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블로크가 다르장쿠르 씨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는데, 그는 그 신사가 도착했을 때 좌중의 다른 이들과 함께 그에게 소개된 터였다, “물론 드레퓌스파시겠지요, 외국에서는 다들 그러니까요.”
“그건 프랑스인들 자신에게만 관계된 문제 아니겠소?” 다르장쿠르 씨가, 상대가 방금 정반대되는 의견을 직접 밝혔으니 그가 그런 견해를 지니지 않았음을 뻔히 알 수밖에 없으면서도 도리어 그 견해를 상대에게 뒤집어씌우는, 그 독특한 형태의 무례로써 대꾸했다.
블로크는 얼굴을 붉혔다. 다르장쿠르 씨는 방 안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는데, 이 미소는 좌중의 다른 이들을 향하는 동안에는 블로크를 놀림감 삼는 악의로 가득했으나, 마침내 내 친구의 얼굴에 가 닿을 무렵에는 다정함이 어려, 방금 들은 그 말에 발끈할 어떤 구실도 그에게 남겨 주지 않았으니, 정작 그 말은 여전히 매몰차기 짝이 없었건만. 게르망트 부인이 다르장쿠르 씨에게 무언가를 소곤거렸는데 나는 알아듣지 못했으나 필시 블로크의 종교에 관한 것이었으리라, 바로 그 순간 공작부인의 얼굴에는 그런 표정이 스쳐 지나갔으니, 곧 말하고 있는 상대에게 들킬까 하는 두려움이 자아내는 어떤 머뭇거림과 비현실감이 서리면서, 거기에 자신이 근본적으로 이질적이라 느끼는 어떤 부류의 인간들이 불러일으키는 캐묻는 듯한 심술궂은 재미가 뒤섞인 표정이었다. 만회하려고 블로크는 샤텔로 공작 쪽으로 돌아섰다. “선생님은 프랑스인이시니, 외국 사람들이 죄다 드레퓌스파라는 걸 아실 겁니다, 다들 프랑스에서는 외국 사정을 도무지 모른다는 척들 하지만요. 아무튼 선생님께는 마음 놓고 이야기해도 되는 줄 압니다, 생루가 그렇게 말했거든요.” 그러나 이 젊은 공작은, 모두가 블로크에게 등을 돌리고 있음을 느꼈고 사교계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겁쟁이였던 데다, 일종의 방계 격세유전으로 샤를뤼스 씨에게서 물려받은 듯한 신랄하고 짐짓 꾸민 재치를 부리며 이렇게 대꾸했다. “선생, 나더러 드레퓌스 사건을 두고 이야기하자 청하지는 마시오, 그건 내가 원칙적으로 야벳 사람들에게만 입에 담는 주제라오.” 블로크만 빼고 모두가 미소 지었는데, 그라고 제 유대인 혈통을, 시나이 근처 어딘가에서 비롯된 제 조상의 그 갈래를 두고 신랄한 소리를 늘어놓는 버릇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그런 경구 하나가 (필시 마침 준비된 것이 없었던 탓에) 나오는 대신, 내면의 기계가 작동한 끝에 블로크의 입술로 올라온 것은 사뭇 다른 말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들은 것이라곤 이런 말뿐이었다. “아니, 대체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누가 말해 주던가요?” 마치 그가 전과자의 아들이라도 되는 양. 그런데 그리스도교 냄새가 딱히 나지 않는 그의 이름이며 그의 얼굴을 생각하면, 그가 놀란다는 것 자체가 어떤 순진한 머리를 드러내는 셈이었다.
