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샤를뤼스 씨에게 브리쇼 씨가 그토록 수고를 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천만에, 그는 기뻐하고 있소, 자네를 무척 좋아하지, 다들 자네를 좋아한다오. 얼마 전에도 누군가 이러더군. ‘요즘 통 그를 볼 수가 없어, 스스로 틀어박혀 지내다니!’ 게다가 브리쇼는 참 좋은 사람이지,” 하고 샤를뤼스 씨는 말을 이었는데, 도덕철학 교수가 그토록 다정하고 허물없는 태도로 자기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그자가 등 뒤에서는 서슴없이 자기를 헐뜯는다는 사실은 아마 꿈에도 의심하지 못한 채였다.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고, 학식이 어마어마한데도 조금도 망가지지 않았지, 그 많은 잉크 냄새 풍기는 무리처럼 학식이 그를 책벌레로 만들지는 않았거든. 그런 부류에서는 보기 드문 넓은 안목과 관용을 여태 간직하고 있소. 이따금, 그가 삶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얼마나 자연스러운 기품으로 저마다에게 마땅한 몫을 돌려주는지를 보고 있으면, 한낱 보잘것없는 소르본 교수, 옛 시골 교사 따위가 대체 어디서 저런 교양을 익혔을까 자문하게 된다오. 나 자신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지.” 나로서는 더욱 놀라운 일이었으니, 게르망트 부인의 벗들 가운데 가장 세련되지 못한 이조차 지루하고 답답하게 여겼을 이 브리쇼의 이야기가, 그들 모두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샤를뤼스 씨를 흡족하게 하는 것을 보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 이르기까지는, 저마다 또한 서로 다른 여러 영향이 함께 작용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한편으로 스완이 오데트에게 반해 있던 시절 오랫동안 작은 패거리의 환심을 샀던 바로 그 힘이자, 다른 한편으로 그가 결혼한 뒤 봉탕 부인에게서 매력을 느끼게 했던 힘이기도 했다. 봉탕 부인은 스완 부부를 흠모하는 척하면서도 끊임없이 그 아내를 찾아와서는 남편에 관한 온갖 이야기에 신이 나 있던 여자였다. 어느 작가가 지성의 월계관을 가장 지적인 사람이 아니라,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품는 정념에 대해 대담하고 너그러운 논평을 던지는 사교가에게 씌워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논평이란 작가의 재원(才媛) 정부(情婦)로 하여금, 자기 집에 드나드는 모든 사람 가운데 그래도 가장 덜 어리석은 이는 결국 사랑의 일에 노련한 이 늙은 멋쟁이라고 작가와 더불어 판단하게 만드는 그런 논평이거니와, 바로 그처럼 샤를뤼스 씨도 자기의 다른 벗들보다 브리쇼를 더 지적이라 여겼다. 브리쇼는 모렐에게 친절할 뿐 아니라, 그리스 철학자들, 라틴 시인들, 동방 설화의 작가들에게서 적절한 구절을 뽑아내어 남작의 성향을 기이하고도 매혹적인 선집으로 꾸며 주었기 때문이다. 샤를뤼스 씨는, 빅토르 위고 같은 이가 무엇보다 바크리가와 뫼리스가 같은 사람들을 곁에 두려 하는 그런 나이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관을 너그러이 받아 주는 사람들을 다른 누구보다 좋아했다. “나는 그를 자주 만나지,” 하고 그는 균형 잡힌, 노래하듯 흐르는 어조로 말을 이으면서, 입술의 어떤 움직임도 자신의 근엄하고 분칠한 가면을 흔들지 못하게 하였으니, 그 가면 위로는 고위 성직자 같은 눈꺼풀이 일부러 내리깔려 있었다. “그의 강의에 나가는데, 그 라탱 지구의 분위기가 나를 상쾌하게 하거든. 거기엔 부지런하고 사려 깊은 젊은 부르주아들의 청춘이 있고, 그들은 다른 영역에서였다면 내 또래들보다 더 영리하고 더 많이 읽은 축이지. 그것은 아마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아는 다른 세계지, 그들은 젊은 부르주아라네,” 하고 그는 마지막 낱말을 따로 떼어 발음하면서, 그 앞에 b 소리를 잔뜩 붙여 힘주어 말했는데, 그것은 지난 역사의 미묘한 구별을 즐기는, 그다운 취향에 상응하는 일종의 발성 습관에서 비롯한 것이면서, 어쩌면 내게 자신의 오만함을 한 번 튕겨 보이는 즐거움을 참지 못한 탓이기도 했다. 이런 일도 (베르뒤랭 부인이 내가 듣는 데서 자신의 계획을 드러낸 뒤로) 샤를뤼스 씨가 내 안에 불러일으킨 크고도 애틋한 연민을 조금도 덜지는 못했으며, 그저 나를 재미있게 했을 뿐, 실은 내가 그에게 이토록 다정한 마음을 품지 않았을 다른 어느 때였더라도 나를 언짢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할머니에게서, 자칫 위엄이 모자라 보일 만큼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성향을 물려받았다. 물론 나는 그것을 거의 자각하지 못했고, 학창 시절부터 내가 가장 존경하던 동무들이 누가 약속을 어기면 화를 내고 어떤 배신 행위도 그냥 넘기려 들지 않는 것을 숱하게 보고 들은 끝에, 어느새 말과 행동에서 자존심으로 각인된 제2의 천성을 드러내게 되었다. 