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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⑬

4권 제2부 · 제3장

마님과의 이 불화에도 불구하고, 캉브르메르가 사람들은 단골들과 꽤 좋은 사이였고, 기차로 이동할 때면 선뜻 우리 객차에 올라타곤 했다. 두빌에 다다르기 직전이면, 알베르틴은 마지막으로 손거울을 꺼내 들고서, 때로 장갑을 갈아 껴야겠다거나 잠시 모자를 벗어야겠다고 여겼고, 내가 선물해 그녀가 머리에 꽂고 다니던 대모갑 빗으로 땋은 머리를 매만지고, 부풀린 부분을 끄집어내며, 필요하면 목덜미까지 고른 골을 이루며 흘러내린 물결 위로 쪽 진 머리를 밀어 올리곤 했다. 우리를 마중 나온 마차에 일단 오르고 나면, 우리는 우리가 어디 있는지 더는 알 수 없었다. 길에는 불빛이 없었다. 바퀴 소리가 한결 크게 울리는 것으로 마을을 지나고 있음을 알아차렸고, 다 왔구나 싶으면 어느새 다시 탁 트인 들판에 있었으며, 멀리서 종소리를 들었고, 우리가 야회복 차림이라는 것도 잊은 채 거의 잠이 들 뻔했는데, 그러다 이 넓은 어둠의 경계지대 끝에서, 곧 지나온 거리와 모든 기차 여행에 으레 따르는 사건들 탓에 밤이 이슥해지고 파리까지 거의 절반은 되돌아온 듯한 느낌을 주던 그 어둠의 끝에서, 마차 바퀴가 한결 고운 자갈을 밟으며 우리가 공원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려주자마자, 우리를 사교의 삶으로 다시 데려다 놓으며 응접실의, 이어 식당의 눈부신 불빛이 터져 나왔고, 거기서 우리는 진작에 지났으리라 여긴 여덟 시를 알리는 종소리를 문득 듣고 흠칫 놀랐으니, 그러는 동안 끝없이 이어지는 요리와 오래 묵은 포도주가 검은 옷의 남자들과 맨팔을 드러낸 여자들 사이로 잇달아 돌았고, 여느 진짜 만찬처럼 불빛으로 환한 그 만찬회는, 오가는 길의 밤의, 시골의, 바닷가의 시간들이 저마다의 본래의 엄숙함을 이 사교의 목적에 바쳐 짜낸, 음울하고 낯선 이중의 장막에 둘러싸였을 뿐이며, 그리하여 그 성격이 달라져 있었다. 실은 그 시간들 때문에 우리는 불 밝힌 응접실의, 금세 잊히는 찬란한 화려함을 떠나 마차로 돌아가야 했는데, 나는 그 마차에서 알베르틴 곁에 앉도록 자리를 잡았으니, 내가 없는 사이 내 연인이 다른 사람들과 남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고, 또 흔히 다른 이유도 있었으니, 어두운 마차 안에서라면 우리 둘이 많은 것을 할 수 있었고, 게다가 내리막을 달리며 덜컹거리는 통에, 갑작스레 한 줄기 빛이 우리에게 비쳐들더라도 서로 붙어 있을 핑곗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캉브르메르 가 아직 베르뒤랭 부부와 왕래하던 시절, 그는 내게 묻곤 했다. “이 안개 때문에 숨 막히는 발작이 도지진 않겠소? 오늘 아침 내 누이가 지독히 고생했다오. 아! 당신도 겪었군요.” 그가 흡족한 듯 말했다. “오늘 밤 누이에게 그리 전하리다. 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누이가 맨 먼저 물을 게, 요새 당신이 발작을 겪었는지일 테니까.” 그가 내 고통을 입에 올린 것은 오로지 누이의 고통 이야기로 넘어가기 위해서였고, 내게 내 증세를 소상히 늘어놓게 한 것도 그저 그것과 누이의 증세 사이의 차이를 짚어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누이의 발작 덕분에 자신이 권위를 갖고 말할 자격이 있다고 여겼기에, 누이에게 “효험을 본” 것이 내 병에도 치료법으로 마땅하지 않을 리 없다고 믿었고, 내가 그 치료법들을 시험해 보려 하지 않는 것에 짜증을 냈으니, 무릇 어떤 섭생을 스스로 따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남에게 그 섭생을 강요하기를 삼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한낱 문외한인 내가 나설 것도 없지요, 당신이 이렇게 지혜의 원천인 아레오파고스 앞에 있으니 말이오. 코타르 교수는 그 발작을 어찌 보시오?” 사실 나는 그의 아내를 한 번 더 만났는데, 그녀가 내 “사촌”에게 이상한 버릇이 있다고 말했던 터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잡아뗐으나, 끝내는 내 사촌과 함께 있는 것을 본 듯한 어떤 사람을 두고 한 말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녀는 그 사람의 이름은 모른다면서, 잘못 안 게 아니라면 어느 은행가의 아내인데, 리나, 리네트, 리제트, 리아, 아무튼 그런 비슷한 이름으로 불리더라고 힘없이 말했다. 