노르푸아 씨가 한 말이 그를 온전히 만족시키지 못한지라, 그는 사서에게 다가가 빌파리지 부인이 이따금 뒤 파티 드 클람 씨나 조제프 레나크 씨를 집에 들이지는 않는지 물었다. 사서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는 국수주의자로, 언제 사회 혁명이 터질지 모르니 벗을 고르는 데 더 신중해야 한다고 후작부인에게 설교하기를 그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블로크가 정보를 캐러 온 “조합”의 밀사가 아닐까 자문하고는, 곧장 빌파리지 부인에게 가서 블로크가 자기에게 던진 질문들을 그대로 옮겼다. 그녀는 잘 봐줘야 그가 버릇없는 자이며 노르푸아 씨를 곤경에 빠뜨릴 처지에 놓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그녀는 자기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사람이자 자기를 세뇌시키고 있던(그다지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매일 아침 그는 그녀에게 프티 주르날에 실린 쥐데 씨의 기사를 읽어 주었다) 그 사서를 흡족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블로크에게 다시는 이 집에 올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하기로 마음먹었고, 자신의 사교적 연기 목록 가운데서, 귀부인이 누군가에게 문을 가리켜 내쫓는 장면, 곧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치켜든 손가락과 이글거리는 눈길 따위는 조금도 필요치 않은 그 장면을 어렵잖게 찾아냈다. 블로크가 작별 인사를 하러 다가오자, 깊숙한 안락의자에 파묻힌 그녀는 어렴풋한 졸음에서 반쯤만 깨어난 듯이 보였다. 움푹 꺼진 두 눈은 진주 한 쌍의 희미하지만 매혹적인 빛만을 띠고 반짝일 뿐이었다. 블로크의 작별 인사는 후작부인의 얼굴에 나른한 미소 하나를 겨우 엷게 그렸을 뿐, 그녀에게서 한마디 말도 끌어내지 못했고, 그녀는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이 장면에 블로크는 어리둥절하기 짝이 없었으나,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터라 이대로 오래 끌었다가는 제게 불리하리라 느꼈고, 후작부인을 다그치려고, 그녀가 잡으려 하지도 않던 손을 제 쪽에서 그녀에게 불쑥 내밀었다. 빌파리지 부인은 흠칫 놀랐다. 그러나 필시 사서와 반드레퓌스파 무리를 당장 흡족하게 해 주려는 마음을 여전히 굽히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앞날을 대비하고 싶었기에, 그녀는 감기는 두 눈 위로 눈꺼풀을 스르르 내려 덮는 것으로 그쳤다.
“주무시나 봅니다.” 블로크가 사서에게 말하자, 후작부인의 지지를 얻었다고 느낀 사서는 분개한 낯빛을 지었다. “안녕히 계십시오, 부인.” 블로크가 큰 소리로 외쳤다.
노부인은 입을 벌리려 하나 눈으로는 더 이상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죽어 가는 여인처럼, 입술을 희미하게 움직였다. 그러고는 되살아난 생기로 넘쳐 나며 다르장쿠르 씨 쪽으로 돌아앉았고, 그동안 블로크는 그녀가 틀림없이 머리가 “좀 모자란” 사람이려니 확신하며 방을 나섰다. 호기심에 가득 차, 그토록 기이한 일에 좀 더 빛을 비춰 보고 싶은 마음에, 그는 며칠 뒤 그녀를 다시 찾아왔다. 그녀는 더없이 다정하게 그를 맞았으니, 그녀가 본디 마음씨 좋은 여인인 데다, 사서가 그 자리에 없었고, 블로크가 자기를 위해 무대에 올려 줄 그 짧은 연극을 마음에 두고 있었으며, 끝으로 자기가 연기하고 싶던 분개한 귀부인의 그 짧은 장면을 이미 한 번으로 끝맺어 버렸기 때문인데, 그 장면은 바로 그날 저녁 여러 응접실에서 두루 감탄과 화제의 대상이 되었으나, 이미 진실과는 조금도 닮은 데가 없어진 판본으로 회자되고 있었다.
“공작부인, 방금 일곱 공주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그, 뭐라고 할까요, 그 작품의 저자가 실은 제 동포라는 걸 아십니까, 자랑할 일은 못 되지만 말입니다.” 다르장쿠르 씨가, 화제에 오른 작품의 저자에 대해 방 안의 그 누구보다 더 많이 안다는 만족감이 뒤섞인, 고상한 경멸을 담아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자는 국적이 벨기에인이지요.” 그가 말을 이었다.
