기혼일 때조차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김없이 지켜졌으니, 그들의 아내란 다소간 촌스럽기 마련이라 파리에서 가장 세련된 미인들밖에 없는 응접실에 오점이 되었을 터이므로, 그 남편들은 늘 아내 없이 초대되었다. 그리고 공작은 혹여 상할지 모를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이 뜻하지 않은 홀아비들에게 공작부인이 집에 여자를 결코 들이는 법이 없으며 여인들의 모임을 견디지 못한다고, 거의 의사의 지시라도 되는 양 설명하곤 했으니, 마치 그녀가 냄새나는 방에는 있지 못한다거나 짠 음식을 먹지 못한다거나 기관차를 등지고 앉아 여행하지 못한다거나 코르셋을 입지 못한다고 말하기라도 하듯 했다. 하기야 이 명사들은 게르망트가에서 파름 대공비며 사강 대공비며(프랑수아즈는 그 이름을 노상 듣다 보니, 여성형 어미를 붙이는 것이 어형 변화의 법칙이 요구하는 바라 믿고 그녀를 ‘라 사강트’라 부르게 되었다) 그 밖에도 여럿을 마주치곤 했으나, 그 여인들의 존재는 그들이 친척이거나 도저히 뺄 수 없을 만큼 오랜 벗이라는 설명으로 해명되었다. 게르망트 공작이 공작부인으로 하여금 다른 여인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만든다는 그 유별난 병에 대해 내놓은 설명에 그들이 납득했든 아니든, 그 위인들은 그것을 고스란히 제 아내들에게 옮겼다. 그 아내들 가운데 더러는, 공작부인이 흠모하는 자들의 궁정을 홀로 다스리려 하기에 이 병이란 그저 질투를 가리려는 핑계일 뿐이라고 여겼다. 더욱 단순한 다른 이들은, 어쩌면 공작부인에게 무슨 별난 버릇이나 추문 어린 과거가 있어 여자들이 그 집에 가기를 꺼리는 것이고, 그녀는 실은 냉엄한 어쩔 수 없음을 변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중 나은 이들은 제 남편들이 공작부인의 놀라운 두뇌를 늘어놓는 것을 듣고서, 그녀가 나머지 여인들보다 어찌나 뛰어난지 여자들이 무엇 하나 지적으로 이야기할 줄 모르는 탓에 그들과 어울리기가 지루한 것이려니 짐작했다. 그리고 다른 여인들이 그 대공비다운 지체로 특별히 흥미로워지지 않는 한 공작부인이 그들에게 지루함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배제된 아내들은, 그녀가 남자들만 접대하기로 한 것이 그들과 마음껏 문학과 과학과 철학을 논하기 위해서라 상상했다면 잘못 짚은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적어도 대단한 지식인들과는 결코 그런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위대한 군인의 딸들이 더없이 경박한 소일거리 한복판에서도 군사에 관한 일에 대한 존경을 간직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가문의 전통에 힘입어, 티에르, 메리메, 오지에와 벗으로 지내던 여인들의 손녀인 그녀가 자기 응접실에 언제나 지식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고 여겼다면, 다른 한편으로 그녀는 그 이름난 인물들이 게르망트가에서 대접받던, 짐짓 겸손을 부리면서도 허물없던 그 방식에서, 재능 있는 사람들을 두고 그 재능이 사람을 눈부시게 하지도 않고, 그들에게 그 일에 관해서는 말을 걸지도 않으며, 설령 걸었댔자 그들이 조금도 흥미로워하지 않을, 그런 집안의 친구쯤으로 여기는 버릇을 물려받았다. 게다가 메리메며 메이야크며 알레비로 대표되는, 그녀 또한 지닌 그 유의 정신은, 앞선 세대의 언어적 감상벽에 대한 반동으로 그녀를 미사여구와 드높은 사상의 표현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물리치는 대화의 방식으로 이끌었으니, 그리하여 그녀는 시인이나 음악가와 함께 있을 때면 그들이 먹고 있는 음식이나 곧이어 둘러앉을 카드놀이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 것을 일종의 교양의 요소로 삼았다. 이런 삼감은, 그녀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제삼자에게는 얼떨떨함에 가까운 당혹스러운 효과를 미쳤다. 게르망트 부인이 이러저러한 이름난 시인을 만나러 오찬에 오면 재미있겠느냐고 물으면, 호기심에 애가 탄 그는 약속한 시각에 당도했다. 공작부인은 시인과 날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오찬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익힌 달걀을 좋아하시나요?” 그녀가 시인에게 물었다. 그가 좋아한다고 하는 말을 듣자, 그녀도 같은 마음이었으니, 제 집에 있는 것이라면 게르망트에서 들여오는 형편없는 사과주까지도 그녀 눈에는 무엇이든 일품으로 보였던 터라, “선생께 달걀을 좀 더 갖다 드려요” 하고 그녀는 집사에게 이르곤 했고, 그동안 마음 졸이던 동석의 손님은, 공작부인과 시인과 자기가 파리를 뜨기 전에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만나기로 한 이상 그것이야말로 이 모임의 목적이었음이 분명한 그 무엇을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그러나 식사는 이어졌고, 요리는 하나씩 하나씩 물려졌는데, 그때마다 먼저 게르망트 부인에게 재치 있는 익살이나 알맞은 이야깃거리의 기회를 주고 나서였다. 그러는 사이 시인은 계속 먹기만 했고, 공작도 공작부인도 그가 시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기색이라곤 없었다. 이윽고 오찬은 끝나고 모임은 흩어졌는데, 그러면서도 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오가지 않았으니, 그럼에도 모두가 그것을 흠모하면서도, 스완이 내게 미리 맛보여 준 것과 비슷한 자제심에서 아무도 그것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이 자제란 그저 예법의 문제였다. 그러나 동석의 손님으로서는, 그가 이 일을 조금이라도 곱씹어 본다면, 그 모든 것에 이상하게 우수 어린 무엇이 있었으니, 게르망트가에서의 이런 식사들은 그로 하여금 수줍은 연인들이 헤어질 때가 되도록 시시한 이야기만 나누며 함께 보내는 시간을 떠올리게 했고, 그동안 수줍음에서든 대담함에서든 어색함에서든, 털어놓았더라면 한결 행복했을 그 크나큰 비밀은 끝내 가슴에서 입술로 옮겨 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늘 헛되이 다가서기를 기다리게 되는 진지한 주제들에 관한 이 침묵이, 공작부인다운 특징으로 통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녀에게 언제나 한결같은 것은 결코 아니었음을 덧붙여 두어야겠다. 게르망트 부인은 소녀 시절을 지금 그녀가 사는 곳과는 다소 다른 사회에서 보냈으니, 마찬가지로 귀족적이되 덜 화려하고 무엇보다 덜 하잘것없으며 교양이 넓은 사회에서였다. 그것은 지금의 경박함 아래에 한결 단단하고 보이지 않게 자양이 되는 일종의 기반암을 남겨 두었으니, 공작부인은 실로 이따금(그렇지만 아주 드물게, 현학을 질색했으므로) 빅토르 위고나 라마르틴의 어떤 구절을 찾아 그리로 돌아가곤 했고, 더없이 알맞은 그 구절을 그녀의 고운 두 눈에 어린 진정한 감정과 함께 읊으면 어김없이 듣는 이들을 놀라게 하고 매혹했다. 때로는 심지어, 권위를 내세우는 기색이라곤 없이, 적절하고 아주 소박하게, 그녀는 어떤 극작가이자 아카데미 회원에게 현명한 조언 한마디를 건네어, 그로 하여금 한 장면을 고치거나 결말을 바꾸게 하기도 했다.

