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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이어서) ②

5권 제2부 · 제2장 (이어서)

젊은이들 일반으로 말하자면, 샤를뤼스 는 그들에 대한 자신의 애착에 모렐의 존재가 장애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그 눈부신 명성이나 작곡가 겸 기고가로서 커 가는 명성이 어떤 경우에는 끌림의 미끼가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 남작에게 호감 가는 유형의 젊은 작곡가를 소개하기라도 하면, 그가 그 낯선 이에게 호의를 베풀 기회를 찾는 것은 바로 모렐의 재능 안에서였다. “자네,” 그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네 작품을 몇 편 내게 가져오게, 모렐이 음악회나 순회공연에서 연주할 수 있게 말이야. 요즘은 바이올린을 위한 쓸 만한 곡이 좀처럼 나오질 않아. 새로운 걸 찾는 건 하늘이 내린 복이지. 게다가 외국에서는 그런 걸 대단히 알아준다네. 지방에도 음악을 참으로 감탄스러울 만큼 뜨겁고 총명하게 사랑하는 작은 음악회들이 있거든.” 그보다 더 진실하다고는 할 수 없이 (이 모든 것은 미끼 노릇밖에 할 수 없었고, 모렐이 이런 약속을 못 이기는 척 지켜 주는 일은 드물었으니까), 블로크가 자기도 어느 정도 시인이라고 (자기가 “흥이 날” 때는 말이지, 하고 그는, 딱히 독창적인 것이 떠오르지 않을 때 진부한 말에 곁들이곤 하던 그 빈정대는 웃음과 함께 덧붙였다) 털어놓자, 샤를뤼스 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그 젊은 이스라엘 친구에게, 시를 쓴다니 말인데, 꼭 모렐에게 줄 시를 몇 편 내게 가져와야 한다고 일러 주게. 작곡가에게는 곡을 붙일 만한 쓸 만한 글을 찾는 것이 늘 걸림돌이거든. 대본을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말이야. 흥미로운 일이 될 테고, 시인의 품격에서, 나의 후원에서, 여러 부수적 정황이 맞물린 사슬 전체에서 어떤 값어치를 얻게 될 텐데, 그 가운데 으뜸가는 자리는 모렐의 재능이 차지하겠지, 그 애는 지금 곡을 많이 짓고 있고 글도 쓰는데, 아주 근사하게 쓴다네, 그 얘긴 자네에게 따로 해야겠어. 연주자로서의 재능으로 말하자면 (그 점에선, 알다시피, 그 애는 이미 대가이지), 오늘 저녁 그 애가 뱅퇴유의 곡을 얼마나 잘 연주하는지 보게 될 걸세. 나는 압도당한다니까. 그 나이에, 아직 그렇게 어린애인데, 그런 애송이인데 그만한 이해력을 갖추다니! 아, 오늘 저녁은 그저 자그마한 예행연습에 지나지 않아. 큰 행사는 이삼 일 뒤에 열릴 거고. 하지만 오늘 저녁이 훨씬 더 격조 있을 걸세. 그러니 우리는 자네가 와 주어 기쁘다네.” 그는 말을 이었는데, 필경 왕이 “그것이 짐(朕)의 뜻이니라”라고 말하듯 복수형 대명사를 쓴 것이었다. “프로그램이 어찌나 훌륭한지 내가 베르뒤랭 부인에게 야회를 두 번 열라고 권했지. 하나는 며칠 뒤에 열어 부인 자신의 벗들을 모두 부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 밤인데, 이 자리에서는 안주인이, 법률 용어를 빌리자면, ‘점유를 빼앗긴’ 셈이지. 초대장을 돌린 건 나이고, 나는 다른 세계에서 몇몇 사람을 그러모았는데, 샤를리에게 도움이 될 만하고 베르뒤랭 부부가 만나 두면 좋을 이들이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더없이 훌륭한 음악을 최고의 예술가들이 연주하게 하는 것도 다 좋지만, 청중이 길 건너 모자 가게 여자와 길모퉁이 식료품상으로 채워진다면 그 연주의 효과란 솜뭉치에 파묻혀 먹먹해지고 마는 법이거든. 