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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⑥

4권 제2부 · 제3장

내가 “집에서 손님을 맞은” 날들의 다음 날들에는, 나는 당연히 아무 방문객도 기다리지 않았고, 자동차가 우리를, 알베르틴과 나를 데리러 오곤 했다. 그리고 우리가 돌아오면, 호텔의 맨 아래 계단에 선 에메는, 내가 운전기사에게 얼마를 팁으로 주는지 보려고, 열띠고 호기심 어리고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동전이나 지폐를 주먹 안에 감춰 쥐어도 소용없었으니, 에메의 눈길이 내 손가락을 비집어 벌렸다. 그는 잠시 뒤 고개를 돌렸으니, 그가 신중하고 교양 있는 사람이며, 사실 그 자신은 비교적 적은 급료에도 만족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받는 돈은 그의 안에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그의 군침을 돌게 했다. 이 짧은 순간들 동안, 그는 쥘 베른의 이야기 한 편을 읽는 소년의, 아니면 레스토랑에서 옆 탁자에 앉은 식사객의, 웨이터가 당신에게 꿩 요리를 저며 주는 것을 보면서, 자기로서는 그것을 살 형편이 못 되거나 주문하지 않았을 그 요리를 보면서, 한순간 자기의 진지한 생각을 접어 두고 그 새 요리에 사랑과 그리움이 미소 짓게 하는 눈길을 붙박는 그런 식사객의, 골똘하고 열띤 기색을 띠었다.

그렇게 날마다 자동차 나들이가 잇따랐다. 그런데 한번은 승강기 소년이 나를 방으로 올려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신사분이 다녀가셨어요, 손님께 전할 말씀을 남기셨고요.” 승강기 소년은 거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이 말을 내뱉으며, 기침을 하고 내 얼굴에 침을 튀겼다. “감기가 여간 든 게 아니에요!” 하고 그는 마치 내가 그것을 스스로는 알아채지 못하기라도 하는 양 말을 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백일해라고 하시던데요.” 그러고는 다시 한번 기침을 하며 내게 침을 튀기기 시작했다. “말하느라 애쓰지 말게.” 나는 짐짓 꾸며 낸 친절한 관심을 담은 투로 그에게 말했다. 나는 백일해가 옮을까 봐 두려웠는데, 숨이 막히는 발작을 잘 일으키는 내게 그것은 심각한 일이 될 터였다. 그러나 그는, 병원에 실려 가기를 한사코 마다하는 명연주가처럼, 쉬지 않고 떠들며 침을 튀기는 것을 명예로 여겼다. “아뇨, 괜찮아요.” 하고 그가 말했다. (‘자네한테는 괜찮을지 몰라도’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한테는 괜찮지 않아.’) “게다가 저는 곧 파리로 돌아갈 거예요.” (‘잘됐군, 그전에 나한테 옮기지만 않는다면.’) “듣자 하니,” 하고 그가 말을 이었다, “파리는 정말 근사하다더군요. 여기나 몬테카를로보다도 더 근사한 게 틀림없어요. 하기야 사환들이며, 실은 투숙객들이며, 시즌 동안 몬테카를로에 다녀온 수석 급사장들까지도, 파리가 몬테카를로만큼 근사하지는 않다고 곧잘 말하곤 했지만요. 그 사람들이 속은 걸지도 모르죠, 그래도 수석 급사장쯤 되려면 눈치가 빨라야 하거든요. 주문을 다 받고 자리를 잡아 두려면 머리가 있어야 해요! 그게 희곡이나 책을 쓰는 것보다도 더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가 내가 내릴 층에 거의 다다랐을 때, 승강기 소년은 단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나를 다시 1층으로 내려보냈다가, 이내 그것을 고쳐 놓았다. 나는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굳이 말로 다 하지는 않았지만 백일해에 걸리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정겹고도 전염성 있는 기침을 터뜨리며 나를 다시 승강기 안으로 떠밀어 넣었다. “이제 위험하지 않아요, 단추를 고쳤거든요.” 그가 좀처럼 말을 그치지 않는 것을 보고, 나는 발베크와 파리와 몬테카를로의 아름다움을 견주는 이야기보다 나를 찾아온 사람의 이름과 그가 남긴 전언을 알고 싶었던 터라, (뱅자맹 고다르로 사람을 물리게 하는 테너에게 “드뷔시를 좀 불러 주지 않겠소?” 