실제로 나는 몹시 자존심이 세다고들 여겨졌는데, 나는 한 번도 겁이 없었던 터라 쉽사리 결투에 끌려들곤 했으나, 정작 그 결투의 도덕적 위신은 내가 대수롭지 않게 여김으로써 스스로 깎아내렸고, 그 때문에 남들은 결투란 어리석은 짓이라고 손쉽게 믿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발밑에 짓밟아 두는 참된 본성은 그럼에도 우리 안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그리하여 때때로 우리가 어느 천재의 최신 걸작을 읽을 때면, 우리가 늘 하찮게 여겨 온 우리 자신의 온갖 성찰, 우리가 억눌러 온 기쁨과 슬픔, 우리가 업신여겨 온 감정의 온 세계를 그 속에서 발견하고 기뻐하게 되니, 그 감정들의 가치란 우리가 그것들을 새삼 되찾게 되는 그 책이 대번에 가르쳐 주는 법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누군가 나를 놀림감으로 삼을 때 언짢아하는 대신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 잘못임을 어느새 삶의 경험으로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자기를 내세우지도 원망하지도 않는 이 성향은, 내가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기를 그친 나머지 그것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조차 거의 알아채지 못하게 되었을망정, 그럼에도 내가 흠뻑 젖어 있던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요소였다. 분노와 앙심은 오직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격렬한 발작의 형태로만 내게 찾아왔다. 게다가 정의감이라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결여되어 있어서, 그것은 도덕감각의 완전한 부재나 다름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약한 편, 그리고 곤경에 처한 이의 편으로 온전히 기울어 있었다. 모렐과 샤를뤼스 씨 사이의 관계에 선과 악이 어떤 비율로 뒤섞여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견해도 없었으나, 샤를뤼스 씨를 위해 마련되고 있는 그 고통을 떠올리는 것만은 내게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에게 미리 일러 주고 싶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부지런한 작은 세계를 구경하는 것은 나 같은 늙은 고목에게는 아주 기분 좋은 일이지. 나는 그들을 알지 못해,” 하고 그는 삼가는 태도로 한 손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는데, 그것은 자신의 정복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는, 자신의 결백을 내세우고 학생들의 결백에도 어떤 의혹도 씌우지 않으려는 몸짓이었다, “허나 그들은 더없이 정중해서, 내가 아주 나이 든 신사라고 곧잘 내게 자리를 남겨 두기까지 한다오. 그렇다네, 이보게, 그러지 말게나, 나는 마흔이 넘었으니까,” 하고 남작은 말했는데, 그는 예순이 넘은 이였다. “브리쇼가 강의하는 강당은 좀 답답하긴 해도, 언제나 흥미롭지.” 남작은 학교의 젊은이들 틈에 섞이기를, 다시 말해 그들에게 떠밀리기를 더 좋아했지만, 때로는 강의실에서 오래 기다리는 수고를 덜어 주려고 브리쇼가 자기 전용 문으로 그를 데리고 들어가곤 했다. 브리쇼가 소르본에서는 제집처럼 편할 법도 했으나, 직무의 사슬을 잔뜩 두른 수위가 그 앞에 나서고 젊은 제자들에게 흠모받는 스승이 그 뒤를 따르는 그 순간이면, 그는 어떤 소심함을 억누르지 못했으며, 자신이 그토록 중요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을 이용해 샤를뤼스에게 배려를 보이고 싶어 하면서도 어쩐지 조금 겸연쩍어했다. 수위가 그를 지나가게 해 주도록, 그는 짐짓 꾸민 어조로 골똘한 기색을 하고서 수위에게 말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남작님, 자리를 마련해 드릴 겁니다,” 그러고는 더는 그에게 마음 쓰지 않고, 자기 딴의 입장을 하려고 홀로 복도를 따라 씩씩하게 나아갔다. 양옆으로 젊은 강사들이 두 겹의 울타리를 이루어 그를 맞이했다. 자신이 대단한 권위자임을 스스로 아는 이 젊은이들 앞에서 짐짓 거드름을 피우는 것처럼 보일까 봐 애가 탄 브리쇼는, 그들에게 천 번의 눈길과 천 번의 은밀한 끄덕임을 보냈고, 어디까지나 무인다운, 철저히 프랑스인다운 태도를 잃지 않으려는 그의 욕심은 그 몸짓에, “제기랄, 우리는 적과 맞설 수 있다”라고 말하는 늙은 병사의 다정한 격려 같은 효과를 부여했다. 그러자 제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브리쇼는 이따금 샤를뤼스 씨가 자기 강의에 참석하는 것을 기회 삼아 남을 기쁘게 해 주기도 했으니, 그것은 거의 대접에 대한 답례에 가까웠다. 그는 어느 학부모나 자기의 중산층 친구 가운데 하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부인이나 따님이 관심 있으실지 몰라 말씀드립니다만, 콩데 가문의 후예이신 카랑시 대공, 샤를뤼스 남작께서 제 강의에 나오십니다. 우리 귀족의 전형을 고이 간직한 마지막 후손 가운데 한 분을 뵈었다는 것은 기억할 만한 일이지요. 오시겠다면, 그분이 제 교단 옆자리에 앉아 계실 테니 금방 알아보실 겁니다. 게다가 거기 혼자 계실 텐데, 몸집이 다부지고, 흰 머리에 검은 콧수염을 기르고, 무공 훈장을 다신 분이지요.” “오, 고맙습니다,” 하고 그 아버지는 말했다. 