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작의 그칠 줄 모르는 수다는 그 자체로 베르뒤랭 부인의 신경을 건드렸으니, 그녀는 자기 작은 패거리 안에서 사람들이 따로 무리를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라 라스플리에르에서만 해도 몇 번이나, 샤를뤼스 씨가 패거리의 그토록 조화로운 합창에 제 몫으로 끼어드는 데 만족하지 않고 샤를리에게 쉴 새 없이 말을 거는 것을 보고는, 그녀는 그를 손가락질하며 외치곤 했다. “저이는 어쩜 저리 수다스러운지1! 어쩜 저리! 아이참, 수다로 치자면 저이는 소문난 수다쟁이라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훨씬 더 고약했다. 제 목소리에 취한 샤를뤼스 씨는, 베르뒤랭 부인에게 돌아갈 몫을 깎아 좁은 테두리 안에 가둬버림으로써, 그녀 안에서는 특수하고 사교적인 형태의 질투에 지나지 않던 그 증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베르뒤랭 부인은 자기 단골 손님들, 작은 패거리의 단골들을 진심으로 아꼈으나, 그들이 오로지 자기 마님에게만 헌신하기를 바랐다.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할 마음이 있어서, 배신을 눈감아주되 오직 제 지붕 아래에서, 그것도 제 눈앞에서, 다시 말해 사실상 배신이 아닐 때에만 그러는 저 질투 어린 연인들처럼, 그녀는 남자들이 정부(情婦)나 애인을 두는 것을 허락하되, 그 관계가 제 집 밖에서는 아무런 사교적 결과도 낳지 않고, 그 인연이 자기 수요회의 비호 아래 맺어지고 이어진다는 조건에서만 그리했다. 옛날에는 오데트가 스완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은밀히 터뜨리던 웃음 한 자락 한 자락이 그녀의 가슴을 물어뜯었고, 근래에는 모렐과 남작이 주고받는 곁말 하나하나가 그러했다. 그녀는 자기 슬픔을 달랠 위안을 오직 하나, 남들의 행복을 부수는 데서 찾았다. 그녀는 남작의 행복을 오래 견뎌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 경솔한 인물은 자기 작은 패거리에서 마님의 자리를 제한하는 듯 굴며 파국을 재촉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그녀에게는 모렐이 자기를 빼놓고 남작의 비호 아래 사교계로 나가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방책은 단 하나, 모렐이 남작과 자기 중에서 하나를 택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녀는 모렐에게 확보해 둔 우위에 기대어 그가 남작보다 자기를 택하게 하려 했다. 그 우위란, 그녀가 그러모은 정보와 스스로 지어낸 거짓말로 남다른 통찰력을 과시하여 얻어낸 것으로, 그 정보와 거짓말은 하나같이 모렐 자신이 믿도록 유도된 바를 뒷받침했고, 나아가 그녀가 파 두는 함정들, 곧 아무것도 모르는 희생자들이 빠져들 그 함정들 덕분에 머지않아 그에게 명백히 드러날 바를 뒷받침해 주었다. 참석했으면서도 자기에게 소개해 달라는 청조차 하지 않은 사교계 부인들로 말하자면, 그녀는 그들의 망설임이나 무관심을 알아채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아! 저것들이 어떤 부류인지 알겠어, 우리 취향에 안 맞는 한물간 쓸모없는 것들이지, 이 집에 발을 들이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야.” 누군가가 자기 기대만큼 살갑게 굴지 않았다고 인정하느니 그녀는 차라리 죽는 편을 택했을 테니까. “아! 친애하는 장군,” 샤를뤼스 씨가 베르뒤랭 부인을 내버려둔 채 별안간 외쳤다. 샤를리에게 십자훈장을 안겨주는 데 크게 도움이 될지도 모를, 공화국 대통령 비서관인 델투르 장군이, 코타르에게 무언가를 묻고 나서 서둘러 물러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안녕히 가시오, 친애하고 유쾌한 벗이여. 아니, 이렇게 내게 작별 인사도 없이 빠져나가시는 거요?” 남작은 서글서글하고 자족한 미소를 띠며 말했으니, 사람들이 언제나 잠시 남아 자기와 이야기 나누기를 반긴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흥분 상태에서 그는 제가 던진 물음에 스스로 새된 목소리로 답하곤 했다. “그래, 즐거우셨소? 