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집안 얘기가 나온 김에 말인데요, 오리안,” 대공비가 말했다. “어제 당신 조카 생루를 봤어요. 그이가 당신한테 뭔가 부탁할 게 있는 모양이던데요.” 게르망트 공작이 올림포스 신 같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기가 몸소 어떤 편의를 봐줄 마음이 없을 때면, 그는 아내가 그 책임을 떠맡지 않기를 바랐다. 결국은 매한가지가 되리라는 것, 그리고 공작부인이 부탁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사람들이 그 양보를, 남편 혼자 부탁한 경우와 똑같이 이 집안 공동의 몫으로 셈해 넣으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이는 왜 나한테 직접 말하지 않았을까요?” 공작부인이 말했다. “어제 여기 와서 두어 시간이나 있었는데, 얼마나 사람을 따분하게 굴었는지 하늘만이 알걸요. 우리가 아는 많은 사람들처럼 그저 바보로 만족할 분별만 있었어도, 그이가 남보다 더 어리석을 것도 없을 텐데요. 얄팍하게 발라 놓은 그 지식이 끔찍한 거예요. 그이는 열린 정신을 지키고 싶어 하지요, 자기가 이해 못 하는 온갖 것에 열린 정신을요. 당신한테 모로코 얘기를 늘어놓는다니까요. 소름이 다 끼쳐요.”
“그이는 라셸 때문에 거기로 돌아갈 수 없어요.” 푸아 대공이 말했다. “설마, 이제 둘이 갈라섰는데.” 드 브레오테 씨가 끼어들었다. “갈라서기는커녕, 며칠 전에 로베르의 방에서 그 여자를 봤는걸요, 도무지 다툰 사람들처럼은 안 보였다니까요, 장담해요.” 푸아 대공이 대답했다. 그는 로베르의 혼삿길을 망칠 만한 소문이라면 무엇이든 퍼뜨리기를 좋아했는데, 하기야 사실상 끝나 가던 그 관계가 이따금 되살아나던 한 대목에 속아 넘어간 것일 수도 있었다.
“그 라셸이 나한테 당신 얘기를 하더군요, 나는 아침마다 샹젤리제로 가는 길에 그 여자를 그렇게 보곤 하는데, 그 여자는 당신들 말로 하면 일종의 ‘덜렁이’랄까, 당신들이 ‘고삐 풀린’ 여자라 부르는 그런 부류, 일종의 ‘동백꽃 여인’ 같은 거지요, 물론 비유로 하는 말이지만요.” 이 말은 폰 대공이 내게 건넨 것이었는데, 그는 늘 프랑스 문학과 파리의 유행어에 훤한 사람처럼 보이기를 좋아했다.
“어머, 바로 그거였어요, 모로코 말이에요!” 대공비가 이 틈을 놓칠세라 뛰어들며 외쳤다. “대체 그 애가 모로코에서 뭘 바란다는 거요?” 게르망트 씨가 엄하게 물었다. “오리안은 거기서 그 애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소, 그 애도 뻔히 알면서.” “그이는 자기가 전략이란 걸 발명한 줄 안다니까요,” 게르망트 부인이 화제를 이어 갔다. “게다가 지극히 하찮은 것에도 당치도 않은 말을 갖다 쓰지요, 그러면서도 편지에는 온통 잉크 얼룩을 묻혀 놓고요. 요전 날엔 숭고한 감자를 얻었다느니, 숭고한 특별석을 잡았다느니 하고 떠벌리더라니까요.” “그 애는 라틴어까지 지껄이오.” 공작이 한술 더 떴다. “저런! 라틴어를요?” 대공비가 숨을 삼켰다. “정말이라니까요! 내 말이 사실이 아닌지 마님께서 오리안한테 물어보셔도 좋소.” “그럼요, 마님. 요전 날엔 우리한테 대뜸, 생각할 틈도 없이 이러더라니까요. ‘나는 sic transit gloria mundi의 이보다 더 가슴 뭉클한 예를 알지 못한다.’ 지금 제가 대공비께 이 구절을 그대로 옮겨 드릴 수 있는 건, 끝없이 캐묻고 언어학자들에게까지 매달린 끝에 겨우 그것을 복원해 냈기 때문이에요. 로베르는 숨도 안 쉬고 그걸 내뱉어서, 거기에 라틴어가 들어 있다는 걸 알아채기조차 어려웠거든요, 그이는 꼭 상상병 환자에 나오는 인물 같았다니까요. 그런데 이게 다 그저 오스트리아 황후의 죽음을 두고 한 말이었어요!” “가여운 분!” 대공비가 외쳤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분이었는데요.” “그래요,” 공작부인이 대답했다. “조금 미치고, 조금 고집스러웠지만, 아주 마음씨 고운 분이었지요, 상냥하고 인정 많은 정신 나간 분이랄까. 다만 그분에 대해 내가 도무지 알 수 없던 한 가지는, 어째서 자기 입에 맞는 틀니를 끝내 못 맞췄느냐는 거예요. 