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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⑦

4권 제1부 · 제1장

“제 아들들이랍니다.” 쉬르지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는데, 그녀가 좀 더 눈치가 빨랐다면, 굳이 더 정숙해지지 않고도 그 두 뺨이 붉어지지는 않았으리라. 그랬다면 그녀는, 샤를뤼스 가 젊은 남자에게 드러내는 그 완전한 무관심이나 빈정거림의 태도가, 그가 여자에게 보이는 지극히 겉치레뿐인 찬탄과 마찬가지로 진심이 아니며 그의 참된 본성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가 한없이 더없이 어여쁜 찬사를 바칠 수 있는 여자라 하더라도,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가 어떤 남자에게 던지는, 그러고 나서는 알아보지도 못한 척할 그 눈길을 두고는 얼마든지 질투할 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눈길은 샤를뤼스 가 여자를 위해 간직해 두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으니, 깊은 곳에서 솟아나 야회에서조차 저도 모르게 젊은이들 쪽으로 순진하게 흘러가고 마는 각별한 눈길, 마치 재봉사의 눈이 당신의 옷차림에 대뜸 달라붙어 제 직업을 드러내고 마는 그런 눈길이었다.

“오, 참으로 묘하군!” 샤를뤼스 는, 마치 자신이 짐짓 짐작하던 바와는 딴판인 현실에 이르기까지 그의 머리가 먼 길을 지나야 한다는 듯, 오만함을 감추지 않고 대꾸했다. “하지만 나는 저들을 모르오!” 그는 반감을 표하는 데 조금 지나쳤다가 자기를 소개시켜 주려는 후작부인의 뜻을 마비시키지나 않을까 저어하여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두 아이를 소개해 드려도 될까요?” 쉬르지 부인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아니, 이런, 원하시는 대로 하시오, 기꺼이 그러리다만, 나야 저런 젊은이들에게 그리 재미난 상대는 못 될 게요.” 샤를뤼스 는 마지못해 예의를 차리도록 떠밀리는 사람 특유의 망설임과 냉랭함을 띤 어조로 읊조리듯 말했다.

“아르뉠프, 빅튀르니앵, 어서 이리 오너라.” 쉬르지 부인이 말했다. 빅튀르니앵은 선뜻 일어섰다. 아르뉠프는 형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으면서도 순순히 그 뒤를 따랐다.

“이번엔 아들들 차례로군.” 생루가 중얼거렸다. “웃겨 죽을 지경이야. 저 양반은 마당의 개한테까지 비위를 맞추려 든다니까. 게다가 더 우스운 건, 우리 외삼촌이 저런 예쁘장한 애송이들을 질색한다는 거지. 그런데도 저것 좀 봐, 얼마나 진지하게 저들 얘기를 듣고 있는지. 저들을 소개하겠다고 나선 게 나였다면 나한테는 한바탕 호통을 쳤을 거야. 참, 나는 오리안한테 인사하러 가봐야겠어. 파리에 있을 틈이 워낙 없어서, 여기 온 사람들 가운데 명함이라도 두고 가야 할 이들을 죄다 만나 두고 싶거든.”

“저들은 참으로 기품 있는 태를 지녔군요, 그 태도가 어찌 그리 매력적인지.” 샤를뤼스 가 말하고 있었다. “그리 보이시나요?” 쉬르지 부인이 몹시 기뻐하며 대답했다.

스완은 나를 알아보고 생루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의 유대인다운 쾌활함은 사교계 인사로서의 재담만큼 세련되지는 못했다. “안녕들 하시오.” 그가 우리에게 말했다. “저런! 우리 셋이 이렇게 모여 있으니, 사람들은 신디케이트 회합이라도 열린 줄 알겠구먼. 조금만 있으면 금고를 찾으려 들겠어!” 그는 바로 등 뒤에 보세르푀이 가 서서 자기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장군은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바로 곁에서 샤를뤼스 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대 이름이 빅튀르니앵이라니, Cabinet des Antiques를 따서 지은 거로군.” 남작은 두 젊은이와의 대화를 늘이려고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발자크에서 따온 거지요, 그렇습니다.” 형 쪽 쉬르지가 대답했는데, 그는 그 소설가의 글이라고는 한 줄도 읽은 적이 없었으나, 며칠 전 가정교사가 그의 세례명과 데그리뇽의 이름이 닮았다고 일러 준 참이었다. 쉬르지 부인은 아들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 것을, 그리고 이런 박식의 과시 앞에서 샤를뤼스 가 넋을 잃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루베가 전적으로 우리 편이라는군요, 아주 믿을 만한 소식통에서 들었습니다.” 스완이 생루에게 알렸는데, 이번에는 장군에게 들리지 않도록 낮은 목소리였다. 스완은 드레퓌스 사건이 자신의 주된 관심사가 된 지금에 와서는 아내의 공화파 인맥이 한결 흥미롭게 여겨지기 시작한 터였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대의 마음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오.”