빌파리지 부인의 응접실에서, 꼭 페르스피에 의 결혼식 날 콩브레 성당에서 그랬듯, 게르망트 부인의 잘생겼으나 너무나 인간적인 얼굴에서 그 이름의 알 수 없는 요소를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해도, 나는 적어도 그녀가 입을 열면 그 심오하고 신비로운 대화가 중세 태피스트리나 고딕 창문 같은 낯섦을 지니리라 여겼다. 그러나 게르망트 부인이라 자칭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내가 실망하지 않으려면, 설령 내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그 말이 훌륭하고 아름답고 심오한 것만으로는 모자랐을 터이니, 그 말은 그녀 이름의 끝 음절이 지닌 그 시들지 않는 색채를,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몸에서 찾지 못해 실망한 나머지 그녀의 정신 속으로 피신시켰던 그 색채를 비추어야만 했으리라. 물론 나는 이미 빌파리지 부인이며 생루며, 그 지력이 조금도 남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게르망트라는 이 이름을 아무런 조심성 없이, 그저 자기들을 보러 오거나 함께 저녁을 들기로 한 어떤 사람의 이름으로 발음하는 것을 들은 바 있었는데, 그들은 그 이름 속에 가을이면 누레지는 숲의 광채와 신비로운 시골 땅 전체가 숨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기색이 없었다. 그러나 이는 그들 나름의 짐짓 꾸민 태도였음이 분명하니, 고전 시인들이 글을 쓰면서 실은 품고 있던 심오한 의도를 우리에게 조금도 내비치지 않을 때와 같은 것으로, 나 자신도 흉내 내려 애쓴 그런 꾸밈이었고, 나 또한 더없이 자연스러운 어조로 “게르망트 공작부인”이라고, 마치 그것이 여느 이름과 다를 바 없는 이름이기라도 한 양 말하곤 했다. 게다가 다들 내게 그녀가 대단히 총명한 여인이요 말솜씨가 뛰어나며, 더없이 흥미로운 사람들로 이루어진 어느 작은 무리의 하나라고 장담했으니, 그런 말들은 내 몽상의 공범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총명한 무리며 재치 있는 담화를 이야기할 때, 내가 상상한 것은 내가 아는 그런 종류의 지성이 결코 아니었고, 가장 위대한 정신들의 지성조차 아니었으며, 이 무리를 채운 것은 결코 베르고트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니, 지성이라는 말로 내가 이해한 것은 햇살로 도금되고 숲의 서늘함이 배어든,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떤 능력이었다. 실로, 게르망트 부인이 (철학자나 비평가에게 그 말이 쓰일 때 내가 이해하던 뜻에서의) 더없이 총명한 말을 했더라면, 그녀가 시시한 대화 도중에 부엌 요리법이나 시골집 세간 이야기에, 제 이웃과 친척들의 이름을 대는 데에 그쳐 내게 그녀 삶의 한 폭 그림을 보여 주었을 때보다도, 그토록 특별한 능력에 대한 나의 기대를 오히려 한층 더 뼈아프게 저버렸을 것이다.