그리하여 아내에게 다른 볼일이 있었음에도, 브리쇼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그는 아내를 강의에 참석하게 했고, 딸은 더위와 혼잡에 시달리면서도 콩데의 후손을 눈으로 게걸스레 좇으며, 그런데도 그가 딸기잎 관을 쓰지 않았고 요즘 사람 누구와도 똑같이 생겼다는 데에 못내 놀라워했다. 정작 그는 딸에게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으나,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학생들 가운데 한둘은 그의 다정한 눈길에 놀라 어색하게 굳어 버렸고, 남작은 온갖 몽상과 우수에 잠긴 채 강당을 나서곤 했다. “이야기를 다시 꺼내 죄송합니다만,” 나는 브리쇼가 돌아오는 소리를 들었기에 샤를뤼스 씨에게 서둘러 말했다, “혹시 뱅퇴유 양이나 그 친구가 파리에 오기로 되어 있다는 말을 들으시거든, 제게 전보로 알려 주시겠습니까, 그들이 정확히 얼마나 머무는지도 함께요, 그리고 제가 부탁했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씀하지 마시고요.” 나는 그녀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는 것을 거의 믿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앞날을 위해 이렇게 대비해 두고 싶었다. “그러지, 그렇게 해 주겠네, 무엇보다 나는 자네에게 큰 신세를 졌으니까. 오래전에 내가 자네에게 내밀었던 것을 받지 않음으로써, 자네는 자네 손해를 무릅쓰고 내게 크나큰 봉사를 해 준 셈이지, 자네는 내게 자유를 남겨 주었으니까. 하기야 나는 그 자유를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 내던지고 말았네만,” 하고 그는 우수 어린 어조로 덧붙였는데, 그 밑으로는 내게 속내를 털어놓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내비쳤다. “나는 여전히 그것을 중요한 사실로 여기고 있지, 자네가 자기 이익으로 돌리지 못한 온갖 정황의 얽힘 말일세, 아마도 운명이 바로 그 순간에 내 길을 가로지르지 말라고 자네에게 일러 주었기 때문이겠지. 언제나 일은 사람이 꾸미고 뜻은 하늘이 이루는 법이니까. 우리가 빌파리지 부인 댁에서 함께 나오던 그날 자네가 받아들였더라면, 그 뒤에 일어난 숱한 일이 어쩌면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지 누가 알겠나?” 다소 겸연쩍어진 나는 빌파리지 부인의 이름을 붙들어 화제를 돌리면서, 모든 면에서 더할 나위 없이 정통한 그에게, 어째서 빌파리지 부인이 귀족 사회로부터 멀찍이 따돌림받는 것처럼 보이는지 그 까닭을 알아내려 했다. 그런데 그는 이 사소한 사교계의 수수께끼를 풀어 주기는커녕,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듯이 보였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빌파리지 부인의 지위란, 훗날 후세에게, 나아가 후작부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도 무지한 부자들에게 대단하게 비쳤을 것이지만, 사회의 정반대 끝, 곧 빌파리지 부인과 맞닿아 있던 게르망트가 사람들 쪽에서도 그에 못지않게 대단하게 비쳤다는 것을. 그녀는 그들의 고모였고, 그들은 무엇보다 먼저 혈통과 혼맥, 그리고 어느 동서에게 제 가문의 무게를 각인시킬 기회를 보았다. 그들은 이 일을 사교적 관점보다는 가문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런데 빌파리지 부인의 경우, 이 점은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눈부신 것이었다. 나는 빌파리지라는 칭호가 사칭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격을 떨어뜨리는 결혼을 하고도 우월한 지위를 지켜 낸 귀부인들의 예는 그 밖에도 있다. 샤를뤼스 씨는 먼저, 빌파리지 부인이 그 유명한 ⸻ 공작부인의 조카라고 일러 주었는데, 그 공작부인은 7월 왕정 시절 대귀족 사회에서 가장 이름난 인물로, 시민왕과 그 일가와는 어울리기를 마다한 이였다. 나는 이 공작부인에 관한 이야기를 얼마나 듣고 싶어 했던가! 그런데 빌파리지 부인이, 그 다정한 빌파리지 부인, 내게는 그저 평범한 여자의 뺨으로만 보이던 그 뺨을 지닌 부인, 내게 그토록 많은 선물을 보내 주었고 마음만 먹으면 날마다 손쉽게 만날 수 있었던 그 빌파리지 부인이야말로, 그 공작부인의 조카로서 ⸻ 저택의 그 집에서 그녀 손에 자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분이 두도빌 공작에게 물었지,” 하고 샤를뤼스 씨는 내게 말했다, “세 자매를 두고 이렇게 말이야, ‘자매 중에 누가 제일 마음에 드시오?’ 그러자 두도빌이 ‘빌파리지 부인이지요’라고 하니까, ⸻ 공작부인이 ‘돼지 같으니라고!’라고 받았다는군. 워낙 공작부인은 대단히 재치 있는 분이었으니까,” 하고 샤를뤼스 씨는 게르망트가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그 무게와 특유의 발음을 실어 그 낱말을 말했다. 그가 그 말을 그토록 ‘재치 있다’고 여긴 것은 그러나 나를 놀라게 하지 않았으니, 나는 다른 여러 경우에도, 남의 재치를 음미할 때면 정작 제 재치에는 들이댔을 엄격함을 내려놓고, 자기라면 만들어 내기를 업신여겼을 것을 유심히 지켜보며 충실히 기록하게 만드는, 그 원심적이고 객관적인 성향을 눈여겨본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사람 대체 뭘 하는 겐가, 저건 내 외투잖나,” 하고 그는, 브리쇼가 그토록 오래 뒤진 끝에 겨우 저 꼴이라는 것을 보고 말했다. “내가 직접 가지러 가는 게 나을 뻔했군. 