“꼭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완전히 잘못 짚으셨어요.” 로베르가 대답했다. “그건 고약한 일이고, 제가 거기에 손을 담갔던 게 후회스럽습니다. 제가 나설 일이 아니었지요. 다시 처음부터라면 저는 그 일에서 멀찍이 비켜서 있겠습니다. 저는 군인이고, 제 첫째 의무는 군을 떠받치는 것이니까요. 잠시 스완 와 함께 계시겠다면, 저는 곧 돌아오겠습니다, 숙모님께 가서 얘기를 좀 나눠야 해서요.” 그러나 그가 이야기하러 간 상대는 앙브르사크 이었고, 나는 그가 그녀와의 약혼 가능성에 대해 내게 거짓말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언짢았다. 반 시간쯤 전에 마르상트 부인이 그를 그녀에게 소개했다는 것을, 그리고 앙브르사크 집안이 대단한 부자여서 그 부인이 이 결혼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나는 마음이 놓였다.

“이제야,” 샤를뤼스 가 쉬르지 부인에게 말했다. “교양을 갖춘, 책을 읽은, 발자크가 무슨 뜻인지 아는 젊은이를 하나 만나는군요. 게다가 그런 부류가 가장 드물어진 곳에서, 내 동류(同類)의 한 사람,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의 집안에서 그를 만나니 더욱 기쁩니다.” 그는 그 말에 힘을 주어 덧붙였다. 게르망트 사람들이 만인을 평등하게 여긴다고 표방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았다. 하지만 ‘가문 있는’ 사람들 틈에 끼게 되는 큰 자리에서는, 더구나 상대가 자기들만큼 좋은 가문은 못 되어 기꺼이 치켜세워 줄 만하고 또 그럴 능력이 있을 때면, 그들은 서슴없이 케케묵은 집안 내력을 늘어놓곤 했다. “한때는,” 남작이 말을 이었다. “귀족이라는 말이 지성에서나 마음에서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뜻했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 가운데 빅튀르니앵 데그리뇽의 이름이라도 들어 본 첫 사람을 여기서 만납니다. 아니, 첫 사람이라고 한 건 틀렸군요. 폴리냐크도 하나, 몽테스키우도 하나 있으니.” 샤를뤼스 는 이렇게 덧붙였는데, 이 두 이름을 나란히 대는 것이 후작부인의 마음을 반드시 설레게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그대의 아드님들이 박식한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지요, 외조부께서 18세기 물건을 유명하게 모으셨으니. 언젠가 저와 오찬을 함께해 주시는 기쁨을 베풀어 주신다면 제 것도 보여 드리리다.” 그는 젊은 빅튀르니앵에게 말했다. “발자크가 손수 고쳐 쓴 자국이 있는 Cabinet des Antiques의 흥미로운 판본을 보여 드릴 수 있소. 두 빅튀르니앵을 마주 세우게 되다니 더없이 즐겁겠구려.”

나는 차마 스완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는 병자의 몸이 화학 반응을 관찰하는 한낱 증류기로 변해 버리는, 그런 탈진의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프러시안 블루의 자잘한 반점으로 얼룩져 있었는데, 그 빛깔은 살아 있는 것들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 듯했고, 학교에서 ‘실험’을 하고 난 뒤 ‘과학’ 교실에 남아 있기를 그토록 역겹게 만드는 그런 냄새를 풍겼다. 나는 그에게 게르망트 대공과 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느냐고, 무슨 이야기였는지 말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지,” 그가 말했다. “하지만 우선 잠깐 샤를뤼스 와 쉬르지 부인과 함께 다녀오게, 나는 여기서 자넬 기다리겠네.”

