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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알베르틴과의 생활 ⑥

5권 제1부 · 제1장: 알베르틴과의 생활

질투가 발각되는 순간, 그 대상이 된 여자는 그것을 속임수를 정당화하는 도전으로 여긴다. 게다가 무언가 알아내려는 시도에서 거짓과 기만을 먼저 시작한 쪽은 우리다. 앙드레도, 에메도 아무 말 하지 않겠다고 우리에게 약속할 수는 있지만, 과연 그 약속을 지킬까? 블로크는 아는 것이 없으니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었지만, 알베르틴이 이 셋 가운데 누구와든 이야기만 나누면, 생루라면 대조 확인이라 불렀을 그 방법으로, 우리가 자기 행동에 무관심한 척, 자기를 감시할 만한 위인이 못 되는 척할 때 실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리하여 알베르틴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나의 늘 그렇던 끝없는 불확실함, 너무 막연해서 고통스럽지도 않은 그 불확실함, 슬픔에 대해 막연함에서 위안이 싹트는 그 망각의 시작이 하는 역할을 질투에 대해 하던 그 불확실함을 대신하여, 앙드레가 가져다준 그 자그마한 대답의 조각이 이내 새로운 물음들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나를 둘러싼 저 광대한 지대의 한 구역을 탐사한 유일한 결과란, 우리가 그것을 뚜렷이 그려 보려 할 때 남의 삶이란 언제나 그러하듯 그 알 수 없는 것을 내게서 더 멀리 쫓아 버린 것뿐이었다. 나는 앙드레에게 계속 물었고, 그동안 알베르틴은 조심스러운 마음에서, 그리고 (그것을 의식했을까?) 내가 다른 쪽에게 자유로이 물어볼 수 있도록 제 방에서 몸단장을 길게 끌었다. “알베르틴의 이모부와 이모는 둘 다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하고 나는 앙드레의 유별난 성정을 잊은 채 어리석게 말했다.

이내 나는 그녀의 젤리 같은 얼굴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상한 시럽처럼 그녀의 얼굴은 영영 흐려진 듯했다. 입가가 씁쓸해졌다. 앙드레에게는, 내가 처음 발베크를 찾았던 해에 작은 무리의 모두가 그러했듯 허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내보이던 그 앳된 명랑함이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그것은 이제 (하긴 앙드레도 이제 몇 살 더 먹기는 했다) 그녀에게서 그토록 빠르게 스러져 버렸다. 그러나 그날 저녁 앙드레가 저녁을 먹으러 집에 가려고 나를 떠나기 전에, 나는 무심코 그 명랑함을 되살아나게 하려던 참이었다. “오늘 어떤 사람이 더할 나위 없이 극찬하며 당신을 칭찬하더군” 하고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내 그녀의 눈에서 기쁨의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녀는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내 시선을 피했지만, 문득 아주 동그래진 두 눈으로 허공을 향해 미소 지었다. “누구였어요?” 그녀는 천진하고도 간절한 관심으로 물었다. 내가 말해 주자, 그가 누구였든 그녀는 기뻐했다.

이윽고 우리가 헤어질 때가 되어 그녀는 나를 떠났다. 알베르틴이 내 방으로 왔다. 그녀는 옷을 벗고, 매혹적인 크레프드신 실내복이나, 게르망트 부인께 묘사해 달라 부탁했던 일본식 가운 가운데 하나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중 몇몇에 대해서는 스완 부인이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로 세세한 사항을 더 일러 주었다.

“그토록 오래 자취를 감추셨다가 제 티가운에 관한 당신 편지를 읽으니, 저세상에서 온 기별을 받는 것만 같았답니다.”

알베르틴은 프랑수아즈가 못마땅한 투로 “나막신”이라 부르던, 보석이 촘촘히 박힌 검은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그것은 프랑수아즈가 응접실 창에서 게르망트 부인이 저녁에 신은 것을 본 구두를 본떠 만든 것이었다. 그러다 조금 뒤 알베르틴은 실내화를 신기 시작했는데, 더러는 금박 입힌 염소 가죽, 더러는 친칠라로 된 그것을 보는 일이 내게는 흐뭇했으니, 그것들은 하나같이 (다른 구두라면 그러지 못했을) 그녀가 내 지붕 아래 살고 있다는 표시였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또 내게서 온 것이 아닌 물건도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에 고운 금반지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위에 활짝 펼쳐진 독수리 날개를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이모가 준 거예요” 하고 그녀가 설명했다. “그 사람도 가끔은 제법 상냥할 때가 있죠. 이걸 받으니 내가 끔찍이 늙은 것 같아요, 스무 살 생일에 준 거거든요.”

