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모임이 파했고, 그러자 샤를뤼스 씨가 모렐에게 말했다. “자네가 받아 마땅한 것보다 더 다행스럽게 끝난 이 모든 일로 나는 이렇게 결론짓네, 자네는 스스로를 건사할 능력이 없으며, 자네의 군 복무가 끝나면 내가 몸소 자네를 자네 아버지에게로 데려다주어야 한다고, 마치 하느님이 젊은 토비아에게 보내신 대천사 라파엘처럼 말일세.” 그리고 남작은 위엄 어린 태도로, 그리고 그렇게 집으로 이끌려 간다는 전망이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한 모렐로서는 함께하지 않는 어떤 기쁨으로 미소 짓기 시작했다. 자신을 대천사에, 모렐을 토빗의 아들에 견주는 데 도취되어, 샤를뤼스 씨는 자기 말의 본디 목적이, 바라던 대로 모렐이 자기와 함께 파리로 가는 데 동의할지 어떨지 그 속내를 떠보려던 것이었음을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사랑에, 혹은 자신에 대한 사랑에 취한 남작은, 바이올린 주자가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지 못했거나 보지 못한 척했으니, 그를 카페에 혼자 남겨 둔 채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내가 그를 토빗의 아들에 견주었을 때 그가 어떻게 기뻐 미칠 지경이 되었는지 자네도 보았나? 그건 그가 지극히 총명하여, 이제부터 자기가 함께 살아갈 아버지가 육신의 아버지, 필시 콧수염 기른 어느 끔찍한 하인일 그런 아버지가 아니라, 그의 영적 아버지, 다시 말해 바로 나임을 대번에 알아차렸기 때문이지. 그에게 얼마나 큰 승리인가! 그가 얼마나 자랑스럽게 고개를 쳐들던지! 나를 이해했다는 것에 그가 얼마나 기뻐하던지. 나는 확신하네, 그가 이제 날마다 이렇게 되뇌리라는 것을. ‘오 하느님, 복된 대천사 라파엘을 당신의 종 토비아에게 먼 여정의 인도자로 주셨듯이, 당신의 종인 저희에게도 언제나 그의 보호를 받고 그의 도움으로 무장하게 하소서.’ 나는 심지어 그럴 필요조차 없었네,” 남작이, 언젠가 자기가 하느님의 옥좌 앞에 앉으리라 굳게 믿으며 덧붙였다. “내가 하늘의 사자라고 그에게 말해 줄 필요조차도. 그는 스스로 그것을 깨닫고 기쁨에 말문이 막혀 버렸으니!” 그리고 샤를뤼스 씨는 (기쁨이, 이쪽은 반대로, 그의 말문을 앗아 가지는 않았기에), 그를 미치광이임에 틀림없다고 여겨 돌아보며 빤히 쳐다보는 행인들에도 아랑곳없이, 두 손을 허공으로 치켜들며 혼자서 목청껏 소리쳤다. “알렐루야!”
이 화해는 샤를뤼스 씨의 고뇌에 일시적인 유예를 주었을 뿐이다. 흔히 모렐이 훈련을 나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샤를뤼스 씨가 그를 찾아갈 수도, 나를 보내 그와 이야기하게 할 수도 없을 때면, 그는 남작에게 절망적이고 애정 어린 편지들을 써 보내, 어떤 끔찍한 일 때문에 이만오천 프랑이 있어야 하니 자기 목숨을 끊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는 이 끔찍한 일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고, 설령 밝혔더라도 그것은 십중팔구 꾸며낸 것이었으리라. 돈에 관한 한, 샤를뤼스 씨는 기꺼이 그것을 보내 주었을 테지만, 그렇게 하면 샤를리가 자기에게서 독립하여 다른 누군가의 호의를 받을 자유를 얻게 되리라 느꼈다. 그리하여 그는 거절했고, 그의 전보는 그 목소리의 무뚝뚝하고 매몰찬 어조를 띠었다. 그 효과를 확신할 때면, 그는 모렐이 자기를 결코 용서하지 않기를 바랐으니, 실은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잘 알았던 탓에, 이 피할 수 없는 인연과 더불어 되살아날 온갖 골칫거리를 곱씹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렐에게서 아무 답도 오지 않으면, 그는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며 한순간의 평안도 얻지 못했으니, 우리가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것들의 수효가, 우리에게 감춰진 채 남아 있는 내면의 깊은 실상들의 수효가 그토록 많은 까닭이다. 