정말 훌륭하지 않았소? 그 안단테 말이오, 어떻소? 이제껏 쓰인 것 중 가장 가슴을 울리는 곡이오. 눈물 없이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거든 어디 나와 보라 하시오. 와 주시다니 참으로 고맙소. 이보시오, 오늘 아침 프로베르빌에게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전보를 받았는데, 그 말이 훈장 총재부 쪽으로는 이제 어려움이 다 정리되었다는구려, 흔히들 하는 말로 말이오.” 샤를뤼스 씨의 목소리는 이 째지는 높이로 계속 치솟았으니, 변론에 열을 올리는 변호사의 목소리가 그 평소 말투와 다른 만큼이나 자기 본래 목소리와 딴판이었다. 이는 지나친 흥분과 신경의 긴장으로 목소리가 증폭되는 현상으로, 자기 만찬 자리에서 게르망트 부인의 목소리와 눈길을 한가지로 그토록 높은 음역으로 끌어올리던 그 현상과 닮은 것이었다. “당신과 직접 이야기할 기회를 잡을 때까지, 내일 인편으로 내 감격을 전하는 쪽지를 보내려던 참이었소만, 어찌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계시던지! 프로베르빌의 후원도 무시할 것은 못 되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장관의 약속을 받아두었소.” 장군이 말했다. “아! 훌륭하오. 게다가 이만한 재능이 마땅히 받을 것에 지나지 않음을 당신 눈으로 직접 보시지 않았소. 오요스는 아주 흡족해했소만, 대사 부인은 미처 뵙지 못했는데, 그분도 기뻐하셨소?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자들이야 예외겠지만, 그런 이들 말고 누가 기뻐하지 않았겠소. 하기야 그런 자들도 혀가 있어 말을 할 수 있는 한 상관없는 노릇이지만.” 남작이 장군과 이야기하려 자리를 뜬 틈을 타, 베르뒤랭 부인은 브리쇼에게 신호를 보냈다. 브리쇼는 베르뒤랭 부인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지 못한 채 그녀를 즐겁게 해주려 했고, 자기가 내게 어떤 고통을 안기고 있는지는 꿈에도 짐작하지 못한 채 마님에게 말했다. “남작은 뱅퇴유 양과 그 여자친구가 오지 않아 아주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 둘이 그를 몹시 질색하게 하거든요. 그이는 그들의 품행이 끔찍하다고 단언합니다. 도덕 문제에서 남작이 얼마나 얌전빼고 엄격한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브리쇼의 예상과 달리 베르뒤랭 부인은 재미있어하지 않았다. “그이는 추잡해요.” 그것이 그녀의 대답이었다. “그이를 데리고 나가 함께 담배나 한 대 피우세요, 그 틈에 남편이 그이 몰래 그의 둘시네아를 붙잡아, 발밑에 입을 벌리고 있는 심연을 일러줄 수 있게 말이에요.” 브리쇼는 망설이는 눈치였다. “숨김없이 말씀드리자면,” 베르뒤랭 부인은 그의 마지막 거리낌을 없애려고 말을 이었다, “저런 사내가 집 안에 있으면 나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질 않아요. 알아요, 그이에 대해선 온갖 끔찍한 이야기가 다 있고, 경찰도 그이를 감시하고 있다니까요.” 그리고 악의가 발동하면 즉흥으로 지어내는 재간이 얼마간 있던 터라, 베르뒤랭 부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옥에도 갔다 왔다는 것 같아요. 그럼요, 그럼요, 그 사정을 훤히 아는 사람들한테 들었어요. 그이가 사는 거리에 사는 사람한테도 들었는데, 그 집에 드나드는 불한당들이란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남작의 집에 자주 드나들던 브리쇼가 항변하기 시작하자, 베르뒤랭 부인은 흥분해서 외쳤다. “하지만 장담해요!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하는 말이라니까요.” 이는 그녀가 되는대로 내뱉은 단언에 무게를 실으려 할 때 늘 쓰던 표현이었다. “그이는 조만간 제 침대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될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늘 그렇듯이 말이에요. 