알베르틴은 이 온갖 예쁜 물건들에 공작부인보다 훨씬 더 열렬한 관심을 보였으니, 소유를 가로막는 온갖 장애가 그러하듯 (내 경우에는 여행을 그토록 어렵고도 그토록 갈망케 하던 병약함이 그러했듯), 가난은 부유함보다 너그러워서, 여자들에게 살 수 없는 옷 대신 그보다 나은 것, 곧 그 옷에 대한 욕망을, 진정하고 세세하며 깊이 있는 앎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런 것들을 한 번도 살 수 없었기에, 나는 그것들을 그녀에게 주문하며 그녀를 기쁘게 하려 했기에, 우리는 둘 다 드레스덴이나 빈에 가서 보기를 애타게 바라는 그림들을 이미 속속들이 아는 학생들과 같았다. 반면 부유한 여자들은 수많은 모자와 드레스에 둘러싸여, 아무런 욕망도 앞서지 않은 채 화랑을 찾는 탓에 그저 어리둥절함과 지루함과 피로만을 느끼는 관광객들과 같다.

어떤 토크, 어떤 검은담비 외투, 소매 안감을 분홍으로 댄 어떤 두세 실내복은, 그것들을 눈여겨보고 탐내며, 욕망의 요소인 그 배타성과 세심한 까다로움 덕에, 안감이나 스카프가 더없이 도드라져 보이는 허공 속에 그것들만 나머지 온갖 것에서 떼어 내어 세부까지 낱낱이 외워 둔 알베르틴에게, 그리고 그 옷의 남다른 값어치와 우월함과 맵시가, 그 위대한 디자이너의 흉내 낼 수 없는 양식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 그 설명을 구하러 게르망트 부인을 찾아갔던 나에게, 어떤 중요성과 매력을 띠었다. 그것은 공작부인에게는 분명 없던 것으로, 그녀는 식욕이 생기기도 전에 물려 있었으며, 하긴 몇 해 전 어느 멋쟁이 부인을 따라 재봉점을 지겹게 돌아다니던 때에 그것들을 보았더라면 내게도 없었을 것이다.

과연 알베르틴은 차츰 멋쟁이 부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주문한 것 하나하나가 그 종류에서 가장 예쁜 것이었고, 게르망트 부인이나 스완 부인이 보태 준 온갖 세련됨을 갖추었으니, 그녀는 이런 것들을 넘치도록 갖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따로 찬탄했으니, 그것으로 족했다.

어느 한 화가에게, 이윽고 또 다른 화가에게 매혹되고 나면, 우리는 마침내 화랑 전체에 대해 차갑지 않은 찬탄을 느끼게 될 수 있다. 그 찬탄은 저마다 그 시절에는 하나뿐이던 잇따른 열광들로 이루어져, 끝내 하나로 힘을 합쳐 온전한 전체로 화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경박하지 않아, 혼자 있을 때면 많이 읽었고 나와 함께 있을 때면 소리 내어 읽어 주곤 했다. 그녀는 무척 총명해졌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주 틀린 말이었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나는 여태 아무것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면 아찔해요. 아니라고 하지 말아요. 당신은 내가 짐작도 못 하던 관념의 세계를 열어 주었고, 내가 무엇이 되었든 그건 다 당신 덕이에요.”