그 틀니가 늘 말하다 말고 반쯤에서 헐거워져서, 그분은 말을 뚝 끊어야 했지요, 안 그랬다간 그걸 삼켜 버렸을 테니까요.” “그 라셸이 나한테 당신 얘기를 하면서, 젊은 생루가 당신을 떠받든다고, 자기보다 당신을 더 아낀다고 하더군요.” 폰 대공이 내게 말했다. 그는 말하면서 도깨비처럼 음식을 게걸스레 삼켰고, 얼굴은 시뻘겠으며, 이는 그 끊임없는 히죽거림에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 여자는 나를 질투하고 미워하겠군요.” 내가 말했다. “천만에, 그 여자는 당신에 대해 온갖 좋은 말을 다 하던걸요. 푸아 대공의 정부라면, 그가 그녀보다 당신을 더 좋아할 경우 질투하겠지만요. 못 알아들으시겠소? 나랑 같이 집으로 갑시다, 내가 다 설명해 드리리다.” “안 되겠는데요, 열한 시에 드 샤를뤼스 씨 댁에 가기로 되어 있어서요.” “이런, 그 사람은 어제 나한테도 사람을 보내 오늘 저녁 같이 저녁을 들자고 청했는데, 열한 시 십오 분 전이 지나서는 오지 말라더군요. 하지만 그이한테 꼭 가야 한다면, 적어도 테아트르프랑세까지는 나랑 같이 갑시다, 그럼 당신은 ‘주변부’에 있게 될 테니.” 대공이 말했다. 그는 이 마지막 낱말이 “가까움”이나 어쩌면 “중심”을 뜻한다고 여긴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거칠지만 잘생긴 그 붉은 얼굴에 박힌 툭 튀어나온 눈이 나를 겁먹게 해서, 나는 친구가 나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며 사양했다. 이 대답이 내게는 조금도 무례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공은 그것을 달리 받아들인 모양인지, 내게 더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나폴리 왕비를 뵈러 가야겠어요, 그분에게 얼마나 큰 슬픔이겠어요.” 파름 대공비가 말했다(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말한 듯 들렸다). 그녀의 말은, 비록 낮은 소리이긴 했으나 폰 대공이 내게 건네는 말이 사이를 가로막은 탓에 어렴풋하게만 내게 닿았기 때문이다. 폰 대공은 더 크게 말했다간 푸아 대공에게 엿들릴까 봐 겁냈던 것이 틀림없다. “어머, 천만에요!” 공작부인이 대답했다. “나는 그게 슬픔이기는커녕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봐요.” “아무것도 아니라니! 당신은 늘 그렇게 극단으로 치닫는구려, 오리안.” 게르망트 씨가, 파도에 맞서 그 물마루의 거품을 더 높이 튀어 오르게 하는 절벽 노릇을 다시 떠맡으며 말했다.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건 바쟁이 나보다 더 잘 알아요.” 공작부인이 대답했다. “하지만 저이는 마님이 계시니까 엄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여기는 거예요, 내가 마님을 놀라게 할까 봐 겁이 나서요.” “아, 제발, 그러지 마세요, 부탁이에요.” 파름 대공비가, 게르망트 공작부인 댁의 이 감미로운 금요일 모임, 스웨덴 여왕조차 아직 맛볼 권리를 얻지 못한 이 금단의 열매가 자기 탓에 조금이라도 달라질까 봐 겁내며 외쳤다. “글쎄, 그분이 얘기한 상대가 바로 바쟁이었다니까요, 저이가 짐짓 슬픈 표정으로 그분께 이렇게 여쭈었을 때 말이에요. ‘한데 왕비께서 상복을 입고 계시니, 여쭙건대 폐하께 그토록 큰 슬픔을 안긴 이가 누구입니까?’ 그러자 ‘아니에요, 깊은 상은 아니고, 가벼운 상, 아주 가벼운 상이에요, 내 언니랍니다.’ 실은 그분은 그 일을 기뻐하고 있어요, 바쟁도 뻔히 알듯이 말이에요, 바로 그날 저녁 우리를 야회에 초대하고, 나한테 진주 두 알을 주셨는걸요. 그분이 날마다 언니를 하나씩 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언니의 죽음을 슬퍼하기는커녕, 그분은 그 일로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니까요. 아마 그분도 로베르처럼 속으로 이렇게 되뇌겠지요, ‘sic transit…’ 그다음이 어떻게 되는지는 잊었네요.” 그녀는 그다음이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면서도 짐짓 겸손하게 덧붙였다.