사교계 사람들의 지적 수준을 내가 어떻게 보는지 자네도 알지, 그래도 그들은 꽤 중요한 몇 가지 역할은 할 수 있어, 그중에서도 공적인 사건에서 언론에 맡겨지는 역할, 곧 선전의 기관 노릇 말일세.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이를테면 나는 형수인 오리안을 초대했어, 그 사람이 올지는 확실치 않지만, 반대로 확실한 건, 온다 해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거야. 하지만 그 사람에게 이해를 바라는 게 아니야, 그건 그 사람 능력 밖이니까, 바라는 건 말하는 것이지, 그 일이야말로 그 사람에게 더없이 잘 어울리고, 그 사람이 결코 빼먹는 법이 없는 일이거든.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나? 바로 그 이튿날, 모자 가게 여자와 식료품상의 침묵 대신, 모르트마르가(家)에서는 오리안이 저마다에게 자기가 더없이 경이로운 음악을 들었다느니, 어떤 모렐이라는 자가 어쩌고저쩌고 떠벌리는, 활기찬 대화가 벌어지겠지.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분통이 터지고, 그들은 이렇게 말할 거야. ‘팔라메드는 필경 우리를 자격 없는 것들로 여긴 게지, 하기야, 그 야회를 연다는 그자들은 대체 누구야?’ 오리안의 찬사 못지않게 쓸모 있는 반격이지, 모렐의 이름이 내내 되풀이해 튀어나와 마침내, 열두 번은 읽어 익힌 학과처럼 기억에 새겨질 테니까.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정황의 사슬을 이루어, 예술가에게도 안주인에게도 값어치가 있을 수 있고, 그리하여 멀리 있는 청중에게까지 들리게 될 어떤 연주를 위한 일종의 확성기 노릇을 할 수 있는 거야. 정말이지,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어. 샤를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게 될 걸세. 게다가 말이야, 우리는 그 애에게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네, 여보게, 그 애는 천사처럼 글을 써. 천사처럼 말이야, 정말로.” 샤를뤼스 는, 얼마 전부터 그가, 제 손으로 쓴 비방문에 서명하기는커녕 그것을 직접 쓰는 것조차 수치로 여기던 저 십칠 세기의 대귀족들처럼, 모렐을 부려 몰레 백작부인을 겨냥한 야비하기 짝이 없는 중상의 짤막한 글들을 짓게 해 왔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 무례함은 그저 흘긋 본 사람들에게조차 뚜렷했으니, 하물며 그 젊은 부인 자신에게는 얼마나 더 잔인했겠는가. 부인은 그 글들 속에서, 오직 자기만이 그 뜻을 알아챌 만큼 교묘하게 끼워 넣어진, 자기 편지에서 글자 그대로 옮겨 온, 그러나 더없이 잔혹한 복수만큼이나 치명적이게끔 왜곡되어 풀이된 몇몇 대목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글들이 그 부인을 죽였다. 그러나 발자크라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리라, 파리에서는 날마다, 인쇄된 경쟁지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종의 말로 된 신문이 편집되어 나온다고. 우리는 나중에, 이 말의 언론이 유행에서 밀려난 어떤 샤를뤼스의 위세를 무(無)로 돌려 버리고, 옛 후원자의 백만분의 일만도 못한 어떤 모렐을 그보다 훨씬 높이 떠받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지적 유행이 정말 그토록 단순한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천재적인 어떤 샤를뤼스의 무가치를, 우둔한 어떤 모렐의 이론의 여지 없는 권위를 진심으로 믿는 것일까? 