하고 말하듯이)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 나를 찾아온 사람이 누구지?” “어제 손님이랑 함께 나가셨던 그 신사분이에요. 명함을 가져올게요, 수위한테 맡겨 놨거든요.” 그 전날 나는 알베르틴을 만나러 가기 전에 로베르 드 생루를 동시에르 역에 내려 주었던 터라, 승강기 소년이 그를 두고 하는 말이겠거니 여겼지만, 실은 운전기사였다. 그리고 “손님이 함께 나가셨던 그 신사분”이라는 말로 그를 가리킴으로써, 소년은 동시에 노동자도 사교계 한량 못지않은 신사라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다만 낱말 쓰임에 관한 교훈일 뿐이었다. 사실 나는 계급 사이에 아무런 구별도 둔 적이 없었으니까. 운전기사가 신사라고 불리는 것을 듣고 내가 놀라움을 느꼈다 해도, 그것은 작위를 얻은 지 겨우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X 백작, 곧 내가 “백작부인께서 피곤해 보이십니다”라고 말하자 대체 누구를 가리키는지 보려고 고개를 돌리던 그 X 백작이 느꼈을 놀라움과 같은 것이어서, 그저 내가 그 낱말의 그런 쓰임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일 따름이었다. 나는 노동자든 전문직 종사자든 귀족이든 그들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두지 않았고, 그 누구든 똑같이 기꺼이 벗으로 삼았을 것이다. 다만 노동자를, 그다음으로는 귀족을 얼마간 더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들을 더 좋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를 대하는 예의로 말하자면 전문직 종사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보다 그들에게서 더 큰 예의를 기대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귀족이 전문직 종사자와 달리 노동자를 업신여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자기 미소가 그토록 기쁘게 받아들여지리라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그것을 베풀 듯, 그들이 누구에게나 천성적으로 정중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신분이 낮은 사람들을 사교계 사람들과 같은 자리에 놓는 이 나의 버릇이, 비록 사교계 사람들 편에서는 충분히 이해받았다 해도, 어머니에게는 늘 그리 흡족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나는 감출 수 없다. 인간적으로 말하자면 어머니가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차별했다는 것은 아니어서, 프랑수아즈가 슬픔이나 아픔에 잠길 때면 어머니는 자신의 가장 가까운 벗에게 하듯 한결같은 정성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보살폈다. 그러나 어머니는 누구보다 할머니의 딸이었던 만큼, 사교의 문제에서는 신분의 법칙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콩브레 사람들이 아무리 마음씨가 곱고 감수성이 예민하며 인간 평등에 관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이론을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어떤 하인이 방자해져서 “당신”이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나를 삼인칭으로 부르던 습관에서 슬며시 벗어나기라도 하면, 어머니는 그러한 주제넘음에 대해, 자격도 없는 귀족이 공문서에서 무슨 구실을 잡아 “전하”라는 칭호를 참칭하거나, 공작들에게 마땅히 바쳐야 할, 그러나 그가 차츰 소홀히 하기 시작한 경의를 바치지 않을 때마다 생시몽의 회고록에서 터져 나오는 것과 똑같은 분노에 사로잡혔다. 어찌나 완고한 “콩브레 정신”이 있었던지, 그것을 녹여 없애려면 수백 년에 걸친 선량함(어머니의 선량함은 끝이 없었다)과 평등의 이론이 필요할 것이었다. 어머니 안에 이 정신의 어떤 입자들이 녹지 않은 채 남아 있지 않았다고 나는 장담할 수 없다. 