이 모든 말을 하면서 게르망트 부인은 그저 재치를 부리고 있었을 뿐, 조금도 진심이 아니었다. 나폴리 왕비는, 마찬가지로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달랑송 공작부인처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고 제 혈육을 아주 진심으로 애도했으니 말이다. 게르망트 부인은 제 사촌들인 그 고귀한 바이에른 자매를 너무나 잘 알았기에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이는 모로코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요.” 파름 대공비가, 게르망트 부인이 아주 무심코 내밀어 준 로베르라는 이름의 횃대에 다시 부랴부랴 내려앉으며 말했다. “당신은 드 몽세르푀이 장군을 아는 걸로 알아요.” “아주 조금요.” 공작부인이 대답했다. 실은 그녀는 문제의 그 장교와 절친한 사이였다. 대공비가 생루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어머, 그럼요, 그이를 만나면요,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공작부인은 거절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에게 무언가를 부탁해야 할 문제가 되자마자, 드 몽세르푀이 장군을 만날 기회는 삽시간에 저 멀리로 벌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 애매함은 공작을 만족시키지 못했으니, 그는 아내의 말을 가로막았다. “당신은 그를 만나지 못하리라는 걸 뻔히 알잖소, 오리안, 게다가 이미 두 가지나 부탁했는데 그는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고. 내 아내는 남에게 좋은 일 해 주는 데 사족을 못 쓰지.” 그는 점점 더 화를 돋우며 말을 이었다. 대공비가 청을 거두게 만들되, 아내의 착한 성품은 조금도 문제 삼지 않고, 그리하여 드 파름 부인이 그 탓을 본디 훼방 놓기 좋아하는 자기 성격 쪽으로 돌리게 하려는 것이었다. “로베르는 몽세르푀이한테서 원하는 건 뭐든 얻어 낼 수 있소. 다만 그 애가 자기가 뭘 원하는지 자기도 모르니까, 우리더러 대신 부탁하게 하는 거지, 그렇게 하면 일을 통째로 그르치는 데 그보다 나은 방법이 없다는 걸 아니까 말이오. 오리안은 몽세르푀이한테 너무 많은 청을 넣었소. 이제 이 사람이 부탁하면 그로선 거절할 구실이나 되지.” “아, 그렇다면 공작부인은 아무것도 안 하는 편이 낫겠네요.” 드 파름 부인이 말했다. “당연하지요!” 공작이 논의를 매듭지었다. “가여운 장군, 선거에서 또 낙선했다지요.” 대공비가 화제를 로베르에게서 돌리려고 말했다. “아, 심각할 것 없소, 이번이 겨우 일곱 번째니까.” 공작이 말했다. 자기 자신도 정계에서 물러나야 했던 그는, 남들이 선거에서 낙선했다는 소식을 듣기를 꽤나 즐겼다. “그는 아내한테 아이를 하나 더 안겨 주는 걸로 제 마음을 달랬다더군.” “저런! 그 가여운 드 몽세르푀이 부인이 또 몸이 무거워졌다고요?” 대공비가 외쳤다. “그럼요,” 공작이 대답했다. “그거야말로 가여운 장군이 한 번도 당선에 실패한 적 없는 유일한 선거구니까요.”
