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쨌거나 블로크 부인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고 그에게 일러 주었고, 블로크 씨로 말하자면 자칫 두 눈이 멀기 십상인 그런 놀음을 그가 얼마나 즐거워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샤를뤼스 씨는 언짢은 듯했다. “그 여자는,” 그가 말했다, “죽어 버려 큰 실수를 한 셈이오. 그를 눈멀게 한다는 것으로 말하자면, 실은 유대교 회당이야말로 눈이 멀어 복음의 진리를 알아보지 못하지 않소. 어쨌거나 생각해 보시오. 이 딱한 유대인들이 죄다 그리스도인들의 어리석은 광기 앞에서 벌벌 떠는 지금 이 순간에, 나 같은 사람이 몸을 낮추어 저들의 놀음을 재미있어해 준다면 그로서는 얼마나 영광이겠소.” 바로 그때 나는 블로크 씨의 아버지가, 아마도 아들을 마중하러 가는 길이었을 텐데,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우리를 보지 못했으나, 나는 그를 샤를뤼스 씨에게 소개해 드리겠다고 나섰다. 내 말이 어떤 격노의 급류를 터뜨릴지 나는 짐작조차 못 했다. “그자를 내게 소개한다고! 자네는 사교계의 값어치라는 것을 유별나게도 모르는군! 사람들이 그렇게 쉽사리 나와 알고 지내는 게 아니오. 지금 이 경우엔, 소개하는 이가 어리고 소개받는 자가 하잘것없다는 이중의 결례가 되겠소. 기껏해야, 내가 자네에게 넌지시 말한 그 아시아풍 구경거리를 언젠가 누릴 수 있게 된다면, 나는 그 끔찍한 자에게 너그러운 마음이 담긴 몇 마디를 건넬 수는 있을 것이오. 그러나 그가 제 아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기를 받아들인다는 조건에서라면, 나는 흡족하다는 뜻을 내비치는 데까지 나아갈 수도 있겠소.” 마침 블로크 씨는 우리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사즈라 부인에게 연신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그 인사는 아주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나는 이에 놀랐으니, 지난날 콩브레에서 그녀는 내 부모가 어린 블로크를 집에 들이는 것에 분개했을 만큼 그때는 반유대주의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며칠 전, 드레퓌스주의가 세찬 돌풍처럼 블로크 씨를 그녀의 발치로 날려 보냈던 것이다. 내 아버지의 벗은 사즈라 부인을 매력적으로 여겼고, 그 부인의 반유대주의를 각별히 흡족해했는데, 그는 그것을 그녀의 신앙이 진실하다는 증거이자 그녀의 드레퓌스파 견해가 건실하다는 증거로, 또한 그녀가 그에게 허락한 방문의 값어치를 한층 높여 주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녀가 무덤덤하게 “드뤼몽 씨는 뻔뻔스럽게도 재심파를 개신교도며 유대인과 한 자루에 몰아넣더군요. 참으로 흐뭇한 뒤섞임이지요!”라고 그에게 말했을 때조차 그는 언짢아하지 않았다. “베르나르,” 그는 집에 돌아와 니심 베르나르 씨에게 자랑스레 말했다, “글쎄, 그 부인이 그런 편견을 지녔다니까!” 그러나 니심 베르나르 씨는 아무 말도 없이, 천사 같은 눈길로 하늘을 우러러볼 뿐이었다. 유대인들의 불행에 마음 아파하고, 그리스도인들과의 옛 우정을 떠올리며, 독자가 머지않아 알게 될 까닭으로 나이가 들수록 점잔 빼고 새치름해진 그는, 이제 오팔의 속살에 실오라기가 박히듯 머리털이 어울리지 않게 이식된 라파엘전파 유령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이 드레퓌스 소동은 죄다,” 여전히 내 팔을 붙든 채 남작이 말을 이었다, “딱 한 가지 폐단이 있소. 낙타 씨며 낙타 부인이며 낙타리며 낙타야드 같은 것들이 밀려들어 사교계를(고상한 사교계라고는 하지 않겠소. 사교계는 그 칭찬 어린 수식을 받을 자격을 잃은 지 오래니까) 망쳐 놓는다는 것이오. 정치적 견해 하나가 무슨 사교상의 자격이라도 주는 양, 파트리 프랑세즈니 반유대 연맹이니 하는 무슨 단체에 속한다는 이유로, 내 사촌들의 집에서까지 마주치게 되는 이 놀라운 족속들 말이오.” 샤를뤼스 씨의 이 경박함은 그가 게르망트 공작부인과 집안 내림으로 닮았음을 드러냈다. 나는 그에게 그 닮음을 언급했다. 그가 내가 그녀를 알지 못한다고 여기는 듯하기에, 나는 그가 나를 피하려는 듯 보이던 오페라 극장에서의 그 저녁을 그에게 상기시켰다. 그는 거기서 나를 본 적조차 없다고 어찌나 끈질기게 잡아떼던지 나는 하마터면 그의 말을 믿을 뻔했으나, 이내 사소한 사건 하나가, 어쩌면 지나친 자존심 탓에 샤를뤼스 씨가 나와 함께 있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했던 것이라고 나로 하여금 생각하게 했다.