어머니는 하인에게 10프랑을 선뜻 내주려는 마음만큼이나 그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꺼렸을 텐데(하기야 그 하인으로서는 10프랑 쪽을 훨씬 더 반겼겠지만). 어머니에게는, 스스로 인정하든 안 하든, 주인은 주인이고 하인은 부엌에서 끼니를 먹는 사람들이었다. 어머니는 자동차 운전기사가 식당에서 나와 함께 저녁을 드는 것을 보고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으며 내게 말했다. “정비공 말고 좀 더 걸맞은 친구를 둘 수도 있을 것 같구나.” 그것은 마치 내 결혼이 걸린 문제였다면 “그보다 나은 사람을 찾을 수도 있을 텐데”라고 말했을 법한 투였다. 이 운전기사로 말하자면(다행히도 나는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시즌 동안 그를 발베크로 보낸 자동차 회사가 이튿날 파리로 돌아오라고 명령했음을 알리러 온 것이었다. 이 핑계는, 특히나 그 운전기사가 워낙 붙임성이 좋고 말투가 어찌나 소탈한지 그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복음으로 받아들이게 될 정도였기에, 우리에게는 십중팔구 사실인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절반만 사실이었다. 실은 발베크에는 그에게 맡길 일이 더는 없었다. 그리고 어쨌든 회사는, 운전대의 성별(聖別)된 십자가 위로 몸을 숙인 이 젊은 복음사가의 진실성을 절반밖에 믿지 못한 터라, 그가 되도록 빨리 파리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실제로 이 젊은 사도는, 샤를뤼스 에게 요금을 계산해 줄 때는 주행 거리를 몇 곱절로 불리는 기적을 부렸지만, 반대로 회사에 셈을 치러야 할 때는 자기가 번 것을 6으로 나누었다. 그 결과 회사는, 이제 발베크에서는 아무도 차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시즌이 이토록 저문 마당에 그럴 법한 일이었다), 아니면 자기들이 사취당하고 있다는 것, 둘 중 하나로 결론짓고는, 어느 쪽 가정에 서든 가장 나은 방책은 그를 파리로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판단했으니, 하기야 거기에도 그에게 맡길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운전기사가 바란 것은, 될 수 있으면 비수기를 피하는 일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모렐과 (남들 앞에서는 서로 아는 사이라는 내색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채) 은밀히 가까운 사이였다. 당시에 나는 그 사실을 몰랐는데, 그것을 알았더라면 훗날 겪은 숱한 곤혹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날부터, 아직 떠나지 않아도 될 방도가 남아 있음을 그가 깨닫기 전까지, 우리는 나들이를 위해 마차를 빌리는 것으로, 또는 이따금 알베르틴을 즐겁게 해 주려고, 그리고 그녀가 승마를 좋아했으므로 안장 얹은 말 두 필로 만족해야 했다. 마차는 영 시원치 않았다. “이런 고물이 다 있담.” 하고 알베르틴은 말하곤 했다. 사실 나는 곧잘 혼자 마차를 몰고 다니는 편을 더 좋아했을 것이다. 날짜를 못박을 마음까지는 없었으나, 나는 이런 생활을 끝내고 싶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일이라기보다 차라리 즐거움을 단념하게 만든다고 나무라면서. 그러나 나를 옭아매던 습관들이 별안간 사라지는 일도 있었으니, 대개는 흥겹게 살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찬 어떤 지난날의 자아가 그 순간의 나를 대신 차지할 때였다. 이 벗어나고 싶은 갈망을 나는 어느 날 유난히 강하게 느꼈는데, 그날 나는 알베르틴을 그녀의 이모 집에 남겨 두고 말을 타고 베르뒤랭가로 찾아가면서, 그들이 내게 그 아름다움을 극구 칭찬하던, 인적 드문 숲길을 택했다. 그 길은 벼랑의 윤곽을 따라 붙어서, 오르막을 오르는가 하면 이내 양옆으로 빽빽한 숲에 갇혀 험한 골짜기로 곤두박질치곤 했다. 한순간 나를 에워싼 헐벗은 바위들과, 그 들쭉날쭉한 틈새로 내다보이는 바다가, 마치 또 다른 우주의 조각들처럼 내 눈앞에서 일렁였다. 나는 엘스티르가 그 두 폭의 감탄스러운 수채화, 곧 게르망트 공작부인 댁에서 본 뮤즈를 만나는 시인켄타우로스를 만나는 젊은이의 무대로 삼았던 그 산과 바다의 풍경을 알아보았다. 