남작은 그 가차 없는 복수에서 그리 순진한 사람이 아니었다. 필경 그래서, 그가 격노할 때면 번져 나가 그 두 뺨을 황달빛으로 물들이는 듯하던, 그 혀끝의 쓰디쓴 독이 나왔으리라. “베르고트를 알던 자네 말인데,” 샤를뤼스 가 말을 이었다, “나는 한때, 어쩌면 자네가 그 젊은이의 글에 관해 그의 기억을 새로이 일깨워 줌으로써, 요컨대 나와 힘을 합쳐, 언젠가 베를리오즈의 재능만 한 위세를 얻게 될지도 모를 그 이중의 재능, 곧 음악가이자 작가의 재능을 내가 북돋우도록 도와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지. 자네도 알다시피, 저명한 이들은 흔히 다른 데 마음을 쓰기 마련이고, 아첨에 파묻혀 지내며, 자기 자신 말고는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아. 하지만 베르고트는, 진정으로 꾸밈없고 친절한 사람이라, 저 짤막한 글들을, 익살꾼과 음악가가 뒤섞인, 요즘 그 애가 정말이지 제법 멋들어지게 쓰는 그 글들을 골루아나 그 비슷한 신문에 실어 주겠노라 내게 약속했어, 그래서 나는 샤를리가 제 바이올린에 이 앵그르의 펜놀림 같은 여기(餘技)를 곁들이는 것이 정말 무척 기쁘다네. 그 애 일이라면 내가 과장에 빠지기 쉽다는 걸 나도 알아, 음악원의 저 늙은 요정 대모들이 다 그렇듯이 말이야. 아니, 여보게, 자네 그걸 몰랐나? 자네는 내 자그마한 약점을 눈여겨본 적이 없군. 나는 시험장 밖에서 몇 시간이고 서성거린다네. 여왕이라도 된 듯 행복하지. 샤를리의 산문으로 말하자면, 베르고트가 나에게 정말이지 아주 훌륭하다고 장담했다니까.”

샤를뤼스 는 오래전부터 스완을 통해 베르고트와 알고 지내던 터라, 실제로 그가 죽기 며칠 전에 그를 찾아가, 어느 신문에 모렐이 그날그날의 음악에 대해 반쯤은 익살스럽게 촌평을 다는 자리를 하나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샤를뤼스 는 얼마간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데, 그 자신이 베르고트를 크게 흠모하면서도, 정작 베르고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베르고트가 자기에게 품은, 반은 지적이고 반은 사교적인 그 존경에 힘입어, 모렐이나 다른 벗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에서만 그를 찾아간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교계 사람들을 오로지 그런 목적으로만 부린다는 것은 샤를뤼스 에게 아무 거리낌도 주지 않았으나, 베르고트를 그렇게 대하는 것은 그에게 한결 더 낯 뜨거운 일로 보였으니, 베르고트에게는 사교계 사람들의 타산적인 천성이 없으며 더 나은 대접을 받을 만하다고 느꼈던 까닭이다. 다만, 그의 삶은 분주했고, 그는 무언가에 크게 마음이 쏠릴 때, 이를테면 그 일이 모렐과 얽혀 있을 때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어떤 일에도 시간을 내지 못했다. 게다가 그 자신이 지극히 총명한지라, 총명한 사람의 이야기는 그를 비교적 심드렁하게 만들었고, 그의 취향에는 지나치게 문인 티가 나고 다른 패거리에 속해 그와 관점을 나누지 않는 베르고트의 이야기는 더욱 그러했다. 베르고트로 말하자면, 그는 샤를뤼스 가 찾아오는 데 깔린 타산적인 동기를 알아차렸으나 아무런 원망도 품지 않았으니, 그는 평생 어떤 한결같은 관대함도 지녀 본 적이 없되, 남을 기쁘게 해 주고 싶어 하고, 도량이 넓으며, 질책을 가하는 데서 오는 쾌감에는 무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샤를뤼스 의 악덕으로 말하자면, 그는 그것을 티끌만큼도 함께한 적이 없었으나, 오히려 그 악덕에 물든 사람에게서 어떤 색채의 요소를 발견했으니, 예술가에게 fas et nefas란 도덕적 본보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플라톤이나 소돔에 대한 기억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데 자네, 아름다운 젊은이여, 우리는 콩티 강변로에서 자넬 통 볼 수가 없군. 