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으니, 이 모든 거짓말에 아연실색하면서도 놀란 티는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베르틴을 집에서 내쫓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아니 전혀 들지 않게 하는 어떤 공포감에, 왈칵 눈물을 쏟고 싶은 강한 충동이 뒤섞여 있었다. 이 마지막 충동은 거짓말 그 자체나, 내가 그토록 굳게 진실이라 믿어온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 마치 내가 한 채의 집도 성한 것 없이 잿더미가 되고 헐벗은 땅에 돌무더기만 쌓인, 송두리째 허물어진 도시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 그 무너짐 때문이 아니라, 오퇴유의 친구 집에서 지루해 죽을 지경으로 지낸 그 사흘 동안 알베르틴이 단 한 번도 어떤 바람도 느끼지 않았다는, 어느 날 슬그머니 나를 찾아오거나, 오퇴유로 자기를 보러 와 달라는 전갈을 보낼 생각조차 어쩌면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으리라는 서글픈 상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상념에 잠길 겨를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놀란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말하려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아는 사람의 기색으로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건 천 가지 중 하나일 뿐이에요. 예를 들어, 당신은 오늘 오후 트로카데로에 갔을 때, 뱅퇴유 양이 베르뒤랭 부인 댁에 오기로 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잖아요.”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네, 그건 알고 있었어요.” “그녀와의 관계를 되살리려고 베르뒤랭가에 가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나한테 맹세할 수 있어요?” “아니, 당연히 맹세할 수 있죠. 왜 되살린다고 말하는 거예요, 나는 그녀와 아무런 관계도 가진 적이 없어요, 맹세해요.” 알베르틴이 나에게 이렇게 거짓말을 하며, 얼굴을 붉힘으로써 너무나 뻔히 드러난 사실을 부인하는 것을 듣고 나는 아연실색했다. 그녀의 거짓됨이 나를 소름 끼치게 했다. 그런데도 그 거짓말에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내가 받아들일 채비가 되어 있던 결백의 항변이 담겨 있었기에, 그것은 그녀의 진실함보다 나를 덜 아프게 했으니, 내가 그녀에게 “적어도, 뱅퇴유 양을 다시 만나는 기쁨이 오늘 오후 베르뒤랭가의 야회에 가려던 당신의 조바심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나한테 맹세할 수는 있어요?”라고 물었을 때, 그녀는 “아뇨, 그건 맹세 못 해요. 뱅퇴유 양을 다시 만난다면 무척 기뻤을 거예요”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조금 전만 해도 나는 그녀가 뱅퇴유 양과의 관계를 감춘다고 그녀에게 화가 나 있었는데, 이제 그녀를 다시 만나면 느꼈으리라는 그 기쁨을 그녀가 인정하자 내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하기야 베르뒤랭가에 가려던 자기 속셈을 그녀가 감싸 두었던 그 비밀스러움만으로도 충분한 증거가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을 충분히 곱씹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그녀가 나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절반만 인정하는 것인지, 그것은 사악하고 가련하다기보다 오히려 더 어리석은 짓이었다. 나는 어찌나 짓눌렸던지, 내밀 만한 결정적 증거도 없어 입장이 궁했던 이 문제를 더 몰아붙일 용기가 나지 않았고, 우위를 되찾으려고 알베르틴을 궁지로 몰아넣을 만한 화제로 서둘러 옮겨갔다. “들어 봐요, 바로 오늘 저녁, 베르뒤랭가에서 나는 당신이 뱅퇴유 양에 대해 나한테 했던 말이…” 알베르틴은 괴로운 기색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내 눈에서 읽어내려 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것, 그리고 뱅퇴유 양의 참된 본성에 관해 그녀에게 막 말하려던 것을, 내가 안 곳이 실은 베르뒤랭가가 아니라 오래전 몽주뱅에서였음은 사실이다. 