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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⑮

3권 제2부 · 제2장

La douleur est un fruit, Dieu ne le fait pas croître
Sur la branche trop faible encor pour le porter.

아니, 이게 더 낫겠네요.

Les morts durent bien peu.
Hélas, dans le cercueil ils tombent en poussière
Moins vite qu’en nos cœurs!”

그리고 환멸의 미소가 우아한 물결을 그리며 그녀의 애수 어린 입술을 오므리는 동안, 공작부인은 매혹적이고 맑고 푸른 두 눈의 꿈꾸는 듯한 시선을 다르파종 부인에게 붙박았다. 나는 그 두 눈을, 그리고 느릿하게 끄는 말투와 거친 맛을 지닌 그녀의 목소리를 차츰 알아 가고 있었다. 그 두 눈과 그 목소리에서 나는 콩브레 언저리 자연의 삶을 많이 알아보았다. 분명, 그 목소리가 이따금 흙의 투박함을 도드라지게 하는 그 꾸밈새에는 한 가지 이상의 요소가 담겨 있었으니, 게르망트 가문의 한 갈래가 지닌 순전히 지방적인 뿌리, 나머지보다 오래도록 더 그 고장에 매여 있고 더 억세고 더 거칠고 더 도발적으로 남아 있던 그 뿌리가 그 하나요, 또한 정말로 기품 있는 사람들, 그리고 기품이란 말을 점잔 빼며 하는 데 있지 않음을 아는 재치 있는 사람들의 어법이 또 하나며, 그리고 중간 계급보다 자기네 농민들과 더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귀족들의 어법이 또 하나였다. 이 모든 특색을 게르망트 부인은 그 여왕 같은 지위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드러내 보이며, 돛을 죄다 펼치듯 마음껏 펼쳐 낼 수 있었다. 같은 목소리가, 그녀가 몹시 싫어하던 몇몇 자매에게도 있었던 모양인데, 그녀들은 그녀보다 덜 총명했고, 이름 없는 귀족들과의 혼인을 두고 이런 부사를 지어내도 된다면, 거의 평민처럼 시집을 갔으며, 지방 영지에, 또는 파리에서는 빛날 것 없는 어느 포부르 생제르맹에 틀어박힌 채, 이 목소리를 역시 지녔으나 힘닿는 데까지 그것을 억누르고 바로잡고 누그러뜨렸으니, 마치 우리 가운데 누구든 제 독창성을 믿고 나서서 가장 인정받는 본보기를 부지런히 베끼는 데 힘 쏟지 않는 일이 지극히 드문 것과 같았다. 그러나 오리안은 자매들보다 훨씬 더 총명했고, 훨씬 더 부유했으며, 무엇보다 훨씬 더 유행의 첨단에 있었고, 데 롬 대공비 시절 웨일스 공과 어울리면서도 어찌나 능란하게 제멋대로 굴었던지, 이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하나의 매력임을 깨닫고서, 성공으로 보답받은 독창성의 용기를 발휘해, 사교의 영역에서 그것을, 연극의 영역에서 레잔이나 잔 그라니에가 (물론 이는 그 두 여배우 각각의 장점과 재능을 견주려는 뜻이 아니다) 제 목소리로 만들어 낸 것과 같은 무엇으로, 곧 감탄스럽고 남다른 무엇으로 빚어냈으니, 어쩌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레잔가와 그라니에가의 어떤 자매들은 그것을 결함으로 여겨 감추려 애썼을지도 모른다.

자기 고장 특유의 독창성을 드러낼 이 모든 이유에다, 게르망트 부인이 좋아하는 작가들, 곧 메리메와 메이야크와 알레비는, 자연스러운 것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그녀가 그것을 통해 시에 다다르게 되는 산문적인 것에 대한 감각과, 내 눈앞에 먼 풍경을 불러일으키는 순전히 사교계다운 정신을 더해 주었다. 게다가 공작부인은 이런 영향에 자기 나름의 예술적 탐구를 더해, 자기 말 대부분에 대해 스스로 가장 ‘일드프랑스’답고 가장 ‘샹파뉴’답게 느껴지는 발음을 골랐을 법도 했으니, 비록 시누이 마르상트만큼은 아니었어도, 그녀는 옛 프랑스 작가가 썼음 직한 순수한 어휘 말고는 좀처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적 말씨의 잡다한 짜깁기에 싫증이 났을 때, 그녀가 훨씬 적은 생각을 담아낸다는 걸 알면서도, 게르망트 부인의 말을 듣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편안함이었으니, 그녀와 단둘이 있으면서 그녀가 말의 흐름을 한층 더 절제하고 또렷이 다듬을 때면, 그것은 옛 노래를 들을 때 드는 것과 거의 같은 느낌이었다. 그럴 때, 게르망트 부인을 바라보고 그 말에 귀 기울이노라면, 나는 그녀의 두 눈에 깃든 영원하고 고요한 오후에 갇힌 채, 일드프랑스나 샹파뉴의 하늘이, 생루의 두 눈에서와 똑같은 기울기로 비스듬히, 잿빛 도는 푸르름으로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이 여러 겹의 형성을 통해 게르망트 부인은 한꺼번에 가장 오래된 귀족적 프랑스를, 그다음으로는 훨씬 뒤의 원천에서 비롯된, 7월 왕정 아래 브로이 공작부인이 빅토르 위고를 즐기며 또 흠잡았을 법한 그 방식을, 그리고 끝으로 메리메와 메이야크에서 솟아난 문학에 대한 예리한 취향을 드러냈다. 이 형성들 가운데 첫째 것은 둘째 것보다 나를 더 끌어당겼고,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그토록 달랐던 포부르 생제르맹으로의 순례와 그 도착이 안긴 실망을 달래는 데 더 큰 몫을 했다. 그러나 둘째 것조차 나는 마지막 것보다는 더 좋아했다. 왜냐하면 게르망트 부인이 거의 저절로 게르망트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닌 동안에는 그러했으니, 그녀의 파유롱 취미, 소(小) 뒤마에 대한 애호는 의식적이고 짐짓 꾸민 것이었다. 이 취향은 내 것과는 정반대였으므로, 내 생각으로 그녀는 포부르 생제르맹 이야기를 할 때 오히려 문학을 빚어냈고, 문학을 논할 때만큼 어리석게 포부르 생제르맹다워 보인 적은 없었다.