그 집 호의를 함부로 축내는 법이 없어!” 나는 대개 사촌 누이와 함께 나다닌다고 설명했다. “저 소릴 좀 듣게! 사촌 누이와 함께 나다닌다는군! 어쩌면 저리도 유별나게 순결한 젊은이가 다 있담!” 샤를뤼스 가 브리쇼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돌아보며, “하지만 우리가 자네더러 자네 삶을 낱낱이 고해 바치라는 건 아니야, 이 사람아. 자넨 자네를 즐겁게 하는 건 무엇이든 마음껏 할 자유가 있어. 우린 그저 거기에 우리 몫이 없는 게 아쉬울 뿐이지. 게다가 자넨 안목이 아주 좋아, 자네 사촌 누이는 매력적이거든, 브리쇼에게 물어보게, 그이가 두빌에서 그 아가씨에게 아주 넋을 잃었으니까. 오늘 저녁 그이가 없는 게 아쉽겠어. 하지만 어쩌면 그이를 데려오지 않은 게 잘한 일인지도 몰라. 뱅퇴유의 음악은 참으로 감미롭지. 하지만 듣자 하니 오늘 우리는 그 작곡가의 딸과 그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다더군, 소문이 아주 고약한 이들이지. 그런 건 아가씨에게는 언제나 거북한 노릇이야. 그 두 사람은 틀림없이 올 거야, 그 부인들이 시골에 발이 묶이지 않았다면 말이지, 오늘 오후 베르뒤랭 부인이 여는 예행연습에 어김없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으니까. 부인은 그 자리에 오직 따분한 이들, 곧 제 식구들과, 오늘 저녁 자리에는 도무지 부르기 어려운 사람들만 초대했다네. 하지만 조금 전, 저녁 식사 전에, 샤를리가 우리에게 말하기를, 다들 기다리고 있던, 우리가 부르는 이름으로 하자면 뱅퇴유 자매는 끝내 오지 않았다더군.” 알베르틴이 그날 오후 그 자리에 그토록 가고 싶어 안달하던 그 원인이 마침내 밝혀졌으니, 곧 공공연히 알려졌으되(나는 몰랐던) 뱅퇴유 과 그 여자친구가 참석한다는 사실이었다. 여태 나는 그 결과만을 알고 있었는데, 그 원인이 이 결과와 별안간 맺어지면서 나는 격심한 고통을 느꼈으나, 그럼에도 내 정신은, 몇 분 전에 아침 이후로 샤를리를 보지 못했다고 우리에게 말했던 샤를뤼스 가 이제는 뻔뻔스럽게도 저녁 식사 전에 그를 보았다고 시인하고 있음을 알아챌 만큼은 아직 초연했다. 내 고통이 겉으로 드러났다. “아니, 무슨 일인가?” 남작이 말했다. “안색이 아주 새파랗군. 자, 어서 들어가세, 감기 들겠어, 영 좋아 보이지가 않아.” 샤를뤼스 의 말이 내 안에 일깨운 것은 알베르틴의 정절에 대한 의심이 아니었다. 이미 다른 숱한 의심들이 내 마음속에 파고들어 있었으니, 새 의심이 하나 들어설 때마다 우리는 됫박이 넘치도록 가득 찼다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느끼지만, 그러고도 어떻게든 그것을 담을 자리를 마련하고, 그것이 일단 우리 존재의 정수 속으로 들어오고 나면, 그 안에서 믿고 싶은 그 숱한 갈망들과, 잊고 싶은 그 숱한 구실들과 다투게 되어, 우리는 이내 그것에 익숙해지고 마침내 거기에 아무 주의도 기울이지 않게 된다. 