과연 샤를뤼스 는, 이 방이 너무 덥다며 다른 방으로 가서 잠시 앉아 있자고 쉬르지 부인에게 권한 참이었는데, 그 어머니를 따라오도록 청한 것은 두 아들이 아니라 나였다. 이런 식으로 그는, 이미 그들을 낚아 놓고 나자 두 젊은이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어진 척 꾸며 보였다. 더구나 그가 내게 베푼 것은 그리 값나가지 않는 아첨이었으니, 쉬르지 부인은 평판이 뚜렷이 나빴던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가 빠져나갈 길 없는 벽감에 자리를 잡기 무섭게, 남작의 조롱거리인 생퇴베르트 부인이 곁을 지나갔다. 그녀는, 어쩌면 자신이 샤를뤼스 에게 불러일으키는 악감정을 감추려고, 아니면 드러내 놓고 무시하려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와 저토록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여인과 자신이 가까운 사이임을 보이려고, 그 이름난 미인에게 짐짓 깔보는 듯 다정한 인사를 건넸고, 미인 쪽에서는 곁눈질로 샤를뤼스 를 훔쳐보며 조롱하는 미소를 띤 채 그 인사를 받았다. 그러나 벽감이 어찌나 좁았던지, 생퇴베르트 부인은 우리 등 뒤에서 이튿날의 손님들을 끌어모으는 일을 계속하려다가 그만 갇힌 신세가 되어,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으니, 샤를뤼스 로서는 이 두 젊은이의 어머니 앞에서 자신의 방자한 재치를 뽐내고 싶던 터라, 이 값진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내가 아무런 악의 없이 그에게 던진 어리석은 질문 하나가, 그에게 개선의 찬가를 부를 빌미를 주었고, 우리 뒤에 거의 옴짝달싹 못 하고 서 있던 가엾은 생퇴베르트로서는 그 노래를 한 마디도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글쎄 이것 좀 믿어지시오, 이 건방진 젊은이가,” 그는 나를 쉬르지 부인에게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조금 전에 나한테, 그런 볼일은 남몰래 보게 마련이라는 그 삼감의 기색이라고는 없이, 내가 생퇴베르트 부인 댁에 갈 거냐고 묻지 뭐요,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배앓이라도 하는 거냐고 물은 셈이지. 어느 경우든 나라면 그 볼일은, 내 기억이 옳다면 내가 세상에 나다니기 시작할 무렵에 이미 백수(百壽)를 축하하던 분의 댁보다는, 좀 더 편안한 곳에서 치르려 애쓰겠소, 물론 그 댁에서 나다닌 건 아니지만. 그렇긴 해도 그분만큼 듣기에 흥미로운 이가 또 있을까? 제1제정과 왕정복고 시절에 보고 겪은 역사적 추억이 얼마나 그득한지, 게다가 은밀한 내력까지, 그거야 조금도 ‘성(聖)’스러울 것은 없겠지만, 저 늙은 말의 정강이에 아직 남은 뒷발질만으로 미루어 보건대 필경 어지간히 ‘푸르뎅뎅’하겠지요. 그런 격정의 시절에 관해 그분께 캐묻지 못하게 막는 것은 다름 아닌 내 후각 기관의 예민함이오. 그 부인이 가까이 오는 것만으로 족하지. 나는 대뜸 속으로 뇌까린다오. 오, 이런 세상에, 누가 내 오물통 뚜껑을 깨뜨렸군, 하고 말이오, 실은 후작부인이 무슨 초대의 말을 뱉으려 입을 여는 것일 뿐인데. 그러니 내가 불행히도 그 댁에 가는 낭패를 겪는다면, 그 오물통이 어마어마한 분뇨 수레로 부풀어 오르리라는 걸 짐작하시겠지요. 그런데도 그분은 신비로운 이름을 지녔으니, 그 이름은 나를 늘 환희에 젖어 떠올리게 만든다오, 정작 그분은 제 환희의 축년(祝年)을 넘긴 지 오래건만, 저 물러 터졌다는 소리를 듣는 어리석은 시구 하나를 말이오. ‘아, 초록빛, 그날 내 영혼은 어찌 그리 초록빛이었던가….’ 하지만 나는 좀 더 깨끗한 초록이 필요하오. 사람들 말로는 저 지칠 줄 모르는 늙은 거리의 여자가 ‘가든파티’를 연다지, 나라면 그걸 ‘하수구 탐방 초대’라 부르겠소. 그대도 거기서 뒹굴 참이오?” 그가 쉬르지 부인에게 물었는데, 이번에는 그녀도 언짢아했다. 남작에게는 안 갈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싶었으나, 생퇴베르트의 야회를 놓치느니 차라리 제 목숨에서 며칠을 떼어 주고 말 심정이던 그녀는, 어중간한 태도, 곧 불확실함으로 그 자리를 모면했다. 그런데 이 불확실함이 어찌나 어설프게 아마추어 같고 어찌나 지저분하게 속물적인 꼴을 띠었던지, 샤를뤼스 는, 그러면서도 비위를 맞추고 싶어 하던 쉬르지 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염려도 없이, 자기에게는 ‘그런 것쯤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그녀에게 보이려고 웃기 시작했다.

