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us Amicus Mussaeus,
Ah! Quod tempus, bonus Deus,
Landerirette
Imbre sumus perituri.
그러자 라 무세가 이렇게 그를 안심시킨다.
Securae sunt nostrae vitae
Sumus enim Sodomitae
Igne tantum perituri
Landeriri.”
“방금 한 말은 취소하겠소.” 샤를뤼스가 새된, 점잔 빼는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그야말로 학식의 보고요, 그걸 나를 위해 적어 주시겠지, 안 그렇소, 내 가문 문서고에 보존해 두어야겠소, 내 고조모의 고조모가 므슈 르 프랭스의 누이였으니 말이오.” “그렇지만 남작님, 바덴의 루이 대공에 관해서는 도무지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하기야 그 시절에는 대체로 전쟁술이라는 것이…” “무슨 소리요, 방돔, 빌라르, 외젠 공, 콩티 대공, 게다가 통킹과 모로코의 온갖 영웅들 이야기까지 꺼낸다면, 그것도 참으로 숭고하고 경건한 ‘신세대’에 속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면, 당신은 크게 놀랄 거요. 아! 부르제 씨 말마따나 선대의 부질없는 허식을 내던진 신세대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캐묻는 자들에게 나야말로 가르쳐 줄 게 있소. 저 멀리 내 젊은 친구가 하나 있는데, 평판이 자자하고 대단한 일을 해냈지, 하지만 남의 험담은 삼가겠소, 자 17세기로 돌아갑시다. 생시몽이 위셀 원수를 두고, 그것도 여럿 가운데 하나로 이렇게 말한 걸 알 거요. ‘그는 조금도 숨기려 들지 않은 그리스식 방탕에 빠져, 제 목적에 맞게 길들인 젊은 장교들을 곧잘 붙잡아 두었고, 건장한 젊은 시종들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그것도 공공연하게, 군대 안에서, 스트라스부르에서 그리했다.’ 당신도 아마 마담의 서한집을 읽었을 텐데, 부하들이 모두 그를 ‘퓌탱’이라 불렀다지. 마담은 그 일을 아주 거리낌 없이 말한다오.” “게다가 그 부군을 보면 마담이 그런 걸 알 만한 처지이기도 했지요.” “참으로 흥미로운 인물이오, 마담은.” 샤를뤼스 씨가 말했다. “마담을 근거로 삼으면 ‘아줌마들의 아내들’에 관한 서정적 종합론을 세울 수도 있겠지. 우선 남성적인 유형 말이오. 대개 아줌마의 아내는 사내대장부라, 그래서 아이를 낳아 주기가 그토록 수월한 거요. 다음으로 마담은 므슈의 악덕은 입에 올리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내들에게서 똑같은 악덕은 훤히 아는 여자답게 끊임없이 들먹이는데, 이는 남의 집안에서 제 집안을 괴롭히는 것과 똑같은 결함을 발견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그 성향, 그런 결함에 유별나거나 수치스러운 구석이라곤 없다고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려는 성향에서 나온 것이오. 아까도 말했듯 이런 일은 어느 시대나 매한가지였소. 그렇더라도 우리 시대는 그 점에서 자못 두드러지지. 그리고 내가 17세기에서 빌려 온 예들이 있긴 하지만, 만약 내 위대한 선조 프랑수아 C. 드 라 로슈푸코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자기 시대를 두고 한 말보다 훨씬 더 정당하게 이 시대를 두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요. 자, 브리쇼, 좀 거들어 주시오. ‘악덕은 어느 시대에나 흔하다. 그러나 만약 누구나 아는 어떤 이들이 우리 시대의 첫 몇 세기에 나타났더라면, 오늘날 누가 헬리오가발루스의 매음을 입에 올리겠는가?’ ‘누구나 아는 어떤 이들’이라는 대목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드오. 