“자네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자네를 위한 내 계획으로 말이오. 선생, 어떤 사람들 사이에는 하나의 비밀 결사가 있는데, 그에 대해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대열에 유럽의 현재 군주 넷이 끼어 있다는 것뿐이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의 신하들이 그 임금의 별난 취향을 고치려 애쓰고 있소. 그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며, 우리를 전쟁으로 몰고 갈 수도 있소. 그렇소, 선생, 그건 엄연한 사실이오. 자네도 중국 공주를 병 속에 가두어 두었다고 믿은 사내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오. 그것은 일종의 광기였소. 그는 그 병에서 나았소. 그러나 미치광이이기를 그친 순간 그는 그저 얼간이가 되고 말았소. 우리가 굳이 고치려 들어서는 안 될 병들이 있으니, 오직 그 병만이 더 심한 다른 병들로부터 우리를 지켜 주기 때문이오. 내 사촌 하나가 위가 좋지 않았소. 그는 아무것도 소화하지 못했소. 위에 관한 가장 학식 높은 전문가들이 그를 치료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소. 나는 그를 어느 의사에게 데려갔는데(그나저나 이 사람도 대단히 흥미로운 인물이라, 자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소), 그는 대번에 그 탈이 신경 탓임을 알아챘소. 그는 제 환자를 설득해, 무엇이든 먹고 싶은 대로 거리낌 없이 먹으라 이르고, 소화가 넉넉히 견뎌 낼 것이라 장담했소. 그런데 내 사촌은 신장염도 앓고 있었소. 위는 너끈히 소화해 내는 것을 얼마 지나면 콩팥이 걸러 내지 못하게 되는 법이라, 내 사촌은, 식이요법을 지키게 만드는 상상 속의 위병을 지닌 채 곱게 늘그막을 누리는 대신, 위는 나았으되 콩팥은 망가진 채 마흔에 죽고 말았소. 자네 또래보다 대단히 큰 이점을 지녔으니, 누가 알겠소, 자네는 어쩌면,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하던 인류 한복판에서 어떤 선한 천사가 증기와 전기의 비밀을 일러 주었더라면 과거의 어느 걸출한 인물이 되었을 법한 그런 사람이 될지도 모르오. 어리석게 굴지 말고, 조심스러움 때문에 마다하지 마시오. 알아 두시오, 내가 자네에게 큰 봉사를 한다면, 나는 자네에게서 그에 못지않게 큰 보답을 기대한다는 것을. 사교계 사람들이 내 흥미를 끌지 못하게 된 지도 이제 여러 해요. 내게 남은 열정은 오직 하나, 아직 순결하고 미덕으로 불타오를 수 있는 한 영혼에 내 지식의 은택을 베풂으로써 내 삶의 과오들을 만회하려는 것이오. 선생, 나는 큰 슬픔들을 겪었고, 언젠가 자네에게 그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오. 나는 아내를 잃었는데, 그녀는 사람이 보기를 꿈꿀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고귀하며 가장 완벽한 존재였소. 내게는 젊은 친척들이 있으나, 그들은, 자격이 없다고까지는 하지 않겠소만, 내가 말해 온 그 도덕적 유산을 받아들일 능력이 없는 자들이오. 누가 알겠소, 어쩌면 자네야말로 그것이 넘어갈 손의 주인, 내가 그 삶을 이끌어 그토록 드높은 경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일지 모르오. 그 보답으로 내 삶도 얻는 바가 있을 것이오. 어쩌면 자네에게 외교의 크나큰 비밀들을 가르치는 사이에 나 자신도 그에 대한 취미를 되찾아, 마침내 자네도 똑같이 몫을 나눌 정말로 뜻있는 일들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오. 그러나 그것을 가늠하려면 나는 자네를 자주, 아주 자주, 날마다 보아야 하오.”