그리하여 그는 모렐이 이만오천 프랑을 필요로 하게 만든 그 엄청난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억측을 지어냈고, 그것에 온갖 형태를 부여하며, 이 이름 저 이름 여러 고유명사를 차례로 붙여 보았다. 나는 그런 순간이면 샤를뤼스 씨가 (이제 시들어 가던 그의 속물근성이, 하층민의 생리에 대해 점점 커져 가던 그의 호기심에 이미 따라잡혔거나 아니 앞질리기까지 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어떤 그리움을 담아 떠올렸으리라 믿는다, 더없이 매력적인 남녀들이 오로지 그것이 그들에게 주는 사심 없는 즐거움 때문에 그의 벗을 구하던 저 화려하고 갖가지 빛깔로 어우러진 사교 모임들을, 아무도 그를 “골탕 먹일” 생각은, 이만오천 프랑을 당장 받지 못하면 목숨을 끊겠노라 들이대며 “끔찍한 일”을 지어낼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을 그런 모임들을. 나는 믿는다, 그때 그는, 어쩌면 그가 결국 나보다도 더 마음속 깊이 “콩브레” 사람으로 남아 있었고 자신의 게르만적 자긍심 위에 봉건적 위엄을 접붙였던 까닭에, 하인에게 마음을 주었다가는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하층민은 결코 사교계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요컨대 자신은 내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하층민과 “잘 지내지는” 못한다는 것을 느꼈으리라고.
작은 철도의 다음 정거장인 멘빌은 모렐과 샤를뤼스 씨가 얽힌 한 사건을 내게 떠올리게 한다. 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나는 밝혀 두어야겠다, 멘빌에서 기차가 서던 일이 (성가시게 하지 않으려고 라 라스플리에르에는 묵지 않기를 원하는 어느 멋쟁이 손님을 발베크로 안내할 때면) 이제부터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보다는 덜 곤혹스러운 장면들의 계기가 되곤 했음을. 가벼운 짐을 기차에 지니고 온 그 손님은 대개 그랑 호텔이 좀 지나치게 멀다고 여겼으나, 발베크에 이르기까지는 불편한 별장들이 딸린 자그마한 해수욕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터라, 안락한 환경을 선호하는 마음에 못 이겨 그 긴 여정을 감수하곤 했는데, 그러다 기차가 멘빌에서 멈춰 서면 그는 궁전 같은 건물이 자기 눈앞에 떡하니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그것이 매음굴이라고는 꿈에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 더 갈 것 없겠소,” 그는 으레 코타르 부인에게 말하곤 했으니, 그녀는 실용적인 판단력과 건전한 조언으로 이름난 여인이었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이 여기 있구려. 발베크까지 더 가서 무엇 하겠소, 거기서도 이보다 나은 것은 분명 못 찾을 텐데. 척 봐도 온갖 현대식 편의를 다 갖춘 걸 알겠소. 여기라면 베르뒤랭 부인을 얼마든지 초대할 수 있겠구려, 나는 그분의 환대에 보답하여 그분을 기리는 자그마한 모임을 몇 번 열 작정이니 말이오. 내가 발베크에 묵을 때만큼 그분이 멀리 오실 것도 없겠고. 여기가 그분에게, 그리고 자네 부인에게도, 친애하는 교수, 안성맞춤인 곳으로 보이는구려. 응접실도 틀림없이 있을 테니, 부인들을 거기 모실 수 있겠소. 우리끼리 이야기지만, 나는 베르뒤랭 부인이 어째서 라 라스플리에르를 빌리는 대신 여기 와서 자리 잡지 않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구려. 여기가 라 라스플리에르 같은 낡은 집보다 훨씬 건강에 좋소, 그런 집은 으레 눅눅하기 마련이고, 깨끗하지도 않아서, 온수도 놓여 있지 않으니 도무지 씻을 수가 없지 않소. 그런데 멘빌은 내가 보기에 훨씬 더 매력적이란 말이오. 베르뒤랭 부인이라면 여기서 안주인 노릇을 완벽하게 해내셨을 텐데. 하지만, 취향이란 제각각이니. 나는 어쨌든 여기 남을 작정이오. 코타르 부인, 나와 함께 가지 않겠소. 서둘러야 할 거요, 기차가 곧 다시 떠날 테니. 부인이라면 저 집을 속속들이 아실 테니 나를 안내해 주실 수 있겠구려, 자주 드나드셨을 게 틀림없으니. 부인께 더없이 알맞은 곳이오.” 다른 이들은 그 딱한 손님의 입을 다물게 하는 데, 더욱이 그가 기차에서 내리는 것을 막는 데 여간 애를 먹지 않았으니, 그는 흔히 실수에서 비롯되는 그 고집으로, 우겨대며 짐을 챙겨 들고는, 베르뒤랭 부인도 코타르 부인도 결코 거기로 그를 찾아오는 일은 없을 거라고 안심시켜 줄 때까지 한마디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나는 여기를 근거지로 삼겠소. 베르뒤랭 부인이 나를 보고 싶으시면 편지만 주시면 되오.”