이 총명한 내 친척이 제 시대의 가장 이름난 자들의 술책을 꿰뚫어 본 것이, 내가 내 시대의 그것을 꿰뚫어 보는 것과 꼭 같음을 알겠소. 그러나 그런 부류의 사내들은 오늘날 한결 더 흔해졌을 뿐 아니라, 특별한 특징까지 갖추게 되었소.” 나는 샤를뤼스 씨가 이런 습성이 어떤 식으로 진화해 왔는지 우리에게 이야기하려는 참임을 알아챘다. 샤를뤼스 씨가 이 화제로 자꾸만 되돌아오는 그 집요함은, 게다가 늘 같은 방향으로 단련된 그의 지성이 그 화제에 관해서만은 어느 정도 통찰을 얻은 터라, 복잡한 방식으로 확실히 사람을 지치게 했다. 그는 제 전공 바깥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전문가처럼 따분했고, 제가 쥔 비밀에 허영이 부풀어 그것을 털어놓지 못해 안달하는 소식통처럼 짜증스러웠으며, 제 결함이 화제에 오르기만 하면 남에게 폐를 끼치는 줄도 모르고 장광설을 늘어놓는 부류처럼 넌더리 났고, 미치광이처럼 한 가지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범죄자처럼 걷잡을 수 없이 경솔했다. 어떤 순간에는 광인이나 범죄자에게 찍힌 낙인만큼이나 뚜렷해지던 이 특징들이, 공교롭게도 내게는 얼마간 위안을 주었다. 왜냐하면 그 특징들을 알베르틴에 관한 추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전환을 거치게 하고, 생루를 대하던 그녀의 태도와 나를 대하던 태도를 떠올리면서, 이 기억 하나는 괴롭고 다른 하나는 서글펐지만, 나는 그 특징들이 저토록 뚜렷이 규탄받는 그런 기형, 샤를뤼스 씨의 대화에서나 그 인물됨에서나 그토록 격렬히 드러나는, 불가피하게 배타적이라는 그런 특수화를 배제하는 듯싶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불운하게도, 그 희망의 근거를 내게 마련해 준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말해 무심결에 서둘러 허물어 버렸다. “그렇소.” 그가 말했다. “나도 이젠 애송이가 아니고, 내 주변에서 숱한 것이 변하는 걸 이미 보아 왔소. 나는 이제 사교계도 알아보지 못하겠소, 온갖 장벽이 무너져 우아함도 예의도 없는 무리가 내 집안에서까지 탱고를 추고 있으니. 유행도, 정치도, 예술도, 종교도, 그 무엇도 알아보지 못하겠소.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독일 사람들이 동성애라 부르는 그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려. 맙소사, 내 시절에는 여자를 혐오하는 사내들과, 오로지 여자만 밝히면서 그 다른 짓은 그저 잇속을 챙기려 하던 사내들을 빼면, 동성애자들이란 건실한 가장이었고 몸을 가리려는 용도가 아니고서는 결코 정부를 두지 않았소. 만약 내게 시집보낼 딸이 있어 그 아이가 불행하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싶었다면, 나는 바로 그런 사내들 가운데서 사위를 찾았을 거요. 아! 그런데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소. 요즘은 여자라면 물릴 줄 모르는 사내들 가운데서도 그런 자들이 나오니 말이오. 나는 내게 어떤 직감이 있어서, ‘저 사람은 절대 아니다’라고 되뇔 때면 결코 틀릴 리 없다고 여겼소. 그런데 이젠 두 손 들었소. 내 친구 하나가, 그 방면으로 소문이 자자한 자인데, 마부를 하나 두고 있었소, 내 제수 오리안이 구해 준 자로, 콩브레 출신의 이것저것 못하는 게 없는 젊은이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를 후리는 데는 이골이 난 자였지, 그런 짓거리라면 있는 대로 질색일 게 틀림없다고 나는 장담이라도 했을 거요. 그런데 그자는 자기가 흠모하던 두 여자와 바람을 피워 정부의 마음을 찢어 놓았고, 그 밖에도 여배우 하나와 술집 아가씨 하나까지 있었소. 뭐든 곧이곧대로 믿기 잘하는 사람들 특유의 그 얄미운 명민함을 지닌 내 사촌 게르망트 대공이 어느 날 내게 이러더군. ‘그런데 대체 왜 X⸺는 제 마부를 취하지 않는 거요? 