남는 것은 오직, 반쯤 아문 상처처럼, 언젠가 닥칠지 모를 괴로움의 위협뿐이니, 그것은 욕망과 짝을 이루는, 같은 부류의 감정으로서, 욕망과 마찬가지로 우리 생각의 중심이 되어, 우리가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 있든 그곳으로, 그 생각들을 가로질러 무한한 둘레까지 애수 어린 우울을 퍼뜨리니, 이는 욕망이 그 근원을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쾌락들을 퍼뜨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고통은, 새 의심이 온전한 모습으로 우리 마음속에 들어서는 순간 되살아나니, 우리가 거의 그 즉시 스스로에게 ‘이건 내가 어떻게든 처리하겠어, 내가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방도가 분명 있을 거야, 그럴 리 없어’라고 다짐한다 해도, 그럼에도 우리가 그것을 사실로 믿는 것처럼 괴로워한 첫 순간은 이미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다리와 팔 같은 지체(肢體)만 있다면 삶은 견딜 만하리라. 불행히도 우리는 우리 안에, 심장이라 부르는 저 작은 기관을 지니고 다니는데, 그것은 어떤 병에 걸리기 쉬우며, 그 병을 앓는 동안에는 어떤 특정한 사람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에 한없이 예민해져서, 거짓말 하나가, 곧 우리 자신이나 낯선 이들이 그것을 할 때는 그 한복판에서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만큼 세상에서 가장 해롭잖은 그 거짓말이, 바로 그 사람에게서 나올 때는, 외과 의사들이 정말이지 우리 몸에서 도려낼 수 있어야 마땅할 그 작은 심장에 견딜 수 없는 고뇌를 안긴다. 뇌 이야기는 하지 말자, 이 고뇌가 이어지는 동안 우리 정신이 끝없이 이치를 따진들, 그것이 고뇌를 덜어 주는 정도란 골똘히 생각한다고 해서 쑤시는 이가 가라앉는 정도와 다를 바 없으니까. 물론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는 그 사람에게 잘못이 있다, 늘 진실만을 말하겠노라 우리에게 맹세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남들을 향한 우리 자신의 허물을 통해, 맹세라는 것이 얼마나 값어치 없는지 잘 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맹세가 바로 그 사람에게서 나왔을 때 짐짓 그것을 믿었으니, 우리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언제나 제 잇속에 맞는 바로 그 사람, 게다가 우리가 그 미덕을 보고 고른 것도 아닌 그 사람의 맹세를 말이다. 물론 나중에 가면 그 사람은 우리에게 거짓말할 필요가 거의 없어지리라, 곧 우리 심장이 그 거짓에 무심해질 그때에는, 우리가 그 사람의 삶에 아무런 관심도 느끼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이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짐짓 우리 자신의 삶을 제물로 바치니, 그 사람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그 사람을 죽인 죄로 사형에 처해지도록 자신을 내맡기거나, 아니면 그저 며칠 저녁 사이에 그 사람에게 온 재산을 탕진하여 이내 무일푼이 된 탓에 자살할 수밖에 없게 되는 식으로. 게다가 우리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아무리 스스로 태연하다고 여긴다 한들, 우리는 언제나 마음속에 사랑을 불안정한 평형 상태로 품고 있다. 사소한 것 하나면 그것을 행복의 자리로 끌어올리기에 넉넉하여, 우리는 행복을 발산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눈에 우리를 값있게 해 준 이들, 온갖 사악한 유혹에서 그 사람을 지켜 준 이들을 애정으로 감싸 안는다. 우리는 마음이 편안하다고 여기지만,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질베르트는 오지 않아요’, ‘뱅퇴유 양이 오기로 되어 있어요’ 하는 한마디면, 우리가 그것을 향해 올라서던 그 미리 그려 둔 행복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해로 하여금 얼굴을 가리게 하고, 바람의 자루를 열어 언젠가 우리가 도저히 맞설 수 없게 될 그 내면의 폭풍을 풀어놓기에 충분하다. 