“여기서 바쟁을 만날 줄 알았어요, 오늘 고모님을 뵈러 오려던 참이었거든요.” 게르망트 부인이 고모에게 말했다.

“네 남편은 며칠째 코빼기도 못 봤다.” 빌파리지 부인이 다소 발끈한 어조로 대꾸했다. “실은 통 못 봤어, 아니, 한 번쯤은 봤으려나, 그 애가 내 하인들더러 자기를 스웨덴 여왕이라 알리게 한 그 앙증맞은 장난을 친 뒤로는 말이야.”

게르망트 부인은 마치 제 베일을 깨물기라도 하는 듯 입꼬리를 오므리며 미소를 지었다.

“어젯밤 블랑슈 르루아 댁 만찬에서 그분을 만났어요. 지금 보면 못 알아보실걸요, 아주 엄청나게 불었더라고요. 틀림없이 어디가 안 좋은 게 분명해요.”

“네가 그분더러 두꺼비 같다고 했다는 얘기를 마침 이분들께 하던 참이란다.”

게르망트 부인은 그 칭찬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일종의 쉰 듯한 소리를 냈다.

“제가 그리 앙증맞은 비유를 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설령 예전에 두꺼비였다 쳐도, 지금은 기어이 황소만 하게 부풀어 오른 두꺼비네요. 아니, 꼭 그렇지도 않은 게, 부푼 데가 죄다 허리 앞쪽에 몰려 있으니, 차라리 몸이 무거워진 두꺼비라 해야겠어요.”