나는 “은행가의 아내”라는 말이 그저 내가 냄새를 못 맡게 하려고 끼워 넣은 것임을 느꼈다. 나는 이것이 사실인지 알베르틴에게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나는 호기심 어린 태도보다는 이미 다 안다는 태도로 그녀에게 말을 꺼내는 편이 낫겠다고 여겼다. 게다가 알베르틴은 아예 대답을 하지 않거나, 한다 해도 오직 “아니”라는 말로만 답했을 텐데, 그 은 너무 머뭇거리고 는 너무 힘주어 발음되었을 것이다. 알베르틴은 자기에게 해가 될 만한 사실은 결코 이야기하지 않고, 언제나 오직 그런 사실들로만 설명될 수 있는 다른 사실들을 이야기했으니, 진실이란 사람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말에서 흘러나와, 눈에 보이지 않을지언정 우리가 감지하게 되는 하나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내가 그녀에게 비시에서 알고 지낸 어떤 여자가 평판이 나쁘다고 단언했을 때, 그녀는 그 여자가 내가 짐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며, 자기에게 부적절한 짓을 하게 만들려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그녀는 며칠 뒤, 내가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을 이야기하자, 그 비시의 부인에게 친구가 하나 있는데, 자기, 곧 알베르틴은 그 친구를 모르지만, 그 부인이 “자기에게 소개해 주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그 부인이 그런 약속을 했다는 것은, 알베르틴이 그걸 바랐거나, 아니면 그 부인이 소개를 해 주면 알베르틴이 기뻐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이 점을 알베르틴에게 지적했다면, 나는 내 정보를 그녀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였을 테고, 당장에 그 실마리를 끊어 버려 더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을 테며, 그녀가 나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일도 그만두게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발베크에 있었고, 그 비시의 부인과 친구는 망통에 살고 있었으니, 그 거리의 멀음과 위험의 불가능함이 내 의심을 이내 가라앉혔다. 흔히 캉브르메르 가 정거장에서 나를 불러 세울 때면, 나는 알베르틴과 함께 어둠을 한껏 이용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아직 충분히 어둡지 않다고 겁을 내며 그녀가 마다하려 들었던 만큼 더더욱 애를 먹었다. “있잖아, 분명 코타르가 우릴 봤을 거야, 설령 못 봤더라도 우리 목소리로 우리가 얼마나 숨이 차 있었는지 알아챘겠지, 하필 사람들이 당신의 그 다른 종류의 숨참에 대해 이야기하던 참에 말이야.” 우리가 집으로 가는 작은 열차를 탈 두빌 정거장에 다다랐을 때 알베르틴이 내게 말했다. 그러나 이 돌아오는 길은, 떠나는 길과 마찬가지로, 내게 어떤 시적인 감흥을 불러일으켜 여행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을 일깨웠고, 그리하여 알베르틴과 결혼하려는 생각을 죄다 버리고 나아가 우리 관계를 끝내 청산하기로 마음먹게 했지만, 또한 바로 그 모순된 성질 때문에 이 결별을 한결 수월하게 만들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떠나는 길에서와 꼭 마찬가지로, 정거장마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 열차에 올라 우리와 합류하거나 승강장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으니, 상상이 주는 은밀한 즐거움은 그토록 마음을 달래고 그토록 나른하게 하는, 저 끊임없는 사교의 즐거움에 압도당했다. 정거장 그 자체에 이르기도 전에, 그 이름들은 (내가 그것들을 처음 들은 날, 곧 할머니와 함께 발베크로 내려가던 저녁 이래로 내게 숱한 공상을 불러일으켰던 그 이름들은) 어느새 인간적인 것이 되어, 알베르틴의 청으로 브리쇼가 그 어원을 한결 소상히 풀어 준 저녁 이래로 그 낯섦을 잃어버렸다. 나는 Fiquefleur, Ronfleur, Fiers, Barfleur, Harfleur 어떤 이름들을 끝맺는 “꽃”에 매료되었고, Bricqueboeuf의 끝에 오는 “소”에 재미있어했다. 그러나 브리쇼가 (이 이야기는 그가 기차에서 첫날 이미 내게 해 준 것이었는데) fleur가 항구를 뜻하며(fjord처럼), boeuf는 노르만어로는 budh이며 오두막을 뜻한다고 일러 주자, 꽃도 소도 사라져 버렸다. 