그 그림들을 떠올리자 내가 있던 곳이 오늘날의 세계에서 아득히 멀리 옮겨져서, 엘스티르가 그린 그 선사시대의 젊은이처럼 나 또한 말을 달리다가 신화 속 인물과 마주쳤다 한들 놀라지 않았을 것이었다. 별안간 말이 흠칫 놀랐다.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나는 말을 다잡고 안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 뒤, 소리가 나는 듯한 쪽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들어, 내 머리 위로 200피트도 채 안 되는 높이에서, 해를 등지고, 그를 실어 나르는 번쩍이는 금속의 커다란 두 날개 사이에서, 겨우 보일락 말락 한 얼굴이 사람의 얼굴을 닮은 듯한 어떤 존재를 보았다. 나는 반신(半神)을 난생처음 본 그리스인만큼이나 깊이 감동했다. 나는 눈물까지 흘렸는데, 소리가 내 머리 위에서 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가 난생처음 보게 될 것이 비행기라는 생각에 이내 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그 무렵만 해도 비행기는 아직 드물었다). 그러고는, 신문을 읽다가 가슴 뭉클한 대목에 다다랐음을 느낄 때처럼, 그 기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왈칵 눈물을 쏟기에 충분했다. 그러는 동안 비행사는 제 항로를 정하지 못한 듯 보였다. 나는 그의 앞에, 습관이 나를 사로잡지만 않았던들 나의 앞에도, 공간의, 나아가 삶 그 자체의 온갖 길이 활짝 열려 있음을 느꼈다. 그는 계속 날아가, 바다 위로 잠시 몸을 미끄러뜨리더니, 이내 마음을 굳히고는, 중력과 반대되는 어떤 이끌림에 몸을 내맡기는 듯, 마치 제 본래의 터전으로 돌아가기라도 하듯, 금빛 날개를 살짝 놀려 곧장 하늘로 치솟았다.

정비공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는 모렐에게, 베르뒤랭가가 그저 자기네 사륜마차를 자동차로 바꾸는 데 그치지 말고(단골들에게 워낙 후한 그들인지라 이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그보다 덜 쉬운 일로서, 어두운 생각에 곧잘 빠지는 예민한 청년인 그들의 마부장을 자기, 곧 운전기사로 갈아 치우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교체는 다음과 같은 술책으로 며칠 만에 이루어졌다. 모렐은 우선 마부가 마차에 필요한 온갖 것을 도둑맞도록 손을 써 두었다. 어느 날은 재갈이 없어지고, 또 어느 날은 굴레사슬이 없어졌다. 또 어떤 때는 마부석 방석이 사라지고, 채찍이며 무릎덮개며 망치, 해면, 섀미 가죽이 없어지곤 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이웃에게서 필요한 것을 그럭저럭 빌려 왔다. 다만 마차를 대령하는 것이 늦어져서, 베르뒤랭 의 눈 밖에 나고, 우울과 어두운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 자리를 어서 차지하고 싶어 안달이던 운전기사는 모렐에게, 자기가 파리로 돌아가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무슨 극단적인 수를 쓸 때가 된 것이었다. 모렐은 베르뒤랭 의 하인들에게, 그 젊은 마부가 자기들 모두에게 덫을 놓겠다고 큰소리쳤으며 여섯 명쯤은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다고 뽐냈다고 믿게 만들고는, 그런 모욕을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다짐 두었다. 자기는 그 싸움에 끼어들 수 없지만, 그들이 경계하도록 미리 일러 두는 것이라고 했다. 베르뒤랭 부인, 그리고 손님들이 산책하러 나간 사이에 하인들이 마차 창고에서 그 청년을 덮치기로 짜였다. 그날 벌어질 일의 구실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 관련된 사람들이 훗날 내 흥미를 끌었기에 덧붙여 두자면, 그날 베르뒤랭가에는 한 친구가 묵고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그날 저녁으로 잡힌 그의 출발에 앞서 그를 산책에 데려가기로 약속해 둔 터였다.