하기야 거기까지 가지는 않을지도 모르죠, 뻔뻔하게도 내게 보냈던 그 쥐피앙의 손아귀에 잡혀 있으니까요, 전과자인 그자 말이에요, 나도 알고 당신도 알잖아요, 그럼요, 틀림없어요. 아주 끔찍하기 짝이 없는 편지 몇 통 때문에 그자가 남작의 약점을 쥐고 있다나 봐요. 그걸 직접 본 사람한테 들었는데, 그 사람 말이 ‘그걸 보면 당장 그 자리에서 토하고 말 거요.’ 하더군요. 그런 식으로 쥐피앙은 그이를 꼼짝 못 하게 부리면서 원하는 돈을 죄다 뜯어내는 거죠. 샤를뤼스처럼 공포에 떨며 사느니 나는 천 번이라도 죽는 편이 낫겠어요. 어쨌든 모렐의 집안이 그이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로 한다면, 나는 공범으로 끌려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어요. 그이가 계속 그런다면 그건 제가 감당할 위험이고, 나는 내 도리를 다한 셈이 되겠죠. 어쩌겠어요? 정말이지 예삿일이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남편이 곧 바이올리니스트와 나눌 대화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벌써 기분 좋게 달아오른 베르뒤랭 부인이 내게 말했다. “브리쇼한테 물어보세요, 내가 용감한 벗인지 아닌지, 내 동무들을 구하려고 나를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말이에요.” (그녀가 넌지시 가리킨 것은, 제때에 그를 부추겨 처음에는 그의 세탁부와, 다음에는 캉브르메르 부인과 다투게 만든 일이었으니, 그 다툼의 결과로 브리쇼는 거의 완전히 눈이 멀었고, 사람들 말로는 모르핀에 손을 댔다는 것이었다.) “둘도 없는 벗이지요, 앞을 내다볼 줄 알고 용감하고요.” 교수가 순진한 감동에 젖어 대답했다. “베르뒤랭 부인이 내가 엄청나게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못하게 막아주신 거라오.” 그녀가 우리 곁을 떠나자 브리쇼가 내게 말했다. “저분은 마취도 없이 수술하기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으신다오. 우리 친구 코타르의 말마따나 개입주의자시지. 하지만 솔직히, 가엾은 남작이 자기에게 떨어질 타격을 아직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나는 마음이 몹시 아프다오. 그이는 그 젊은이에게 완전히 미쳐 있으니 말이오. 베르뒤랭 부인이 뜻을 이룬다면, 아주 비참해질 사람이 하나 생기는 셈이지. 하지만 그분이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소. 내가 두려운 건, 그분이 겨우 둘 사이에 오해나 하나 빚어내는 데 그쳐서, 결국 그 오해가 둘을 갈라놓기는커녕 도리어 둘 다 그분과 다투게 만드는 것뿐이라오.” 베르뒤랭 부인과 그 단골들 사이에서는 흔히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단골들의 우정을 지키려는 욕구가, 그 우정이 그들끼리 서로에게 품을지 모를 정에 결코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요구에 점점 더 짓눌리고 있음은 분명했다. 동성애 자체가 그녀에게 역겨운 것은 아니었으니, 그것이 정통 교리를 건드리지 않는 한에서는 그러했다. 다만 그녀는 교회처럼, 정통 교리를 양보하느니 어떤 희생이든 마다하지 않는 편을 택했다. 나는 그녀가 나에게 품은 짜증이, 그날 오후 내가 알베르틴을 그녀에게 못 가게 막았다는 것을 전해 들은 탓은 아닐까, 그래서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곧, 지금 남편이 샤를뤼스를 두고 그 음악가에게 하려는 것과 똑같이, 알베르틴을 내게서 떼어놓는 일에 착수하려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자, 어서 샤를뤼스를 붙잡아요, 무슨 핑계든 대고요, 꾸물거릴 틈이 없어요.” 베르뒤랭 부인이 말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사람을 보낼 때까지는 그이를 이리로 돌아오게 하지 말아요. 아! 