그가 여러 예를 들자, 내게 특수한 사례로 보이던 것이 일반적인 것이 되었고, Bricqueboeuf는 Elbeuf 곁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으며, 실로 얼핏 보기에 그 고장 자체만큼이나 독자적인 어떤 이름에서도, 이를테면 Pennedepie 같은 이름, 곧 정신으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그 모호함이 어느 노르만 치즈처럼 거칠고 구수하며 단단한 한 낱말 속에 아득한 옛날부터 뒤엉겨 있는 듯 보이던 그 이름에서마저, 나는 산을 뜻하며 Pennemarck에서도 아펜니노 산맥에서와 똑같이 알아볼 수 있는 갈리아어 pen을 발견하고 실망하고 말았다. 열차가 설 때마다 나는 우리 객차에 손님을 맞이하지는 못하더라도 다정하게 맞잡을 손들은 있으리라 느꼈기에, 알베르틴에게 말했다. “얼른 브리쇼에게 알고 싶은 이름들을 물어봐. 나한테 Marcouville l’Orgueilleuse 얘기를 했잖아.” “응, 나는 그 orgueil이 참 좋아, 오만한 마을이잖아.” 알베르틴이 말했다. “그 마을이,” 브리쇼가 대꾸했다, “더욱 오만하게 여겨질 겁니다, 그걸 프랑스어로 옮기거나 바이외 주교의 고문서집에 나오듯 저속한 라틴어를 빌려 Marcouvilla superba라 하는 대신, 노르만어에 더 가까운 옛 형태 Marculplinvilla superba, 곧 메르퀼프의 마을, 메르퀼프의 영지라 부른다면 말이오. ville로 끝나는 이 이름들 거의 모두에서, 당신은 이 해안에 아직도 도열해 있는 저 거친 노르만 침략자들의 망령을 볼 수 있을 겁니다. Hermenonville에서는 마차 문 곁에 서 있던 이가 우리의 훌륭한 박사님뿐이었는데, 그분은 보다시피 북방 족장다운 데라곤 조금도 없지요. 하지만 눈을 감으면 저 이름난 헤리문트(Herimundivilla)를 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사람들이 어째서 Loigny에서 옛 발베크로 이어지는 무척 그림 같은 길을 두고, Loigny와 발베크플라주 사이의 저 길을 고르는지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베르뒤랭 부인이 마차로 당신을 그쪽으로 데리고 나갔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랬다면 당신은 Incarville, 곧 비스카르의 마을을 보았을 테고, 베르뒤랭 부인 댁에 이르기 전에 있는 Tourville은 튀롤드의 마을입니다. 게다가 노르만인만 있었던 게 아니오. 게르만인(Alemanni)도 여기까지 온 모양이니, Aumenancourt, 곧 Alemanicurtis가 그렇지요. 저기 보이는 저 젊은 장교에게는 이 이야기를 하지 맙시다, 자칫 다시는 그곳 사촌들을 찾아가지 않겠다고 할 만한 사람이니까. 색슨인도 있었으니, Sissonne의 샘들이 그 증거요”(그곳은 베르뒤랭 부인이 즐겨 찾는 소풍지 가운데 하나였는데, 과연 그럴 만했다), “마치 영국에 Middlesex, Wessex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설명할 길 없는 것이, 고트인은, 그들이 참으로 가련한 무리였다고들 하지만, 이곳까지 온 듯하고, 무어인마저 그러했으니, Mortagne가 Mauretania에서 왔기 때문입니다. 그 자취가 Gourville, 곧 Gothorunvilla에 남아 있지요. 라틴인의 흔적도 얼마쯤 남아 있으니, Lagny(Latiniacum)가 그렇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Thorpehomme에 대한 설명이오.” 샤를뤼스 가 말했다. “homme는 알겠소.” 그가 덧붙이자, 조각가와 코타르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Thorpe는?” “homme는 당신이 자연스레 짐작하게 되는 것과는 조금도 다른 뜻입니다, 남작.” 브리쇼가 코타르와 조각가를 짓궂게 곁눈질하며 대꾸했다. “homme는 이 경우 내가 내 어머니를 빚진 바 없는 그 성(性)과는 아무 상관이 없소. hommeholm으로, 작은 섬을 뜻하지요, Thorpe, 곧 마을로 말하자면, 그건 내가 이미 우리 젊은 벗을 지루하게 만든 수백 개의 낱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Thorpehomme에는 어느 노르만 족장의 이름이 아니라 노르만어의 낱말들이 들어 있는 겁니다. 이 고장 전체가 얼마나 게르만화되었는지 아시겠지요.” “그건 과장인 듯싶소.” 샤를뤼스 가 말했다. “어제 나는 Orgeville에 있었소.” “이번엔 내가 Thorpehomme에서 당신에게서 앗아간 그 사람을 돌려드리지요, 남작. 