우리가 산책을 나설 때 나를 몹시 놀라게 한 것은, 우리와 함께 가서 나무 아래에서 바이올린을 켜기로 되어 있던 모렐이 내게 이렇게 말한 일이었다. “저, 제가 팔이 아파서요, 베르뒤랭 부인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데, 하인 하나를, 이를테면 하우슬러를 보내 달라고 부인께 청해 주시겠어요? 그가 제 물건을 들어 줄 수 있잖아요.” “다른 사람을 청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하고 나는 대꾸했다. “그는 저녁 시중을 들어야 하니 여기 필요할 거야.” 모렐의 얼굴에 노기가 스쳤다. “안 돼요, 저는 아무한테나 제 바이올린을 맡기지 않아요.” 그가 왜 하필 그를 골랐는지 나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하우슬러는 그 젊은 마부가 아끼는 형제여서, 집에 남겨 두었더라면 마부를 구하러 달려갔을지도 몰랐던 것이다. 산책하는 동안, 형 하우슬러가 엿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추며 모렐이 말했다. “그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하기야 그의 형제도 마찬가지고요. 그 몹쓸 술버릇만 없었더라면…” “술이라고 했나요?” 하고 베르뒤랭 부인이, 술 마시는 마부를 둔다는 생각에 파랗게 질리며 말했다. “부인께서는 눈치채지 못하셨겠죠. 저는 늘 그가 부인을 태우고 다니면서 사고 한 번 내지 않은 게 기적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곤 해요.” “그럼 그가 다른 사람도 태우고 다닌단 말인가요?” “그가 얼마나 여러 번 나동그라졌는지는 쉽게 알 수 있어요, 오늘만 해도 그의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인걸요. 어떻게 죽음을 면했는지 모르겠어요, 끌채까지 부러뜨렸으니까요.” “나는 오늘 그를 못 봤는데.” 하고 베르뒤랭 부인이, 자기에게 무슨 일이 닥쳤을지 생각하며 몸서리치며 말했다. “당신 말을 들으니 소름이 끼치는군요.” 그녀는 곧장 돌아가려고 산책을 짧게 끊으려 했으나, 모렐은 그녀를 집에서 떼어 놓으려고 끝없이 변주가 이어지는 바흐의 아리아를 골라 켰다.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마구간으로 가서, 새 끌채와 피투성이가 된 하우슬러를 보았다. 그녀는 자기가 본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에게 이제 마부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삯을 치러 주려던 참이었으나, 정작 그는 스스로, 동료 하인들을 고발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그는 이제 와서 자기 마구가 죄다 없어진 것이 그들의 앙심 탓이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더 참아 봤자 결국 땅바닥에 초주검이 되어 나뒹구는 꼴로 끝나리라는 것을 알아채고서, 당장 떠나게 해 달라고 청했으니, 그 덕에 모든 일이 아주 간단해졌다. 운전기사는 이튿날부터 일을 시작했고, 훗날 (또 다른 마부를 들여야 했던) 베르뒤랭 부인은 그에게 어찌나 만족했던지, 내가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라며 그를 내게 극구 추천했다. 이 모든 사정을 전혀 몰랐던 나는 파리에서 그를 날품으로 고용하곤 했지만, 이는 이야기를 앞질러 가는 것이니, 알베르틴의 이야기에 이르러 다시 다루기로 하겠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라 라스플리에르에 있고, 나는 그곳에서 내 애인과 함께 처음으로 저녁을 들었으며, 샤를뤼스 는 모렐과 함께였는데, 모렐은 해마다 3만 프랑의 고정 봉급을 받고 제 마차를 부리며 집사와 하인, 정원사, 관리인, 소작인을 수없이 거느렸다는 어느 “대리인”의 아들로 알려진 자였다. 그러나 이토록 이야기를 앞질러 온 김에, 나는 모렐이 전적으로 사악한 인간이라는 인상을 독자에게 남기고 싶지는 않다. 