그 뒤로 이어진 시기에 나는, 단출한 모임일 때조차도, 언젠가 손님들이 생트샤펠의 사도들처럼 나란히 앉아 있으리라 상상했던 그 만찬에 끊임없이 초대받게 되었다. 실제로 그들은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처럼 그곳에 모였는데, 그것은 그저 물질적인 음식을(하기야 그 음식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종의 사교적 성찬을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몇 차례의 만찬을 거치는 동안 나는 주인 내외의 벗들과 두루 안면을 트게 되었고, 그들은 어찌나 뚜렷하게 자애로운 후견의 기색을 담아(늘 부모 같은 애정을 품어 온 사람을 대하듯) 나를 소개했던지, 그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무도회를 열면서 초대 명단에 내 이름을 넣지 않는다면 공작 내외에 대한 도리를 저버리는 것이라 여기지 않을 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동시에, 게르망트가의 저장고에 감춰져 있던 이켐 포도주를 홀짝이면서, 나는 공작이 손수 다듬고 신중하게 손질하던 갖가지 조리법에 따라 요리된 멧새 고기를 맛보았다. 그렇지만 이미 여러 차례 그 신비로운 식탁에 무릎을 들이밀어 본 사람에게 후자를 먹는 일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게르망트 씨와 부인의 오랜 벗들은 만찬이 끝난 뒤, 스완 부인이라면 “이쑤시개를 들고”라고 했을 법한 모양새로, 미리 기별도 없이 찾아와, 겨울이면 불 밝힌 따뜻한 큰 응접실에서 tilleul 한 잔을, 여름이면 바깥의 작고 네모진 좁은 정원의 어둠 속에서 오랑자드 한 잔을 들었다. 게르망트가에서 이렇게 정원에서 보내는 저녁이면 오랑자드 말고 다른 것이 나온 기록은 없었다. 거기에는 일종의 의례적인 의미가 있었다. 다른 음료를 곁들인다는 것은 전통을 훼손하는 일처럼 보였을 터, 마치 포부르 생제르맹의 성대한 초대 모임이 거기에 연극이나 음악까지 곁들이면 더는 초대 모임이 아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손님은 그저, 설령 그 수가 오백 명에 이를지라도, 이를테면 게르망트 대공비에게 인사를 드리러 온 것으로 여겨져야 했다. 사람들은 내가 이 오랑자드에 삶은 버찌나 삶은 배의 즙을 담은 병을 하나 더 곁들이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내 영향력에 감탄했다. 나는 그 때문에 아그리장트 대공을 싫어하게 되었는데, 그는 상상력은 없으면서 탐욕은 모자라지 않은 온갖 사람들이 그렇듯, 남이 무엇을 마시는지에 유난히 관심을 두고 자기도 조금 맛보아도 되겠느냐고 묻는 부류였다. 그러니 매번 아그리장트 씨는 내 몫을 줄여 내 즐거움을 망쳐 놓았다. 이 과일즙이란 아무리 마셔도 그 갈증을 채워 줄 만큼 넉넉히 나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익히면 마치 꽃 피던 지난 계절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과일의 빛깔을 맛으로 옮겨 놓은 이 음료만큼 물리지 않는 것도 없다. 봄날의 과수원처럼 발그레하거나, 아니면 어쩌면 과일나무 아래 산들바람처럼 투명하고 서늘한 그 즙은, 한 방울 한 방울 그 향기를 맡고 그 속을 들여다보게 하는데, 아그리장트 씨는 번번이 내가 그것을 실컷 마시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이렇게 우려낸 즙들이 곁들여졌음에도 전통의 오랑자드는 tilleul처럼 변함없이 이어졌다. 이런 소박한 형태로나마 사교적 성찬은 여전히 베풀어졌다. 이 점에서 아마도 게르망트 씨와 부인의 벗들은, 결국 내가 애초에 상상했던 대로, 겉모습만 보고 짐작했던 것보다 여느 사람들과 훨씬 더 다른 존재로 남아 있었던 셈이다. 수많은 노신사들이 공작부인에게서 변함없는 그 음료와 더불어, 흔히 살가움과는 거리가 먼 대접을 받으러 찾아왔다. 한데 이것이 속물근성 탓일 리는 없었으니, 그들 자신이 그보다 위가 없는 지체 높은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화려함을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어쩌면 화려함을 좋아하기는 했겠지만, 굳이 그토록 까다로운 사교적 조건을 따르지 않고도 눈부신 화려함의 본보기를 얼마든지 누릴 수 있었을 터였다. 