모렐과 관련된 그 사건은 한층 특수한 부류의 것이었다. 다른 사건들도 있었으나, 나는 지금으로서는, 기차가 멈춰 서고 짐꾼이 “동시에르,” “그라트바스트,” “멘빌” 등을 외치는 만큼, 그 해수욕장이나 수비대 도시가 내게 떠올려 주는 특정한 기억을 적어 두는 데 그치기로 한다. 나는 이미 멘빌 (media villa)을, 그리고 그곳이, 얼마 전에 세워진 저 호화로운 여자들의 업소에서 얻은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 그것은 집안 어머니들의 부질없는 항의를 불러일으키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멘빌이 어째서 내 기억 속에서 모렐 및 샤를뤼스 씨와 결부되는지 이야기하기에 앞서, 나는 그 부조화를 (나중에 좀 더 철저히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적어 두어야겠으니, 곧 모렐이 어떤 시간을 비워 두는 데 부여한 중요성과, 그가 그 시간을 바치는 척하던 일들의 하찮음 사이의 부조화, 그가 샤를뤼스 씨에게 내놓던 또 다른 종류의 해명들 가운데서도 되풀이되던 바로 그 부조화 말이다. 남작을 위해 사심 없는 예술가를 자처하던 (그리고 자기 후원자의 너그러움으로 보아 위험 없이 그럴 수 있었던) 그는, 저녁을 자기 것으로 삼고 싶을 때면, 이를테면 수업을 하려는 등의 구실에, 언제나 빠짐없이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음의 말을 덧붙였다. “게다가, 거기서 사십 프랑쯤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거야 어쨌든 벌이지요. 보내 주시겠지요, 이게 다 제게 득이 되는 일이니까요. 젠장, 저야 나리처럼 꼬박꼬박 들어오는 수입이 있는 게 아니라, 세상에서 제 앞길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니, 돈 조금 벌 기회란 말입니다.” 모렐이 수업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척한 것이 아주 진심이 아니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돈에 빛깔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돈을 버는 새로운 방식은 오래 써서 빛바랜 동전에 새로운 광채를 준다. 그가 정말로 수업을 하러 나갔더라면, 십중팔구 문을 나설 때 여학생 하나가 그의 손에 쥐여 준 루이 금화 두 닢은 샤를뤼스 씨의 손에서 나온 루이 두 닢과는 그에게 다른 효과를 냈을 것이다. 게다가, 루이 두 닢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부유한 사람이라도 몇 마일을 갈 것이고, 하인의 아들에게라면 그 몇 마일은 몇 리외가 된다. 그러나 흔히 샤를뤼스 씨는 그 바이올린 수업이 진짜인지 의심을 품었으니, 이 의심은 그 음악가가 자주, 물질적 관점에서 전혀 사심 없으면서도 동시에 터무니없는 또 다른 종류의 핑계를 대곤 했다는 사실로 더 커졌다. 여기서 모렐은 자기 삶의 한 그림을 내보이지 않을 수 없었으나, 그것을 일부러, 그리고 무의식적으로도, 어찌나 어둡게 칠했던지 오직 몇몇 부분만 알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한 달 내내 그는 저녁을 비워 둘 수 있다는 조건으로 샤를뤼스 씨의 뜻에 자신을 맡겼으니, 대수학 강의에 꼬박꼬박 출석하고 싶어서였다. 수업이 끝난 뒤 샤를뤼스 씨를 보러 오라고? 아,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수업은 이따금 아주 늦게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새벽 두 시가 지나서까지도?” 