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좋은 것은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것, 우선 알베르틴을 예전처럼 바라보면서 내가 정말로 그녀를 사랑하는지 알아보는 일일지도 몰랐다. 나는 심심풀이 삼아 그녀를 데리고 베르뒤랭가를 구경시켜 줄 수도 있을 터였고, 이 생각에 나는 그날 저녁 내가 그곳에 온 것이 오직 퓌트뷔스 부인이 거기 머물고 있는지, 혹은 올 예정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무튼 그녀는 그들과 함께 저녁을 들고 있지 않았다. “당신 친구 생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캉브르메르 부인이 말했는데, 그 말투는 그녀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짐작할 법한 것보다 그녀의 생각이 훨씬 촘촘히 이어져 있음을 드러냈으니, 그녀가 내게 음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면 실은 게르망트가를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이가 게르망트 대공비의 조카딸과 결혼한다는 이야기로 다들 떠들썩한 거 아시죠. 한 말씀 드리자면, 나로 말하면 그런 사교계 뒷공론 따위에는 도무지 마음이 동하지 않아요.” 나는 문제의 그 처녀에 대해 로베르에게 매정하게 말해 버린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 처녀는 겉멋 든 독창성으로 가득 찬, 행동은 격렬하면서도 머리는 그만큼 평범한 아가씨였다.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듣든, 그것이 우리가 내뱉은 어떤 말을 후회하게 만들지 않는 경우란 좀처럼 없다. 나는 캉브르메르 부인에게, 마침 사실 그대로,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며, 어쨌든 그 처녀는 아직 약혼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아직 공식적이지 않은 건지도 모르죠. 아무튼 그 얘기가 파다하답니다.” “미리 일러 드려야겠네요.” 베르뒤랭 부인이 캉브르메르 부인에게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녀는 캉브르메르 부인이 내게 모렐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던 터라, 캉브르메르 부인이 생루의 약혼 이야기를 하려고 목소리를 낮추자 여전히 모렐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짐작한 것이다. “여기서는 가벼운 음악 같은 건 기대하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예술에 관한 한, 아시다시피, 우리 수요회에 오는 단골들, 내가 우리 아이들이라 부르는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섭도록 앞서 나가 있거든요.” 그녀는 자랑스러운 두려움이 어린 태도로 덧붙였다. “나는 이따금 그 사람들한테 말하죠. 이보게들, 자네들은 이 마님보다 너무 앞서 나가는군, 그렇다고 이 마님이 무언가 대담한 것을 무서워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다만. 해마다 조금씩 더 나아가니, 머지않아 저 사람들이 바그너도 댕디도 더는 거들떠보지 않을 날이 오겠구나 싶어요.” “하지만 앞서 나간다는 건 멋진 일이죠. 아무리 앞서 나가도 지나치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캉브르메르 부인이 말하면서, 식당의 구석구석을 뜯어보며, 시어머니가 거기 남겨 둔 물건들과 베르뒤랭 부인이 가져다 놓은 물건들을 가려내어, 뒷사람이 취향 없음을 저지른 현장을 잡아내려 애썼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가 가장 궁금해하는 화제, 곧 샤를뤼스 씨 이야기를 내게서 끌어내려 했다. 그녀는 그가 바이올리니스트 하나를 뒤에서 돌봐 준다는 것이 갸륵하다고 여겼다. “총명해 보이더군요.” “그럼요, 그 연배의 남자치고는 머리가 대단히 활발하지요.” 내가 말했다. “연배라니요? 하지만 그이는 조금도 늙어 보이지 않던데요, 저것 봐요, 그 머리카락이 아직 젊잖아요.” (지난 서너 해 동안, 문단의 유행을 퍼뜨리는 저 이름 없는 이들 가운데 하나가 ‘머리카락’이라는 낱말을 정관사와 함께 쓰기 시작했고, 캉브르메르 부인과 중심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짐짓 꾸민 미소를 곁들여 ‘그 머리카락’이라고 말하곤 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 머리카락’이라고 하지만, 정관사를 지나치게 써 댄 나머지 머지않아 대명사가 다시 태어날 것이다.) “샤를뤼스 씨한테서 내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건,”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이에게 천부의 재능이 있다는 게 느껴진다는 점이에요. 