“저런! 아니요, 우리가 일곱 공주에 무슨 책임이 있다고 당신을 탓하지는 않아요. 당신 자신과 당신 동포들로서는 다행스럽게도, 당신은 그 얼토당토않은 물건의 저자와는 다르니까요. 나는 매력적인 벨기에 사람을 여럿 알아요, 당신도 그렇고, 좀 수줍음을 타지만 재치가 넘치는 당신네 국왕도 그렇고, 우리 리뉴가 사촌들이며 그 밖에 숱하게 많지요, 하지만 당신은, 고맙게도, 일곱 공주의 저자와 같은 말을 쓰지는 않아요. 게다가 굳이 알고 싶다면 말인데, 그건 입에 올릴 값어치도 없어요, 정말이지 그 안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늘 애매해 보이려고 애쓰고, 심지어 머릿속에 생각 한 조각 없다는 걸 감추려고 일부러 우스꽝스러워지려 드는 부류의 사람들을 아시잖아요. 그 모든 것 뒤에 뭔가가 있었다면야, 나는 다소 대담한 것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해 두겠어요.” 그녀가 진지한 어조로 덧붙였다, “그 안에 무슨 생각이 담겨 있기만 하다면요. 보렐리의 작품을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더러는 그걸 보고 충격을 받은 모양이지만, 나는 이런 말을 했다고 거리에서 돌팔매질을 당한대도 말하겠어요.” 그녀는 그런 벌을 받을 위험이 그리 크지 않다는 데엔 생각이 미치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나는 그게 더없이 흥미롭더군요. 하지만 일곱 공주라니! 그중 하나가 내 조카를 좋아한다는 건 좋다 이거예요, 그래도 가족애를 그렇게까지는…”
공작부인은 별안간 말을 멈추었으니, 한 부인이 들어왔기 때문인데 바로 로베르의 어머니인 마르상트 백작부인이었다. 마르상트 부인은 포부르 생제르맹에서 더없이 뛰어난 사람으로, 그야말로 천사 같은 선량함과 체념의 소유자로 여겨졌다. 나는 그렇게 들었고, 딱히 놀랄 까닭도 없었으니, 그와 동시에 그녀가 게르망트 공작의 누이라는 것은 몰랐기 때문이다. 훗날 나는, 우수에 잠기고 순결하며 희생당하고 성당 유리창의 이상적인 성인상처럼 숭앙받는 그런 여인들이, 잔인하고 방탕하며 비열한 형제들과 같은 계보의 줄기에서 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늘 어리둥절하곤 했다. 게르망트 공작과 마르상트 부인처럼 이목구비가 그토록 빼닮은 남매라면 (나는 그렇게 느꼈다) 하나의 지성, 같은 마음을 함께 지녀야 마땅했으니, 마치 선한 기분과 악한 기분 사이를 오갈 수는 있어도, 그렇다고 옹졸한 머리를 지닌 자에게서 드넓은 안목을 기대할 수도, 모진 마음을 지닌 자에게서 숭고한 헌신을 기대할 수도 없는 한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였다.
마르상트 부인은 브뤼티에르의 강연에 나갔다. 그녀는 포부르 생제르맹을 매혹시켰고, 그 성스러운 삶으로 그곳을 교화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잘생긴 코와 꿰뚫는 듯한 눈길이라는 형태상의 연결 고리 탓에, 사람들은 그럼에도 마르상트 부인을 그 오라비인 공작과 같은 지적·도덕적 가문에 분류하게 되었다. 나는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 하나가, 그리고 어쩌면 그녀가 불행한 삶을 살았고 모두의 동정을 샀다는 사실이, 마치 온갖 미덕과 우아함이 거칠고 무도한 형제들의 누이 하나에게 죄다 모이는 옛 로망스에서처럼, 한 사람을 제 집안의 나머지와 그토록 다른 존재로 만들 수 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내가 보기에 자연은 옛 시인들보다 파격에 인색하여 거의 오로지 그 집안에 공통된 요소들만 써먹는 법이었고, 나는 자연에게, 어리석고 우둔한 자를 빚어낸 것과 비슷한 재료로 광대 기질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고매한 정신을, 그 어떤 잔혹함에도 더럽혀지지 않은 성인을 지어낼 만한 창의력이 있다고는 믿어 줄 수가 없었다. 마르상트 부인은 커다란 종려 무늬를 수놓은 흰 수라 견직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위로는 다른 재질로 된 꽃들이 도드라져 있었고 그 꽃들은 검은색이었다. 이는 삼 주 전에 그녀가 사촌 몽모랑시 씨를 여의었기 때문으로, 그 상(喪)은 그녀가 방문을 다니거나 심지어 조촐한 만찬에 나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으나, 다만 언제나 상복 차림이어야 했다. 그녀는 대단한 귀부인이었다. 격세유전은 그녀를 대대로 이어진 궁정 생활의 경박함으로, 그것이 수반하는 온갖 겉치레의 엄격한 의무들로 가득 채워 놓았다. 