하지만 이제 자네가 걸치면 되겠어. 이보게, 이건 꽤나 위태로운 일이라는 걸 아나, 같은 잔으로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지, 이러면 나는 자네 속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될 걸세. 아니, 그렇게 말고, 자, 내가 해 주지,” 그러고는 자기 외투를 내게 입히면서, 그것을 내 어깨에 눌러 내리고, 목께를 여며 주고, 손으로 내 턱을 스치며 이렇게 변명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외투 하나 걸칠 줄을 몰라, 이렇게 매만져 줘야 한다니까, 브리쇼, 나는 천직을 놓쳤어, 나는 유모로 태어났어야 했네.” 나는 집에 가고 싶었으나, 샤를뤼스 씨가 모렐을 찾으러 가겠다는 뜻을 밝힌 터라, 브리쇼가 우리 둘을 붙들었다. 게다가 집에 가면 알베르틴이 거기 있으리라는 확신은, 오후에 알베르틴이 트로카데로에서 집으로 돌아오리라고 느꼈던 그 확신만큼이나 절대적이어서, 프랑수아즈가 전화 전갈을 보내온 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던 그때만큼이나,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그녀가 보고 싶어 안달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 대화가 오가는 동안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할 때마다, 내가 떠나면 베르뒤랭 부인이 우리를 데리러 올 때까지 샤를뤼스가 자기 곁에 남아 있지 않을까 봐 걱정한 브리쇼의 당부에 내가 순순히 따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평온함 덕분이었다. “자,” 하고 그는 남작에게 말했다, “여기 우리와 함께 잠시 더 계시지요, 이따가 저 친구에게 포옹을 해 주시고요,” 하고 브리쇼는 덧붙이며, 거의 보이지 않는 두 눈을 내게로 고정했는데, 그가 여러 차례 받은 수술 덕에 그 눈에는 어느 정도 생기가 되살아나 있었으나, 그럼에도 곁눈질로 악의를 드러내는 데 필요한 민첩함만은 없었다. “포옹이라니, 어처구니없군!” 하고 남작은 새된, 들뜬 어조로 외쳤다. “이보게, 내 장담하는데, 이 사람은 지금 자기가 시상식에라도 온 줄 아는 걸세, 제 젊은 제자들을 꿈꾸고 있는 거지. 저 사람 그 애들이랑 자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뱅퇴유 양을 만나고 싶으신 거군요,” 하고 우리 대화의 마지막 말을 엿들은 브리쇼가 말했다. “그녀가 오면 알려 드리기로 약속하지요, 베르뒤랭 부인에게서 소식을 들을 테니까요,” 하고 그가 말한 것은, 남작이 곧 작은 패거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아마 예감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니까 자네 생각엔, 그 지독히도 평판 나쁜 자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는 일에서, 내가 자네보다 베르뒤랭 부인에게 덜 청할 자격이 있다는 거로군,” 하고 샤를뤼스 씨가 말했다, “그들이 꽤나 악명 높다는 건 자네도 알잖나. 베르뒤랭 부인이 그들을 이리로 오게 하는 건 잘못이지, 그런 자들은 방탕한 축에게나 어울려. 그들은 끔찍한 여자 무리와 어울린다네. 그들이 만나는 곳도 더없이 소름 끼치는 곳들이고.” 이 한 마디 한 마디마다, 내 고통에는 형태를 바꾼 새로운 고통이 더해져 갔다. “천만에요, 제가 남작님보다 베르뒤랭 부인에게 더 청할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고 브리쇼는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끊어 가며 항변했는데, 그것은 남작의 의심을 사지나 않았을까 겁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기어이 가려는 것을 보고, 약속한 여흥을 미끼로 나를 붙들려 하며 말했다. “이 두 부인의 평판을 이야기하실 때 남작님께서 미처 헤아리지 못하신 점이 하나 있는 듯합니다, 곧 한 사람의 평판이란 소름 끼치는 동시에 근거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지요. 이를테면, 제가 나란한 부류라 부르겠습니다만, 그 한결 악명 높은 무리에서도, 정의의 오판은 많고, 그 혐의에 조금도 죄가 없는 저명한 인물들이 남색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역사가 기록해 왔음이 분명합니다. 미켈란젤로가 한 여인을 열렬히 사랑했다는 최근의 발견은, 레오 10세의 벗이었던 그에게 사후의 재심을 받을 자격을 마땅히 주어야 할 새로운 사실이지요. 미켈란젤로 사건은, 무정부주의가 고개를 쳐들어 우리네 점잖은 호사가들의 유행하는 죄악이 되었으나 지금은 다툼을 일으킬까 두려워 입에 올려서도 안 되는 또 다른 사건이 제 갈 길을 다 가고 나면, 속물들을 들끓게 하고 라 빌레트를 총동원할 만한 사건으로 제게는 뚜렷이 보입니다.” 