나는 샤를뤼스 씨의 이 뜻밖의 친절을 틈타, 그의 형수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줄 수 없겠느냐고 물어볼까 생각하던 참에, 문득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듯 팔이 거세게 홱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제 팔을 내 팔에서 황급히 빼낸 것은 샤를뤼스 씨였다. 그는 이야기하는 동안 눈을 사방으로 굴리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으면서도, 옆길에서 우리 쪽으로 걸어오던 다르장쿠르 씨를 이제야 막 알아챈 것이었다. 우리를 보자 다르장쿠르 씨는 근심스러운 기색이 되어, 내게 불신에 찬 눈길을, 게르망트 부인이 블로크를 훑어보던, 제 종족과는 다른 종족의 생물에게나 던질 법한 그런 눈길에 가까운 것을 던지고는, 우리를 피하려 했다. 그러나 샤를뤼스 씨는 그에게 눈에 띄는 것을 조금도 꺼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기로 작정한 듯, 대수롭지도 않은 말을 전하려는 것뿐이면서 그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어쩌면 다르장쿠르 씨가 나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염려하여, 샤를뤼스 씨는 내가 빌파리지 부인과 게르망트 공작부인과 로베르 드 생루의 절친한 벗이며, 자기 자신, 곧 샤를뤼스로 말하자면 내 할머니의 오랜 벗이어서 그녀에게 품은 애정의 얼마쯤을 그 손자에게 베풀 수 있어 기쁘다고 그에게 일러 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빌파리지 부인 댁에서 내가 그에게 겨우 인사만 나눈 사이였고 이제 샤를뤼스 씨가 그에게 내 집안에 대해 장황히 이야기해 주었건만, 다르장쿠르 씨가 낮에 보였던 것보다 눈에 띄게 더 차갑게 나를 대함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 뒤로도 오랫동안 그는 우리가 마주칠 때마다 똑같은 서먹함을 보였다. 이제 그는 다정함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호기심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우리 곁을 떠나며 잠시 망설인 끝에 내게 손을 내밀었다가 곧바로 거두어들일 때는 본능적인 혐오감마저 억눌러야 하는 듯 보였다.
“그 일은 유감이오.” 샤를뤼스 씨가 말했다. “저 다르장쿠르라는 자는, 태생은 좋으나 됨됨이는 못되고, 외교관으로는 무능하다 못해 형편없으며, 남편으로는 못 말릴 위인이고, 연극 속 인물처럼 늘 여자 꽁무니나 쫓아다니는데, 정말로 위대한 것을 이해할 능력은 없으면서 망가뜨릴 능력만은 완벽하게 갖춘 그런 부류의 하나요. 나는 우리의 우정이, 만일 언젠가 맺어진다면, 바로 그 위대한 것 가운데 하나가 되기를 바라오. 그리고 나 또한 그러하겠지만, 게으름이나 서투름이나 짐짓 부리는 심술로 오래가도록 만들어진 듯한 것을 짓밟는 저 나귀들의 뒷발질에서 그 우정을 멀찍이 지켜 줌으로써 자네가 나를 영예롭게 해주기를 바라오. 안타깝게도, 사람이 마주치는 자들 대부분이 바로 그 거푸집에서 빚어진 것들이오.”
“게르망트 공작부인은 무척 총명하신 듯합니다. 저희는 오늘 낮에 전쟁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부인은 그 주제에 유달리 밝으신 모양이더군요.”