그녀가 앙드레에 대한 내 영향을 두고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이 떠오를 것이다. 둘 가운데 누구라도 나를 마음으로 그리워한 걸까? 그리고 그 자체로 알베르틴과 앙드레는 무엇이었나? 그 답을 알려면 나는 그대를 붙박아 두어야 하리라. 늘 그대의 또 다른 모습으로 끝나고 마는 그 끝없는 기다림 속에 사는 것을 그쳐야 하고, 그대를 못 박아 두기 위해 그대를 사랑하기를 그쳐야 하며, 빛의 어지러운 속도 속에서, 우리가 그대를 겨우 알아보면서도 다시 나타남을 보고 감격에 떨게 하는 그 소용돌이 속의 되풀이되는 빛살이여, 오 처녀들이여, 끝없이 사람을 어리둥절케 하는 그대의 도착을 알기를 그쳐야 하리라. 그 속도를, 우리를 그대의 뒤쫓음으로 내모는 성적 이끌림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 알아채지도 못한 채 모든 것이 멈춰 있는 듯 여겼으리라. 언제나 다르고 언제나 우리 예상을 벗어나는 황금 물방울들이여! 그때마다 처녀는 바로 앞서의 모습과 너무나 닮지 않아 (우리가 그녀에 대해 간직했던 기억과 채우려던 욕망을 우리가 그녀를 알아보는 순간 산산조각 내면서), 우리가 그녀에게 부여하는 그 자연의 항상성이란 순전히 허구이며 말의 편의일 뿐이다. 어떤 예쁜 처녀가 다정하고 사랑스러우며 더없이 섬세한 감정으로 가득하다는 말을 우리는 듣는다. 우리 상상은 그 장담을 받아들이고, 그녀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짜 놓은 띠 안에 담긴 장밋빛 얼굴 원반을 처음 바라볼 때, 우리는 이 너무나 정숙한 누이가 바로 그 정숙함으로 우리 열정을 식히지나 않을까,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던 연인이 결코 되어 주지 못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 마음의 고귀함을 믿고서 첫 순간부터 그녀에게 온갖 비밀을 털어놓고, 함께 온갖 계획을 의논한다. 그러나 며칠 뒤 우리는 그토록 속내를 드러낸 것을 후회하니, 그 장미 꽃잎 같던 처녀가 두 번째 만남에서는 음탕한 복수의 여신 같은 말투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기 때문이다. 며칠간 이어지는 고동 끝에 장밋빛이 되살아나며 우리에게 내미는 잇따른 초상들로 말하자면, 이 처녀들과 무관한 어떤 추동력이 그들의 모습을 바꿔 놓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도 없으며, 발베크의 내 처녀 무리에게도 능히 그런 일이 일어났을 법하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처녀의 부드러움과 순결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그러나 나중에는 무언가 좀 더 무르익은 것이 우리 마음에 더 들리라 여겨, 그녀에게 좀 더 대담해 보이라고 권한다. 그녀 자신은 이쪽이었나 저쪽이었나? 어쩌면 어느 쪽도 아니고, 다만 삶의 걷잡을 수 없는 물살 속에서 온갖 다른 가능성에 굴복할 수 있는 존재였으리라. 온통 매력이 어떤 냉혹함에 (우리는 그것을 우리 뜻대로 길들이리라 믿었는데) 있던 또 다른 처녀, 이를테면 발베크에서 도약하며 소스라친 노신사들의 벗어진 머리를 스치던 그 무서운 도약꾼 처녀와 함께라면, 얼마나 실망스러웠던가. 남들에게 굴던 온갖 잔혹함의 기억에 부추김을 받아 다정한 말로 그녀에게 막 말을 건네려던 참에, 그 새로운 모습의 그녀가 놀이의 첫수로, 자기는 수줍어서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는 누구에게도 재치 있는 말 한마디 못 하고 그토록 겁을 먹는다며, 보름쯤은 지나야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말이다. 강철이 솜으로 변해, 우리가 부러뜨려 볼 것이라곤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 그녀 스스로 온갖 단단함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제 뜻으로, 그러나 어쩌면 우리 탓으로, 우리가 ‘엄격함’에게 건넨 다정한 말들이, 어쩌면 그녀 편의 어떤 계산도 없이, 그녀는 부드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넌지시 일러 준 것이리라.