테오도르(마부의 이름이오)로서도 반가운 일일 테고, 주인이 수작을 걸어오지 않으니 되레 서운해할지도 모르는데.’ 나는 질베르에게 입 좀 다물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소, 아무 데나 함부로 휘두르면 통찰의 결여나 다름없어지는 저 자랑삼는 통찰력에도, 또 X⸺가 먼저 수를 던져 보게 부추겨 놓고 형편이 좋아 보이면 저도 뒤따르려는 내 사촌의 그 은근한 심술에도, 나는 진저리가 났으니 말이오.” “그럼 게르망트 대공도 그런 부류인가요?” 브리쇼가 놀라움과 낭패감을 뒤섞어 물었다. “맙소사.” 샤를뤼스 씨가 몹시 흡족해하며 대답했다. “그야 하도 널리 알려진 일이라, 그렇다고 당신에게 말한들 경솔한 짓은 아닐 거요. 좋소, 그 이듬해에 나는 발베크에 갔는데, 이따금 나를 낚시에 데려가 주던 뱃사람 하나에게 들으니, 내 테오도르가, 참 그자의 누이가 베르뒤랭 부인의 친구인 퓌트뷔스 남작부인의 하녀라는 건 밝혀 두겠소만, 그 테오도르가 그야말로 지독한 뻔뻔함으로 항구에 내려와 이 뱃사람 저 뱃사람을 꾀어서는 ‘덤을 얹어’ 뱃놀이를 나가곤 했다지 뭐요.” 이번엔 내가 물어볼 차례였다. 발베크에서 하루 종일 정부와 카드놀이를 하던, 그리고 죽이 맞는 네 사내 패거리의 우두머리였던 그 신사, 내가 진작 그로 알아본 그자의 주인 역시 게르망트 대공 같은 부류냐고. “아, 물론이지, 누구나 다 아는 일이고, 그자는 감출 생각도 안 하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정부를 데리고 거기 있던걸요.” “그게 무슨 상관이오? 이 아이들은 어찌 이리 순진한지.” 그는 아버지 같은 어조로 내게 말했다, 내가 알베르틴을 떠올리며 그 말에서 길어 올린 슬픔은 조금도 짐작하지 못한 채. “그자의 정부는 매력적인 여자요.” “그렇지만 그럼 그의 세 친구도 그와 같은 부류겠군요.” “천만에.” 그가 소리쳤다, 마치 내가 악기를 켜다가 틀린 음을 낸 듯 두 귀를 틀어막으며. “이제 그자는 정반대 극단으로 갔소. 그럼 사내에게 이젠 친구를 둘 권리조차 없단 말이오? 아! 젊음이여, 젊음이여, 젊음은 모든 걸 잘못 짚지. 자네 교육을 처음부터 다시 시켜야겠구먼, 이 사람아. 뭐.” 그가 말을 이었다. “인정하건대 이 경우는, 그리고 나는 이런 사례를 숱하게 알거니와, 온갖 대담함에 아무리 열린 마음을 지니려 애써도 나를 당혹스럽게 하오. 내가 아주 구식일지도 모르나, 도무지 이해가 안 되오.” 그가 이렇게 말하는 품이, 교황지상주의의 어떤 진전을 두고 이야기하는 옛 갈리아교회파 노인 같기도, 악시옹 프랑세즈를 두고 이야기하는 자유주의 왕당파 같기도, 입체파를 두고 이야기하는 클로드 모네의 제자 같기도 했다. “나는 이 혁신가들을 나무라지 않소, 오히려 부럽다면 부럽지, 그들을 이해해 보려 애쓰지만 잘 되지 않는구려. 그토록 여자를 열렬히 밝힌다면, 하필이면 그런 짓이 그토록 눈총받는 이 각박한 세상에서, 수치심에 제 몸을 숨겨 가면서까지, 대체 무엇 하러 그들이 이른바 ‘갈색 한 조각’을 필요로 한단 말이오? 그건 그들에게 무언가 다른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지. 무엇을?” ‘알베르틴에게 여자란 무엇을 의미할 수 있을까?’ 나는 생각했다. 바로 거기에 내 괴로움의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남작님.” 브리쇼가 말했다. “혹여 학무국이 언젠가 동성애 강좌를 개설할 생각을 한다면, 저는 반드시 남작님 성함을 맨 먼저 올리겠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정신생리학 연구소가 남작님께 더 어울리겠군요. 무엇보다도 콜레주 드 프랑스에 강좌를 하나 맡으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러면 타밀어나 산스크리트어 교수처럼, 남작님께서 몸소 하신 연구 성과를 그것에 관심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전해 주실 수 있을 테니까요. 청중은 조수까지 해서 둘쯤 되겠지요. 