그날, 곧 심장이 그토록 여려진 그날, 우리를 아끼는 벗들은 그런 사소한 일들이, 어떤 특정한 사람들이 우리를 그토록 흔들어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갈 수 있다는 데에 가슴 아파한다. 하지만 그들인들 어쩌겠는가? 어느 시인이 패혈성 폐렴으로 죽어 갈 때, 그의 벗들이 폐렴균에게 이 시인은 재능 있는 사람이니 마땅히 그를 낫게 해 주어야 한다고 타이르는 광경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뱅퇴유 과 관련되는 한, 내 의심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레아와 그 여자친구들이 불러일으킨 그날 오후의 질투가 그 의심을 지워 버렸던 것이다. 트로카데로의 그 위험이 걷히고 나자, 나는 완전한 마음의 평화를 영영 되찾은 줄로 여겼었다. 그러나 나에게 전혀 새로웠던 것은, 앙드레가 나에게 “우리는 여기저기 다녔지만 아무도 만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던 어떤 나들이였으니, 도리어 그 나들이 동안 뱅퇴유 은 분명 베르뒤랭 부인의 집에서 알베르틴과 만나기로 약속을 해 두었던 것이다. 이 순간 나는, 뱅퇴유 과 그 여자친구를 어딘가에 가두어 두고 알베르틴이 그들과 마주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만 있다면, 알베르틴이 혼자서, 제가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나다니도록 기꺼이 내버려 두었으리라. 실은 질투란 대체로 부분적이고 간헐적으로만 발동하는 법이니, 그것이 이제는 이 사람이, 이제는 저 사람이 불러일으키는, 곧 우리 애인이 사랑에 빠져 있을지 모를 상대가 불러일으키는 어떤 불안의 고통스러운 연장(延長)인 탓이기도 하고, 아니면 우리 생각이란 스스로 그려 낼 수 있는 것만을 실감할 뿐 나머지는 모두 어스름 속에 남겨 두어, 그 어스름이 우리에게 안기는 고뇌란 그에 걸맞게 누그러진 것일 뿐인, 우리 생각의 그 옹색함 탓이기도 하다.

막 초인종을 누르려던 참에 우리는 사니에트에게 붙들렸는데, 그는 셰르바토프 대공비가 여섯 시에 세상을 떠났다고 우리에게 알리고는, 처음에는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노라고 덧붙였다. “그렇긴 하나, 제가 얼마간 두 분을 눈에 담고는 있었소이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우리에게 말했다. “제가 머뭇거렸다니, 실로 기이한 노릇이 아니오이까?” 그에게는 ‘기이하지 않소’라고 말하는 것이 그르게 여겨졌을 터이니, 그는 점점 사람 속을 뒤집어 놓을 지경이 된, 낡아 빠진 말투에 아주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하기야 두 분이야 벗으로 삼을 만한 이들이라 하겠소만.” 그의 잿빛 낯빛은 폭풍의 검푸른 섬광으로 환히 밝혀지는 듯했다. 그의 숨 가쁨은, 바로 지난여름만 해도 베르뒤랭 가 ‘그에게 버럭 화를 낼’ 때에만 눈에 띄던 것이었으나, 이제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뱅퇴유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 하나를 훌륭한 연주자들이, 유독 모렐이 연주하게 된다고 들었소이다.” “어째서 유독이지?” 그 부사에서 어떤 비난을 알아챈 남작이 물었다. “우리 벗 사니에트는,” 브리쇼가 통역을 자처하며 얼른 소리쳤다, “그 훌륭한 학자다운 면모 그대로, ‘유독’이 우리 말로 ‘특히’에 해당하던 시대의 언어를 곧잘 쓴답니다.”