그 변화가 우리에게 아무리 서글펐던들, 그것이 아주 서투른 일만은 아니었으니, 그 온갖 부드러움에 대한 우리 감사는 어쩌면 그녀의 잔혹함을 이겨 내는 기쁨보다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서 요구할 터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눈부신 처녀들에게조차 우리가 또렷이 구별되는 성격을 부여할 날이 오지 않으리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그들이 더는 우리 흥미를 끌지 않기 때문이요, 그들이 무대에 등장하는 일이 더는 우리 마음이 다른 모습으로 기대하던 그 출현, 매번 새로운 화신으로 우리 마음을 압도하며 떠나던 그 출현이 아니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부동성은 그들에 대한 우리 무관심에서 비롯되어, 그들을 우리 지성의 판단에 넘겨줄 것이다. 하긴 그 판단도 더 단정적인 말로 표현되지는 않을 것이니, 한쪽에 두드러지던 어떤 결점이 다행히 다른 쪽에는 없다고 판정하고 나서는, 그 결점에 짝하는 어떤 값진 미덕이 있었음을 알아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더는 아무 흥미도 두지 않게 되어서야 비로소 작동하는 우리 지성의 그 그릇된 판단은 처녀들의 항구한 성격을 규정할 터인데, 그것은 우리를 조금도 밝혀 주지 못하니, 기다림의 아찔한 속도 속에서 우리 벗들이 날마다, 주마다,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그 지나감을 결코 멈추지 않는 탓에 우리가 그들을 분류하고 우열을 매길 수 없게 하던, 날마다 나타나던 그 놀라운 얼굴들이 우리를 밝혀 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감정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너무 자주 이야기했으니, 사랑이란 흔히 (그러지 않았다면 이내 견딜 수 없어졌을) 처녀의 얼굴을, 끝없고 헛된 기다림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그 가슴의 두근거림, 그리고 그녀가 우리에게 부린 어떤 농간과 결부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이제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 이 모든 것은 변덕스러운 처녀들과 마주친 상상력 넘치는 젊은이들에게만 참인 것이 아니다. 우리 이야기가 이제 다다른 단계에서, 이후에 내가 들은 바로는, 쥐피앙의 조카딸이 모렐과 샤를뤼스 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던 모양이다. 내 운전사는 그녀가 모렐에게 느끼는 사랑을 부추기느라, 그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그녀가 곧이곧대로 믿고 싶어 하던 끝없는 섬세함이 있다고 추어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모렐은 자기가 샤를뤼스 에게서 받는 독재적인 대우를 그녀에게 끊임없이 하소연했는데, 그녀는 그것을 악의로 돌릴 뿐 사랑 탓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그녀는 샤를뤼스 가 그들의 모든 만남에 폭군처럼 끼어든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하듯, 그녀는 사교계 여자들이 남작의 무서운 심술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아주 최근에 그녀의 판단이 완전히 뒤집혔다. 그녀는 모렐에게서 (그렇다고 그를 사랑하기를 그친 것은 아니었지만) 악의와 배신의 깊이를, 하기야 잦은 친절과 진실한 정으로 벌충되기는 하나 그런 깊이를 발견했고, 샤를뤼스 에게서는 상상도 못 할 크나큰 너그러움이 그녀가 전혀 모르던 모진 구석과 뒤섞여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 바이올리니스트와 그 후원자가 저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날마다 보던 앙드레나 나와 함께 살던 알베르틴에 대해 내가 내릴 수 있던 것보다 더 뚜렷한 판단에 이를 수 없었다. 알베르틴이 내게 소리 내어 읽어 주지 않는 저녁이면, 그녀는 내게 연주해 주거나 체커 놀이를 시작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나는 그 어느 것이든 입맞춤으로 가로막곤 했다. 우리 사이의 단순함이 그것을 다독여 주었다. 그녀 삶의 그 텅 빈 공허함 자체가 알베르틴에게, 내가 하는 유일한 부탁들에 응하려는 일종의 열의를 안겨 주었다. 이 처녀 뒤에는, 발베크에서 내 방 커튼 밑으로 스며들던 자줏빛 노을 뒤로 밖에서 음악회가 요란하던 그때처럼, 바다의 푸르스름한 물결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야말로 (이제 그 마음속 깊은 곳에 나에 대한 관념이 어찌나 친숙하게 자리 잡았던지, 이모 다음으로는 어쩌면 그녀가 자기 자신과 가장 덜 구별하는 사람이 나였는데), 발베크에서 처음 보았던 그 처녀, 납작한 폴로 캡을 쓰고 끈질기게 웃는 눈을 하고서, 물결을 배경으로 드리운 실루엣처럼 가냘프고 여전히 낯설던 그 처녀가 아니었던가? 우리 기억 속에 고스란히 간직된 이런 초상들을 되찾을 때, 우리는 그것이 우리가 아는 사람과 얼마나 닮지 않았는지에 놀라며, 습관이 날마다 얼마나 큰 개조 작업을 해내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파리에서, 내 난롯가에서 알베르틴이 지니던 매력 속에는, 해변을 따라 오만하고도 활짝 핀 듯 거니는 그 모습이 내 안에 불러일으켰던 욕망이 여전히 살아 있었으니, 마치 라셸이, 생루가 그녀를 무대에서 물러나게 한 뒤에도 그의 눈에 무대 위 삶의 후광을 지녔던 것처럼, 발베크에서 내가 서둘러 데려온, 내 집에 갇힌 이 알베르틴 속에는 바닷가 삶의 격정과 사교적 혼란과 불안한 허영과 떠도는 욕망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어찌나 옴짝달싹 못 하게 갇혔던지, 어떤 저녁에는 나는 그녀에게 제 방을 나와 내 방으로 오라고 청하지도 않았으니, 한때는 온 세상이 뒤쫓던 그녀,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지나가는 그녀를 따라잡기가 그토록 힘들었고, 리프트보이조차 내게 붙잡아 오지 못하던 그녀, 밤새 앉아 기다려도 와 주리라는 희망이 거의 없던 그녀였다. 알베르틴은 저 바깥, 호텔 앞에서, 그 이글거리는 해변의 대여배우처럼, 그 자연의 무대 위로 나아갈 때 질투를 자아내며,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고 그곳 단골들을 헤치고 지나가며 제 벗인 처녀들을 압도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토록 뭇사람이 탐내던 그 여배우는, 내가 무대에서 끌어내어 내 집에 가두어, 이제는 그 밖의 온갖 이들의 욕망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이후로 헛되이 그녀를 찾아 헤맬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 이제 내 방에, 혹은 제 방에 앉아 무슨 도안을 그리거나 오려 내고 있는 바로 그 여배우가 아니었던가?