“아, 그것참 재치 있구나.” 빌파리지 부인은 조카딸의 이런 재치를 손님들이 지켜보는 것이 내심 자랑스러워 말했다.

“순전히 제멋대로일 뿐이지만요.” 게르망트 부인이, 스완이 그러했을 법하게 이 골라낸 형용사를 빈정대듯 떼어 내 강조하며 대꾸했다. “실은 임신한 두꺼비라곤 저도 본 적이 없다는 걸 인정해야겠으니까요. 아무튼 문제의 그 두꺼비는, 그나저나 임금을 달라고 조르는 것도 아닌 게, 남편이 죽은 뒤로 그렇게 팔딱거리는 꼴은 처음 보거든요, 다음 주 어느 날 저희 집에 저녁을 들러 온답니다. 미리 알려 드리마 약속했어요.”

빌파리지 부인은 알아듣기 힘든 투덜거림을 내뱉었는데, 그 속에서 이런 말이 새어 나왔다. “그저께 그분이 메클렘부르크가에서 저녁을 들었다는 건 안다. 아니발 드 브레오테도 거기 있었어. 그이가 와서 그 얘길 해 주었는데, 여간 재미있지 않더구나.”

“거기 바발보다 훨씬 더 재치 있는 사람이 있었어요.” 게르망트 부인이 말했는데, 그녀는 브레오테콩살비 와의 절친한 사이인 만큼 이 약칭을 씀으로써 그 친분을 드러내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베르고트 말이에요.”

나는 베르고트가 재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실은 나는 늘 그를 인류의 지적인 부류에 섞이는 사람으로, 다시 말해 극장 특별석의 자줏빛 휘장 너머로 내가 언뜻 엿본 그 신비로운 세계로부터 한없이 멀리 떨어진 사람으로 여겼으니, 그 휘장 뒤에서는 브레오테 가 공작부인을 미소 짓게 하며, 신들의 언어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것, 곧 포부르 생제르맹 사람들끼리의 대화를 그녀와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 저울이 뒤집혀 베르고트가 브레오테 위로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는 게르망트 부인이 빌파리지 부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 내가 페드르를 보던 저녁에 베르고트를 피했던 일이,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지 않았던 일이 낭패스러웠다.

“제가 알고 지내고 싶은 사람은 그이 하나뿐이에요.” 공작부인이 말을 이었는데, 그녀에게서는 언제나, 마음의 조수가 바뀌는 순간처럼, 이름난 지식인들에 대한 호기심의 밀물이 귀족다운 속물근성의 썰물을 덮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내 곁에 베르고트가 있다는 것, 그것은 내가 확보하기가 그토록 쉬웠으련만 게르망트 부인에게 나에 대한 나쁜 인상을 주기 십상이라 여겼던 일인데, 실은 도리어 틀림없이, 그녀가 내게 자기 특별석으로 오라고 신호를 보내고, 언젠가 그 저명한 작가를 오찬에 데려오라 청하는 결과를 낳았을 터였다.

“듣자 하니 그이가 그리 처신을 잘하지는 못한 모양이에요, 코부르 에게 소개되었는데 그이에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니까요.” 게르망트 부인이, 마치 어떤 중국인이 종이 한 장에 코를 풀었다고 늘어놓기라도 하듯 이 별난 특징을 곱씹으며 말했다. “그이더러 한 번도 ‘전하’라고 부르지 않았대요.” 그녀는 이 자잘한 대목을, 개신교도가 교황을 알현하는 동안 성하 앞에 무릎 꿇기를 마다한 일만큼이나 제 딴에는 중대하게 여기며, 재미있어하는 기색으로 덧붙였다.