“저는 계획을 세우는 분들이 늘 부러워요.” 그녀가 말했다. “저는 마지막 순간에 제 계획을 곧잘 바꾸거든요. 여름 원피스 문제 하나로 모든 게 달라질 수도 있고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기분에 따라 움직이려고요.”

나로 말하자면, 샤를뤼스 가 방금 늘어놓은 그 고약한 험담에 격분해 있었다. 나는 그 가든파티를 여는 이에게 축복이라도 잔뜩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불행히도 사교계에서나 정치판에서나, 희생자들이란 어찌나 비겁한지 그들을 괴롭히는 자들에게 오래 분개해 있을 수가 없다. 우리가 입구를 막고 있던 그 벽감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생퇴베르트 부인은, 남작 곁을 지나며 무심코 그의 몸을 스쳤고, 온갖 노여움을 말끔히 지워 버리는 속물근성의 반사 작용으로, 어쩌면 이번이 처음이 아닐 그 접근의 실마리라도 잡을 요량으로 이렇게 외쳤다. “어머! 죄송합니다, 샤를뤼스 씨, 제가 아프게 해 드린 건 아닌지요.” 마치 제 주군 앞에 무릎이라도 꿇은 듯한 태였다. 상대는 폭넓은 야유의 미소로만 답할 뿐, 겨우 “안녕하시오” 한마디를 건넸는데, 그것도 그녀가 인사를 건넨 뒤에야 비로소 후작부인이 거기 있음을 알아챘다는 투로 뱉은지라, 그것은 도리어 더한 모욕이었다. 끝내 생퇴베르트 부인은, 내가 그녀를 위해 딱하게 여길 만큼 지독히도 기개 없는 태도로, 나에게 다가와 나를 한쪽으로 끌더니 귀에 대고 말했다. “저, 제가 샤를뤼스 께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사람들 말이, 그분이 저를 자기한테 어울릴 만큼 세련되지 못하다고 여기신다더군요.” 그녀는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말했다. 나는 정색을 하고 있었다. 우선은, 정말이지 자기만큼 세련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녀 자신이 믿거나 남들도 그리 믿기를 바라는 듯이 구는 것이 어리석어 보였다. 다음으로, 우습지도 않은 제 말에 저렇게 실컷 웃어 대는 사람들은, 그 웃음의 책임을 스스로 떠맡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거기에 끼어들지 않아도 되게끔 해 주는 법이다.

“또 어떤 이들은, 그분이 제가 초대를 안 해서 골이 나신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분은 제게 딱히 기미를 주지도 않으세요. 저를 피하시는 것 같아요.” (이 표현이 내게는 부족하게 여겨졌다.) “좀 알아봐 주세요, 그리고 내일 와서 말해 줘요. 만약 그분이 뉘우치고 자기도 오고 싶어 하거든, 모시고 오세요. 저는 다 용서하고 잊겠어요. 아니, 그분을 뵈면 오히려 무척 기쁠 거예요, 쉬르지 부인을 약 올릴 수 있을 테니까요. 당신께 전권을 드리겠어요. 이런 일에는 당신의 판단이 더없이 완벽하니, 저는 손님더러 와 달라고 애걸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진 않답니다. 아무튼 저는 전적으로 당신만 믿겠어요.”