물론 발베크의 첫 며칠간, 알베르틴은 내가 살던 평면과 나란한 평면 위에 있는 듯 보였으나, (엘스티르를 찾아본 뒤로) 그 평면은 더 가까이 다가왔고, 발베크에서, 파리에서, 다시 발베크에서 그녀와 내 관계가 더 친밀해짐에 따라 마침내 내 평면과 하나로 녹아들었다. 게다가 발베크의 두 그림, 곧 나의 첫 방문 때의 그림과 두 번째 방문 때의 그림, 같은 별장들에서 같은 처녀들이 같은 바다로 걸어 내려오던 그 두 그림 사이에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었던가! 두 번째 방문 때, 내가 그토록 잘 알던, 그 좋고 나쁜 자질이 얼굴에 그토록 또렷이 새겨져 있던 알베르틴의 벗들에게서, 처음에는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 않고서는 삐걱대는 모래밭 위로 제 방갈로 문을 밀어 열지도, 오솔길을 내려오며 위성류를 떨리게 하지도 못하던 그 싱그럽고 신비로운 낯선 처녀들을 내 어찌 되찾을 수 있었으랴! 그들의 커다란 눈은 그사이 얼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있었으니, 필시 그들이 더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지만, 또한 그 매혹적인 낯선 처녀들, 낭만적이던 첫해의 그 매혹적인 여배우들, 내가 그토록 쉴 새 없이 알아내려 애쓰던 그들이 이제 내게 아무런 신비도 지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 변덕에 고분고분해졌고, 한낱 꽃핀 처녀들의 숲이 되었으니, 나는 그 무리에서 가장 어여쁜 장미를 꺾어 모두에게서 앗아 왔다는 데 자못 또렷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토록 서로 다른 발베크의 두 장면 사이에는, 파리에서의 여러 해라는 간격이 놓여 있었고, 그 기나긴 폭에는 알베르틴이 내게 찾아온 온갖 방문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나는 내 삶의 잇따른 해마다 그녀가 나에 대해 저마다 다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았고, 그로 인해 그 사이에 놓인 틈들, 내가 그녀를 통 보지 못한 그 기나긴 시간의 폭이 지닌 아름다움을 느꼈으니, 그 투명한 배경 위로 내 앞의 그 장밋빛 사람이 신비로운 그늘과 도드라진 부조로 빚어져 있었다. 이는 또한 알베르틴이 내게 되어 주었던 잇따른 이미지들뿐 아니라, 예전에는 거의 있다고도 할 수 없던 천성에, 알베르틴이 자기 자신을 발아시키고 증식시키며, 어두운 빛깔의 육체적 만개로 보태 놓은, 내가 하나같이 짐작조차 못 했던 뛰어난 지성과 마음의 자질들, 성격의 결점들이 겹쳐진 데서 비롯한 것으로, 그 천성은 이제 헤아릴 수 없이 깊어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 우리가 하도 자주 꿈꾼 나머지 한낱 그림, 초록빛 배경 위에 도드라진 베노초 고촐리의 인물이 되어 버려, 그 유일한 변주라곤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점, 그들과 우리 사이의 거리, 빛과 그늘의 효과에 달렸을 뿐이라 믿을 채비가 된 그런 사람들조차, 우리와의 관계 속에서 변할 뿐 아니라 그들 자신 안에서도 변하며, 한때 바다를 배경으로 그토록 단순하게 그려졌던 그 인물에는 풍요로워짐과 단단해짐과 부피의 불어남이 있었다. 게다가 알베르틴 안에서 내게 되살아난 것은 저무는 날의 바다만이 아니라, 때로는 달밤 물가에 밀려드는 바다의 나른한 속삭임이기도 했다.