베르고트의 이런 별스러움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그녀는 그것을 나무랄 만한 일로 여기는 기색은 아니었고, 오히려 거기서 어떤 장점을 찾아내는 듯했으나, 그것이 어떤 종류의 장점인지 말하라면 궁색했을 것이다. 베르고트의 독창성을 높이 사는 이 유별난 방식에도 불구하고, 게르망트 부인이 많은 친구들을 크게 놀라게 하면서까지 베르고트를 브레오테 보다 더 재치 있다고 여긴 것은, 훗날 내가 아주 하찮게만 보지는 않게 될 하나의 사실이었다. 이렇듯 그처럼 전복적이고 외따로우면서도 결국은 정당한 판단들이란, 사교계에서 나머지보다 뛰어난 그 드문 정신들에 의해 내려지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정신들은 그러면서 낡은 기준에 영영 매여 있는 대신, 다음 세대가 세우게 될 가치의 위계를 처음으로 거칠게 그려 보이는 것이다.

벨기에 공사관의 대리공사이자 빌파리지 부인의 먼 친척인 다르장쿠르 백작이 절뚝거리며 들어왔고, 이어 곧 두 젊은이가 뒤따랐으니, 게르망트 남작과 샤텔로 공작 전하였다. 게르망트 부인은 둥근 방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무심한 어조로 “잘 지냈나, 샤텔로 젊은이” 하고 그를 맞았는데, 그녀가 젊은 공작의 어머니와 절친한 사이였던 까닭에 그는 그녀에게 깊고도 한평생 가는 존경심을 품고 있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며 금빛 머리에 볕에 그은 낯빛을 한, 영락없는 게르망트 혈통인 이 두 젊은이는, 그 널찍한 방에 넘쳐흐르던 봄날 저녁 빛이 응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 무렵 유행하던 관습을 좇아 그들은 제 실크해트를 발치의 바닥에 내려놓았다. 프롱드의 사가는 그들이, 면장실에 들어와 제 모자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하는 농부처럼 쩔쩔맨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들에게 있다고 여긴 그 어색함과 수줍음을 인정으로 거들어 주어야겠다 싶어서,

“아니, 아니오.” 그가 말했다. “그걸 바닥에 두지 마시오, 밟히겠소.”

게르망트 남작의 눈길이, 눈동자의 면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거기서 문득 맑고도 꿰뚫는 듯한 하늘빛 물결을 쏘아 보내어 선의의 사가를 얼어붙게 했다.

“저 사람 이름이 뭐요?” 방금 빌파리지 부인이 내게 소개해 준 남작이 내게 물었다.

“피에르 입니다.” 나는 소곤거렸다.

“피에르 뭐라고?”

“피에르입니다, 그게 이름이에요, 사가인데, 아주 훌륭한 분이지요.”

“그래? 그것참.”

“아니에요, 요즘 저 젊은이들 사이에 모자를 바닥에 놓는 게 새 유행이랍니다.” 빌파리지 부인이 설명했다. “저도 선생과 마찬가지로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아요. 그래도 늘 제 모자를 현관에 벗어 두는 조카 로베르보다야 낫지요. 그 애가 들어오는 걸 보면 저는 영락없이 시계 장수 같다고, 시계태엽 감으러 왔느냐고 놀린답니다.”

“후작부인, 방금 몰레 의 모자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우리도 머지않아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모자에 관한 한 장(章)을 엮어 낼 수 있겠습니다.” 프롱드의 사가가, 빌파리지 부인이 끼어들어 준 덕에 다소 마음을 놓고 말했으나, 어찌나 목소리가 가늘던지 나 말고는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저 작은 공작부인은 정말이지 놀라운 분이오.” 다르장쿠르 가 G⸺와 이야기하고 있는 게르망트 부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 안에 이름난 사람이 있으면 어김없이 그 사람이 저 부인 곁에 앉아 있는 걸 보게 되지요. 저기 저 사람이 오늘 모임의 명사임이 분명하오. 물론 늘 보렐리 거나 슐룅베르제 거나 다브넬 일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틀림없이 피에르 로티 거나 에드몽 로스탕 일 거요. 어제저녁 두도빌 댁에서는, 그나저나 거기서 부인이 에메랄드 관을 쓰고 긴 자락이 달린 분홍 드레스를 입어 눈부시게 보였는데, 한쪽에는 데샤넬 를, 다른 쪽에는 독일 대사를 두고서 그들에게 중국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소. 무슨 말이 오가는지 들리지 않는 정중한 거리를 둔 뭇사람들은 전쟁이라도 나는 게 아닌가 하고 궁금해했지요. 정말이지 그 모습이란 좌중을 거느린 여왕이라 해도 좋았을 거요.”