무슨 이런 저녁이 다 있담.” 베르뒤랭 부인이 말을 이으며 이렇게 제 분노의 진짜 까닭을 드러냈다. “저 나무토막 같은 것들 앞에서 걸작을 연주하다니. 나폴리 왕비는 빼고요, 그분은 총명하고 좋은 분이니까”(이 말인즉슨, “그분은 내게 친절하게 대해줬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머지들은. 아! 사람을 미치게 하기에 딱 좋다니까요. 어쩌겠어요, 나도 이제 처녀가 아닌걸. 젊었을 적엔 지루함쯤은 참아야 한다고들 하기에 나도 애를 썼지만, 이젠, 아니요, 도저히 못 견디겠어요, 이젠 내 마음대로 해도 될 나이잖아요, 인생은 너무 짧고요. 스스로 지루해하고, 멍청이들 얘기를 들어주고, 웃어주고, 그것들이 총명한 척 여겨주다니. 아니요, 난 못 해요. 어서 가요, 브리쇼, 꾸물거릴 틈이 없어요.” “가요, 부인, 가고 있어요.” 델투르 장군이 멀어져 가는 참에 브리쇼가 말했다. 그러나 그에 앞서 교수는 잠시 나를 한쪽으로 데려갔다. “도덕적 의무란,” 그가 말했다, “우리네 윤리학이 가르치는 것만큼 그렇게 또렷이 지엄한 것은 아니라오. 신지학 카페며 칸트주의 맥줏집에서 뭐라고 떠들든 간에, 우리는 선(善)의 본질에 대해 한심하리만치 무지하다오. 자랑하려는 건 아니오만, 나 자신도 학생들에게 순진하게 그 이마누엘 칸트라는 이의 철학을 강의해 온 사람이건만, 지금 내가 맞닥뜨린 이 사교적 결의론(決疑論)의 경우에 딱 들어맞는 판정을 저 『실천이성비판』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오. 그 책에서 신교(新敎)의 저 위대한 배교자는, 선사시대처럼 감상적이고 궁정풍인 독일을 위하여 독일식으로 플라톤을 흉내 내며, 포메라니아 신비주의의 온갖 변주를 죄다 울려댔지. 그것도 여전히 『향연』이기는 하나, 이번에는 쾨니히스베르크에서, 그 고장식으로, 소화도 안 되고 자우어크라우트 냄새가 진동하는 데다, 잘생긴 소년이라곤 하나 없이 열린 향연이지. 한편으로야, 훌륭한 우리 안주인이 청하는 그 자그마한 수고를, 전통 도덕에 온전히 정통으로 부합하는 그 청을, 내가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은 뻔한 노릇이오. 무엇보다 피해야 할 것은, 말에 홀려 넘어가는 일이오, 그보다 더 어리석은 소리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일도 드무니까. 하지만 결국, 인정하기를 주저하지 맙시다, 만일 집안의 어머니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면 남작은 미덕의 강좌 교수직 선출에서 딱하게도 낙선할 위험이 있으리라는 것을 말이오. 불행히도 그이는 난봉꾼의 기질을 지니고서 교육자의 소명을 좇고 있소. 내가 남작을 헐뜯는 게 아니라는 점은 유념하시오. 그 선량한 이는, 세상 누구보다도 고깃덩이를 잘 썰어 나눌 줄 알거니와, 저주를 퍼붓는 천재성과 더불어 온갖 선의의 보물을 함께 지니고 있으니 말이오. 그이는 한 수 위의 익살꾼으로서 더없이 재미있는 사람일 수 있소, 반면에 내 동료 가운데 어떤 이, 그것도 아카데미 회원이신 그이와 함께 있으면, 크세노폰의 말마따나 나는 시간당 백 드라크마짜리로 지루해진다오. 그러나 나는 그이가 모렐에게 건전한 도덕이 명하는 것보다 다소 지나치게 쏟아붓고 있는 게 아닐까 두렵소. 그 젊은 참회자가 제 교리 교사가 고행이랍시고 부과하는 그 특별한 수행에 얼마나 고분고분한지 혹은 반항하는지야 알 길이 없지만, 페트로니우스에게서 생시몽을 거쳐 우리에게까지 내려온 듯한 이 장미십자회원에게, 만일 우리가 눈을 감은 채 정식으로 서명 날인하여 악마짓을 할 허가를 내어준다면, 저 사람 말마따나 우리가 관용 쪽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셈이 되리라는 것쯤은, 굳이 박학한 성직자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노릇이오. 그런데도, 베르뒤랭 부인이 그 죄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게다가 그러한 영혼의 치유에 마땅히 이끌려서, 그 젊은 바보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말함으로써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앗아가고 어쩌면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려는 동안, 내가 그이의 발을 묶어두고 있자니, 나로서는 그이를 이른바 사람 잡는 덫으로 몰아넣는 듯싶어, 마치 비열한 짓이라도 하는 양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오.” 