그는 오히려 모순덩어리여서, 어떤 날에는 진심으로 다정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마부가 해고되었다는 말을 듣고 나는 당연히 몹시 놀랐고, 그 후임이 알베르틴과 나를 차에 태우고 다니던 바로 그 운전기사임을 알아보고는 더욱더 놀랐다. 그러나 그는 복잡한 사연을 늘어놓았는데, 그에 따르면 자기는 파리로 소환된 줄 알았고 거기서 베르뒤랭가로 가라는 명령이 내려왔다는 것이었으니, 나는 그의 말을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마부의 해고를 빌미로 모렐은 몇 분 동안 내게 말을 걸어, 그 착실한 사내가 떠난 것을 아쉬워했다. 그런데 내가 혼자 있을 때면 그가 기쁨으로 환하게 빛나며 문자 그대로 내게 달려들던 그런 순간들은 접어 두더라도, 모렐은 라 라스플리에르에서 모두가 나를 떠받드는 것을 보고, 또 자기에게 조금도 해가 될 수 없는 사람과의 교제를 일부러 끊고 있음을 느끼고서, 나에게서 멀찍이 물러서 있기를 그만두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미 나로 하여금 돌아갈 다리를 스스로 불사르게 만들어, 내가 그를 손아랫사람 대하듯 할 가능성을(하기야 나는 그럴 생각을 꿈에도 품은 적이 없었지만) 죄다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달라진 태도를 샤를뤼스 의 영향 탓으로 돌렸는데, 사실 그 영향은 어떤 면에서는 그를 덜 옹졸하고 더 예술가답게 만들었으나, 다른 면에서는, 그가 제 스승의 그 웅변적이고 진실하지 못하며 게다가 덧없는 상투어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때면, 그를 어느 때보다 어리석게 만들었다. 샤를뤼스 가 그에게 무슨 말을 했으리라는 것, 실은 그것만이 내 머리에 떠오른 전부였다. 그러니 훗날 내가 전해 들은 것을, 그때 내가 어찌 짐작할 수 있었으랴(더구나 나는 그 진실을 끝내 확신하지 못했으니, 알베르틴에 관한 모든 일에 대한 앙드레의 주장은, 특히 훗날에 이르러서는, 늘 조심스레 받아들여야 할 말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앞서 이미 보았듯이 그녀는 내 애인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고 오히려 질투했으니까). 그것은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두 사람이 내게서 감쪽같이 숨긴 일이었으니, 곧 알베르틴이 모렐과 더할 나위 없이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이다. 마부가 해고될 무렵 모렐이 나를 대하며 취한 그 새로운 태도 덕분에, 나는 그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성격에 대한 추한 인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이 젊은이가 내 도움이 필요할 때 보이던 비굴함, 그리고 그 도움을 받고 나자마자 마치 나를 보지도 못한 양 짓던 경멸 어린 냉담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아직 그가 샤를뤼스 와 맺은 돈거래의 증거도, 또 그의 짐승 같고 목적 없는 본능의 증거도 갖고 있지 못했는데, 그 본능이 채워지지 않을 때면(그런 일이 있었다) 또는 그것이 얽혀 드는 복잡한 사정이 그의 슬픔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그의 성격이 그토록 한결같이 비열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며, 모순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오류와 터무니없는 전설과 외설로 가득 찬 중세의 낡은 책을 닮아, 놀랄 만큼 잡다하게 뒤섞인 존재였다. 나는 처음에는 그가 참으로 통달한 그의 예술이 단순한 연주자의 기교를 넘어서는 우월함을 그에게 주었으리라 여겼다. 한번은 내가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더니, 그가 내게 말했다. “일하세요, 그리고 유명해지세요.” “그건 누가 한 말이지?” 하고 나는 물었다. “퐁타네가 샤토브리앙에게 한 말이죠.” 그는 또 나폴레옹의 어떤 연애편지들도 알고 있었다. 