다들 빌파리지 부인이 그림 그리는 것을 보려고 그녀 둘레에 모여들었다.

“저 꽃들은 참으로 천상의 분홍빛이군요.” 르그랑댕이 말했다. “하늘분홍이라 해야겠습니다. 하늘빛이 있듯이 하늘분홍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후작부인 말고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로서는 역시, 그것을 그려 내신 그 비단결 같은, 살아 있는 살빛 색조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부인께서는 피사넬로와 판 하위쉼을, 그 공들였으되 생기 없는 식물화들과 함께 저만치 뒤로 따돌리시는군요.”

예술가란, 아무리 겸손할지라도, 제가 경쟁자들보다 낫다는 말을 듣는 것은 언제나 기꺼워하며, 다만 그들에게도 마땅한 몫이 돌아가도록 애쓸 따름이다.

“그렇게 여기시는 건 그들이 제 시대의 꽃들을, 지금 우리에게는 없는 꽃들을 그렸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그들은 그 일을 대단한 솜씨로 해냈지요.”

“아! 제 시대의 꽃이라니! 참으로 기발한 견해로군요.” 르그랑댕이 감탄했다.

“고운 벚꽃을 그리고 계시는군요, 아니면 산사꽃인가요?” 프롱드의 사가가, 무슨 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머뭇거리면서도 목소리에는 자신감을 실어 입을 열었으니, 그는 모자 소동을 잊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에요, 사과꽃이랍니다.” 게르망트 공작부인이 고모에게 말했다.

“아! 너도 나처럼 어엿한 시골 사람이로구나, 꽃 하나하나를 가려낼 줄 아니 말이다.”

“아니 그렇군요, 정말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과꽃 철이 벌써 지난 줄 알았는데요.” 사가가 제 실수를 어떻게든 덮어 보려 애쓰며 말했다.

“어유, 천만에요, 어림도 없습니다, 아직 피지도 않았어요, 나무들은 앞으로 두 주는, 어쩌면 세 주는 지나야 꽃을 피울 겁니다.” 빌파리지 부인의 영지 관리를 돕고 있어 시골 사정에 더 밝은 사서가 말했다.

“적어도 세 주는요.” 공작부인이 끼어들었다. “철이 훨씬 앞선 파리 근교에서도 그렇답니다. 아시겠지만 저 아래 노르망디, 저이 아버님 댁에서는,” 그녀가 젊은 샤텔로 공작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바닷가 가까이에 일본 병풍 같은 근사한 사과나무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5월 스무날이 지나야 비로소 제대로 분홍빛이 든답니다.”

“저는 그 꽃을 통 못 봐요.” 젊은 공작이 말했다. “그것 때문에 건초열이 도지거든요. 정말 성가시죠.”

“건초열이라고요? 그런 건 처음 듣습니다.” 사가가 말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병이랍니다.” 사서가 그에게 일러 주었다.

“그거야 경우 나름이지요, 사과가 풍년이면 아마 아예 안 걸릴 겁니다. 르 노르망의 그 속담 아시죠. ‘사과가 풍년인 해에는…….’” 실은 진짜 프랑스인이 아니어서 늘 파리 사람다운 티를 내려 애쓰던 다르장쿠르 가 끼어들었다.