이렇게 말하고서도 그는 그 비열한 짓을 저지르기를 망설이지 않았으니, 남작의 팔을 붙들며 말문을 열었다. “자, 남작, 우리 가서 담배나 한 대 피웁시다, 이 젊은 친구가 아직 이 집의 진기한 것들을 다 구경하지 못했으니 말이오.” 나는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핑계를 댔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브리쇼가 말했다. “기억하시오, 당신이 나를 태워다 주기로 했잖소, 나는 그 약속을 잊지 않았다오.” “정말이지, 내가 이 댁 은식기를 내오게 할까 하는데, 그보다 간단한 일도 없소.” 샤를뤼스 씨가 말했다. “당신, 내게 약속했잖소, 모렐의 서훈에 대해선 한마디도 않기로 말이오. 나는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할 때쯤 그것을 알려 그를 놀래 줄 참이오, 정작 그 아이는 예술가에게야 그런 게 아무 대수도 아니라면서도, 제 삼촌이 자기가 그걸 받기를 바란다고는 하더라만”(나는 얼굴을 붉혔으니, 베르뒤랭 부부가 우리 할아버지를 통해 모렐의 삼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제일 좋은 것들을 내오게 하는 건 원치 않는단 말이지.” 샤를뤼스 씨가 말했다. “하기야, 당신은 이미 그것들을 알고 있지, 라 라스플리에르에서 열두 번은 봤을 테니.” 나는 감히 그에게 말하지 못했으니, 나의 흥미를 끌었을 법한 것은 중산층 가정에 있는, 아무리 으리으리한들 그저 그런 은식기 따위가 아니라, 설령 정교한 판화로 복제된 것에 지나지 않을망정 뒤 바리 부인의 것과 같은 어떤 진품이었다. 나는 너무나 심각하게 마음을 빼앗겨 있었고, 설령 뱅퇴유 양이 오리라던 이 폭로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더라도, 사교계에서는 언제나 지나치게 정신이 산란하고 들떠 있어서, 어느 정도 아름답다 할 물건들에 주의를 붙들어 매어 둘 수가 없었다. 그 주의를 붙들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상상에 호소해 오는 어떤 현실의 부름뿐이었으니, 이를테면 오늘 저녁이라면 그날 오후 내내 그토록 골똘히 떠올리던 저 베네치아의 그림 같은 것이거나, 아니면 여러 형태에 두루 공통되면서 그 형태들보다 더 진실된 어떤 보편적 요소, 저절로 내 안에 언제나, 평소에는 잠에 겨워 있던 내면의 음미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내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를 때면 나를 커다란 기쁨으로 채워 주던 그런 요소였다. 그런데 이른바 음악실이라 불리는 방에서 나와 브리쇼와 샤를뤼스 씨와 함께 다른 응접실들을 지나가다가, 다른 가구들 사이에 자리를 옮겨 놓인, 라 라스플리에르에서 보고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어떤 가구들을 발견하고서, 나는 이 도시의 저택과 시골 저택의 배치 사이에 어떤 공통된 가정적 정취, 변치 않는 동일성이 깃들어 있음을 알아차렸으며, 브리쇼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한 말의 뜻을 이해했다. “자, 이 방을 보시오, 이십오 년 전 몽탈리베 거리가 어떠했는지 얼마간 짐작하게 해줄지도 모르니.” 마음의 눈으로 이제는 사라진 그 응접실을 바라보는, 그 응접실에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그의 미소를 보고서 나는 이해했다. 브리쇼가, 아마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채, 그 옛 방에서 커다란 창들보다도, 주인 내외와 그 단골들의 명랑한 젊음보다도 더 좋아한 것은, 그 비현실적인 부분(나 자신도 라 라스플리에르와 콩티 강변로 사이의 몇몇 닮은 점에서 알아볼 수 있던 그 부분)이었다는 것을. 