한 말씀 드리자면, 나는 지식이란 것에 별로 무게를 두지 않아요. 배워서 알 수 있는 것들에는 흥미가 안 가거든요.” 이런 말은, 온전한 의미에서 흉내 내어 몸에 익힌 것이던 캉브르메르 부인 자신의 고상함과 모순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침 그 무렵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것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식이란 아무것도 아니며 독창성에 견주면 지푸라기만 한 값어치도 없다는 것이었다. 캉브르메르 부인은 다른 모든 것과 더불어, 아무것도 배워서는 안 된다는 것마저 배워 두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내게 설명했다. “브리쇼는, 그이한테도 흥미로운 구석이 있긴 해요, 나도 얼마쯤 맛깔스러운 박식을 업신여기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나한테는 훨씬 덜 흥미롭답니다.” 하지만 브리쇼는 그 순간 오직 한 가지 일에만 골몰해 있었다. 사람들이 음악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자, 그 화제가 베르뒤랭 부인에게 데샹브르의 죽음을 떠올리게 할까 봐 그는 조마조마했다. 그는 그 가슴 아픈 기억을 돌려놓을 무언가를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캉브르메르 씨가 이런 질문으로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숲이 우거진 곳은 언제나 짐승에서 이름을 따온다는 말씀이오?” “천만에요.” 브리쇼가 대답했는데, 그토록 많은 낯선 이들 앞에서 제 학식을 뽐낼 수 있어 우쭐했으니, 그 가운데 적어도 한 사람은 반드시 그에게 흥미를 느끼리라고 내가 그에게 일러 두었던 터였다. “사람 이름 속에도 마치 석탄 덩이 속 고사리처럼 나무가 얼마나 자주 간직되어 있는지만 헤아려 보면 됩니다. 우리 원로원 의원 한 분은 드 솔스 드 프레시네 씨라고 하는데,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이는 버드나무와 물푸레나무가 심긴 곳, 곧 salix et fraxinetum을 뜻하지요. 그분의 조카 드 셀브 씨는 나무를 더 많이 아우르는데, 이름이 드 셀브, 곧 de sylvis이니까요.” 사니에트는 대화가 그토록 활기를 띠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브리쇼가 줄곧 말을 하고 있는 덕에, 그는 베르뒤랭 씨 내외의 재담거리가 되는 것을 면하게 해 줄 침묵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풀려났다는 기쁨에 한층 더 마음이 여려진 그는, 베르뒤랭 씨가 그토록 격식 차린 성대한 만찬임에도 집사더러 물밖에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 사니에트 씨 앞에 물병을 놓아 두라고 이르는 것을 듣고 뭉클해했다. (숱한 병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군들일수록 병사들을 잘 먹이라고 고집하는 법이다.) 게다가 베르뒤랭 부인은 실제로 한 번 사니에트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확실히, 그들은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더는 시달리지 않아도 될 터였다. 이때 식사는, 내가 미처 언급하지 못한 손님 하나, 곧 프랑스어를 아주 잘하지만 아주 더디게 하는 어느 저명한 노르웨이 철학자 때문에 끊겼다. 그가 그토록 더딘 데에는 두 가지 까닭이 있었으니, 첫째로 그는 그 언어를 얼마 전에야 배운 터라 틀리지 않으려고(그런데도 더러 틀리기는 했다) 낱말 하나하나를 일종의 머릿속 사전에 비추어 보았고, 둘째로 형이상학자였던 그는 말하는 동안에도 자기가 말하려는 바를 늘 곱씹었는데, 이는 프랑스 사람에게서라도 말이 더뎌지게 하는 일이다. 그 밖에는 그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는데, 한 가지 점만 빼면 겉모습은 다른 여러 사람과 비슷했다. 말투가 그토록 더디던 이 사내는(낱말마다 그 뒤에 침묵의 틈이 있었다) 작별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방에서 빠져나가는 데에는 놀라운 재빠름을 발휘했다. 그 서두름을 보면,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은 그가 복통이나 아니면 그보다 한층 더 급한 볼일에 시달리고 있으려니 짐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