마르상트 부인은 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을 오래도록 애도할 만한 굳은 성품은 지니지 못했으나, 사촌의 죽음이 있은 뒤 한 달 동안 색깔 있는 옷을 입고 나타나는 짓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더없이 상냥했는데, 내가 로베르의 친구인 데다 그와 같은 세계에서 노닐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상냥함에는 수줍음을 가장한 태도가, 곧 목소리와 눈길과 마음을 이따금씩 거두어들이는 그런 몸짓이 뒤따랐으니, 여자가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려고, 그리고 좋은 가정 교육이 가르치는 대로 그 유연함 속에서도 꼿꼿하고 반듯한 자세를 지키려고, 무람없이 펼쳐진 치맛자락을 제게로 끌어당기듯 그렇게 거두어들이는 몸짓이었다. 하지만 그 좋은 가정 교육을 너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니, 이런 부인들 가운데 많은 이가 거의 어린애 같은 몸가짐의 반듯함은 결코 잃지 않은 채 아주 잽싸게 완전한 품행의 문란으로 넘어가곤 했다. 마르상트 부인은 대화에서 다소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데가 있었으니, 이를테면 베르고트나 엘스티르 같은 평민을 이야기할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 낱말을 따로 떼어 내어 온전한 값을 실어, 게르망트 특유의 억양으로 두 개의 서로 다른 음에 얹어 이렇게 말하곤 했기 때문이다. “저는 베르고트 씨를 만나 뵙는 영광을, 크나큰 영광을 누렸답니다,” 또는 “엘스티르 씨와 사귀는 영광을 누렸지요,” 그것이 듣는 이들로 하여금 그녀의 겸손에 감탄하게 하려는 것이었든, 아니면 게르망트 부인이 보이던 것과 똑같은 성향, 곧 사람들이 스스로 “영광”이라 말하는 법이 도무지 없는 오늘날의 칠칠치 못한 어법에 대한 항의로 낡아 빠진 표현을 되살려 쓰려는 성향에서였든 간에. 그 둘 중 어느 것이 참된 까닭이었든, 마르상트 부인이 “저는 그 영광을, 크나큰 영광을 누렸답니다”라고 말할 때, 그녀는 자기가 무슨 중대한 역할이라도 맡고 있다고, 또 저명한 인사들의 이름을, 마치 그들이 마침 인근에 와 있어 시골 저택에서 그 사람들을 몸소 맞이하기라도 하듯 받아들일 수 있음을 내보이고 있다고 느끼는 듯했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는 친척이 많은 데다 모든 일가붙이에게 살뜰했고, 말이 느리며 무슨 일이든 장황하게 설명하기를 좋아하여 늘 친족 관계의 정확한 촌수를 밝히려 애썼던 까닭에, (효과를 노리려는 마음도, 가슴 뭉클한 농부들과 숭고한 사냥터지기들 말고는 딱히 누구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이) 어느새 유럽의 온갖 배신(陪臣) 가문을 쉴 새 없이 들먹이곤 했으니, 이는 그녀만큼 눈부신 인척을 두지 못한 이들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흠이었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지적인 축이면 어리석음의 표시라며 비웃는 흠이었다.
시골에서 마르상트 부인은 그녀가 베푸는 선행으로 흠모를 받았으나, 무엇보다도 여러 대에 걸쳐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것만이 흘러들어 온 혈통의 순수함이 그녀의 몸가짐에서 아랫사람들이 “격식”이라 부르는 것을 죄다 걷어 내고 그녀에게 완벽한 소박함을 부여했기 때문에 흠모를 받았다. 그녀는 곤경에 처한 가난한 아낙에게 입 맞추기를 결코 꺼리지 않았고, 성관(城館)으로 올라와 장작 한 수레를 가져가라고 이르곤 했다. 사람들 말로 그녀는 완벽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녀는 로베르에게 어마어마하게 부유한 아내를 구해 주기로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다. 대단한 귀부인이 된다는 것은 대단한 귀부인 노릇을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어느 정도까지는 소박함을 흉내 내며 논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값이 지극히 비싼 소일거리이니, 소박함이란 당신이 굳이 소박하게 살아야 할 처지가 아님을, 다시 말해 당신이 아주 부유함을 사람들이 알고 있을 때에만 그들을 매혹하는 까닭에 더더욱 그러하다. 훗날 내가 그녀와 만난 이야기를 하자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야 물론 그분이 젊은 시절엔 어여뻤으리란 걸 자네도 알아봤겠지.” 그러나 참된 아름다움이란 어찌나 개성적이고 언제나 어찌나 새로운지, 사람은 그것을 아름다움으로 알아보지 못한다. 그날 오후 나는 그저 그녀가 자그마한 코와 아주 파란 눈, 긴 목, 그리고 슬픈 표정을 지녔다고 혼자 생각했을 뿐이다. “저기,” 빌파리지 부인이 게르망트 공작부인에게 말했다, “당신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어떤 여자가 이제 곧 올 거예요. 불쾌한 일이 없도록 미리 일러 두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 하지만 걱정할 건 없어요, 다시는 이 집에 들이지 않을 테니까요, 다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오게 두어야 했답니다. 스완의 아내예요.”