브리쇼가 남자들의 평판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샤를뤼스 씨는 자기 얼굴의 온갖 표정마다, 그 방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교계 사람들이 치료법이나 전략의 요점을 두고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할 때 의학이나 군사 전문가의 얼굴에 떠오르는 그 특유의 짜증을 내비쳤다. “자네는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네,” 하고 그는 마침내 브리쇼에게 말했다. “근거 없는 평판을 단 하나라도 대 보게. 이름을 대 보란 말이야. 오, 그래, 나는 그 이야기라면 죄다 알지,” 하고 그는 브리쇼가 머뭇머뭇 끼어들자 무지막지하게 되받았다, “오래전에 호기심으로, 아니면 죽은 벗에 대한 정 때문에 한 번 해 본 자들 이야기며, 너무 멀리 갔을까 겁이 나서, 자네가 어떤 남자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 자기한테는 그게 도통 알 수 없는 소리라며, 자기는 기계 쪽은 문외한이라 두 자동차의 엔진을 구별 못 하듯이 잘생긴 남자와 못생긴 남자도 구별하지 못한다고 대꾸하는 사내 이야기 말일세. 다 부질없는 헛소리지. 오해 말게, 나쁜 (혹은 흔히들 그렇게 부르는) 평판이면서도 근거 없는 평판이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말은 아니야. 다만 그것은 너무나 예외적이고 너무나 드물어서, 실제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러면서도 나는, 이것저것 캐내는 데 남다른 호기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꾸며 낸 것이 아닌 실제 사례들을 알고 있네. 그래, 나는 살아오면서 (물론 과학적으로 말하는 것이니, 자네는 내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되네) 근거 없는 평판을 둘 밝혀냈지. 그런 평판은 대개 이름이 비슷하거나, 아니면 어떤 겉으로 드러난 표시, 이를테면 반지를 잔뜩 낀 것 따위에서 생겨나는데, 판단할 자격이 없는 자들은 그런 것을 자네가 말한 그것의 특징이라 여긴다네, 마치 농부라면 말끝마다 ‘자르니녜’를 붙이지 않고는 한마디도 못 하고, 영국인이라면 ‘갓댐’을 붙인다고 여기는 것처럼 말이지. 통속 극장에서나 나올 대사지. 자네를 놀라게 할 것은, 근거 없는 평판일수록 대중의 눈에는 가장 확고하게 굳어져 있다는 사실이야. 자네만 해도, 브리쇼, 이 집에 드나드는 아무개의 결백을 두고 손을 불 속에 넣어서라도 보증하려 들면서, 정작 눈 밝은 이들은 그자가 양의 탈을 쓴 늑대임을 아는데도, 자네는 여느 이 사람 저 사람과 똑같이, 세상의 눈에 뜨인 어떤 사내, 뭇사람에게는 그런 성향의 화신처럼 보이는 그 사내에 대한 소문을 믿지 않을 수 없어 하지, 실은 그자가 그런 일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야. 눈곱만큼도라고 했지만, 만약 우리가 25루이를 내걸어 본다면, 성인군자로 통하던 자들의 수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줄어드는 꼴을 보게 될 걸세. 실상은, 그런 걸 성스러움이라 볼 수 있다면 말이지만, 그 평균적인 성인(聖人) 비율은 대략 삼십에서 사십 퍼센트쯤 된다네.” 브리쇼가 나쁜 평판의 문제를 남성 쪽으로 옮겨 놓았다면, 나로 말하자면 거꾸로, 알베르틴을 떠올리며 남작의 말을 여성 쪽에 적용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통계에 소름이 끼쳤으니, 그가 아마도 자기가 참이라 믿고 싶은 총계에 이르려고 수치를 부풀렸으리라는 것, 게다가 그 수치가 험담을 일삼는, 어쩌면 거짓말쟁이일 자들, 그리고 어쨌든 저마다의 욕망에 이끌려 길을 잃은 자들의 이야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그 욕망이 샤를뤼스 씨 자신의 욕망까지 더해져 남작의 계산을 틀림없이 왜곡했으리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도 그러했다. “삼십 퍼센트라니!” 하고 브리쇼가 소리쳤다. “아니, 그 비율이 거꾸로라 해도 저는 여전히 그 죄인의 수를 백 배로 늘려야 할 판입니다. 남작님 말씀대로이고 남작님이 틀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남작님이야말로 주위의 누구도 짐작조차 못 한 진실을 꿰뚫어 보는 그 드문 선각자 가운데 한 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마치 바레스가 의회의 부패에 관해 여러 사실을 폭로했고, 그 진실이 나중에 밝혀졌던 것처럼요, 르베리에의 행성이 있음이 밝혀졌듯이 말입니다. 베르뒤랭 부인이라면, 제가 이름을 대고 싶지 않은 이들을 예로 들기를 더 좋아하겠지요, 정보국과 참모본부에서 제가 미처 상상도 못 했던 활동들을 적발해 낸 이들 말입니다, 저는 그 활동이 애국심에서 우러난 것이라 확신합니다만. 프리메이슨, 독일 첩보, 모르핀 중독을 두고, 레옹 도데는 날마다 황당무계한 동화를 지어내는데, 그것이 알고 보면 있는 그대로의 진실로 드러나곤 하지요. 삼십 퍼센트라니!” 하고 브리쇼는 얼이 빠진 채 되뇌었다. 공정을 기하자면, 샤를뤼스 씨는 자기 동시대인 대다수에게 성도착의 혐의를 씌우면서도, 언제나 자신이 직접 관계를 맺은 남자들만은 예외로 두었으니, 그들의 경우, 그 관계에 조금이나마 낭만의 자취를 들여놓았다면, 그에게는 한결 복잡한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여자의 정절 따위는 믿으려 들지 않는 사교계 사내들이, 오직 자기 정부였던 여자에게만은 얼마쯤의 정절을 남겨 주며, 그 여자를 두고는 진지하게, 알 듯 모를 듯한 기색으로 이렇게 항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니, 자네가 잘못 안 걸세, 그 여자는 그런 부류가 아니야.” 