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동안 스키는 청하지도 않았는데 피아노 앞에 앉아, 짐짓 장난스레 눈썹을 찌푸리고 아득한 눈길을 하고 입술을 살짝 비틀며, 제 딴에는 예술가다운 태를 지어 보이고는, 모렐에게 비제의 곡을 무어라도 연주하라고 우겨댔다. “뭐라고, 자네 그게 싫다는 건가, 비제의 그 소년다운 음악이 말이야. 아니 이 사람아,” 그는 제 버릇 가운데 하나인 그 r 발음을 굴리며 말했다, “그건 저엉말 매혹적이라니까.” 비제를 좋아하지 않던 모렐은 그렇다고 과장된 말투로 잘라 말했고, (믿기 어려운 노릇이지만 그는 작은 패거리 안에서 재사(才士)라는 평판을 얻고 있던 터라) 스키는 그 바이올리니스트의 독설을 짐짓 역설로 받아들이는 척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은 베르뒤랭 씨의 웃음처럼 담배 피우는 이의 숨죽인 헐떡임 같은 것이 아니었다. 스키는 우선 은근한 표정을 짓고는, 마치 제 뜻과는 무관하다는 듯 웃음소리 한 가락을 흘려보냈으니, 그것은 종탑에서 울리는 첫 종소리 같았고, 뒤이어 침묵이 흘렀는데 그동안 그 은근한 눈길은 방금 오간 말의 어처구니없음을 능란하게 살피는 듯했으며, 그러고 나서 두 번째 웃음의 종소리가 공기를 뒤흔들었고, 이내 흥겨운 삼종(三鐘) 기도의 종소리가 뒤따랐다.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