“그런 게 전혀 아니오.” 샤를뤼스 씨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여자들은, 하기야 남자들도 대부분, 내가 자네에게 하려던 이야기를 아무것도 알지 못하오. 내 형수는 매력적인 여인이오만, 아직도 우리가 여자들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던 발자크 소설 시절에 살고 있는 줄 안다오. 지금으로선 그 집에 드나드는 것이 자네에게 나쁜 영향밖에 줄 수 없으니, 하기야 어디를 드나든들 마찬가지지만. 그것이 바로, 저 얼간이가 내 말을 끊었을 때 내가 자네에게 막 하려던 이야기 가운데 하나였소. 자네가 나를 위해 치러야 할 첫 번째 희생은, 내가 자네에게 베푸는 선물에 걸맞게 그 희생을 자네에게 요구할 참인데, 사교계에 발을 들이는 것을 그만두는 일이오. 오늘 낮에 그 얼빠진 다과회에서 자네를 보고 나는 마음이 언짢았소. 나 자신도 거기 있지 않았느냐고 자네는 상기시킬지 모르오만, 내게 그것은 사교 모임이 아니라 그저 친족 방문이었소. 훗날 자네가 지위를 확고히 세운 뒤라면, 잠시 그런 자리로 몸을 낮추어 내려가는 것이 자네에게 재미가 된다 한들, 어쩌면 해될 것 없을지도 모르오. 그리고 내가 자네에게 얼마나 값진 존재가 될 수 있는지는 굳이 짚어 말할 필요도 없소. 게르망트가로, 그리고 자네에게 문을 열어 줄 만한 다른 어느 집으로든 통하는 ‘열려라 참깨’는 내 손에 달렸소. 내가 그 판관이 될 것이며, 이 판국의 주인으로 남을 작정이오.”
나는 샤를뤼스 씨가 빌파리지 부인 댁에 대한 내 방문을 두고 한 말을 틈타, 그녀가 사교계에서 정확히 어떤 지위를 차지하는지 알아보려 했으나, 그 물음은 내 입에서 내가 뜻하던 것과는 다른 형태를 띠어, 나는 대신 그에게 빌파리지 가문이 어떤 집안이냐고 물었다.
“그건 자네가 내게 아무개 가문이 어떤 집안이냐고 물은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소.” 샤를뤼스 씨가 대답했다. “내 고모는 사랑에 이끌려 티리옹 씨라는 사내와 혼인했는데, 하기야 그자는 엄청난 부자였고 누이들도 놀라우리만치 좋은 데로 시집을 갔소.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자는 스스로를 빌파리지 후작이라 일컬었소. 그것이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는 않았고, 기껏해야 제 자신에게 조금, 그것도 아주 조금 해가 되었을 뿐이오! 무슨 속셈이었는지는 나도 모르오. 짐작건대 그자는 실제로 ‘빌파리지의 무슈’, 곧 빌파리지에서 태어난 신사였을 것이오. 자네도 알다시피 빌파리지란 파리 외곽의 작은 고장 이름이니 말이오. 내 고모는 집안에 그런 후작 작위가 있었던 척 꾸미려 했고, 매사를 그럴듯하게 갖추어 놓고 싶어 했소. 왜 그랬는지는 나도 말 못 하겠소. 권리도 없는 이름을 취할 바에야 정식 격식을 흉내 내지 않는 편이 나은 법이오.”
빌파리지 부인이 실은 티리옹 부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녀의 모임이 뒤죽박죽 섞인 성격임을 보았을 때 내 평가 속에서 이미 시작되었던 추락을 완성했다. 나는 작위도 이름도 아주 최근에 생겨난 여인이, 왕족들과의 친분을 빌미로 이렇게 동시대인들을, 나아가 후대까지도 똑같이 속여 넘길 수 있다는 것이 부당하게 여겨졌다. 이제 그녀가 다시금 내가 어린 시절에 짐작했던 그대로의 사람, 곧 귀족다운 데라고는 조금도 없는 사람이 되고 보니, 그녀 둘레에 모여든 이 쟁쟁한 친척들이 그녀에게는 여전히 낯선 이들로 남아 있는 듯 보였다. 그녀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상냥했다. 나는 이따금 그녀를 찾아뵈었고 그녀는 때때로 내게 자잘한 선물을 보내 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포부르 생제르맹에 속한다는 인상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고, 만일 그에 관한 무슨 정보라도 얻고 싶었다면 그녀야말로 내가 마지막으로 찾아갈 축에 드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샤를뤼스 씨가 말을 이었다, “사교계에 발을 들이는 것은 자네의 지위를 망치고 자네의 지성과 성품을 뒤틀어 놓을 뿐이오. 