응접실에서도 다른 모든 것에서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외적이고 실제적인 부분이란 그저 그 비현실적 부분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데, 그것은 이제 나의 늙은 안내인에게가 아니고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어떤 빛깔의, 순전히 상상 속의 것이 되어버린 부분, 그가 내게는 도무지 보여줄 수 없는 부분, 바깥 세계에서 떨어져 나와 우리 영혼 속으로 피신하여, 그 영혼에 여분의 가치를 더해 주고 그 영혼의 본래 실질 속에 녹아드는 부분이었으니, 그리하여 그것은, 헐려 버린 집들, 오래전에 죽은 사람들, 우리가 떠올리는 만찬의 과일 그릇들을, 우리 기억의 저 투명한 설화석고(雪花石膏)로 탈바꿈시킨다. 그 빛깔은 오직 우리만이 보는 것이기에 우리로서는 남에게 내보일 수가 없고, 그래서 우리는 지난 일들을 이야기할 때 남들에게, 그들은 그것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다고, 그들이 본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고 진실로 말할 수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 자신은 어떤 감회 없이는 그것을 떠올리지 못하니, 그것들이 살아남는 것은, 아직 얼마 동안은, 오로지 우리 생각이 존재하는 데 달려 있음을, 꺼져버린 등불들의 광채와 다시는 피지 않을 정자(亭子) 그늘의 향기가 그러함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이런 까닭에, 브리쇼에게는 몽탈리베 거리의 그 응접실이 베르뒤랭 부부의 지금 집을 초라해 보이게 했으리라.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응접실은, 교수의 눈에는, 낯선 이의 눈에는 지닐 수 없는 아름다움을 이 집에 더해 주었다. 이곳으로 옮겨 와 때로는 예전과 똑같은 무리로 배치된, 나 자신도 라 라스플리에르에서 본 기억이 있는 그 원래의 가구들은, 새 응접실 안에 옛 방의 조각들을 들여놓았으니, 그 조각들은 어떤 순간에는 옛 방을 어찌나 생생히 떠올리게 하는지 환각을 자아낼 정도였고, 그러고 나면 정작 저 자신들이, 둘러싼 현실 한복판에 사라진 세계의 조각들, 저희 둘레로 뻗어 나가는 듯한 그 조각들을 불러냈다는 이유로, 도무지 실재하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새것인 데다 더없이 실팍한 안락의자 한 쌍 사이로 꿈나라에서 솟아오른 소파, 분홍빛 비단을 씌운 자그마한 의자들, 사람의 품격에까지 오른 카드놀이 탁자의 나사(羅紗) 상판. 그 탁자는 사람이 그러하듯 과거와 기억을 지녀서, 콩티 강변로의 냉기와 어스름 속에서도, 몽탈리베 거리의 창들 너머로 햇볕에 그을리던 자국을 간직하고 있었으며(그 창가에서 이 탁자는 베르뒤랭 부인 못지않게 정확히 하루의 시각을 일러 주곤 했다), 사람들이 그것을 옮겨다 놓은 라 라스플리에르의 유리문 너머에서 그은 자국도 그러했으니, 그곳에서 이 탁자는 코타르와 음악가가 자리를 잡고 앉아 놀이를 시작할 때까지 온종일 정원의 화단 너머 저 아래 골짜기를 내다보곤 했다. 파스텔로 그린 제비꽃과 팬지 꽃다발, 지금은 세상을 떠난 어느 화가 친구의 선물, 아무 자취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한 생애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조각, 위대한 재능과 오랜 우정을 한데 요약하며, 그것을 그리던 때의 그 예리하고도 온화한 눈, 그 맵시 있는 손, 도톰하고도 우수 어린 손을 떠올리게 하는 그 꽃다발. 단골들이 바친 선물들의 두서없고도 매혹적인 어수선함, 이 집 안주인의 온갖 여행을 따라다니다가 어느덧 성격의 한 특징처럼, 운명의 한 금처럼 붙박여 버린 그 어수선함. 흐드러진 꺾인 꽃들과 초콜릿 상자들, 이곳에서도 시골에서와 똑같이 한결같은 개화의 방식으로 제 증식을 체계 세우던 그것들. 저 유별나고 쓸데없는 물건들의 야릇한 삽입, 아직도 선물로 담겨 온 상자에서 방금 꺼낸 듯이 보이고 처음의 그 모습 그대로 영영 남아 있는, 설날 선물이던 그 물건들. 