남작이 물었다. “가끔은요.” “하지만 대수학이라면 책으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지 않은가.” “더 쉽게 배우지요, 저는 강의에서 얻는 게 별로 없으니까요.” “그럼 됐네! 게다가, 대수학이 자네에게 무슨 쓸모가 있을 리도 없고.” “저는 그게 좋습니다. 신경을 달래 주거든요.” ‘그가 밤에 나가게 해 달라고 청하게 만드는 것이 대수학일 리는 없어,’ 샤를뤼스 씨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친구가 경찰 끄나풀 노릇이라도 하는 건가?’ 어쨌든 모렐은, 무슨 반대에 부딪히든, 대수학을 위해서든 바이올린을 위해서든 저녁의 어떤 시간들을 남겨 두었다. 한번은 그 어느 쪽도 아닌, 게르망트 대공을 위해서였으니, 그는 며칠 예정으로 그 해안 지방에 내려와 뤽상부르 대공비를 문안하러 왔다가,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에게 알아보이지도 않은 채 이 음악가를 붙들고는, 멘빌의 매음굴에서 자기와 하룻밤을 보내는 대가로 오십 프랑을 내놓았다. 모렐에게는 이중의 즐거움이었으니, 게르망트 씨에게서 받은 이득에서, 그리고 햇볕에 그을린 젖가슴이 맨눈에도 훤히 드러날 여자들에게 둘러싸이는 기쁨에서였다. 어찌어찌하여 샤를뤼스 씨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약속된 장소가 어디인지 낌새를 챘으나, 그 유혹자의 이름은 알아내지 못했다. 질투로 미칠 지경이 된 그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내고자 쥐피앙에게 전보를 쳤고, 쥐피앙은 이틀 뒤에 당도했으며, 그다음 주 초에 모렐이 또 자리를 비우겠다고 알리자, 남작은 쥐피앙에게 그 업소를 지키는 여자를 매수하여 남작과 자기가 벌어지는 일을 지켜볼 수 있는 어딘가에 두 사람을 숨겨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겠느냐고 물었다. “그거야 문제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하지요, 나리,” 쥐피앙이 남작을 안심시켰다. 이 불안이 얼마나 그를 뒤흔들었으며, 그럼으로써 얼마나 한동안 샤를뤼스 씨의 정신을 풍요롭게 만들었는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사랑이란 이런 식으로 정신에 규칙적인 화산 같은 격변을 일으키는 법이다. 며칠 전만 해도 그의 정신은 어찌나 한결같은 평원을 닮았던지 눈길이 닿는 데까지 그 판판한 표면 위로 솟은 관념 하나 가려낼 수 없었을 정도였는데, 거기에 별안간, 돌처럼 단단한 산맥이 솟아났으니, 그러나 그 산은, 어느 조각가가 대리석을 캐어 실어 나르는 대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으로 새겨 낸 것처럼 정교하게 조각된 산이었고, 그 안에서는 분노와 질투와 호기심과 시기와 증오와 고통과 자긍심과 공포와 사랑이 거대한 티탄의 무리를 이루어 몸부림치고 있었다.
한편 모렐이 자리를 비우기로 한 저녁이 다가왔다. 쥐피앙의 임무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와 남작은 열한 시쯤 거기 가서 몸을 숨길 자리에 놓이기로 되어 있었다. 이 호화로운 매춘의 집에서 (인근의 온갖 멋쟁이 휴양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던 곳이었다) 아직 세 거리쯤 떨어져 있을 때부터, 샤를뤼스 씨는 발끝으로 걷기 시작했고, 목소리를 죽였으며, 모렐이 안에서 그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쥐피앙에게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살금살금 현관으로 기어들어 간 샤를뤼스 씨는, 그런 곳에 익숙지 않았던 터라, 겁에 질리고 아연실색하여, 증권거래소나 경매장보다 더 요란한 소란 한복판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기를 둘러싼 여자들에게 목소리를 낮춰 달라고 사정해 봐야 헛일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목소리는, 아주 진한 밤색 가발을 쓰고, 얼굴은 스페인 변호사나 사제 같은 근엄함으로 잔주름이 잡힌 어느 늙은 “보조 마담”이 쏟아내는 통고와 배정의 물결에 파묻혀 버렸으니, 그 여자는 마치 교통을 정리하는 순경처럼 문을 번갈아 여닫으라 명하며 매 순간 우레 같은 목소리로 외쳐댔다. “이 신사분을 이십팔 호, 스페인 방으로 모셔.” “더는 들이지 마.” “문 다시 열어, 이 신사분들이 노에미 양을 찾으셔. 