게다가 자네는 벗을 고르는 데 각별히 조심해야 하오. 정부(情婦)를 두는 거야, 자네 집안이 반대만 않는다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실은 나도 권할 따름이오, 이 개구쟁이 같으니, 머지않아 면도를 시작해야 할 개구쟁이 같으니.” 그가 내 턱에 손가락을 문지르며 나를 놀렸다. “허나 사내 친구를 고르는 일은 더 중요하오. 젊은이 열 가운데 여덟은 자네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수 있는 하찮은 악당이요 못된 것들이오. 가만, 내 조카 생루라면 아쉬운 대로 자네에게 꽤 알맞은 벗이오. 자네의 앞날로 말하자면 그는 자네에게 아무 쓸모도 없겠으나, 그 몫은 나 하나로 넉넉하오. 그리고 실상,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네가 나에게 물릴 때쯤 함께 나다닐 상대로서는, 내가 아는 한 그에게 이렇다 할 흠은 없어 보이오. 어쨌든 그는 사내대장부이지, 요즘 흔히 눈에 띄는, 꼭 어린 ‘렌터’ 같아서 언제든 제 순진한 희생자들을 교수대로 끌고 갈 법한 그런 계집 같은 것들과는 다르오.” 나는 이 ‘렌터’라는 은어의 뜻을 알지 못했다. 그 뜻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가 그 말을 쓰는 데에 나만큼이나 크게 놀랐을 것이다. 사교계 사람들은 늘 은어를 즐겨 쓰고, 어떤 일로 넌지시 의심받을 만한 사람들은 그런 말을 입에 올리기를 두려워하지 않음을 보이고 싶어 한다. 그들 눈에는 그것이 결백의 증거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분별을 잃어, 어떤 농지거리가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지나치게 낯 뜨거워져서, 순진함이 아니라 오히려 타락의 증거가 되는 그 지점을 더는 헤아리지 못한다. “그는 나머지 것들과는 다르오. 몸가짐이 반듯하고, 정말로 착실하오.”
나는 이 ‘착실하다’는 말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으니, 샤를뤼스 씨가 그 말에 실은 억양은, 어린 여점원을 두고 ‘착실하다’고 말할 때처럼, ‘품행이 바르다’, ‘몸가짐이 얌전하다’는 뜻을 거기에 부여하는 듯했다. 바로 그때 삯마차 한 대가 거리를 지그재그로 누비며 지나갔다. 마부석을 버린 젊은 마부가 안쪽에서 그것을 몰고 있었는데, 그는 방석에 늘어져 누운 채, 보아하니 얼근히 취해 있었다. 샤를뤼스 씨는 대뜸 그를 세웠다. 마부는 실랑이를 걸어왔다.
“어느 쪽으로 가시오?”
“자네가 가는 쪽으로.” 이 말은 나를 놀라게 했으니, 샤를뤼스 씨는 이미 등불 빛깔이 비슷한 삯마차를 여러 대나 물린 뒤였기 때문이다.
“거참, 난 마부석엔 올라가기 싫은데. 이 아래 그냥 있어도 되겠소?”
“안 되네. 대신 포장은 내려야 하오. 자, 내 제안을 곰곰 생각해 보시오.” 나와 헤어질 채비를 하며 샤를뤼스 씨가 말했다, “내 제의를 궁리하도록 며칠 여유를 주겠소. 편지를 보내시오. 거듭 말하지만, 나는 자네를 날마다 보아야 하고, 자네에게서 충심과 신중함의 보증을 받아야 하오. 하기야 그 점은, 내 말해 두거니와, 자네가 갖춘 듯 보이오. 그러나 나는 살아오면서 겉모습에 하도 여러 번 속아 넘어간 터라, 다시는 그것을 믿고 싶지가 않소. 제기랄, 보물을 내주기 전에 그것이 어떤 손으로 넘어가는지쯤은 내가 알아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 아니겠소. 좋소, 내가 자네에게 내미는 것을 마음에 새겨 두시오. 자네는 갈림길에 선 헤라클레스와 같소(딱하게도 자네에게는 그만한 근육은 없어 보이오만). 미덕으로 이끄는 길을 택하지 않은 것을 평생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애써 보시오. 이보게!” 그는 마부에게 돌아섰다, “아직 포장을 안 내렸나? 내가 직접 하지. 보아하니 자네 꼴이 그 모양이니, 아무래도 내가 모는 편이 낫겠군.”
그는 마부 옆에 훌쩍 올라타 고삐를 잡았고, 말은 총총걸음으로 달려 나갔다.