이 마지막 인용에 마음이 움직인 다르파종 부인이 외쳤다. “‘Ces relics du cœur ont aussi leur poussière!’ 저기, 이걸 제 부채에 적어 주셔야 해요,” 그녀가 게르망트 에게 말했다. “가엾은 여자, 딱하기도 하지!” 파름 대공비가 게르망트 부인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정말이지 마님, 마음 여려지실 것 없어요, 그이는 제 몫을 받았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합니다만, 그이는 그래도 정말로 그를 사랑하고 있어요!” “어머, 천만에요, 그이는 그럴 능력이 없어요. 방금 뮈세의 시구를 되뇌면서 빅토르 위고를 인용하는 줄 알았던 것과 꼭 마찬가지로, 그이는 자기가 그를 사랑한다고 여기는 거죠. 들어 보세요,” 공작부인이 우수 어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참된 감정에 저보다 더 감동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바로 어제 그이는 바쟁과 끔찍한 소동을 벌였어요. 전하께서는 아마 그가 다른 여자들을 사랑해서, 더는 그이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줄 아시겠죠. 천만에요, 그가 그이의 아들들을 자키 클럽에 넣어 주려 하지 않아서였어요. 마님께서는 그걸 사랑에 빠진 여자의 행동이라 하시겠어요? 아니죠, 저는 더 나아가겠어요,” 게르망트 부인이 또박또박 덧붙였다. “그이는 유별나게 무정한 사람이랍니다.” 그러는 동안 게르망트 는 아내가 빅토르 위고를 ‘거침없이’ 논하며 그 시를 인용하는 것을 만족감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듣고 있었다. 공작부인이 그를 자주 짜증 나게 할지언정, 이런 순간이면 그는 그녀를 자랑스러워했다. “오리안은 정말 대단하오. 무슨 얘기든 할 수 있고, 안 읽은 게 없지. 오늘 저녁 대화가 빅토르 위고로 흘러가리라고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을 텐데 말이오. 어떤 주제를 꺼내든 그녀는 채비가 되어 있고, 가장 박식한 학자들과도 능히 맞설 수 있소. 이 젊은이도 단단히 매료됐을 게 틀림없어.”

“자, 화제를 바꾸도록 해요,” 게르망트 부인이 말을 이었다. “그이는 몹시 예민하니까요. 저를 아주 구식이라 여기시겠죠,” 그녀가 내 쪽으로 돌아서며 운을 뗐다. “요즘엔 시 속의 사상을, 얼마간 생각이 담긴 시를 좋아하는 게 약점으로 여겨진다는 걸 저도 알아요.” “구식이라뇨?” 파름 대공비가, 미처 예기치 못한 이 새로운 물결이 자기 안에 일으킨 옅은 전율에 떨며 물었으니, 하기야 그녀는 게르망트 공작부인의 대화가 늘 자기를 위해 이런 끊임없고 즐거운 충격을, 그 숨 막히는 당혹을, 그리고 그 뒤엔 본능적으로 화장실에서 족욕을 하고 ‘혈액 순환을 되살리려’ 힘차게 거니는 일의 필요로 생각이 향하게 되는 그 개운한 탈진을 예비해 두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저로서는 아니에요, 오리안,” 브리사크 부인이 말했다. “저는 빅토르 위고가 사상을 지녔다는 데엔 조금도 반대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죠, 하지만 그가 그 사상을 순전한 괴물스러움 속에서 찾으려는 데엔 반대한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를 문학 속 추함에 길들인 게 바로 그 사람이잖아요. 추한 것이라면 실제 삶에도 이미 넘칠 만큼 있는데 말이죠.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그걸 잊게 해 주면 안 되나요. 실제 삶에서라면 눈길을 돌려야 할 괴로운 광경, 바로 그것이 빅토르 위고를 끌어당기는 거예요.”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