페르시아 방에서 기다리고 계셔.” 샤를뤼스 씨는 큰길을 건너야 하는 시골뜨기만큼이나 겁에 질려 있었으니, 한편, 코를빌의 옛 성당 현관 기둥머리에 새겨진 주제보다는 한없이 덜 불경한 비유를 들자면, 젊은 하녀들의 목소리는 보조 마담의 명령을 더 낮은 소리로 쉼 없이 되받아 옮겼으니, 마치 시골 본당 성당의 울리는 궁륭 아래서 아이들이 읊조리는 소리로 우리 귀에 들려오는 교리문답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겁이 났을지언정, 길에서는 모렐이 창가에 있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으며 자기 소리가 들릴까 봐 떨던 샤를뤼스 씨도, 방들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그 거대한 계단들의 소란 속에서는 결국 그리 겁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마침내 그 고난의 길 끝에 이르러, 그는 자기를 쥐피앙과 함께 숨겨 주기로 한 노에미 양을 만났으나, 그녀는 우선 그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호화롭게 꾸며진 페르시아풍 응접실에 가두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녀는 그에게 모렐이 오렌지에이드를 주문했으며, 그가 시중을 받는 대로 두 방문객을 투명한 칸막이가 있는 방으로 데려가겠다고 일러 주었다. 그러는 동안,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요정 대모처럼, 두 사람이 시간을 때우는 것을 돕고자 “재치 있는 아가씨”를 하나 보내 주겠노라 약속했다. 정작 그녀 자신은 불려 가야 했으니. 그 재치 있는 아가씨는 페르시아풍 실내복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것을 벗겠다고 나섰다. 샤를뤼스 씨는 그런 짓은 제발 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고, 그녀는 한 병에 사십 프랑이나 하는 샴페인을 시켰다. 사실 모렐은 이 시간 동안 게르망트 대공과 함께 있었으니, 그는 짐짓 실수로 엉뚱한 방에 잘못 들어간 척, 여자 둘이 있던 방으로 들어갔고, 그 여자들은 서둘러 자리를 비워 두 신사를 방해받지 않게 해 주었던 것이다. 샤를뤼스 씨는 이를 전혀 몰랐으나, 분노로 안달하며 문들을 열어 보려 애쓰다가, 노에미 양을 부르러 사람을 보냈다. 그런데 그 재치 있는 아가씨가 샤를뤼스 씨에게 모렐에 관해, 자기가 쥐피앙에게 일러 준 것과 어긋나는 어떤 정보를 흘리는 것을 들은 그녀는, 그 아가씨를 냉큼 내쫓고는, 재치 있는 아가씨 대신, 아무것도 내보이지는 않으면서 이 집이 얼마나 점잖은 곳인지 늘어놓고 앞선 여자와 마찬가지로 샴페인을 시키는 “귀여운 아가씨”를 하나 보냈다. 분노로 게거품을 무는 남작은 다시 노에미 양을 부르러 보냈고, 그녀는 그들에게 말했다. “네, 좀 오래 걸리네요, 아가씨들이 자세를 잡고 있는데, 저이는 아무것도 할 마음이 없어 보여요.” 마침내, 남작의 약속과 협박에 못 이겨, 노에미 양은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물러가며, 오 분 넘게는 기다리게 하지 않겠노라 장담했다. 그 오 분이 한 시간으로 늘어졌고, 그런 뒤에야 노에미가 와서, 분노로 눈이 먼 샤를뤼스 씨와 비참에 잠긴 쥐피앙 앞에 서서 발끝으로 살금살금, 반쯤 열린 문 앞으로 그들을 안내하며 일러 주었다. “여기서는 훤히 보이실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그리 재미있진 않아요, 저이가 아가씨 셋과 함께 자기 연대 생활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이윽고 남작은 문틈으로, 그리고 그 너머 거울들에 비친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죽음 같은 공포가 그를 벽에 기대게 만들었다. 