옳거니, 이 친구가 책을 읽는구나, 하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어디서 읽었는지 모를 이 구절이야말로 고금의 문학을 통틀어 그가 아는 유일한 문장이었음이 틀림없었으니, 그는 저녁마다 그것을 내게 되뇌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에게도 그에 관해 한마디도 흘리지 못하게 하려고 그가 더욱 자주 인용하던 또 다른 문장은 다음과 같았는데, 그는 그것도 문학적이라 여겼으나, 사실은 문법에 겨우 들어맞을 뿐, 아니 적어도 아무 뜻도 이루지 못했으니, 어쩌면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하인에게라면 몰라도. 곧 “약은 자를 조심하라.” 사실 이 어리석은 격언에서 퐁타네가 샤토브리앙에게 한 말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모렐의 성격의, 다채롭되 짐작보다는 덜 모순된 한 측면 전체를 헤아릴 수 있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이 세상 무슨 짓이든, 그것도 가책 없이 저질렀을 이 젊은이는(어쩌면 신경질적인 흥분에 이르는 야릇한 짜증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것에 가책이라는 이름은 한순간도 붙일 수 없었다), 제게 이득이 되었다면 온 가족을 슬픔에, 아니 애도라 해도 좋을 지경에 빠뜨렸을 이 젊은이는, 무엇보다도 돈을 위에 두어, 사심 없는 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 공통의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마저 그 아래에 두었던 이 젊은이는, 그러면서도 돈보다 위에 두는 것이 있었으니, 곧 음악원 수석 졸업장과, 플루트나 대위법 수업에서 자기 명예에 흠이 될 말이 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리하여 그의 가장 격렬한 분노, 가장 침울하고 까닭 없는 심술의 발작은, 그 자신이(필시 심술궂은 사람들을 만난 몇몇 개별적인 경우에서 일반화한 끝에) 보편적 배신이라 부르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누구에 관해서도 결코 말하지 않고, 제 술수를 감추며, 모든 사람을 불신함으로써 이 결점에서 벗어난다고 자부했다. (내게는 애석하게도, 파리로 돌아온 뒤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그의 불신은 발베크의 운전기사 앞에서는 “버텨 내지” 못했으니, 그는 필시 그자에게서 자기와 같은 부류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격언과는 반대로, 좋은 뜻에서의 약은 자를, 곧 정직한 사람들 앞에서는 고집스레 입을 다물면서도 악당과는 대번에 뜻이 통하는 그런 약은 자를 알아본 것이었다.) 그에게는, 자기의 불신 덕분에 언제나 무사히 몸을 건사하고, 가장 위태로운 모험에서도 아무 상처 없이 빠져나가, 누구도 그에게 불리한 것을 증명하기는커녕 넌지시 내비치지도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베르제르 거리의 그 기관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전혀 틀린 것도 아니었다. 그는 일하고, 유명해지고, 어쩌면 언젠가는 명망을 고스란히 지킨 채, 그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음악원 심사위원회의 바이올린 시험관이 될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순들을 하나하나 갈라내려 드는 것은 어쩌면 모렐의 머리에 지나치게 많은 논리를 부여하는 일이리라. 사실 그의 본성은 사방으로 하도 여러 번 접혀서 도무지 다시 펼 수 없게 된 한 장의 종이와 꼭 같았다. 그는 자못 고매한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듯 보였고, 더없이 초보적인 철자 실수로 얼룩진 훌륭한 필체로, 형제에게는 네가 누이들에게 못되게 굴었다는 것, 너는 손위이니 그녀들의 당연한 버팀목이 아니냐는 의 편지를, 누이들에게는 그녀들이 자기에게 마땅한 존경을 보이지 않았다는 편지를 몇 시간씩 써 보내곤 했다.