나로 말하자면, 우리 집 대문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나는 그날 낮에 블로크와 노르푸아 씨 사이에 오간 것을 들었던 그 대화의 짝을, 다만 다른 형태로, 짤막하고 뒤집히고 잔혹한 형태로 마주쳤다. 그것은 드레퓌스를 믿는 우리 집 집사와 반드레퓌스파인 게르망트가의 집사 사이의 언쟁이었다. 지상에서, 곧 서로 겨루는 두 연맹, 파트리 프랑세즈와 드루아 드 롬(인권 연맹)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부딪치던 온갖 진리와 반(反)진리는, 어느새 아래로, 민중 여론의 밑바닥 토양으로 빠르게 번져 내려가고 있었다. 레나크 씨는 감정에 호소하여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었으나, 정작 그 자신에게 드레퓌스 사건은 그저 반박할 수 없는 하나의 이론으로 이성에 다가올 뿐이어서, 그는 그 뒤에 세상이 일찍이 본 적 없는, 합리적 정략의 가장 놀라운 승리로(누군가의 말로는 프랑스에 맞선 승리로) 그 이론을 입증해 냈다. 두 해 만에 그는 비요 내각을 클레망소 내각으로 갈아치우고, 여론을 위에서 아래까지 뒤집어 놓았으며, 피카르를 감옥에서 꺼내어, 배은망덕하게도, 육군부에 앉혔다. 어쩌면 이 이성주의적 군중 조종자 자신도 제 혈통의 꼭두각시였는지 모른다. 가장 많은 진리를 담은 철학 체계들조차 궁극에는 그 저자들에게 감정의 이유가 받아쓰게 한 것임을 우리가 알진대, 드레퓌스 사건 같은 단순한 정치 문제에서 이런 종류의 이유가, 정작 추론하는 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이성을 좌우하지 않았으리라고 어찌 여길 수 있겠는가. 블로크는 자신이 논리의 사슬에 이끌려 드레퓌스주의를 택했다고 믿었으나, 정작 제 코며 살갗이며 머리털은 제 종족이 그에게 지운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의심할 바 없이 이성은 그보다는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 그러나 이성도 제 스스로 정하지 않은 어떤 법칙들에는 복종하는 것이다. 게르망트가의 집사와 우리 집 집사의 경우는 유별났다. 이제 프랑스를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갈라놓은 드레퓌스주의와 반드레퓌스주의라는 두 조류의 물결은 대체로 잠잠했으나, 그것들이 이따금 내뿜는 메아리만은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그 사건을 비껴 가며 나누던 대화 도중에, 대개는 거짓이나 늘 그것이 참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떤 정치 소식을 슬그머니 내놓는 것을 들으면, 그 예측의 성질로부터 그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미루어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어떤 대목들에서는, 한편의 소심한 포교와 다른 한편의 의로운 분노가 서로 맞부딪쳤다. 내가 들어설 때 언쟁하던 그 두 집사는 이 통례에 예외를 이루었다. 우리 집 집사는 드레퓌스가 유죄라는 뜻을 넌지시 내비쳤고, 게르망트가의 집사는 그가 무죄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제 속마음을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교활함에서, 그리고 서로 맞선 경쟁의 날카로움에서 나온 것이었다. 우리 집 집사는 재심이 명해질지 어떨지 확신하지 못한 터라, 혹여 재심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부터 공작댁 집사에게서 정의로운 대의가 꺾이는 것을 보는 기쁨을 앗아 두고자 했다. 공작댁 집사는, 재심이 거부될 경우, 죄 없는 사람이 악마의 섬에 갇혀 있는 데에 우리 집 집사가 더 분개하리라고 생각했다. 문지기는 곁에서 지켜보았다. 나는 게르망트가에서 불화를 일으키는 자가 그는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위층으로 올라갔고, 할머니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것을 알았다. 얼마 전부터 할머니는 정확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모른 채 몸이 좋지 않다고 호소해 왔다. 우리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왕국에 속한, 아득히 먼 세계의 존재에게 사슬로 묶여 있음을, 우리를 알지 못하고 우리로서는 도무지 뜻을 전할 수 없는 그 존재, 곧 우리의 육체에 묶여 있음을 어쩔 수 없이 깨닫게 되는 것은 병이 든 순간이다. 길에서 강도를 만났다고 하자. 