이따금, 실은 내가 아버지 서재에서 책을 가지러 일어나며, 방을 비운 동안 애인에게 누워 있어도 좋다고 허락하면, 그녀는 오전과 오후 내내 바깥에서 긴 나들이를 한 뒤라 어찌나 지쳤던지, 내가 잠깐만 자리를 비웠다 돌아와도 알베르틴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깨우지 않았다.

내 침대 위에 온몸을 쭉 뻗은 채, 어떤 기교로도 빚어낼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운 자세로 누운 그녀는, 거기 뉘어 놓은 길게 꽃핀 줄기를 떠올리게 했고, 실로 그녀는 그런 줄기였다. 그녀가 없을 때에만 지니던 몽상의 능력을 나는 그런 순간에 그녀가 곁에 있는데도 되찾았으니, 마치 그녀가 잠듦으로써 한 그루 식물이 된 듯했다. 이렇게 그녀의 잠은 어느 정도 사랑을 가능하게 했다. 그녀가 깨어 있을 때면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으나, 나 자신에게서 너무 멀리 떠나 있어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잠들면 나는 더는 그녀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고, 그녀가 더는 나를 보고 있지 않음을 알았으며, 더는 내 바깥 표면 위에서 살 필요가 없었다.

눈을 감음으로써, 의식을 잃음으로써, 알베르틴은 내가 그녀와 처음 알게 된 날 이래로 나를 속여 온 그 갖가지 인간의 성격을 하나씩 벗어던졌다. 그녀는 이제 초목의, 나무의 무의식적 삶으로만 살아 움직였으니, 그것은 나 자신의 삶과 더 다르고 더 낯설면서도, 오히려 더 내 것이던 삶이었다. 그녀의 인격은,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매 순간, 인정받지 못한 생각과 시선의 물길을 통해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밖에 있던 것을 모조리 자기 안으로 불러들여, 제 몸속에 갇힌 채, 감싸이고 되빨려 든 채 피신해 있었다. 그녀를 내 눈앞에, 내 손안에 두고서 나는 그녀를 온전히 소유한다는 그 느낌을 얻었으니, 그것은 그녀가 깨어 있을 때는 결코 가질 수 없던 느낌이었다. 그녀의 삶은 내게 복종하며, 그 부드러운 숨결을 내게로 내뿜었다.