이 뜻밖의 찬사는, 한편으로는 그런 총애가 자기 혼자에게만 베풀어졌으리라는 짐작에 우쭐해진 그들의 자존심에서, 한편으로는 정부가 믿게 하려던 것을 죄다 손쉽게 삼켜 버린 그들의 단순함에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 다른 삶들에 다가서자마자 이미 만들어진 딱지와 분류가 지나치게 조야해 보이게 만드는 그 삶의 복잡함에 대한 감각에서 비롯한 것이다. “삼십 퍼센트라니!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남작님, 그 결론을 미래가 옳다고 인정해 줄 역사가들만큼 운이 좋지는 못해서, 남작님이 우리에게 내놓으신 그 통계를 후세에 내민다면, 후세는 그것을 그릇된 것으로 볼지도 모릅니다. 후세는 오직 문서로 된 증거만으로 판단하며, 남작님의 사실을 확증해 달라고 고집할 겁니다. 그러나 눈 밝은 몇몇 사람마저 기꺼이 어둠 속에 묻어 두려 하는 이런 집단적 현상을 입증할 문서는 하나도 나오지 않을 터라, 가장 뛰어난 지성들은 분개하게 될 것이고, 남작님은 한낱 중상자나 미치광이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겁니다. 이 세상에서는 사교라는 시험에서 최고점과 으뜸의 자리를 얻으시고도, 무덤 저편에서는 낙선의 쓰라림을 맛보시게 되는 셈이지요. 그건 화약과 탄환을 쓸 만한 값어치도 없지요, 우리의 벗 보쉬에의 말을 빌리자면, 하느님 용서하소서.” “나는 역사에는 관심 없네,” 하고 샤를뤼스 씨가 대꾸했다, “이 삶만으로 나는 충분해, 이만하면 꽤나 흥미롭거든, 가엾은 스완이 늘 하던 말마따나 말이지.” “아니, 스완을 아셨습니까, 남작님, 저는 몰랐는데요. 말씀해 보십시오, 그도 그런 쪽이었나요?” 하고 브리쇼가 미심쩍은 기색으로 물었다. “이 사람 머릿속하고는! 그래, 자네는 내가 그런 부류만 안다고 여기는 게로군. 아니, 그렇진 않았던 것 같네,” 하고 샤를뤼스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이리저리 저울질하려 애쓰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런 일에 대한 반감이 언제나 소문난 스완을 두고 이야기하는 만큼, 반쯤 시인해 봐야 그 대상이 된 이에게는 해가 될 리 없고, 그것을 넌지시 흘리는 이에게는 오히려 우쭐한 일이 되리라 판단하고서, “먼 옛날 학창 시절에, 한 번 우연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네,” 하고 남작은 마지못한 듯, 또 혼잣말을 하듯 말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서, “허나 그건 아득한 옛일인데, 내가 그걸 어떻게 기억하겠나, 자네 나를 놀리는군,” 하고 웃으며 말을 맺었다. “어쨌든 그는 미남이라 할 만한 사람은 전혀 아니었죠!” 하고 브리쇼가 말했는데, 정작 자신은 몹시 흉하게 생겼으면서도 스스로 잘생겼다고 여겼고 늘 다른 남자들은 못생겼다고 믿을 채비가 되어 있는 이였다. “입 다물게,” 하고 남작이 말했다, “자네는 지금 무슨 소릴 하는지도 모르는군, 그 시절 그는 복숭앗빛 살결을 하고 있었고,” 하고 그는 한 음절마다 새로운 가락을 찾아내며 덧붙였다, “큐피드 그 자체만큼이나 아름다웠다네. 게다가 그는 언제나 매력적이었지. 여자들이 그에게 미치도록 반했으니까.” “그런데 그의 아내는 아셨나요?” “아니, 그가 그 여자를 알게 된 것부터가 나를 통해서였는걸. 어느 저녁 그 여자가 미스 사크리팡을 연기했을 때, 나는 그 변장한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 나는 클럽 친구 몇과 함께였는데, 저마다 여자 하나씩을 집에 데려갔고, 나는 그저 자고 싶었을 뿐인데도, 험담하는 혀들이, 사람들이 어찌나 심술궂은지 정말 끔찍하다니까, 내가 오데트와 잤다고 떠들어 댔지. 그런데 그 여자는 그 험담을 빌미로 나를 성가시게 굴러 왔고, 나는 그 여자를 스완에게 소개하면 떼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 그 순간부터 그 여자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어, 가장 쉬운 단어 하나 제대로 쓸 줄 몰라서, 그 여자 편지를 죄다 내가 대신 써 주었지. 그리고 그 뒤로 그 여자를 데리고 다녀야 했던 것도 나였다네. 이보게, 이게 바로 평판이 좋아서 생기는 일이라네. 하기야 그 평판의 절반밖에 받을 자격이 없었지만 말이야. 그 여자는 나로 하여금 자기가 그를 배신하는 걸 거들게 했지, 다섯, 여섯이나 되는 다른 사내들과 말이야.” 그리고 오데트가 잇달아 거느린 정부들을 (그 여자는 이 사내와, 다음엔 저 사내와 지냈으되, 질투와 사랑에 번갈아 눈먼 가엾은 스완은 그 사내들 가운데 단 하나의 이름조차 알아맞히지 못했으니, 그는 개연성을 헤아리고, 죄지은 이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모순보다도 더 단정적인 맹세를 믿었던바, 그 모순이란 훨씬 붙잡기 어려우면서도 그와 동시에 훨씬 의미심장한 것으로, 질투에 사로잡힌 연인이라면 제 정부를 흔들어 놓으려는 속셈으로 받았노라 거짓 꾸미는 정보보다 그 모순을 더 논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정부들을 샤를뤼스 씨는 마치 프랑스 역대 왕들의 명단을 외우기라도 하듯 더없이 확고한 자신감으로 