“네 말이 맞다.” 빌파리지 부인이 조카딸에게 말했다. “이건 남쪽에서 온 거야. 어느 꽃집 주인이 보내와서는 선물로 받아 달라 하더구나. 발메르 는 아마 놀라시겠지요.” 그녀가 사서에게 돌아앉으며 말했다. “꽃집 주인이 제게 사과꽃을 선물한다니 말이에요. 뭐, 제가 늙은 여자이긴 해도 아직 아주 뒷방 신세는 아니거든요, 벗이 몇쯤은 남아 있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을 이으며 미소를 지었는데, 그 미소는 그녀의 소박한 성품의 표시로 여겨질 수도 있었으련만, 그보다는 오히려, 그토록 지체 높은 무리에 드나드는 그녀가 한낱 꽃집 주인의 우정을 뽐내는 것이 그럴싸하다 여긴 탓이라는 느낌을 나는 지울 수 없었다.

블로크가 일어나 빌파리지 부인이 그리고 있는 꽃을 보러 다가갔다.

“걱정 마십시오, 후작부인.” 사가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우리 역사의 그토록 많은 페이지를 피로 물들인 그런 혁명이 또 한 번 일어난다 한들, 아니, 맹세코, 요즘 세상에야 무슨 일이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만,” 그는 방 안에 ‘불만분자’가 없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둘레를 조심스레 휘둘러보며 덧붙였는데, 실제로 그런 자가 있으리라고는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다. “부인 같은 재능에다 다섯 개 언어까지 하시니, 무슨 일이 있어도 잘 헤쳐 나가실 게 틀림없습니다.” 프롱드의 사가는 불면증을 잊은 터라 아주 개운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문득 그는 지난 엿새 밤을 자지 못했음을 떠올렸고, 그러자 마음에서 비롯된 짓누르는 피로가 사지를 마비시키고 어깨를 구부정하게 만들었으며, 우수 어린 그의 얼굴이 노인의 것처럼 축 처지기 시작했다.

블로크는 알맞은 몸짓으로 제 감탄을 나타내 보려 했으나, 팔꿈치로 사과꽃 가지가 꽂힌 유리잔을 넘어뜨리고 말았고, 물이 죄다 양탄자에 쏟아졌다.

“정말이지, 부인께는 요정의 손끝이 달려 있군요.” 사가가 (후작부인에게) 말을 이었는데, 그는 그때 내게 등을 돌리고 있던 터라 블로크의 서투른 짓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블로크는 이를 제게 던지는 비아냥으로 받아들이고, 무례함으로 제 부끄러움을 감추려 쏘아붙였다. “조금도 대수로울 것 없습니다, 저는 젖지 않았으니까요.”

빌파리지 부인이 종을 울리자 하인이 와서 양탄자를 닦고 깨진 유리 조각을 주웠다. 그녀는 두 젊은이를 제 연극 모임에 청했고, 게르망트 부인도 이렇게 당부하며 청했다.