바로 같은 날 저녁이면, 엄청난 부호 금융가의 매력적인 아내가, 스페인 국왕을 위해 이틀간 벌이는 성대한 사냥 모임에 그들을 끼워 넣을 수만 있다면 세상 무엇이라도 내놓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 초대를 마다하고, 게르망트 부인이 집에 있는지 어김없이 물으러 찾아왔던 것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자기네 견해와 온전히 들어맞는 의견이나 각별히 따뜻한 마음씨를 만나리라는 확신조차 없었다. 게르망트 부인은 이따금 드레퓌스 사건이며 공화국이며 반종교법에 관해, 심지어 낮은 목소리로 그들 자신에 관해, 그들의 약점이며 그들 대화의 따분함에 관해, 그들이 못 들은 척해야만 하는 말들을 툭툭 던지곤 했다. 틀림없이 그들이 그곳을 드나드는 버릇을 이어 간 것은, 사교적인 일들에 관한 한 미식가로서 갈고닦은 더없이 세련된 안목 덕분이요, 그 사교적 요리가 지닌 최상의 완벽한 품질, 익숙하고 안심되며 물기 어린 그 풍미, 섞임도 흠도 없는 그 맛에 대한 또렷한 의식 덕분이었으며, 그 요리의 기원과 내력을 그들에게 그것을 내어 주는 여주인 못지않게 훤히 꿰고 있었으니, 이 점에서 그들은 스스로 여기는 것보다 더 “고귀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만찬 뒤 내가 소개받은 손님들 가운데, 파름 대공비가 말하던 바로 그 몽세르푀이 장군이 마침 끼어 있었다. 그는 게르망트 부인의 응접실을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단골 가운데 하나였는데도, 정작 부인은 그가 그날 저녁 그곳에 오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내 이름을 듣더니, 내가 마치 최고전쟁위원회 의장이라도 되는 양 내 앞에서 허리를 굽혔다. 공작부인이 자기 조카를 몽세르푀이 씨에게 천거하기를 사실상 거절한 것은, 그저 남에게 호의를 베풀기 싫어하는 뿌리 깊은 마음 탓이려니 나는 짐작했었다. 그런 마음에 있어서는, 사랑에서는 몰라도 재치에서만큼은, 공작이 아내의 공범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한층 더 나무랄 만한 무관심을 보았으니, 대공비가 흘린 몇 마디로 미루어 로베르가 위험한 자리에 있어 거기서 빼내는 편이 현명하리라는 짐작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나를 역겹게 한 것은 게르망트 부인의 진짜 심술이었다. 파름 대공비가 자기가 직접 자기 책임으로 장군에게 한마디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머뭇머뭇 내비쳤을 때, 공작부인은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만류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마,” 그녀가 소리쳤다. “몽세르푀이는 새 정부에 아무런 지위도 영향력도 없답니다. 괜히 입만 아프실 거예요.” “저이가 우리 말을 들을 것 같은데요,” 대공비가 공작부인더러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는 눈치로 나직이 속삭였다. 공작부인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 “전하, 걱정 마세요, 저이는 말뚝처럼 귀가 먹었으니까요.” 그 말은 한 마디 한 마디 또렷하게 장군에게 가닿았다. “실은 생루 씨가 그리 안전하지 않은 곳에 있는 듯해서요,” 대공비가 말했다. “어쩌겠어요?” 공작부인이 대꾸했다. “그 애도 남들과 똑같은 처지인걸요. 다른 점이라곤 애초에 그리로 보내 달라고 청한 게 그 애 자신이라는 것뿐이죠. 게다가, 아니에요, 실은 그리 위험하지도 않답니다. 정말 위험하다면 제가 얼마나 애를 태우며 돕고 싶어 할지 짐작이 가시죠. 만찬 중에 생조제프에게 그 얘기를 해 두었어야 했는데. 그이가 훨씬 영향력이 있고, 정말 일 잘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이제 가 버렸네요. 그래도 그이한테 부탁하는 편이, 지금 아들 셋이 모로코에 가 있는 데다 그 애들을 교체해 달라고 청하기를 마다한 이 사람한테 가는 것보다는 덜 거북할 거예요. 이 사람은 그걸 핑계로 삼을지도 모르거든요. 전하께서 그토록 고집하시니, 다시 만나거든 생조제프에게 말해 보겠어요. 아니면 보트레이유에게든지요. 하지만 둘 다 못 만난다 해도 로베르를 두고 부질없이 안쓰러워하실 것 없어요. 요전에 그 애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우리한테 설명해 주었는데, 그보다 더 좋은 자리는 바라지도 못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