물론 저희 수위 무리에 조금이라도 혐의를 씌우려는 건 아닙니다, 그들이야 혐의를 벗어난 이들이라 믿으니까요.” “당신은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오.” 남작이 거칠고 매몰찬 어조로 되받았다. “게다가 그 화제에 관심 있는 이가 그토록 드물다고 여기는 것부터가 틀렸소. 오히려 정반대요.” 그러고는 자기 대화가 늘 향하는 방향과, 이제 남들에게 퍼부으려는 그 비난 사이의 모순을 미처 헤아리지도 않고서. “오히려 참으로 놀라울 지경이오.” 남작은 분개하고 통탄하는 낯빛으로 말했다. “온통 그 얘기뿐이니 말이오. 이건 추문이오, 허나 조금도 과장이 아니외다, 이 사람아! 듣자 하니 그저께 다장 공작부인 댁에서 사람들이 두 시간 내리 그 얘기만 했다지 뭐요. 생각해 보시오, 여자들까지 그런 화제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면, 이건 그야말로 추문이지! 무엇보다 고약한 것은 그들이 그 정보를 얻어 오는 데가,” 그는 유별난 열기와 힘을 실어 말을 이었다. “저 젊은 샤텔로 같은 해충들, 세상에서 가장 평판 나쁜 상습 매춘부 같은 자들한테서라는 거요, 그런 자들이 다른 사내들 이야기를 여자들에게 떠벌리는 거지. 그자가 나를 목매달 만큼 충분히 험담을 늘어놓았다고들 하던데, 나는 개의치 않소, 카드 속임수를 쓰다가 자키에서 하마터면 쫓겨날 뻔한 자가 내던진 진창과 오물은 결국 제게로 되돌아가게 마련이라 나는 확신하니까. 내가 만약 잔 다장이라면, 내 응접실에 그만한 존중은 지녀서 그런 화제가 거기서 오가게 두지 않을 것이며, 내 집에서 내 살붙이가 진창에 끌려 다니게 두지도 않을 거요. 그러나 이젠 대화에서든 옷차림에서든 사교계라는 것도, 규범이라는 것도, 예법이라는 것도 남아 있지 않소. 아, 이 사람아, 이건 세상의 종말이오. 다들 어찌나 심술궂어졌는지. 제 이웃을 가장 험하게 헐뜯을 줄 아는 자가 상을 타는 판이오. 참으로 끔찍한 일이지.”
콩브레에서 보낸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브랜디의 유혹에 빠지는 꼴과 그것을 마시지 말라고 애원하는 할머니의 부질없는 안간힘을 보지 않으려고 곧잘 달아나곤 하던 그때만큼이나 여전히 비겁하게도,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으니, 샤를뤼스 씨의 처형이 벌어지기 전에 베르뒤랭가를 떠나야겠다는 것이었다. “저는 정말 가 봐야겠습니다.” 나는 브리쇼에게 말했다. “나도 함께 가리다.” 그가 대답했다. “허나 영국식으로 슬그머니 빠져나갈 수야 없지. 자, 가서 베르뒤랭 부인께 작별 인사를 합시다.” 교수는 이렇게 매듭짓고는, 수수께끼 놀이에서 자기가 ‘돌아와도’ 되는지 알아보러 가는 사람 같은 낯빛으로 응접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베르뒤랭 씨는 아내의 신호를 받고 모렐을 한쪽으로 데려갔다. 실은, 베르뒤랭 부인이 온갖 측면에서 곰곰이 따져 본 끝에 모렐에게 진상을 알리는 일을 미루는 편이 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한들, 이제 그녀로서는 그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어떤 욕망들, 그중 더러는 입에만 국한된 그런 욕망들은, 일단 자라도록 내버려 두고 나면 그 결과가 어떠하든 기어이 채워지기를 고집한다. 너무 오래 바라보던 맨어깨에 입 맞추고 싶은 유혹을, 새를 덮치는 뱀처럼 우리 입술이 그리로 달려드는 그 유혹을 우리는 뿌리치지 못하며, 우리 군것질 본능을 사로잡아 굶주리게 한 과자에 그 이빨을 파묻지 않고는 못 배기고, 뜻밖의 말 한마디로 남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놀라움이며 불안이며 슬픔이며 웃음의 그 쾌감을 단념하지도 못한다. 그리하여 베르뒤랭 부인은 통속극 같은 광란에 사로잡혀 남편에게 모렐을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정을 설명하라고 일러 두었던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는 나폴리 왕비에게 미처 소개받지 못한 채 그녀가 떠나 버린 것을 먼저 못내 아쉬워했다. 