우리가 베르뒤랭가의 현관에 들어설 때, 샤를뤼스 는 나에게 무슨 일에 매달려 있느냐고 물었고, 내가 그렇지는 않으나 요즈음 오래된 은식기와 도자기 만찬 기물에 크게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하자, 그는 베르뒤랭가의 것보다 더 훌륭한 것은 어디서도 볼 수 없으리라고 장담했다. 게다가 라 라스플리에르에서 이미 그것들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사람의 살림살이 또한 사람의 벗이라는 구실로, 그들은 어리석게도 그 모든 것을 그곳까지 실어 내려갔다는 것이었다. 야회가 열리는 저녁에 나 하나를 위해 그 모든 것을 꺼내 오는 것은 그리 마땅치 않을 터이나, 그래도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보여 주라고 그들에게 일러 두겠노라 했다. 나는 그런 수고는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그에게 간청했다. 샤를뤼스 는 외투 단추를 풀고 모자를 벗었는데, 나는 그의 정수리가 이제 군데군데 은빛으로 세었음을 보았다. 그러나 가을빛으로 물들었을 뿐 아니라 그 몇몇 이파리는 솜뭉치 붕대나 회반죽 덧칠로 감싸인 진귀한 관목처럼, 샤를뤼스 는 정수리의 이 몇 가닥 흰머리에서, 제 얼굴의 온갖 얼룩덜룩함에 덧붙는 또 하나의 얼룩만을 얻었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토록 서투른 ‘분장’을 이루던 갖가지 표정과 화장과 위선의 겹겹 아래에서도, 그의 얼굴은 나에게는 큰 소리로 외쳐 대는 듯이 보이던 그 비밀을 여전히 거의 모든 이에게 감추고 있었다. 나는 그 비밀을 펼쳐진 책에서 읽어 내다가 그에게 들킬까 두려워 그의 눈길 앞에서 거의 부끄러워질 지경이었고, 그 비밀을 온갖 어조로, 지칠 줄 모르는 음탕함으로 되뇌는 듯한 그의 목소리 앞에서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비밀은 잘 지켜지는 법이니, 그들과 맞닥뜨리는 이라면 누구나 귀먹고 눈멀기 때문이다. 진실을 다른 누군가에게서, 이를테면 베르뒤랭 부부에게서 알게 된 사람들은 그것을 믿었으나, 그것도 샤를뤼스 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만 그러했다. 그의 얼굴은, 어떤 추문을 퍼뜨리기는커녕 모조리 흩어 버렸다. 우리는 어떤 성격에 대해 어찌나 터무니없는 관념을 지어내는지, 그 관념 속 인물을 우리가 아는 어떤 사람의 낯익은 이목구비와 도무지 하나로 겹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런 사람의 악덕을 좀처럼 믿지 못하니, 이는 어젯밤 함께 오페라에 갔던 사람이 천재라는 것을 우리가 결코 믿지 못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샤를뤼스 는 단골손님다운 이런저런 분부와 더불어 외투를 건네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그것을 건네주던 하인은 새로 온 데다 아주 젊은 자였다. 그런데 샤를뤼스 는 이 무렵 이미, 사람들 말마따나 ‘분수를 잃기’ 시작하여, 무엇은 해도 되고 무엇은 해서는 안 되는지를 늘 기억하지는 못했다. 발베크에서 그가 느꼈던, 어떤 화제들이 자기를 놀라게 하지 않음을,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을 두고 ‘잘생긴 젊은이로군’이라 말하기를, 요컨대 자기와 같지 않은 누군가가 입에 올렸을 법한 바로 그런 말을 내뱉기를 두려워하지 않음을 보여 주고 싶던 그 갸륵한 욕망을, 그는 이제 도리어, 자기와 같지 않은 사람이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말들, 그의 머릿속에 어찌나 줄곧 박혀 있는지 그것이 사람들 일반의 여느 관심사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그런 말들을 함으로써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는 새 하인을 바라보며 위협하듯 집게손가락을 허공에 치켜들고는, 스스로 아주 근사한 농담을 하고 있다고 여기며 “그렇게 나를 흘끔거리면 못써, 알겠나?” 하고 남작은 말했고, 브리쇼를 돌아보며 “저 애 얼굴이 아주 별스럽게 생겼어, 코가 제법 재미나거든” 하더니, 농담을 마무리하려는 듯, 아니면 어떤 욕망에 굴복하듯, 집게손가락을 수평으로 내리고 한순간 머뭇거리다가, 더는 자신을 억누르지 못하고 참을 수 없다는 듯 그것을 하인 쪽으로 쑥 내밀어 그 코끝을 건드리며 “피프!” 하고 말했다. ‘참 별난 양반일세.’ 하인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게 농담인지 뭔지 동료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냥 저분 버릇이 그러셔.” 집사가 말했다(그는 남작을 좀 ‘머리가 어떻게 된’, ‘살짝 실성한’ 사람으로 여겼다). “하지만 저분은 내가 늘 더없이 존경해 온, 마님의 벗들 가운데 한 분이야, 마음씨가 고운 분이지.”