“지젤과 베르트에게” (오베르종 공작부인과 포르트팽 공작부인이었다) “두 시 조금 전에 와서 나를 도우라고 잊지 말고 일러 다오.” 마치 고용한 급사들에게 상 차리게 일찍 오라 이르기라도 하듯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노르푸아 를 대하듯 제 대공가의 친척들을 대했으니, 사가나 코타르나 블로크나 나에게 베풀던 그 자잘한 예의라곤 조금도 없었고, 그들은 우리의 사교적 호기심을 채울 먹잇감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것 말고는 그녀에게 아무 흥미도 없어 보였다. 이는 그녀가, 자기가 다소나마 빛나는 여인이 아니라 그들의 아버지나 삼촌의, 성마른 늙은 누이, 곧 조심스러운 대접을 받아야 하고 또 받고 있는 그 누이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을, 애써 접대할 필요가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서 빛나 보이려 애써 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을 터이니, 그녀는 제 처지의 강점과 약점에 관해 그들을 결코 속일 수 없었을 것이고,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누구보다도 잘) 그녀의 내력을 온통 알고 있었으며 그녀가 나온 그 이름 높은 가문을 존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은 그녀에게 다시는 열매를 맺지 못할 죽은 그루터기 이상의 것이기를 그친 터라, 제 새 친구들을 그녀에게 알려 주지도, 제 즐거움을 함께 나누지도 않으려 했다. 그녀가 그들에게서 얻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곤 이따금의 참석이나, 그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뿐이었으니, 그녀의 다섯 시 다과회에서, 그리고 훗날 그녀의 회고록에서 그러했는데, 이 다과회들이란 그 회고록의 일종의 예행연습, 곧 가려 뽑은 청중 앞에서 원고를 미리 소리 내어 읽어 보는 자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고귀한 친척들 모두가 흥미를 돋우고 눈부시게 하고 사로잡는 데 이바지한 그 사회, 곧 코타르 같은 이들, 블로크 같은 이들, 그때그때 세간의 이목을 끄는 극작가들, 프롱드며 그런 주제의 사가들의 사회, 바로 이 사회 속에, 빌파리지 부인을 찾아 주지 않는 저 사교계의 한 부분을 대신하여, 그녀에게는 삶의 움직임과 새로움과 온갖 즐거움이 있었으니, 그녀가 사교적 이득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람들에게서였고(그런 이득이 있었기에, 비록 결코 그녀와 알고 지내게 되지는 않을망정, 이따금 그들을 게르망트 공작부인과 만나게 해 줄 만한 값어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 이득이란 그녀의 흥미를 끈 작품을 지은 뛰어난 이들과의 만찬이며, 그 지은이가 그녀의 응접실에서 통째로 무대에 올린 가벼운 오페라나 무언극이며, 흥미로운 공연의 특별석 자리 같은 것이었다. 블로크가 가려고 일어섰다. 그는 꽃병을 깨뜨린 일이 대수롭지 않다고 소리 내어 말했으나, 속으로 되뇐 것은 그와 달랐고,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은 더더욱 달랐다. “하인들을 제대로 부려서, 넘어져 손님을 적시고 어쩌면 손까지 베게 할 자리에 꽃을 두지 않도록 가르치지도 못한다면, 그런 사치는 아예 부리지 않는 게 훨씬 나아.” 그는 성이 나서 중얼거렸다. 그는 예민하고 신경이 곤두선 부류의 사람으로, 자기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 비록 저지른 것을 저 자신에게조차 인정하지는 않으면서도 그것만으로 하루를 온통 망쳐 버리는 이들 가운데 하나였다. 시커먼 노기에 사로잡혀, 그는 다시는 사교계에 발을 들이지 않으리라 막 마음먹던 참이었다. 그는 무슨 기분 전환이든 반드시 있어야 할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다행히 잠시 뒤 빌파리지 부인이 그에게 더 머물라고 붙잡을 참이었다. 벗들 사이에 감도는 분위기를 알아채고 막 일기 시작한 반유대주의의 물결을 눈여겨보았기 때문이든, 아니면 그저 무심함에서든, 그녀는 방 안 사람들 누구에게도 그를 소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사교계에 익숙지 못한 터라, 방을 나서기 전에 예의를 차리느라 그들 모두에게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여겼는데, 다만 다정함이라곤 없었으니, 그는 여러 번 고개를 숙이고 수염 난 턱을 옷깃에 파묻은 채 안경 너머로 좌중을 하나하나 차갑고 못마땅한 눈초리로 훑어보았다. 그러나 빌파리지 부인이 그를 붙잡았다. 그녀는 아직 그와 제 집에서 상연될 짧은 연극에 관해 의논해야 했고, 또한 그가 노르푸아 를 만나 보는 기쁨을 누리기 전에 떠나기를 바라지 않았던 것인데(노르푸아 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그녀는 의아했다), 블로크를 붙드는 미끼로서 이 소개란 실은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는 이미 자기가 그녀에게 이름을 댔던 두 여배우를, 유럽에서 가장 훌륭하고 고귀한 이들이 죄다 몰려드는 그런 모임 가운데 하나에서 제 명성을 높이도록 후작부인의 응접실에 와서 삯 없이 노래하게끔 구슬리기로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게다가 덤으로, “헤라처럼 아리땁고 맑은 눈을 지닌” 어느 비극 여배우까지 내놓았는데, 그 여배우는 조형적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으로 서정적인 산문을 읊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여인의 이름을 듣자 빌파리지 부인은 마다했으니, 그것이 생루의 정부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