하나하나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실 질투에 사로잡힌 연인이란, 어느 역사적 사건의 동시대인들처럼 너무 가까이 있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간통의 희극적 면모가 역사의 정밀함을 띠는 것도, 그리고 그것이 그 자체로는 대수롭지도 않은, 나 같은 또 다른 질투하는 연인에게만 비로소 괴로워지는 이름들의 명단으로 길게 이어지는 것도, 모두 남들의 눈에서일 뿐이니, 그런 연인은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 처지를 그와 견주지 않을 수 없고, 자기가 의심하는 그 여자 역시 그에 못지않게 화려한 명단을 자랑할 수 있지나 않을까 자문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 이상은 결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으니, 그것은 일종의 범세계적 공모, 모두가 잔인하게 가담하는 ‘까막잡기’와도 같은 것으로, 그의 정부가 이 사내에서 저 사내로 옮겨 다니는 동안, 그가 끊임없이 벗겨 내려 애쓰지만 끝내 벗겨 내지 못하는 눈가리개를 그의 두 눈 위에 씌워 두는 데에 있는바, 모두가 이 가엾은 자의 눈을 가려 두기 때문이니, 착한 이들은 착한 마음에서, 못된 이들은 악의에서, 상스러운 이들은 상스러운 농지거리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점잖은 이들은 예의와 교양에서, 하나같이 원칙이라 불리는 그 관례들 가운데 하나를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스완은 남작님이 그 여자의 총애를 누리셨다는 걸 끝내 몰랐나요?” “무슨 그런 생각을! 샤를에게 그런 소리를 비쳤더라면! 머리카락이 다 곤두설 노릇이지. 아니 이보게, 그는 그 자리에서 나를 죽였을 걸세, 호랑이처럼 질투가 심했으니까. 오데트에게도 나는 결코 그… 를 털어놓은 적이 없다네, 하기야 그 여자야 조금도 개의치 않았겠지만, 아니, 자네 때문에 내 혀가 제멋대로 놀아나겠군. 우스운 건 말이야, 정작 그에게 권총을 쏜 건 그 여자였고, 하마터면 나를 맞힐 뻔했다는 걸세. 오! 나는 그 부부 덕에 아주 재미난 시절을 보냈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도스몽을 상대로 그의 결투 입회인 노릇을 해야 했던 것도 나였는데, 그자는 나를 끝내 용서하지 않았어. 도스몽이 오데트를 채 갔고, 스완은 스스로를 달래려고 오데트의 언니를 정부로, 아니 정부인 척하는 상대로 삼았던 거지. 허나 정말이지 자네, 나더러 스완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들면 안 되네, 그랬다간 우리는 십 년을 여기 붙들려 있어야 할 테니까, 알겠나, 그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오데트가 샤를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때 그 여자를 데리고 나가곤 하던 것도 나였지. 그게 내게는 더더욱 거북한 일이었던 게, 내게는 크레시라는 이름을 지닌 아주 가까운 친척이 하나 있는데, 물론 그 이름에 대한 아무런 권리도 없는 자였지만, 그래도 그자는 영 언짢아했거든. 그 여자는 오데트 드 크레시라는 이름으로 통했는데, 그럴 만도 했던 것이, 그 여자는 어느 크레시와 그저 별거 중일 뿐 여전히 그의 아내였거든, 게다가 그자는 지극히 진짜배기 인물, 아주 점잖은 신사였는데, 그 여자가 마지막 한 푼까지 짜내 버린 사람이었지. 그런데 내가 왜 자네에게 이 크레시 이야기를 해야 하나, 나는 자네가 굼벵이 열차에서 그자와 함께 있는 걸 본 적이 있고, 자네는 발베크에서 그자를 저녁 식사에 부르곤 했잖나. 그 가엾은 자에게는 그 저녁이 꼭 필요했을 걸세, 그자는 스완이 대 주던 쥐꼬리만 한 용돈으로 살았으니까. 내 벗이 죽은 뒤로는 그 수입마저 아예 끊겼을까 봐 몹시 걱정이라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말이야,” 하고 샤를뤼스 씨가 내게 말했다, “자네가 샤를의 집에 곧잘 드나들었으면서, 오늘 저녁 내게 자네를 나폴리 왕비께 소개해 달라고 청하지 않았다는 걸세. 사실 보아하니 자네는 사람보다는 진기한 물건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인데, 스완을 알던 사람에게서 그런 점을 보니 여전히 놀랍구먼, 스완으로 말하자면 그런 방면의 관심이 어찌나 발달해 있었던지, 그 방면의 일에 그를 입문시킨 게 나였는지 그 자신이었는지 도무지 가릴 수 없을 지경이었거든. 휘슬러를 알던 사람이 정작 취향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걸 보는 것만큼이나 놀라운 일이지. 허 참, 정말로 그분께 소개했어야 할 사람은 모렐인데, 그도 그 일에 열렬히 관심이 많았거든, 그야말로 자네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영리한 친구니까. 그분이 가 버리신 게 성가신 노릇이야. 그래도 조만간 그 만남을 성사시키고 말겠네. 그가 그분을 알게 되는 건 꼭 필요한 일이거든.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걸림돌이라면 그분이 밤사이 돌아가시는 경우뿐이겠지. 뭐, 그런 일이야 없기를 바라야지.” 별안간 브리쇼가, 샤를뤼스 씨가 자기에게 밝힌 ‘삼십 퍼센트’라는 비율의 충격에서 여태 헤어나지 못한 채, 그동안 내내 제 생각을 좇고 있던 브리쇼가, 죄수에게 자백을 받아 내려는 예심 판사를 떠올리게 하는, 그러나 실은 통찰력 있어 보이고 싶은 교수의 욕심과 그토록 중대한 혐의를 던지는 데 대한 불안에서 비롯한 그 불쑥스러움으로, 입을 열었다. “스키도 그런 쪽 아닙니까?” 