스완 부인은 드레퓌스 사건이 띠기 시작한 규모를 보고, 남편의 인종적 출신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쓰일까 두려워한 나머지, 다시는 그 피고인의 무죄를 입에 올리지 말아 달라고 남편에게 간청했다. 남편이 자리에 없을 때면 그녀는 한술 더 떠 가장 열렬한 국수주의를 표방하곤 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그저 베르뒤랭 부인의 본을 따랐을 뿐이었으니, 베르뒤랭 부인에게는 그때껏 잠복해 있던 중산층 특유의 반유대주의가 깨어나 완연한 광기로까지 자라나 있었다. 스완 부인은 이런 태도로써 반유대주의 사교계에서 막 결성되기 시작하던 여러 여성 연맹의 회원 자격이라는 특권을 얻었고, 귀족층의 여러 인사와 친분을 트는 데도 성공했다. 스완과 그토록 가까운 벗이던 게르망트 공작부인이, 그들의 본을 따르기는커녕 오히려 아내를 소개하고 싶다는, 그가 그녀에게 숨기지도 않았던 그 바람에 늘 반대해 왔다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공작부인의 독특한 성격에서 비롯된 일임을 우리는 곧 알게 될 터인데, 그녀는 자신이 무슨 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겼고, 지극히 자의적인 자신의 사교적 “자유의지”가 정한 바를 전제군주와도 같은 힘으로 밀어붙였다.
“일러 줘서 고마워요.” 공작부인이 말했다. “그건 정말이지 여간 거북한 일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얼굴은 알고 있으니 제때 자리를 피할 수 있겠네요.”
“정말이에요, 오리안, 그 사람 아주 상냥해요. 더없이 훌륭한 여자랍니다.” 마르상트 부인이 말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나로서는 굳이 그걸 확인할 필요를 못 느끼는걸요.”
“이스라엘스 부인 댁에 초대받으셨어요?” 빌파리지 부인이 화제를 돌리려고 공작부인에게 물었다.
“어머, 다행히도 난 그 여자를 몰라요.” 게르망트 부인이 대답했다. “마리에나르한테 물어보세요. 그 사람은 알거든요. 나로선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요.”
“나도 한때는 분명 그 여자를 알고 지냈어요.” 마르상트 부인이 말했다. “내 허물을 고백하죠. 하지만 이제는 더 상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그 여자는 그중에서도 가장 몹쓸 축에 드는 데다, 그걸 감추려 들지도 않는다더군요. 게다가 우리 모두가 너무 사람을 잘 믿고, 너무 후하게 대했어요. 다시는 그 인종의 누구에게도 가까이 가지 않겠어요. 오랜 벗이며 시골 친척이며 우리 살붙이들에게는 문을 걸어 잠그면서, 유대인들에게는 활짝 열어 주었지요. 그런데 이제 그 답례로 우리가 무엇을 받는지 보세요. 하지만 내가 말할 처지는 못 돼요.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애가 어린 바보처럼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미친 소리와 미친 짓을 다 하고 다니니까요.” 그녀는 다르장쿠르 씨가 로베르를 두고 넌지시 던진 말을 알아채고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로베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 애를 못 보셨어요?” 그녀가 빌파리지 부인에게 물었다. “오늘이 토요일이니 휴가를 얻어 파리에 올 줄 알았고, 그렇다면 틀림없이 아주머니를 뵈러 올 텐데요.”
실은 마르상트 부인은 아들이 그 주에 휴가를 얻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설령 얻는다 하더라도 그가 빌파리지 부인을 찾아뵐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자기가 이 방에서 아들을 만나리라 기대하고 있었던 양 꾸며 보임으로써, 그가 여태 찾아뵙지 않은 온갖 결례를 그 성마른 아주머니에게서 용서받게 해 주려 한 것이었다.