현학을 부리려는 건 아니지만, 로베르 1세의 어느 특허장에는 Orgeville이 Otgervilla, 곧 오트제르의 영지로 나옵니다. 이 이름들은 모두 옛 영주들의 이름입니다. Octeville la Venelle은 l’Avenel이 와전된 것이고요. 아브넬가는 중세에 명망 있는 가문이었습니다. 며칠 전 베르뒤랭 부인이 우리를 데려간 Bourguenolles는 예전에 Bourg de Môles로 적혔는데, 그 마을이 11세기에 보두앵 드 몰의 소유였기 때문이며, la Chaise-Baudoin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런데 어느새 동시에르에 다 왔군요.” “저런, 저 하급 장교들이 죄다 올라타려 하는 꼴 좀 보시오.” 샤를뤼스 가 짐짓 놀란 체하며 말했다. “당신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오, 나야 상관없지, 난 여기서 내리니까.” “들으셨소, 박사?” 브리쇼가 말했다. “남작께서 장교들이 자기 몸을 밟고 지나갈까 봐 겁을 내시는군요. 하지만 그들이 이곳에 떼 지어 나타날 권리는 충분하지요, 동시에르는 다름 아닌 Saint-Cyr, 곧 Dominus Cyriacus와 똑같으니까요. SanctusSanctaDominusDomina로 바뀐 도시 이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게다가 이 평화로운 군사 도시는 때때로 Saint-Cyr나 베르사유, 심지어 퐁텐블로 같은 헛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지요.”

이 돌아오는 (떠날 때와 마찬가지인) 여정 동안 나는 알베르틴에게 옷을 갖춰 입으라고 이르곤 했는데, Aumenancourt, 동시에르, 에프르빌, Saint-Vast에서 친구들의 짧은 방문을 받게 되리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문이, (Hermenonville, 곧 헤리문트의 영지에서) 슈브르니 가 다른 손님들을 맞으러 내려온 김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튿날 Beausoleil로 점심을 들러 오라고 내게 청하는 형태를 띠거나, 아니면 (동시에르에서) 생루가 (자신이 짬을 낼 수 없을 때) 보낸 그의 매력적인 친구 하나가 불쑥 들이닥쳐, 보로디노 대위의 초대를, 곧 Cocq-Hardi의 장교 식당이나 Faisan Doré의 하사관 식당으로 오라는 초대를 내게 전하는 형태를 띨 때에도, 나는 조금도 마다하지 않았다. 생루가 그곳에 주둔해 있는 내내 몸소 자주 찾아오면, 나는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알베르틴을 내 감시와 보호 아래 사로잡아 두려고 애썼는데, 그렇다고 내 경계가 무슨 소용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한번은 내 감시가 끊긴 적이 있었다. 열차가 오래 서 있을 때, 블로크는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곧장 자기 아버지에게로 달려가려던 참이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얼마 전 큰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고 라 코망드리라는 이름의 시골 저택을 세내어, 시골 신사라면 으레 제복 입은 마부를 딸린 역마차를 타고 다녀야 마땅하다고 여기던 사람이었다. 블로크는 자기와 함께 마차까지 가 달라고 내게 졸랐다. “하지만 서둘러, 이 네발짐승들이 안달을 내니까, 자 오게, 오 신들이 사랑하는 이여, 자네가 내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릴 걸세.” 그러나 나는 알베르틴을 생루와 함께 열차에 남겨 두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내가 등을 돌린 사이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른 객실로 들어가거나, 서로에게 미소를 짓거나, 서로 몸을 스칠지도 몰랐다. 