하고 그는 침울한 기색으로 샤를뤼스 씨에게 물었다. 자기의 이른바 직관력을 우리에게 뽐내려고 그는 스키를 골랐던 것인데, 열에 셋만이 결백하다니, 자기 보기에 어딘가 좀 별나고, 불면에 시달리고, 향수를 뿌리고, 한마디로 아주 정상은 아닌 스키를 지목한다면 틀릴 위험은 거의 없으리라 속으로 셈했던 것이다. “천만의 말씀!” 하고 남작은 쓰디쓰고, 단정적이며, 격앙된 빈정거림으로 외쳤다. “자네 말은 완전히 틀렸고, 터무니없고, 황당하네. 스키가 그런 쪽으로 보이는 건 바로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에게나 그런 거야, 그가 정말 그랬다면 그토록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을 테니까, 흠잡으려는 뜻은 조금도 없이 하는 말이네만, 그에겐 나름의 매력이 있고, 실은 나도 그에게서 아주 끌리는 무언가를 느끼거든.” “그럼 이름을 몇 대 주십시오,” 하고 브리쇼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샤를뤼스 씨는 근엄한 기색으로 몸을 곧추세웠다. “아! 이보시게, 알다시피 나는 추상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 그런 부류의 일은 오직 초월적 관점에서만 흥미가 있을 뿐이네,” 하고 그는 자기 같은 부류 특유의 예민한 신경질과, 자기 이야기를 특징짓는 과장된 웅변조로 대꾸했다. “내게는 말이지, 알겠나, 오직 일반 원리만이 관심거리라네, 나는 이 일을 만유인력의 법칙을 이야기하듯 자네에게 말하고 있는 거야.” 그러나 남작이 자기의 참된 삶을 감추려 드는 이 신경질적인 반응의 순간들은, 그가 그것을 짐작하도록 내버려 두고, 얄미울 만큼 흡족해하며 그것을 드러내 보이던, 끊임없이 이어지는 긴 시간에 비하면 잠깐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의 안에서는 털어놓고 싶은 욕구가 제 비밀을 누설하는 두려움보다 더 강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려던 건 말이야,” 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근거 없는 나쁜 평판이 하나 있다면, 그에 못지않게 근거 없는 좋은 평판은 수백 개나 있다는 걸세. 물론, 제 평판에 걸맞지 않은 자들의 수는, 자네가 그런 부류의 사람들 말에 기대느냐 아니면 다른 이들의 말에 기대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그리고 사실, 후자의 악의는, 자기들이 강도나 살인만큼이나 끔찍하게 여기는 악덕을 정작 자기들이 섬세하고 진실하다고 아는 사내들이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좀처럼 믿기 어려워하는 탓에 그 한계가 지워지는 반면, 전자의 악의는, 자기 마음에 드는 사내들을, 뭐랄까, 넘볼 만한 상대로 여기고 싶은 욕망 탓에 지나칠 만큼 부추겨지는데, 그것은 저와 비슷한 욕망에 이끌려 길을 잃은 자들이 건네준 정보에 기대어서이며, 실은 그 사내들이 대개 사람들에게 멀찍이 떨어져 여겨진다는 바로 그 점에 기대어서이기도 하지. 나는 이런 취향 탓에 꽤나 눈총받던 한 사내가, 사교계의 어떤 사내도 그 취향을 함께 지녔으리라 짐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네. 그런데 그가 그렇게 믿는 유일한 근거란, 그 다른 사내가 자기에게 예의 바르게 굴었다는 것뿐이었지! 그 수를 셈하는 데는, 이토록 낙관할 이유가 많다네,” 하고 남작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문외한이 셈한 수와 정통한 자가 셈한 수 사이에 존재하는 그 엄청난 차이의 참된 까닭은, 후자가 나머지 사람들에게 제 행실을 감추려고 그것을 에워싸는 그 비밀스러움에서 비롯하네, 아무런 정보의 원천도 없는 그 나머지 사람들은, 진실의 사분의 일만 알게 되어도 문자 그대로 얼이 빠지고 말 테니까.” “그럼 우리 시대에도, 사정은 그리스인들 사이에서와 마찬가지로군요,” 하고 브리쇼가 말했다. “그리스인들 사이에서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자네는 그 뒤로 줄곧 그래 오지 않았다고 여기는 겐가? 루이 14세의 치세를 보게, 젊은 베르망두아, 몰리에르, 바덴의 루이 대공, 브룬스비크, 샤롤레, 부플레르, 대(大)콩데, 브리사크 공작이 있잖나.” “잠깐만요, 무슈에 대해서라면 저도 알고 있었고, 브리사크에 대해서는 생시몽을 통해 알았지요, 방돔이야 물론이고, 그 밖에도 많은 이들을 말입니다. 하지만 그 늙은 골칫덩이 생시몽은 대콩데와 바덴의 루이 대공을 자주 언급하면서도 그 일만은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지요.” “소르본 교수에게 그의 역사를 가르치는 일이 하필 내 몫이 되다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라 하지 않을 수 없군. 여보게 스승 양반, 자네는 잉어만큼이나 무지하네그려.” “가혹하십니다, 남작님, 허나 옳으신 말씀이지요. 그리고, 잠깐만요, 이건 남작님 마음에 드실 겁니다, 이제 그 시절의 노래가 하나 떠오르는군요, 대콩데가 자기 벗 라 무세 후작과 함께 론강을 내려가다가 느닷없이 폭풍우를 만난 이야기를 마카로니풍 운문으로 지은 노래지요. 콩데는 이렇게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