“로베르가 여기를! 하지만 난 그 애한테서 편지 한 줄 받은 적이 없어요. 발베크 이후로는 그 애를 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요.”
“그 애가 워낙 바쁘거든요. 할 일이 어찌나 많은지.” 마르상트 부인이 변명했다.
게르망트 부인은 양산 끝으로 양탄자 위에 원을 그리며 그것을 들여다보는 동안, 희미한 미소가 그 속눈썹을 떨리게 했다. 공작이 아내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배신할 때마다, 마르상트 부인은 늘 올케를 위해 친오빠에게 맞서 편을 들어 주곤 했다. 올케는 이 감싸줌을 고맙고도 씁쓸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그래서 로베르의 장난쯤에는 스스로도 그리 심각하게 놀라지 않았다. 그때 문이 다시 열리고 로베르가 몸소 방으로 들어왔다.
“저런, 성인도 제 말 하면 오는군요!” 게르망트 부인이 말했다.
문을 등지고 있던 마르상트 부인은 아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마침내 그를 알아보았을 때, 그녀의 모정 어린 가슴은 날갯짓에 흔들리듯 기쁨으로 요동쳤고, 몸이 자리에서 반쯤 일어났으며, 얼굴이 떨렸고, 그녀는 놀라움으로 커진 눈을 로베르에게 못 박았다.
“어머나! 네가 왔구나! 이렇게 반가울 데가! 이런 뜻밖의 일이!”
“아! 성인도 제 말 하면 온다, 그거로군요.” 벨기에 외교관이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기막힌 말장난이죠?” 공작부인이 톡 쏘듯 말했는데, 그녀는 말장난을 몹시 싫어하면서도 스스로를 놀리는 척하는 구실을 붙여서야 겨우 이 하나를 시도해 본 것이었다.
“어서 와요, 로베르.” 그녀가 말했다. “이 애가 제 아주머니는 잊어버린 모양이네.”
그들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마 내 얘기였던 듯싶다. 생루가 어머니에게 가려고 그녀 곁을 떠날 때, 게르망트 부인이 나를 향해 돌아섰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요?” 하는 것이 그녀의 인사였다.
그녀는 그 하늘빛 눈길을 내게 비처럼 쏟아붓게 하고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팔이라는 줄기를 펼쳐 내게로 뻗었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가 이내 뒤로 튕기듯 물렸는데, 그 모습은 땅에 닿도록 잡아당겨졌다가 놓이자 제 본디 자리로 되돌아가는 덤불 같았다. 이렇듯 그녀는 생루의 눈길이 쏘아 대는 불길 아래에서 그리하였으니, 그 눈길은 그녀를 감시하며 아주머니에게서 무언가 더 큰 양보를 얻어 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우리 대화가 아예 끊겨 버릴까 염려한 그는,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끼어들어 나를 대신해 대답했다.
“이 친구는 요즘 그리 좋지 않아요, 꽤 지쳐 있거든요. 그런데 실은, 이 친구가 아주머니를 더 자주 뵐 수 있다면 훨씬 나아질 것 같아요. 이 친구가 아주머니를 엄청나게 흠모한다는 걸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네요.”
“어머, 그것참 고마운 말이네요.” 게르망트 부인이, 마치 내가 자기 외투라도 갖다준 것처럼 짐짓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참으로 영광이에요.”
“저, 잠깐 어머니한테 가서 이야기 좀 하고 와야겠어요. 제 의자에 앉으세요.” 생루가 말하며, 그렇게 나를 억지로 제 아주머니 곁에 앉혔다.
우리는 둘 다 말이 없다.
“난 이따금 아침나절에 당신을 봐요.” 그녀는, 내가 모르던 무언가를 알려 주기라도 하듯 말했지만, 정작 나는 한 번도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 “산책이란 참 몸에 좋은 거예요.”
“오리안.” 마르상트 부인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생페레올 부인 댁에 들르신다고 했지요. 정말 미안하지만 그 사람한테 저녁 식사는 기다리지 말라고 좀 전해 주시겠어요? 로베르가 왔으니 오늘은 집에 있을 생각이에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런 부탁까지 하기가 정말 뭐하지만, 지나는 길에 사람을 시켜 로베르가 좋아하는 시가 한 상자를 당장 사 오라고 일러 주시면 좋겠어요. ‘코로나’라는 거예요. 집에 하나도 없어서요.”