문득 스완이 나를 기다리다 지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알베르틴 때문에 너무 늦게 집에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서, 쉬르지 부인과 샤를뤼스 에게 작별을 고하고 카드놀이 방으로 나의 병자를 찾아갔다. 나는 그에게, 정원에서 대공과 나눈 이야기가 정말로 브레오테 가(그 이름은 대지 않았다) 우리에게 전한 그대로, 베르고트의 어떤 짧은 희곡에 관한 것이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폭소를 터뜨렸다. “거기엔 진실이라곤 한 마디도, 단 한 마디도 없네, 죄다 지어낸 얘기고, 그런 말을 했다면 더없이 어리석은 짓이었겠지. 정말이지, 이렇게 거짓이 저절로 생겨나다니 전례가 없는 일이야. 누가 자네한테 그 얘길 했는지 묻지는 않겠네만, 이렇게 한정된 마당에서 한 사람 한 사람 거슬러 올라가 그 이야기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밝혀낸다면 참으로 흥미롭겠지. 하기야 대공이 내게 무슨 말을 했든, 그게 남들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참으로 캐묻기를 좋아해. 나는 한 번도 캐묻는 사람이 아니었네, 사랑에 빠졌을 때, 그리고 질투에 사로잡혔을 때만 빼고 말이야. 그래서 알아낸 게 참 많기도 하지! 자네는 질투해 본 적이 있나?” 나는 스완에게, 질투라는 걸 겪어 본 적이 없으며 그게 무엇인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 축하하네. 약간의 질투란 두 가지 점에서 결코 나쁜 게 아니야. 우선은, 캐묻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남들의 삶에, 적어도 어느 한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갖게 해 주니까. 게다가 그건 소유의 즐거움을, 여자와 함께 마차에 오르는 즐거움을, 그녀가 혼자 돌아다니게 두지 않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지. 하지만 그런 건 그 병의 맨 첫 단계에서만, 아니면 거의 다 나았을 때에만 일어나는 일이야. 그 사이에 있는 동안엔, 그건 더없이 괴로운 고문이라네. 그렇지만 방금 말한 그 두 가지 즐거움조차,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아주 조금밖에 맛보지 못했네. 첫째 즐거움은 지속적인 사색이라곤 할 줄 모르는 내 천성 탓이고, 둘째 즐거움은 형편 탓, 내가 질투한 그 여자, 아니 그 여자들 탓이지.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아. 이제는 그런 것들에 더 이상 흥미가 없다 해도, 한때 그것들에 흥미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남는 게 있으니까. 그건 언제나 남들은 헤아리지 못하는 이유에서였거든. 그런 감정의 기억은, 우리가 느끼기에, 오직 우리 자신 안에서만 찾을 수 있어. 그것을 살피려면 우리는 우리 안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이런 관념론자의 헛소리를 비웃진 말게, 내가 하려는 말은, 내가 삶을 몹시 사랑했고 예술을 몹시 사랑했다는 거야. 그런데 말이지! 이제 남들과 더불어 살기엔 조금 지쳐 버린 지금에 와서, 지난날 내가 느꼈던 그토록 사사롭고 개별적인 그 옛 감정들이, 나에게는, 이건 모든 수집가의 병이지만, 더없이 귀하게 여겨지는 거야. 나는 내 마음을 일종의 진열장처럼 나 자신에게 열어젖히고, 세상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던 숱한 연애를 하나하나 뜯어본다네. 그리고 이 수집품에, 이제는 다른 어떤 수집품보다도 더 애착이 가는 이것에 대해, 나는 마자랭이 제 장서를 두고 했던 말처럼, 그래도 그리 사무치는 아쉬움은 없이, 이걸 죄다 두고 떠나야 한다니 참 성가시겠구나 하고 혼잣말을 하지. 하지만 대공과 나눈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나는 그걸 단 한 사람에게만 되풀이할 참인데, 그 한 사람이 바로 자네가 될 거야.” 카드놀이 방으로 돌아온 샤를뤼스 가 우리 바로 곁에서 한없이 늘어놓는 이야기 때문에 내 주의가 흐트러졌다. “그래 그대도 책을 읽는 편인가? 무얼 하며 지내오?” 그는 발자크라는 이름조차 들어 본 적 없는 아르뉠프 백작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의 근시는, 모든 것을 아주 작게 보는 탓에, 도리어 아주 먼 곳까지 내다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으니, 조각 같은 그리스 신에게 깃든 보기 드문 시정(詩情)인 양, 그의 눈동자에는 아득하고 신비로운 별들이 새겨져 있는 듯했다.