우리의 곤경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의 이해타산에 호소하여 그를 설득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육체에게 연민을 구하는 일은 문어 앞에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것과 같아서, 우리의 말이 그에게는 밀물 소리 이상의 뜻을 지닐 수 없으며, 그런 존재와 더불어 살라는 선고를 받았음을 알게 되면 우리는 소스라칠 것이다. 할머니의 발작은, 언제나 우리 쪽으로 돌려져 있던 그 주의력 탓에, 흔히 눈에 띄지 않은 채 지나가곤 했다. 통증이 심할 때면 할머니는 그것을 낫게 하려는 마음에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헛되이 이해하려 애썼다. 할머니의 육체가 무대가 된 그 병적인 현상들이 할머니의 정신에는 어둡고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남아 있었지만, 그것들은 육체와 같은 자연의 왕국에 속한 어떤 존재들에게는 분명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마치 낯선 이방인이 말을 걸어올 때 통역을 맡아 줄, 그의 나라 사람을 찾으려 하듯이, 육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듣기 위해 인간의 정신이 차츰 의지하는 법을 배운 그런 존재들 말이다. 그들은 우리의 육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그 노여움이 중한 것인지 곧 가라앉을 것인지 우리에게 일러 준다. 할머니를 진찰하러 부른 코타르는, 할머니가 편찮으시다고 우리가 말하자마자 메마른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물어 우리를 격분케 했다. “편찮으시다고요? 흔히들 말하는 꾀병은 아닌 게 확실합니까?” 그는 우유 요법으로 환자의 불안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들이켜는 우유 수프도 할머니에게는 아무런 차도를 주지 못했으니, 할머니가 거기에 소금을 듬뿍 쳤기 때문이었다(비달이 아직 그 발견을 내놓지 않은 때라, 소금의 해로운 작용은 그때껏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의학이란 의사들이 잇달아 저지른, 서로 모순되는 오류들의 집성이어서, 그중 가장 현명한 이를 불러 도움을 청할 때에도, 몇 해 뒤면 그 오류가 밝혀질 어떤 과학적 진리에 우리가 기대고 있을 공산이 크다. 그러니 의학을 믿는다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이겠으나, 그것을 믿지 않는 것은 더 큰 어리석음이니, 이 오류의 더미에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숱한 진리가 솟아났기 때문이다. 코타르는 우리에게 할머니의 체온을 재라고 일렀다. 체온계를 가져왔다. 관의 거의 전 길이에 수은이 보이지 않았다. 관 밑바닥, 그 작은 방에 웅크린 은빛 도롱뇽을 겨우 알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죽은 듯 보였다. 유리 갈대를 할머니의 입속에 밀어 넣었다. 오래 물릴 것도 없었으니, 그 작은 마녀는 지체 없이 별점을 쳤다. 우리는 그것이 제 탑 중턱에 걸터앉아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우리가 물은 그 숫자를, 할머니의 정신이 스스로를 아무리 세심히 살핀들 도저히 내놓을 수 없었을 그 숫자를 또렷이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음을 알았다. 38도였다. 우리는 처음으로 얼마간 불안을 느꼈다. 우리는 그 불길한 눈금을 지우려는 듯 체온계를 세게 흔들었으니, 마치 그렇게 하면 눈금 위에 나타난 숫자와 함께 환자의 열도 내릴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아아, 그 작은 무녀가 아무리 분별이 없다 한들 함부로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님은 너무나 분명했다. 이튿날 체온계를 할머니의 입술 사이에 끼우기가 무섭게, 거의 단숨에, 한 번 도약하듯이, 제 확신과 우리에게는 감지되지 않는 사실에 대한 제 직관에 우쭐대며, 그 작은 예언자는 같은 지점에 가차 없는 부동으로 멈춰 서서, 반짝이는 지팡이 끝으로 다시 한번 그 38도를 가리켰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일러 주지 않았다. 우리가 아무리 갈망하고 찾고 애원한들 소용없었으니, 그것은 우리의 간청에 귀먹은 채였다. 마치 이것이 그것의 마지막 말, 하나의 경고이자 위협인 듯싶었다. 그리하여 그것으로 하여금 대답을 바꾸도록 다그치려고, 우리는 같은 왕국에 속하되 더 힘센 또 다른 존재에게 의지했다. 육체에게 묻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에 명령할 수 있는 존재, 곧 오늘날의 아스피린과 같은 부류이면서 그때는 아직 쓰이지 않던 해열제였다. 우리는 체온계를 37.5도 밑으로 내리지 않은 채, 거기서 더 오르지 않기를 바랐다. 