로베르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생페레올 부인이라는 이름만 얼핏 들은 참이었다.
“대체 생페레올 부인이 누구예요?” 그는 놀란 듯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물었으니, 사교계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짐짓 모르는 체하는 티를 냈기 때문이다.
“아니 얘야, 너도 잘 알잖니.” 어머니가 말했다. “베르망두아의 누이 말이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그 멋진 당구대를 준 사람이 바로 그 부인이야.”
“뭐라고요, 그 사람이 베르망두아의 누이라고요, 전혀 몰랐어요. 정말이지 우리 집안 사람들은 놀랍다니까요.” 그는, 나를 대화에 끌어들이려고 몸을 돌리며, 블로크의 생각을 빌려 오듯 자기도 모르게 블로크의 억양을 흉내 내어 말을 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을 알고 지내요, 생페레올이니”(그는 낱말마다 끝 자음을 힘주어 발음했다) “하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무도회에 가고, 빅토리아 마차를 몰고, 꿈같은 삶을 살아가지요. 놀라운 일이에요.”
게르망트 부인은 목구멍으로,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삼킬 때처럼 짧고 날카로운 소리를 살짝 냈으니, 그럼으로써 조카의 재치에 대해 친족의 법도가 자기에게 부과하는 딱 그만큼의 경의만을 표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인 하나가 들어와, 파펜하임뮌스터부르크바이니겐 대공이 노르푸아 씨에게 기다리고 있다는 전갈을 보냈다고 아뢰었다.
“그분을 안으로 모시게.” 빌파리지 부인이 늙은 대사에게 말하자, 그는 그 독일 공사를 찾아 나섰다.
“잠깐만요, 대사님. 그분께 샤를로트 황후의 세밀화를 보여 드리는 게 좋을까요?”
“그럼요, 틀림없이 무척 기뻐하실 겁니다.” 대사가 확신에 찬 어조로, 마치 그 행운의 공사에게 돌아올 호의를 부러워하기라도 하듯 말했다.
“아, 나도 알아요, 그분은 아주 건실한 분이지요.” 마르상트 부인이 말했다. “외국인 중에 그런 사람은 참 드물어요. 하지만 그분에 대해서는 죄다 알아봤어요. 반유대주의를 그대로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분이더군요.”
대공의 이름은, 그 첫 음절들이, 음악에서 표현을 빌리자면 힘차게 내리쳐지는 그 대담함 속에, 그리고 그 음절들을 운율처럼 새기는 더듬거리는 반복 속에, 게르만 민족 특유의 충동과 꾸민 듯한 소박함과 묵직한 섬세함을 간직하고 있었으니, 그것들은 독일 18세기의 창백하고도 정교하게 세공된 금박 뒤로 라인 지방 성당 창문의 신비로운 빛으로 은은히 빛나는 짙푸른 에나멜빛 “하임(heim)” 위로 푸른 나뭇가지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이 이름은, 그것을 이루는 여러 이름 가운데, 어린 시절 내가 할머니와 함께 갔던 독일의 자그마한 온천 마을의 이름을 담고 있었다. 괴테의 발길이 닿아 영광스러워진 산기슭에 자리한 그곳에서, 우리는 쿠어호프에서 그 포도밭의 이름난 포도주를, 호메로스가 제 영웅들에게 붙이는 별칭처럼 공들이고 낭랑한 이름을 지닌 그 술을 마시곤 했다. 그리하여 대공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듣자마자, 미처 그 온천 마을을 떠올리기도 전에, 그 이름 자체가 오그라들어 인간미로 그득해지고, 내 기억 속에서 매달릴 만큼 넉넉한 자그마한 자리를 찾아내는 듯했으니, 친근하고, 소박하고, 그림 같고, 감칠맛 나고, 가벼우며, 게다가 어딘가 정당하고 규정된 듯한 무언가를 지닌 채였다. 그러고 나서 게르망트 씨가 그 대공이 누구인지 설명하며 그의 여러 작위를 열거했는데, 그중에서 나는 한 마을의 이름을 알아보았다. 그 마을은, 저녁마다 하루의 요양이 끝나면 내가 모기떼 속에서 배를 타고 나가던 그 강이 꿰뚫고 지나는 곳이었으며, 또 어느 숲의 이름도 알아보았는데, 그 숲은 너무 멀어 의사가 내게 그리로 소풍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던 곳이었다. 