이윽고 여름이 저물어 갈 무렵, 두빌에서 기차를 내리면 자욱한 안개에 흐려진 해는 한결같이 연보랏빛인 하늘에서 한 덩이 붉음에 지나지 않게 되어 있었다. 해 질 녘이면 이 수풀 우거진 염습지 위로 내려앉는 커다란 고요, 그리고 적잖은 파리 사람들, 대개는 화가들을 두빌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이끌던 그 고요에, 이제는 습기가 더해져서, 그들로 하여금 일찌감치 자기네 작은 별장으로 몸을 피하게 했다. 그 별장들 가운데 몇몇에는 벌써 등불이 켜져 있었다. 오직 몇 마리 소만이 밖에 남아 바다를 바라보며 음매 울었고, 그보다 사람에게 더 관심이 있는 다른 소들은 우리 마차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땅이 조금 솟은 곳에 이젤을 세운 한 화가만이 그 커다란 고요를, 그 숨죽인 빛을 화폭에 옮기려 애쓰고 있었다. 어쩌면 그 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리고 고맙게도 그의 모델 노릇을 하려던 참이었는지 모른다. 그 사색에 잠긴 듯한 자태와, 사람들이 물러간 뒤 홀로 남은 그 존재가, 저녁이 전하는 그 강렬한 안식의 인상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층 돋우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몇 주 뒤, 가을이 깊어 가며 해가 정말로 짧아져서 우리가 어둠 속에서 길을 나서야 했을 때에도, 그 옮겨 감은 못지않게 흐뭇했다. 오후에 어디든 나갔던 날이면 나는 늦어도 다섯 시까지는 돌아와 옷을 갈아입어야 했는데, 이 계절이면 그 시각에 이미 둥근 붉은 해가, 예전에는 내가 몹시 싫어하던 그 비스듬한 유리판을 반쯤 내려와 있었고, 그리스의 불처럼, 내 책장이란 책장의 유리문마다 비친 바다를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내가 야회복을 입을 때, 어떤 마법사의 손짓이, 생루와 함께 리브벨로 저녁을 먹으러 다니던 시절의, 그리고 스테르마리아 부인을 불로뉴 숲 섬으로 저녁 식사에 데려가기를 고대하던 그 저녁의, 기민하고 경박한 나의 자아를 되살려 놓아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때 흥얼거리던 것과 똑같은 곡조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나는 그 노래를 통해, 되살아난 그 가수를 알아보았으니, 그 가수는 실로 다른 곡조라곤 알지 못했다. 그 노래를 처음 불렀을 때 나는 막 알베르틴을 사랑하기 시작하던 참이었으나, 그녀와는 결코 알고 지내지 못하리라 여기고 있었다. 그 뒤 파리에서 그것을 부른 것은, 내가 그녀를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녀를 처음으로 안고서 며칠이 지난 뒤였다. 이제 그것을 부른 것은, 내가 그녀를 다시 사랑하게 되어 그녀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서려던 참이었으니, 지배인은 내가 끝내 라 라스플리에르에 눌러앉아 제 호텔을 버리고 말리라 짐작하고는 몹시 서운해하며, 그 동네에는 바크의 습지와 그 “고인” 물 탓에 열병이 돌고 있다더라고 내게 못을 박았다. 나는 이렇게 세 겹의 층위에 펼쳐진 내 삶을 바라보며 그 다채로움에 기뻤다. 게다가 한순간 지난날의 자아가, 다시 말해 얼마 전부터의 자기와는 다른 자아가 될 때면, 습관에 더는 무디어지지 않은 감수성이, 그에 앞선 모든 것을 하찮게 스러지게 만드는 그 생생한 인상들의 가장 미세한 충격까지 받아들이며, 우리는 그 인상들의 강렬함 때문에 술 취한 사람의 덧없는 열광으로 거기에 매달리게 된다. 우리가 그 작은 열차가 서 있는 역까지 데려다줄 승합마차나 마차에 올라탔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그리고 현관 홀에서 재판장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아! 라 라스플리에르에 가시는군요! Sapristi, 그 댁 베르뒤랭 부인도 참 뻔뻔도 하시지, 겨우 저녁 한 끼 함께하자고 어둠 속을 기차로 한 시간이나 달리게 하다니. 게다가 밤 열 시에 또다시 길을 나서야 하고, 바람은 악마처럼 사납게 부는데 말이오. 달리 하실 일이 없으신 게 뻔하군요.” 하고 그는 두 손을 비비며 덧붙였다. 필시 그는 자기가 초대받지 못한 것에 대한 언짢음에서, 또한 “바쁜” 사람들이, 그 바쁨이 아무리 하찮은 일 때문일지라도, 당신이 하는 일을 할 “시간이 없다”는 데서 느끼는 그 만족감에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