나는 이 속삭이는 신비로운 발산을, 바다에서 불어오는 미풍처럼 부드럽고, 그녀의 잠인 그 달빛처럼 요정 같은 그것에 귀 기울였다. 그것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그녀를 생각하는 동시에 그녀를 바라볼 수 있었고, 그녀의 잠이 더 깊어지면 그녀를 어루만지고 입 맞출 수 있었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무언가 그 감정에 있어 그토록 순수하고 비물질적이며, 그토록 신비로운 것 앞에 있는 사랑, 마치 자연의 아름다움인 저 생명 없는 존재들 앞에 있는 듯한 사랑이었다. 그리고 실로, 그녀의 잠이 조금이라도 깊어지자마자, 그녀는 더는 앞서의 한낱 식물이 아니게 되었다. 내가 그 언저리에서 물리지 않는 새로운 기쁨, 언제까지고 누릴 수 있을 그 기쁨에 잠겨 몽상하며 머물던 그녀의 잠은, 내게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나라였다. 그녀의 잠은 발베크 만의 보름달 밤들처럼, 가지들이 좀체 흔들리지 않는 호수처럼 고요해진 그 밤들처럼, 모래 위에 누워 몇 시간이고 물결이 부서졌다 물러나는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던 그 밤들처럼 고요하고 관능적으로 감미로운 무언가를 내 손이 닿는 곳에 데려다주었다.

방에 들어설 때면 나는 문간에 선 채 소리 하나 낼세라, 규칙적인 간격으로 그녀의 입술 위로 솟았다 스러지는 숨소리, 바다의 썰물 같으나 더 나른하고 더 부드러운 그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 내 귀가 그 성스러운 소리를 빨아들이는 순간, 나는 그 속에, 내 눈앞에 뻗어 누운 그 매혹적인 포로의 온 인격과 온 삶이 응축되어 있음을 느꼈다. 마차들이 거리를 요란히 지나가도 그녀의 이목구비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그토록 맑았고, 숨결은 그토록 가벼워, 필요한 만큼의 공기를 내쉬는 가장 단순한 움직임으로 잦아들어 있었다. 그러다 그녀의 잠이 흐트러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인하고서,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침대맡에 놓인 의자에, 이윽고 침대 위에 앉았다.

나는 알베르틴과 이야기를 나누고 놀이를 하며 매혹적인 저녁들을 보냈지만, 그녀가 잠든 모습을 지켜볼 때만큼 즐거운 적은 없었다. 나와 재잘거리거나 카드놀이를 할 때 그녀에게, 어떤 여배우도 흉내 내지 못할 그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치더라도, 그녀의 잠이 내게 내미는 것은 두 번째 단계로 끌어올려진 자연스러움이었다. 그녀의 장밋빛 얼굴을 따라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침대 위 그녀 곁에 펼쳐져 있었고, 여기저기 곧게 뻗은 한 가닥 한 가닥은, 엘스티르의 라파엘풍 그림 배경에 곧고 뻣뻣하게 서 있는 것이 보이는 저 달빛 받은 나무들, 야위고 창백한 그 나무들과 같은 원근의 효과를 자아냈다. 알베르틴의 입술은 닫혀 있었으나, 그 눈꺼풀은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보기에 어찌나 헐겁게 맞물려 보였던지, 나는 그녀가 정말로 잠들었는지 거의 물어볼 뻔했다. 그와 동시에 그 처진 눈꺼풀은 그녀의 얼굴에, 눈이 비집고 드는 일 없이 이어지는 그 완벽한 연속성을 들여놓았다. 눈으로 밖을 내다보기를 그치는 순간 얼굴이 자못 남다른 아름다움과 위엄을 띠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발치에 뻗어 누운 알베르틴을 내 몸으로 가늠했다. 이따금 까닭 모를 가벼운 떨림이 그녀의 몸을 훑고 지나갔으니, 나무의 잎사귀들이 문득 불어온 바람에 잠깐 흔들리듯이. 그녀는 제 머리카락에 손을 대었다가, 뜻대로 매만지지 못하면 다시 손을 가져가곤 했는데, 그 동작이 어찌나 이어지고 어찌나 신중했던지, 나는 그녀가 곧 깨어나리라 확신했다. 천만에, 그녀는 빠져나온 적 없던 그 잠 속에서 다시 잠잠해졌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그녀는 손을 가슴에 얹었는데, 팔이 툭 떨어지는 그 모습이 어찌나 천진하게 어린아이 같았던지,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어린아이들의 진지함과 천진함과 매력이 우리 안에 자아내는 미소를 억눌러야 했다.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