과연 그 영주의 종주권이 주변 지역에까지 미쳐, 지도 위에서 나란히 붙어 읽을 수 있는 그 이름들을 그의 작위 목록 속에 새삼 한데 엮어 놓았다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신성 로마 제국 대공이자 프랑코니아 기사라는 그 투구 챙 아래에서, 내가 본 것은, 적어도 라인그라프이자 팔츠 선제후인 그 대공이 방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여섯 시 태양의 빛이 내게 자주 어리곤 하던, 정답고 미소 짓는 어느 땅의 얼굴이었다. 이내 나는 알게 되었으니, 그놈과 운디네가 우글거리는 그 숲과 강에서, 그리고 루터와 독일왕 루트비히의 추억을 간직한 옛 부르크가 우뚝 솟은 그 마법의 산에서 그가 거둬들이는 수입을, 그는 샤롱 자동차 다섯 대와 파리의 저택 한 채, 런던의 저택 한 채, 오페라 극장의 월요일 특별석 하나, 그리고 “프랑세” 극장의 “화요일” 좌석 하나를 유지하는 데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내가 보기에도, 또 스스로 여기기에도, 시적이라 할 것이 덜한 출신을 지녔을 뿐 비슷한 재산과 나이의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는 그들과 같은 교양과 이상을 지녔고, 자기 지위를 자랑스러워했지만 그것은 오로지 그 지위가 그에게 안겨 주는 이점 때문이었으며, 이제 인생에 오직 하나의 야심밖에 없었으니, 그것은 윤리정치학 아카데미의 통신 회원으로 선출되는 일이었고, 그것이 바로 그가 빌파리지 부인을 찾아온 까닭이었다. 베를린에서 가장 배타적인 사교계를 이끄는 여인을 아내로 둔 그가 후작부인에게 소개해 달라고 청한 것은, 그녀와 사귀고 싶다는 바람에서 나온 일이 결코 아니었다. 여러 해 전부터 학사원에 선출되고 싶다는 이 야심에 사로잡혀 온 그였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게 표를 줄 성싶은 회원의 수를 다섯 명 이상으로 헤아려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노르푸아 씨가 혼자서 적어도 열 표는 좌우할 수 있고, 능란한 교섭으로 그 수를 더 늘릴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공은, 두 사람이 다 러시아에 대사로 나가 있을 때 그를 알게 된 터라, 그를 찾아가 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온갖 힘을 다했다. 그러나 아무리 우호적인 손길을 거듭 내밀고, 후작에게 러시아 훈장을 얻어다 주고, 외교 정치에 관한 글에서 그를 인용해 본들 헛일이었으니, 그가 마주한 것은 배은망덕한 자, 이 모든 배려를 아무것도 아닌 양 여기는 눈을 가진 사람, 그의 입후보 전망을 한 치도 앞당겨 주지 않고, 심지어 제 한 표조차 약속해 주지 않은 사람이었다. 과연 노르푸아 씨는 그를 더없이 정중히 맞았고, 부디 수고롭게 “그렇게 먼 길을 일부러 오시는 번거로움을 무릅쓰지” 마시라 청하며, 몸소 대공의 저택을 찾아가기도 했으며, 그 게르만 기사가 “저는 꼭 당신의 동료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운을 떼면, 깊이 감격한 어조로 “아! 그렇게만 된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하고 대답하곤 했다. 그리고 물론 어수룩한 사람, 이를테면 코타르 박사 같으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으리라. “자, 그가 이렇게 내 집에 와 있지 않은가. 굳이 오겠다고 우긴 것도 그 사람이었으니, 이는 나를 자기보다 더 대단한 인물로 여긴다는 뜻이지. 나를 아카데미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란 아무래도 어떤 뜻은 담고 있는 법 아닌가, 제기랄. 아마 나에게 표를 주겠다고 나서지 않는 것은 그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해서겠지. 그는 내 큰 영향력을 그토록 강조하고 있으니, 짐작건대 내 입에 구운 종달새가 절로 떨어지듯 내가 원하는 지지를 다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게고, 그래서 제 표를 내밀지 않는 게야. 하지만 그를 벽에 몰아붙여 놓고 조용히 이렇게만 말하면 되겠지. ‘좋습니다, 그럼 내게 표를 주시겠지요?’ 그러면 그는 그러지 않을 수 없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