알베르틴에게 못 박힌 내 눈은 생루가 거기 있는 한 그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나는, 자기 아버지에게 가서 인사를 건네 달라고 내게 청을 넣었던 블로크가, 우선은 내가 그럴 수 없을 아무런 사정도 없는데 거절하는 것을 그다지 예의 바르지 못하다고 여긴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었으니, 짐꾼들이 우리에게 열차가 정거장에 적어도 십오 분은 서 있을 거라고 일러 주었고, 열차가 없으면 출발하지 못할 승객이 거의 다 내려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그것이 아주 명백히, 곧 이번 일이 그에게 그 확실한 증거를 주었으니, 내가 속물이기 때문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내가 어울리고 있던 사람들의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샤를뤼스 는 이보다 얼마 전에, 소개는 오래전에 이미 이루어졌다는 것을 기억하지도 개의치도 않은 채 내게 말했었다. “그런데 자네 친구를 내게 소개해 주게, 자네는 내게 대한 결례를 범하고 있어.” 그러고는 블로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블로크가 그의 마음에 무척 든 듯, 급기야 그에게 “또 만나길 바라네.”라는 말까지 베풀 정도였다. “그럼 정녕 돌이킬 수 없단 말이지, 그리 기뻐하실 내 아버지에게 인사 한마디 하러 백 걸음도 안 걷겠다는 거야.” 블로크가 내게 말했다. 나는 우정이 모자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안타까웠고, 블로크가 내게 그것이 모자란다고 짐작한 그 이유 때문에 더더욱 안타까웠으며, 내가 “가문 좋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면 중산층 친구들에게는 예전 같지 않다고 그가 상상한다는 것을 느끼는 게 안타까웠다. 그날 이후로 그는 내게 예전과 같은 우정을 보이지 않게 되었고, 나를 더 아프게 한 것은, 내 인품에 대해서도 더는 예전과 같은 존중을 품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가 마차에 남아 있게 한 그 동기에 대해 그의 오해를 풀어 주려면, 나는 그에게 무언가를, 곧 내가 알베르틴을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했을 텐데, 그것은 내가 어리석게 속물근성에 젖었다고 그가 짐작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보다 나를 훨씬 더 괴롭혔을 것이다. 이렇듯 이론상으로는 오해를 피하려면 언제나 솔직하게 스스로를 해명해야 마땅하다고 우리는 여긴다. 그러나 삶은 흔히 이 오해들을 이런 식으로 배치해 놓아서, 그것을 풀 수 있는 드문 경우에 그것을 걷어 내려면, 우리는 둘 중 하나를 드러내야만 한다. 하나는, 여기서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로, 친구가 우리에게 씌우는 부당함보다 그를 더 화나게 할 무언가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이 바로 내 곤경이었는데, 그것을 털어놓는 것이 우리에게는 오해보다도 더 나쁘게 여겨지는 어떤 비밀이다. 게다가 내가 블로크에게, 그럴 수 없었으므로, 그와 함께 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로, 나에게 화내지 말라고 그에게 빌었다 한들, 나는 그의 화를 알아챘다는 것을 그에게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그 화를 키우기만 했을 것이다. 알베르틴이 곁에 있는 탓에 내가 그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럼에도 그는 도리어 지체 높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 탓이라고 짐작하도록 정해 놓은 운명의 명령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었으니, 그 지체 높은 이들이 백 배 더 지체 높았던들, 그것이 미쳤을 유일한 영향이라곤 나로 하여금 오로지 블로크에게만 마음을 쏟고 온갖 예의를 그에게만 바치게 했으리라는 것뿐이었다. 우연히, 터무니없이, 어떤 사건이 (이 경우에는 알베르틴과 생루가 나란히 있게 된 일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던 두 운명 사이에 끼어들기만 해도, 그 두 운명은 어긋나 점점 더 멀리 벌어지고 다시는 만나지 않게 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내게는 블로크의 우정보다 더 소중한 우정들도 있었으나, 그것들 역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장본인이, 상처 입은 상대에게, 필시 그의 자존심에 난 상처를 아물게 하고 달아나 버린 애정을 되불러 왔을 그 말을 해명할 아무런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무너져 버렸다.