요컨대 그 모든 것들은, 나머지에서 따로 떼어낼 수 없는 것이었으되, 베르뒤랭가의 야회를 오래 드나든 브리쇼에게는, 어떤 깊이를 부여하는 영기(靈氣)가 덧붙은 사물 특유의 그 고색(古色), 그 보드라운 윤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앞에 흩어진 이 모든 것들은, 그의 귀에 마치 여러 개의 울림 좋은 건반처럼 울려, 그의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된 닮은꼴들을, 어렴풋한 추억들을 일깨웠다. 그리고 그 추억들은, 그것들로 어수선한 이 오늘날의 응접실 안에서, 맑게 갠 날 한 줄기 햇살이 대기 속에 한 단면을 도려내듯, 가구와 양탄자를 도려내고 또렷이 그려냈으며, 방석에서 화분대로, 발판에서 아직 감도는 향기로, 조명 배치에서 색채 배합으로 그 햇살을 좇아가며, 베르뒤랭가의 응접실이 그 잇따른 거처 하나하나에 깃든 이상적 모습이라 할 만한 어떤 형상을 새기고 불러내고 영묘하게 하여 생생히 되살려 냈다. “우리 한번,” 브리쇼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남작이 좋아하는 화제로 그이를 끌어들여 봅시다. 놀라운 사람이니까.” 한편으로 나는 샤를뤼스 씨에게서 뱅퇴유 양과 그 여자친구가 오는지에 관한 정보를 캐낼 기회가 생긴 것이 반가웠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알베르틴을 너무 오래 혼자 두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가 내 부재를 나쁘게 이용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내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데다, 이토록 늦은 시각에 그녀가 손님을 맞거나 스스로 집을 나선다면 남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저 그녀가 그 시간을 너무 길게 느끼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브리쇼와 샤를뤼스 씨에게 곧 그들 곁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와 함께 갑시다.” 남작이 말했으니, 그의 사교적 흥분은 시들기 시작했으나, 대화를 늘이고 질질 끌고 싶은 그 욕구는 여전했다. 그것은 내가 이미 게르망트 공작부인에게서도 그이 자신에게서도 보아 온 욕구로, 그 집안 특유의 것이면서도, 더 넓게는, 자기 정신에 대화 말고는 다른 실현을, 곧 불완전한 실현밖에 주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로 번지는 것이었다. 그런 이들은 남과 몇 시간을 함께 보내고도 채워지지 않은 채, 기진맥진한 상대에게 점점 더 허기진 듯 매달리며, 사교적 즐거움으로는 결코 줄 수 없는 포만을 그 상대에게서 어리석게도 기대하는 것이다. “자, 함께 가지 않으려오.” 그가 되풀이했다, “지금이야말로 야회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 손님이 죄다 떠난 순간, 도냐 솔의 시각이오. 다만 이건 그보다는 덜 비극적으로 끝나기를 바라야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은 바쁘구려, 아마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나을 일들을 하러 가느라 바쁜 게지. 사람들은 늘 서두르다가, 정작 도착해야 할 때에 떠나 버린다니까. 우리는 지금 쿠튀르의 철학자들 같은 처지요, 지금이야말로 오늘 저녁의 일들을 되짚어 볼 때, 군대 말로 이른바 작전 강평을 할 때란 말이오. 베르뒤랭 부인에게 야식이나 조금 들여보내 달라 청하되 정작 그분은 부르지 않도록 조심하고, 샤를리에게는, 여전히 에르나니의 정취로, 우리 둘만을 위하여 그 숭고한 아다지오를 연주해 달라 부탁할 수도 있으련만. 훌륭하지 않소, 그 아다지오 말이오? 그런데 그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는 어디 있는지, 그를 축하해 주고 싶은데, 지금이야말로 다정한 말과 포옹을 나눌 때이건만. 브리쇼, 인정하시오, 그들이 신들처럼 연주했다는 것을, 특히 모렐이 말이오. 그 머리카락 한 타래가 흘러내리던 순간을 알아챘소? 