“정원이나 한 바퀴 도시는 게 어떨까요, 선생님.” 내가 스완에게 말하는 동안, 아르뉠프 백작은,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그 발달이 온전치 못함을 드러내는 듯 혀 짧은 목소리로, 샤를뤼스 에게 천진하리만치 고분고분한 정확함으로 대꾸했다. “저는요, 아, 주로 골프, 테니스, 축구, 달리기, 그리고 폴로에 정말 푹 빠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미네르바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어떤 도시들에서는 더 이상 지혜의 여신이기를 그치고, 자기 자신의 일부를 순전히 운동을 즐기고 말을 사랑하는 신격으로, 곧 아테나 히피아로 화신하였다. 그리고 그는 스키를 타러 생모리츠에도 갔으니, 팔라스 트릴로게네이아는 높은 봉우리를 즐겨 찾고 날랜 기수들을 앞질러 달리는 까닭이다. “아!” 샤를뤼스 는, 자기 조롱을 감추려는 수고조차 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들보다 스스로 어찌나 우월하게 느끼고 가장 덜 어리석은 자들의 지성마저 어찌나 경멸하는지, 그자들이 다른 어떤 면에서 자기 마음을 끌 수 있게 되는 순간에는 그들을 가장 어리석은 자들과 거의 구별하지도 않는, 그런 초연한 지식인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르뉠프와 이야기하는 동안 샤를뤼스 는, 그에게 말을 건네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남들이 저마다 알아보고 부러워할 우월함을 그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라 느꼈다. “아니,” 스완이 대답했다. “나는 너무 지쳐서 걸어 다닐 수가 없네, 어디 구석에 앉기로 하세, 더는 서 있을 수가 없어.” 그것은 사실이었으나,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행위만으로도 그는 이미 얼마간 생기를 되찾은 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진짜인 탈진이라도, 특히 신경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주의를 어디에 쏟느냐에 좌우되고 오직 기억의 작용으로만 지탱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곤해질까 봐 두려워하기 무섭게 곧바로 피곤을 느끼고, 그 피로를 떨쳐 내려면 그것을 잊어버리기만 하면 된다. 물론 스완은, 기진맥진해 쓰러질 듯 방에 들어섰다가도 물을 만난 꽃처럼 이야기 속에서 되살아나, 몇 시간이고 제 말에서 힘의 저장을 길어 올리면서도, 아아, 그 힘을 듣는 이들에게는 나눠 주지 못하는지라 말하는 이가 되살아날수록 듣는 이들은 점점 더 지쳐 보이게 만드는, 그런 지칠 줄 모르는 병자들 축에는 결코 들지 않았다. 하지만 스완은 저 억센 유대 민족에 속해 있었으니, 그 민족의 생명력과 죽음에 맞서는 저항력을 그 낱낱의 성원들이 나눠 지닌 듯이 보인다. 저마다 제 병으로 하나하나 쓰러지면서도, 마치 그 민족이 박해로 쓰러지듯이, 그들은 겉보기에 가능한 온갖 한계를 넘어서까지 이어질 법한 끔찍한 고통에 맞서 끝없이 싸우기를 그치지 않으니, 이미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마지막 숨을 들이켜려 벌름거리는 커다란 코와 그 위로 솟은 예언자의 수염뿐일 때에도, 이윽고 의식(儀式)의 기도를 올릴 시각이 다가오고, 아시리아 부조에서처럼 기계적인 몸짓으로 다가오는 먼 친척들의 정연한 행렬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앉으러 갔으나, 샤를뤼스 가 두 젊은 쉬르지 형제와 그 어머니와 더불어 이룬 무리에서 물러나기에 앞서, 스완은 그 부인의 가슴에 감식가의 그 느릿하고 걸쭉하며 음탕한 눈길을 못 박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더 잘 보려고 외알 안경을 치켜 올리고는, 나와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연신 그 부인 쪽으로 눈길을 던졌다. “이것이, 한 마디 한 마디 그대로,” 우리가 자리에 앉았을 때 그가 내게 말했다. “대공과 나눈 내 이야기라네, 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을 기억한다면, 내가 왜 자네를 내 속내를 털어놓을 상대로 고르는지 알게 될 거야. 또 다른 이유도 하나 있는데, 그건 언젠가 알게 될 걸세. ‘친애하는 스완,’ 게르망트 대공이 내게 말했지, ‘한동안 내가 자네를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용서해 주게.’ (나로서는 앓느라 나 자신도 사교계를 멀리하고 있던 터라 그런 낌새는 눈치도 못 챘었네.) ‘우선, 나는 내가 충분히 예상했던 대로, 이 나라를 둘로 가르는 저 불행한 사건에서 자네 견해가 내 것과 정반대라는 말을 들었네. 그런데 자네가 그걸 입 밖에 내는 걸 들어야 한다면 나로선 몹시 괴로웠을 걸세. 내 신경이 어찌나 예민한지, 이태 전에 대공비가 제부인 헤센 대공이 드레퓌스는 무죄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그 말을 얼른 부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를 언짢게 하지 않으려 내게 옮기지조차 않았을 정도라네. 그 무렵 스웨덴 왕세자가 파리에 왔는데, 아마 누군가 외제니 황후가 드레퓌스파라고 하는 말을 들었던지, 그녀를 대공비와 혼동하고는 (자네도 인정하겠지만, 내 아내만 한 지체의 여인과,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가문이 못하고 한낱 보나파르트에게 시집간 스페인 여자를 혼동하다니 참으로 야릇한 착오였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네. 대공비, 뵙게 되어 갑절로 기쁩니다,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대공비께서 저와 같은 견해를 지니신 걸 아니까요, 바이에른 분이시니 놀랄 일도 아니지만요. 그러자 대공비는 이런 대답을 돌려주었지. 전하, 저는 이제 한낱 프랑스의 대공비일 뿐이며, 제 동포 모두와 같은 견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일세, 친애하는 스완, 한 열여덟 달쯤 전에, 내가 보세르푀이 장군과 나눈 대화를 통해, 이 재판의 절차에서 오류가 아니라 중대한 위법이 저질러졌다는 의심을 품게 되었네.’”