하기야 블로크의 우정보다 더 소중한 우정이라 해서 그리 대단한 말은 못 된다. 그는 나를 가장 성가시게 하는 결점을 죄다 갖추고 있었다. 마침 알베르틴에 대한 내 애정이 그 결점들을 도무지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내가 로베르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짧은 순간에, 블로크는 자기가 봉탕 부인과 점심을 들었으며 “헬리오스가 기울” 때까지 모두가 나를 더없이 따뜻이 칭찬하더라고 내게 말했다. “잘됐군.” 나는 생각했다. “봉탕 부인이 블로크를 천재로 여기니, 그가 나를 두고 쏟아 냈을 열띤 지지가 다른 사람들이 한 그 어떤 말보다 큰 힘을 발휘해서, 결국 알베르틴에게까지 전해질 테지. 이제 머지않아 그녀도 알게 될 테고, 그녀의 이모가 벌써 그 말을 그녀에게 옮기지 않은 게 오히려 놀랍구나, 내가 ‘뛰어난 인물’이라는 걸 말이야.” “그래,” 블로크가 말을 이었다, “모두가 자네를 칭송했지. 나 혼자만은, 마치 우리 앞에 차려진 (마침 변변찮았던) 식사 대신, 타나토스와 레테의 복된 형제인 신성한 히프노스가, 곧 몸과 혀를 달콤한 결박으로 감싸는 그 신이 아끼는 양귀비꽃을 삼킨 것처럼 깊은 침묵을 지켰다네. 내가 자네를 흠모하기를, 나와 함께 먹으라 청함을 받은 저 굶주린 개들의 무리보다 덜한 건 아니야. 다만 나는 자네를 이해하기에 흠모하고, 그들은 자네를 이해하지 못한 채 흠모하지. 실은 나는 자네를 너무나 흠모하는 나머지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자네 이야기를 할 수 없었으니,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품고 있는 것을 소리 내어 기리는 건 내게 모독처럼 여겨졌을 걸세. 그들이 자네에 대해 내게 아무리 캐물어도 헛일이었으니, 크로니온의 딸인 신성한 푸도르가 나를 입 다물게 했거든.” 나는 언짢은 티를 낼 만큼 몰취미하지는 않았지만, 이 푸도르는 내게 크로니온보다는 오히려 다음과 같은 조심성들에 훨씬 더 가깝게 여겨졌다. 곧, 자네를 흠모하는 비평가가, 자네가 좌정한 그 은밀한 신전이 무지한 독자와 기자 무리에게 짓밟힐까 두려워 자네에 대해 말하기를 삼가는 그 조심성, 자네가 자네와 대등하지 못한 사람들의 무리 속에 파묻힐까 봐 자네를 훈장에 추천하지 않는 정치가의 그 조심성, 재능이라곤 없는 X⸺ 씨의 동료가 되는 수치를 자네에게 면해 주려고 자네를 표결에서 밀어 주기를 삼가는 아카데미 회원의 그 조심성, 요컨대 더 존경스러우면서 동시에 더 죄스러운 조심성, 곧 공덕이 넘치던 죽은 아버지에 대해 글을 쓰지 말아 달라고, 그리하여 우리가 그 가엾은 고인의 생명을 늘려 그의 둘레에 영광의 후광을 씌우지 못하게 해 달라고 우리에게 애원하는 아들들의 그 조심성, 정작 고인 자신은 경건한 손길로 무덤에 바쳐진 화환보다 제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를 더 바랐을 터인데도 그러는 그 아들들의 조심성에 훨씬 더 가까워 보였다.

블로크가, 내가 자기 아버지에게 인사하러 가지 못하게 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 나를 애태우는 한편, 봉탕 부인 댁에서 나를 깎아내렸노라 실토함으로써 나를 분통 터지게 했다면 (나는 이제야 알베르틴이 어째서 그 오찬 이야기를 한 번도 비치지 않았고 내가 블로크의 나에 대한 애정을 말할 때 잠자코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 젊은 이스라엘 사람은 샤를뤼스 에게는 언짢음과는 정반대의 인상을 심어 주었다.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