그가 눈앞에 본 것은 분명 모렐이었으나, 마치 이교의 신비와 마술이 아직도 살아 있기라도 한 듯, 그것은 차라리 모렐의 망령, 방부 처리된 모렐, 나사로처럼 되살아난 것조차 아닌 모렐, 모렐의 환영, 모렐의 유령, 그 방에서 (벽과 긴 의자마다 곳곳에 마법의 표징이 되풀이되던 방이었다) “혼령으로 걸어 다니거나” “불려 나온” 모렐이었으니, 그 모습이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옆모습으로 보였다. 모렐은, 이미 죽은 사람이기라도 한 듯, 온갖 핏기를 잃고 있었다. 함께 흥겨워하리라 여겼을 이 여자들 사이에서, 그는 파리하게, 부자연스러운 부동자세로 굳어 있었다. 자기 앞에 놓인 샴페인 잔을 마시려고, 힘이 빠져나간 그의 팔은 헛되이 손을 뻗으려 애쓰다 도로 떨어지곤 했다. 불멸을 말하되 그로써 소멸을 배제하지 않는 무언가를 뜻하는 어느 종교가 암시하는 저 애매한 상태를 보는 듯한 인상이었다. 여자들은 그에게 연신 질문을 퍼붓고 있었다. “보세요,” 노에미 양이 남작에게 속삭였다. “저이한테 연대 생활 이야기를 하게 하고 있어요, 재미있죠, 안 그래요?” 여기서 그녀가 웃었다. “오시길 잘하셨죠? 저이 태연하죠, 그렇죠,” 그녀가 마치 죽어 가는 사람 이야기라도 하듯 덧붙였다. 여자들의 질문이 빗발치듯 쏟아졌으나, 모렐은, 넋이 나간 채, 그것들에 답할 기운도 없었다. 속삭임 한마디의 기적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샤를뤼스 씨는,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깨닫기까지 한순간도 채 망설이지 않았으니, 곧, 쥐피앙이 준비를 하러 갔을 때의 서투름 탓이든, 어느 가슴에 깃들든 밖으로 새어 나가고야 마는 비밀의 그 팽창하는 힘, 곧 어떤 비밀도 결코 지켜지지 않는다는 그 이치 탓이든, 이 여자들의 타고난 입 가벼움 탓이든, 아니면 경찰에 대한 두려움 탓이든, 모렐은 두 신사가 자기를 몰래 엿보는 대가로 큰돈을 치렀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보이지 않는 손들이 게르망트 대공을 감쪽같이 빼돌려 세 여자로 둔갑시켜 놓았으며, 불행한 모렐을, 떨면서 두려움에 마비된 그를, 샤를뤼스 씨는 그를 어렴풋이밖에 보지 못하는 반면, 겁에 질려 말도 못 하고 잔을 떨어뜨릴까 봐 감히 들어 올리지도 못하던 그 모렐은 도리어 남작을 완벽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앉혀 놓았던 것이다.
게다가 그 이야기는 게르망트 대공에게도 더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 않았다. 샤를뤼스 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쫓겨난 뒤, 그는 자신의 실망에 격분하면서도 그 실망이 누구 탓인지는 짐작조차 못한 채, 여전히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로 모렐에게 이튿날 밤 자기가 빌린 조그만 별장에서 만나자고 간청했다. 그 별장은 그가 오래 머물 예정도 아니었으면서, 우리가 이미 빌파리지 부인에게서 보았던 그 분별없는 습관에 따라, 좀 더 제 집처럼 느끼려고 여러 집안의 유품으로 꾸며 놓은 곳이었다. 그리하여 이튿날, 모렐은 시시각각 고개를 돌리며 샤를뤼스 씨에게 미행당하고 감시당할까 두려워 벌벌 떨었으나, 마침내 수상한 행인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자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인 하나가 그를 응접실로 안내하며 “나리”께 알리겠다고 말했다(주인이 의심을 살까 봐 “대공”이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 말라고 일러두었던 것이다). 그런데 혼자 남은 모렐이 거울로 다가가 앞머리가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살피던 순간, 그는 마치 환각에 사로잡힌 것만 같았다. 벽난로 선반 위에 놓인 게르망트 대공비, 뤽상부르 공작부인, 빌파리지 부인의 사진들은(이 바이올리니스트는 샤를뤼스 씨의 방에서 본 적이 있어 알아보았다) 처음엔 그를 공포로 얼어붙게 했다. 바로 그때 그는 나머지 사진들보다 조금 뒤쪽에 놓인 샤를뤼스 씨의 사진을 발견했다. 남작은 모렐에게 기묘하고도 붙박인 듯한 눈길을 쏘아붙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공포로 미칠 듯해진 모렐은 처음의 망연자실에서 깨어나자, 이것이야말로 샤를뤼스 씨가 자신의 충실함을 시험하려고 끌어들인 함정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단숨에 별장 계단을 뛰어 내려가 다리가 허락하는 한 빠르게 길을 따라 내달렸다. 