“올해도 앵카르빌에 다시 오시오?” 브리쇼가 나에게 물었다. “우리 안주인이 집주인들과 한바탕 다툴 일이 있었는데도 라 라스플리에르를 다시 빌린 모양이오.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 지나가는 구름일 뿐이오.” 그는 이렇게 덧붙였는데, ‘잘못이 저질러진 것은 사실이나, 때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하는 신문들의 그 낙관적인 어조였다. 그러나 나는 발베크를 떠날 때의 그 번민에 찬 심경이 떠올라,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나는 알베르틴에 관한 계획을 자꾸만 내일로 미루고 있었다. “아니, 물론 이 사람은 다시 올 거요, 우리에게 이 사람이 필요하고, 이 사람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니까.” 샤를뤼스 가 다정함 특유의, 위압적이면서도 남의 사정은 헤아리지 않는 그 이기심으로 딱 잘라 말했다.

바로 이때 베르뒤랭 가 우리를 맞으러 나타났다. 우리가 셰르바토프 대공비의 일에 조의를 표하자, 그는 “예, 그분이 좀 편찮으신 모양이지요” 하고 말했다. “아니요, 아니요, 그분은 여섯 시에 돌아가셨소.” 사니에트가 소리쳤다. “오, 자넨 매사를 부풀린다니까.” 베르뒤랭 의 무자비한 대꾸였으니, 그는 야회를 취소하지 않은 터라 병환이라는 쪽의 가정을 더 반겼고, 저도 모르게 게르망트 공작을 흉내 내고 있었다. 사니에트는, 바깥문이 쉴 새 없이 열리는 탓에 감기 들까 겁내면서도, 누군가 제 모자와 외투를 받아 주기를 체념한 듯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왜 거기서 매 맞은 개처럼 얼쩡거리는 거야?” 베르뒤랭 가 그에게 물었다. “외투 보관을 의탁받으신 분들 가운데 누군가가 제 외투를 받아 번호표를 내줄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오.” “뭐라고 했지?” 베르뒤랭 가 준엄한 낯빛으로 따져 물었다. “‘외투 보관을 의탁받은’이라고? 자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우리는 ‘외투 보관을 맡은’이라고 한다고, 중풍이라도 걸린 사람마냥 자네한테 제 나라 말을 가르쳐 줘야 한다면 말이지.” “‘무엇을 의탁받다’가 올바른 표현이오.” 사니에트가 목이 멘 소리로 웅얼거렸다. “르 바퇴 신부께서도…” “자넨 사람을 진저리 나게 하는군, 정말이지.” 베르뒤랭 가 우레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어쩌면 그리 색색거리나! 다락방까지 뛰어 올라갔다 왔나?” 베르뒤랭 의 무례함이 빚은 결과는, 보관소의 하인들이 다른 손님들을 사니에트보다 먼저 챙기고, 그가 제 물건을 건네려 하면 “차례를 기다리시오, 손님, 그리 서두르지 마시고요” 하고 대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래야 일이 되지, 유능한 녀석들이야, 옳지, 이 친구들아.” 베르뒤랭 는 사니에트를 끝까지 기다리게 하려는 그들의 경향을 부추기려는 듯, 흡족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자, 갑시다.” 그가 우리에게 말했다. “저 작자는 제가 그리도 아끼는 외풍 속에서 우리 모두를 얼어 죽게 할 작정이라오. 자, 응접실로 가서 몸이나 녹입시다. ‘외투 보관을 의탁받다’라니, 원, 저런 얼간이가 다 있나!” “저 사람이 좀 유별나게 점잔을 빼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오.” 브리쇼가 말했다. “나는 저이가 나쁜 사람이라고 한 적 없소, 얼간이라고 했지.” 베르뒤랭 의 매몰찬 대꾸였다.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