우리는 (스완은 남들이 제 이야기를 엿듣기를 바라지 않았다) 샤를뤼스 의 목소리에 이야기가 끊겼는데, 그는 (마침 우리에게는 눈곱만큼도 아랑곳하지 않고) 쉬르지 부인을 데리고 지나가다가, 그녀를 한순간이라도 더 붙들어 두려는 마음에 걸음을 멈추었으니, 그녀의 아들들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든 끝맺기를 꺼려 일종의 초조한 무기력 속에 잠겨 있게 만드는, 게르망트 사람들 모두에게 공통된 그 성벽 때문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스완은 이와 관련해 조금 뒤에 내게, 쉬르지르뒥이라는 이름에서 내가 거기 깃들여 있다 여기던 온갖 시정(詩情)을 앗아 가 버린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었다. 쉬르지르뒥 후작부인은, 돈 한 푼 없이 시골 영지에서 살아가는 사촌 쉬르지 백작보다 훨씬 높은 사회적 지위와 훨씬 화려한 혼맥을 뽐냈다. 그러나 그녀의 칭호를 맺는 ‘르뒥(le Duc)’이라는 말은, 내가 거기에 부여했던, 그래서 내 상상 속에서 그것을 부르라베나 부아르루아 과 결부시키게 했던 그런 유래를 지닌 것이 결코 아니었다. 실은 어느 쉬르지 백작이 왕정복고 시절에, 엄청난 부자인 어느 산업계 거물, 곧 르뒥(Leduc) 또는 르 뒥(Le Duc) 의 딸과 결혼했을 뿐이니, 그 르뒥 씨로 말하자면 당대 제일가는 갑부이자 프랑스 중신이던 어느 화학 제조업자의 아들이었다. 샤를 10세는 이 결혼에서 태어난 아들을 위해 쉬르지르뒥 후작령을 만들어 주었는데, 쉬르지 후작령은 이미 그 집안에 있던 터였다. 이 평민 성씨가 덧붙었어도, 이 갈래가 그 어마어마한 재산을 발판 삼아 이 나라 으뜸가는 가문들과 인연을 맺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그리고 지금의 쉬르지르뒥 후작부인은, 그 자신도 지체 높은 태생이라, 얼마든지 가장 고귀한 사교계에서 지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심술궂은 어떤 악마가 그녀를 부추겨, 이미 마련되어 있던 그 자리를 마다하고 남편의 지붕을 박차고 나가 드러내 놓고 추문에 찬 삶을 살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스무 살 적에, 온 세상이 그녀의 발치에 엎드려 있을 때 그녀가 업신여겼던 그 세상은, 서른 살에 이르러, 십 년이 지나 몇몇 충실한 벗을 빼고는 모두가 그녀에게 더는 인사조차 하지 않게 되었을 때, 그녀를 모질게 저버렸고, 그녀는 타고난 권리로 지녔던 것을 한 치 한 치 힘겹게 되찾는 일에 매달리게 되었다. (드물지 않은 왕복 여행이라 하겠다.)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