샤를뤼스 씨가 그에게, 왕비가 엘리자베트 황후와 알랑송 공작부인의 자매라고 하도 여러 번 일러 준 터라, 그의 눈에는 왕비 전하가 유별난 무게를 지니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생은 자기들이 나머지 사람들에게서 물러난 것은 나폴리 왕비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고 그에게 설명하고는, 곧장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갔다. “들어 보게.” 그는 긴 설명 끝에 이렇게 매듭지었다. “들어 보게, 원한다면 내 아내한테 가서 어찌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좋네. 명예를 걸고 말하건대, 나는 아내한테 이 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아내가 이걸 어떻게 보는지 보자고. 내 조언이야 최선이 아닐지 모르나, 자네도 알다시피 아내의 판단은 여간 미덥지가 않지, 게다가 아내는 자네를 몹시 아끼니, 어디 가서 이 일을 아내한테 맡겨 보세.” 그리고 베르뒤랭 부인은, 이윽고 음악가와 이야기하며 맛보게 될, 그리고 그가 물러간 뒤 남편에게 두 사람의 대화를 낱낱이 보고하게 하며 다시 한번 맛보게 될 그 감흥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그런데 대체 저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 거지? 남편이 저이를 저렇게 붙들어 두고 있으니, 부디 넌지시 실마리라도 던져 주었으면 좋으련만.” 하고 연신 되뇌고 있었는데, 그때 베르뒤랭 씨가 몹시 심란해 보이는 모렐을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 “이 친구가 당신 조언을 듣고 싶어 하오.” 베르뒤랭 씨는 제 청이 받아들여질지 어떨지 모르는 사람의 어조로 아내에게 말했다. 베르뒤랭 씨에게 대꾸하는 대신, 베르뒤랭 부인은 격정에 사로잡혀 모렐에게 말을 건넸다. “나도 내 남편과 생각이 똑같아요, 당신은 이런 짓거리를 한순간도 더 참아선 안 돼요.” 그녀는 남편이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한 말을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기로 남편과 맞춰 둔 그 짜고 친 연극을 이제 쓸모없는 허구라며 팽개친 채, 사납게 외쳤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무얼 참는단 말입니까?” 베르뒤랭 씨는 놀란 척하려 애쓰며, 그리고 제 낭패감 탓에 어색해진 서투른 몸짓으로 제 거짓말을 지키려 애쓰며 더듬거렸다. “당신이 저이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나는 짐작했어요.” 베르뒤랭 부인은 이 해명이 얼마나 그럴싸하지 못한지에도 아랑곳없이, 또 나중에 이 장면을 떠올릴 때 바이올리니스트가 마님의 진실성을 어찌 여길지에도 조금도 개의치 않고 대꾸했다. “아니에요.” 베르뒤랭 부인이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에 당신은 아무도 제 집에 들이려 하지 않는 그 오염된 인간과의 이 치욕스러운 잡거를 더는 견뎌서는 안 돼요.” 그녀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자기 자신이 그를 거의 날마다 대접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그렇게 몰아세웠다. “당신은 음악원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신세라고요.” 