아, 그러고 보니, 이 친구야, 당신은 아무것도 못 본 게로군. 에네스코와 카페와 티보도 질투로 죽었을 법한 파 샤프 음 하나가 있었소. 나는 겉으로야 제법 태연해 보였을지 몰라도, 정말이지 그 소리에 가슴이 어찌나 미어지던지 눈물을 겨우 억눌렀다오. 온 방 안이 숨을 죽이고 앉아 있었소. 브리쇼, 이 사람아,” 남작이 상대의 팔을 움켜쥐고 세차게 흔들며 외쳤다, “그건 숭고했소. 오직 젊은 샤를리만이 돌처럼 미동도 없이 있었으니, 숨 쉬는 것조차 보이지 않을 지경이라, 테오도르 루소가 말하는 저 무생물계의 사물들,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하되 저 자신은 생각하지 않는 그런 사물들 가운데 하나 같았소. 그러다가, 별안간,” 샤를뤼스 씨가 열에 들떠 무언극 같은 몸짓을 하며 외쳤다, “그때… 그 타래가! 그러는 내내, 알레그로 비바체의 그 매혹적인 자그마한 시골춤이 흐르고 있었소. 그거 아시오, 그 머리 타래야말로, 아무리 둔한 이에게조차, 계시의 상징이었소. 그때까지도 귀먹었던 타오르미나 대공비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자보다 더한 귀머거리는 없는 법이니, 바로 그 타오르미나 대공비가, 그 기적 같은 머리 타래의 전언 앞에서, 그들이 연주하는 것이 포커가 아니라 음악임을 깨달았단 말이오. 오,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엄숙한 순간이었소.” “선생, 말씀을 끊어 죄송합니다만,” 나는 내가 궁금해하던 화제로 그를 이끌어 보려는 마음에 샤를뤼스 씨에게 말했다, “작곡가의 따님이 오시기로 되어 있다고 하셨지요. 저는 그분을 뵙는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 같은데요. 정말 그분이 오시기로 되어 있던 게 확실합니까?” “오, 그건 나도 모르겠소.” 이로써 샤를뤼스 씨는, 아마 자기도 모르게, 사람들이 질투에 사로잡힌 연인에게 정보를 감추게 되는 저 보편적인 규칙을 따르고 있었다. 그 까닭인즉, 설령 그 여자를 몹시 싫어할지라도 그 질투를 돋운 여자와의 어처구니없는 ‘의리’를 체면 삼아 지키려는 것이거나, 아니면 그 여자에 대한 악의에서, 질투란 사랑을 더욱 뜨겁게 할 뿐임을 짐작하기에 그러는 것이거나, 아니면 진실을 세상 사람들에게는 죄다 밝히면서도 질투하는 자에게만은 감춤으로써 무지가 그 고통을 키우게 하는, 남을 불쾌하게 만들고 싶은 그 욕구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적어도 그 괴롭히는 자들은 그렇게 여기는데, 그들은 남을 아프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무엇이 가장 고통스러운지를 저 스스로, 어쩌면 잘못, 믿는 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그거 아시오,” 그가 말을 이었다, “이 집 사람들은 좀 과장하는 버릇이 있소, 매력적인 이들이긴 해도, 이런저런 명사(名士)를 붙잡아 오기를 좋아한단 말이오. 그런데 당신 안색이 좋지 않구려, 이 눅눅한 방에서는 감기 들겠소.” 그가 내게 의자를 밀어 주며 말했다. “몸이 편치 않았으니 몸조심을 해야지, 내가 가서 당신 외투를 찾아다 주리다. 아니, 직접 가지 마시오, 길을 잃고 감기나 들 테니. 사람들은 어찌 이리 조심성이 없는지. 당신은 꼭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 같아서, 나 같은 늙은 유모가 돌봐 줘야 한다니까.”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남작, 제가 다녀오지요.” 브리쇼가 이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우리 곁을 떠났다. 그는 아마도 샤를뤼스 씨가 나에게 품은 그 매우 따뜻한 애정과,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의 광란 어린 발작과 번갈아 나타나던 그 사랑스러운 소박함과 헌신의 순간들을 정확히는 알지 못한 채, 베르뒤랭 부인이 죄수처럼 자기 감시에 맡긴 샤를뤼스 씨가, 내 외투를 가지러 간다는 핑계로 그저 모렐에게 돌아가려는 것뿐이어서 마님의 계획을 그르치지나 않을까 두려워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