그리고 대공이(대수롭지 않은 지인을 충분히 오래 기다리게 했다고 여기면서도, 이것이 과연 신중한 일인지, 그자가 위험한 인물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하지 않은 것도 아니면서) 방에 들어섰을 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강도가 들까 두려워 권총으로 무장한 그와 하인은 크지도 않은 집 전체와 정원 구석구석, 지하실까지 샅샅이 뒤졌으나 헛일이었다. 분명히 와 있으리라 확신했던 그 동행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뒤였다. 그 뒤 한 주 동안 그는 몇 번이나 그와 마주쳤다. 그러나 그때마다 등을 돌려 달아나는 쪽은 그 위험한 인물, 모렐이었으니, 마치 대공이 더 위험하기라도 한 듯했다. 의심이 굳어진 모렐은 끝내 그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파리에서조차 게르망트 대공의 모습만 보면 걸음아 날 살려라 달아났다. 그리하여 샤를뤼스 씨는 자신을 절망에 빠뜨렸을 배신에서 지켜졌고, 그런 일은 상상조차 못한 채, 더구나 그것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복수까지 이룬 셈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관해 들은 이야기의 기억은 벌써 다른 기억들에 자리를 내주고 있으니, 베아제가 다시 느릿한 걸음을 이어가며 다음 정거장들에서 승객을 내려놓거나 태우기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그의 누이가 살고 있어 그가 오후를 함께 보내곤 하던 그라트바스트에서는, 이따금 피에르 드 베르쥐 씨, 곧 크레시 백작(그냥 크레시 백작이라고만 불리던 분)이 나타나곤 했다. 재산은 없으나 더없이 높은 가문 출신의 신사로, 나는 캉브르메르가를 통해 그와 알게 되었지만 그는 결코 그들과 가깝지 않았다. 그는 지극히 검소한, 거의 궁핍하다 할 생활로 내몰려 있었으므로, 나는 시가 한 개비, “한잔” 술이 그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지 느꼈고, 그래서 알베르틴을 만날 수 없는 날이면 그를 발베크로 초대하는 버릇이 들었다. 대단히 세련된 사람으로, 놀라운 표현력과 눈처럼 흰 머리칼, 매력적인 푸른 두 눈을 지닌 그는, 대개 나직한 속삭임으로, 아주 섬세하게, 그가 분명 몸소 겪어 알던 시골 저택 생활의 안락함에 대해, 그리고 가문의 계보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의 반지에 새겨진 문장이 무엇이냐고 내가 묻자, 그는 겸손한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베르쥐 가지랍니다.” 그리고 그는 명품 포도주라도 음미하듯 흡족하게 덧붙였다. “우리 가문의 문장은 베르쥐 가지지요. 내 이름이 베르쥐이니 상징적이지 않습니까, 줄기가 뻗고 잎이 달린 녹색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내가 발베크에서 그에게 베르쥐보다 나을 것 없는 것을 마시라고 내놓았다면 그는 실망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는 가장 값비싼 포도주를 좋아했다. 그것들을 못 누리고 지내야 했기 때문이고, 자신이 무엇을 못 누리는지 속속들이 알았기 때문이며, 미각이 뛰어났기 때문이고, 어쩌면 갈증이 유난히 심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내가 그를 발베크에 저녁 식사로 초대하면, 그는 세련된 솜씨로 식사를 주문하되 조금 과하게 먹고 흠뻑 마셨으며, 데워야 할 포도주는 데우게 하고 식혀야 할 것은 얼음 위에 올려놓게 했다. 식사 전에도 후에도 그는 어떤 포트와인이나 오래된 브랜디의 정확한 연도나 번호를 대곤 했는데, 그것은 마치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로서는 못지않게 훤히 아는 어느 후작 작위의 서임 연도를 대듯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