그녀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무게 있는 논거임을 느끼며 덧붙였다. “이런 생활을 한 달만 더 하면 당신 예술가로서의 앞날은 산산조각 나요, 반면에 샤를뤼스만 없다면 당신은 적어도 한 해에 십만 프랑은 벌어들여야 마땅한 사람이라고요.” “하지만 저는 여태 누구한테서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놀랍기 그지없군요, 두 분께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렐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중얼거렸다. 그러나 놀란 척하는 동시에 제 수치를 감추어야 했던 터라, 그는 베토벤의 소나타를 연달아 죄다 연주했을 때보다 더 시뻘게진 얼굴로 더 많은 땀을 뻘뻘 흘렸고, 본의 거장이라도 그에게서 자아내지 못했을 눈물이 그 두 눈에서 솟구쳤다. “여태 아무 말도 못 들었다면, 그 점에선 당신이 유일무이한 사람일 거예요. 그자는 더러운 평판을 지닌 신사라, 그를 두고 가장 소름 끼치는 이야기들이 나돌지요. 경찰이 그를 감시하고 있는 걸 나는 알아요, 그자가 그 부류 사내들이 다 그러하듯 건달들 손에 살해당해 끝장나지 않으려면, 그편이 그에게는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지만요.” 그녀는 이렇게 말을 이어 갔는데, 샤를뤼스를 떠올리자 뒤라스 부인의 기억이 되살아났고, 분노의 광란 속에서 그녀는 가엾은 샤를리에게 입히는 상처를 한층 더 깊게 하려, 또 그날 저녁 내내 자기가 입은 상처를 앙갚음하려 애썼던 것이다. “어쨌든, 돈 문제로 봐도 그자는 당신한테 아무 쓸모가 없어요, 그자는 저를 협박하는 자들의 먹잇감이 된 뒤로 완전히 파산했고, 그 협박꾼들이 부르는 값조차 치를 형편이 못 되는데, 하물며 당신 연주의 대가를 어찌 치르겠어요, 도시의 저택도, 시골의 저택도, 죄다 무겁게 저당 잡혀 있는걸요.” 모렐은 이 거짓말을 한층 더 곧이곧대로 믿었으니, 샤를뤼스 씨가 건달들과의 교분을 그에게 즐겨 털어놓곤 했던 까닭이다. 시종의 아들이란 아무리 방탕한 자라 해도 그런 부류에 대해서는, 보나파르트파 신조에 대한 애착만큼이나 강한 혐오를 드러내는 법이다.
벌써 모렐의 교활한 머릿속에는 18세기에 동맹의 역전이라 불리던 것과 흡사한 계략이 하나 꼴을 갖추기 시작하고 있었다. 샤를뤼스 씨와는 두 번 다시 말을 섞지 않기로 마음먹은 그는, 이튿날 저녁 쥐피앙의 조카딸에게 돌아가 그녀와 만사를 바로잡아 놓으리라 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이 계략은 실패할 운명이었으니, 샤를뤼스 씨가 바로 그날 저녁 쥐피앙과 만날 약속을 잡아 두었고, 그 전직 재봉사는 근래의 사달에도 불구하고 감히 그 약속을 어기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모렐의 행동에 뒤이어 또 다른 사건들이 잇따랐고, 쥐피앙이 눈물을 흘리며 남작에게 제 딱한 사정을 하소연하자, 그에 못지않게 비참해진 남작은 버림받은 그 처녀를 자기가 입양하겠노라고, 그녀가 자기 손에 쥔 작위들 가운데 하나를, 아마도 올로롱 양이라는 작위를 얻게 하겠노라고, 그녀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보살피고 부유한 남편감까지 마련해 주겠노라고 그를 안심시켰다. 이 약속들은 쥐피앙을 기쁨으로 가득 채웠으나 그 조카딸의 마음은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으니, 그녀는 여전히 모렐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렐은 어리석어서인지 냉소에서인지, 쥐피앙이 없는 틈에 가게에 들어와 그녀를 놀려 대곤 했다. “대체 왜 그래.” 그는 웃으며 말하곤 했다. “눈 밑에 그 시커먼 자국은 뭐야? 상심이라도 했나? 원, 세월은 흐르고 사람은 변하는 법이지. 따지고 보면 사내가 신발 한 켤레 신어 보는 거야 자유이고, 여자야 더 말할 것도 없지, 발에 안 맞으면야…” 그가 딱 한 번 화를 낸 것은 그녀가 울었기 때문인데, 그는 그것을 비겁하고 그녀답지 못한 짓이라 여겼다. 사람들은 제 손으로 자아낸 눈물에 대해 늘 그리 너그럽지만은 않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