우리는 할머니에게 그 약을 삼키게 한 다음 체온계를 다시 입에 물렸다. 마치 더 높은 권위자가 서명한, 그 비호를 구해 온 통행증을 내밀면, 그것이 제대로 되었음을 확인하고는 “좋소, 할 말 없소. 그렇다면 지나가시오” 하고 답하는 냉혹한 문지기처럼, 이번에는 탑 위의 그 감시자가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뿌루퉁하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게 너희에게 무슨 소용이람? 너희가 키니네와 한편이니, 그 사람이 나더러 올라가지 말라고 한 번, 열 번, 스무 번 명할 수도 있겠지. 그러다 그 사람도 내게 이르는 데 지칠 거야, 나는 그 사람을 알거든. 어서 가 보라고. 이게 언제까지 가지는 않아. 그러고 나면 너희가 훨씬 나아질 테고.” 그러자 할머니는 제 안에서, 인간의 육체를 저 자신보다 더 잘 아는 한 존재의 임함을, 지상에서 사라진 종족들과 동시대를 살아온 자의 임함을, 생각하는 인간이 창조되기 훨씬 전에 있던 지상 최초의 거주자의 임함을 느꼈다. 할머니는 그 억겁의 오랜 동맹자가 제 머리와 심장과 팔꿈치를, 다소 거칠게나마, 두드려 보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약한 곳들을 찾아내고, 이내 벌어지기 시작한 태곳적 싸움을 위해 모든 것을 채비했다. 순식간에 짓밟힌 피톤, 곧 열병은, 할머니가 온갖 왕국을 가로질러 모든 동물과 식물의 생명을 넘어 손을 뻗어 감사드리고 싶어 했을 그 강력한 화학 물질에게 굴복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 숱한 세기의 안개를 뚫고 언뜻 본, 식물이 창조되기조차 이전의 기후에 대한 그 일별에 마음이 흔들린 채였다. 그동안 체온계는, 더 오랜 어떤 신에게 잠시 굴복한 운명의 마녀처럼, 제 은빛 물렛가락을 꼼짝없이 붙들고 있었다. 아아! 인간이 스스로의 길 없는 숲속에서는 뒤쫓을 수 없는 그 신비로운 사냥감을 쫓도록 길들인 다른 하급의 존재들은, 매일같이 우리에게 잔인하게도 일정한 양의 단백질을 알려 왔다. 많지는 않았으나, 우리가 밝혀내지 못하는 어떤 끈질긴 병과도 관련이 있는 듯 보일 만큼은 한결같은 양이었다. 베르고트는, 뒤 불봉 박사를 두고, 나를 지루하게 하지 않을 의사, 아무리 이상해 보일지언정 내 정신의 특이함에 맞춰 줄 치료법을 찾아낼 의사라고 내게 말함으로써, 내 지성을 낮추어 굽히게 하던 내 안의 그 세심한 본능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관념은 우리 안에서 스스로를 변모시키고, 처음에 우리가 그것을 맞이하며 보인 저항을 이겨 내며, 그것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줄도 몰랐던 풍요로운 지적 자산을 양식으로 삼는다. 그리하여, 우리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 관해 들은 어떤 이야기가 우리 안에 위대한 재능이라는, 일종의 천재라는 관념을 일깨우는 힘을 지녔을 때면 늘 그러하듯이,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뒤 불봉 박사에게, 남들보다 더 꿰뚫어 보는 눈으로 진리를 알아보는 이가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그 무한한 신뢰를 바쳤다. 나는 그가 신경병 쪽으로 한결 전문가임을, 샤르코가 죽기 전에 그가 신경학과 정신의학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리라 예언했던 바로 그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아! 그건 저는 모르겠어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방 안에 있다가 샤르코라는 이름을, 뒤 불봉이라는 이름과 마찬가지로 처음 듣는 프랑수아즈가 끼어들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그럴 수도 있지요”라고 말하는 것을 조금도 막지는 못했다. 그녀의 “그럴 수도”라거나 “아마도”라거나 “저는 모르겠어요” 하는 말들은 그런 순간에 유독 사람을 짜증나게 했다.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당연히 자넨 몰랐겠지,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알지 못하니까. 한데 그게 가능한지 아닌지 어떻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자넨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나. 아무튼 이제 와서 샤르코가 뒤 불봉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고는 못하지. 방금 우리가 일러 주었으니 자넨 아는 걸세. 그러니 자네의 ‘아마도’니 ‘그럴 수도’니 하는 말은 낄 자리가 없어, 그건 엄연한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