다만 나는 늘 일부러 그것을 알베르틴에게 입에 올리기를 삼가왔던 터라, 이제 그것을 바로 오늘 저녁에야 알게 된 척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거의 기쁨마저 느낄 수 있었으니, 작은 열차 안에서 그토록 날카로운 번민을 느낀 끝에, 내가 날짜를 뒤로 미루어 두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반박할 수 없는 증거이자 알베르틴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될 이 몽주뱅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는 데서 오는 기쁨이었다. 적어도 이번만은, 나는 “아는 척”하거나 “알베르틴이 말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나는 정말로 알고 있었고, 몽주뱅의 불 켜진 창문 너머로 직접 보았던 것이다. 알베르틴이 뱅퇴유 양 및 그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더없이 순결했다고 나에게 말한들 소용없었으니, 내가 그녀에게 (그것도 거짓 없이) 이 두 여자의 습성을 알고 있다고 맹세하는 마당에, 그녀가 그들과 날마다 가까이 지내며 그들을 “언니들”이라 부르면서도, 만일 그녀가 응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그들과 절교하게 만들었을 그런 제안을 그들에게서 받은 적이 없다고 어찌 더 우겨댈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나는 내가 아는 바를 그녀에게 말할 겨를이 없었다. 알베르틴은, 발베크로 갔다던 거짓 나들이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그 진실을, 뱅퇴유 양이 베르뒤랭가에 와 있었다면 그녀에게서, 아니면 그저 뱅퇴유 양에게 자기 이야기를 했을지 모를 베르뒤랭 부인 본인에게서 알아냈으리라 짐작하고서, 나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고백을 하나 했는데, 그것은 내가 짐작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것이었으되, 그럼에도 그녀가 나에게 거짓말하기를 한 번도 그친 적이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어쩌면 그에 못지않은 슬픔을 나에게 안겨주었으니(특히 조금 전에 말했듯 나는 이제 뱅퇴유 양을 질투하지 않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요컨대 알베르틴은 내 입에서 말을 가로채며 이렇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뱅퇴유 양의 그 여자친구 손에 얼추 자라다시피 했다고 꾸며댔을 때 당신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걸, 당신이 오늘 저녁에 알아냈다는 말을 하려는 거군요. 내가 당신한테 조금 거짓말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나를 어찌나 하찮게 여기던지, 게다가 당신이 그 뱅퇴유라는 사람의 음악에 어찌나 푹 빠져 있던지, 마침 내 학교 친구 하나가, 이건 정말이에요, 맹세해요, 뱅퇴유 양의 그 여자친구와 아는 사이였기에, 나는 내가 그 여자들을 아주 잘 안다는 이야기를 지어내면 당신 눈에 흥미로운 사람으로 비칠지도 모른다고 어리석게 생각했던 거예요. 나는 내가 당신을 지루하게 한다고, 당신이 나를 얼간이로 여긴다고 느꼈고, 그래서 그 사람들이 나를 자주 만나곤 했다고, 뱅퇴유의 작품에 대해서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고 당신한테 말하면, 당신 눈에 내가 조금은 대단한 사람이 되고, 그게 우리를 가깝게 해주리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내가 당신한테 거짓말을 할 때는, 언제나 당신을 아끼는 마음에서예요. 그런데 하필 이 불길한 베르뒤랭가의 야회가 있어야만 당신 눈이 진실을 향해 열렸으니, 게다가 그 진실이란 것도 좀 부풀려진 것이고요. 장담하는데, 뱅퇴유 양의 그 여자친구가 당신한테 나를 모른다고 했을 거예요. 그 여자는 내 친구 집에서 나를 적어도 두 번은 만났는데도요. 하지만 물론, 나는 유명 인사가 된 그런 사람들에게는 걸맞을 만큼 세련되지 못하죠. 그 사람들은 나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하는 편을 좋아하는 거예요.” 가엾은 알베르틴, 뱅퇴유 양의 그 여자친구와 그토록 가까웠다고 나에게 말하면 자신의 축출이 미뤄지고 나에게 더 가까워지리라 그녀가 상상했을 때, 그녀는 흔히 그러하듯 자기가 가려던 길과는 다른 길로 진실에 다다랐던 것이다. 그녀가 음악에 대해 내가 짐작하던 것보다 더 밝다는 것을 내보였다 한들, 그것이 그날 저녁 작은 열차 안에서 내가 그녀와 절교하는 것을 결코 막지는 못했으리라. 그런데도 바로 그 목적으로 그녀가 늘어놓은 그 이야기야말로, 절교의 불가능함을 훌쩍 넘어서는 것을 당장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다만 그녀는 그 해석에서 한 가지 오류를 범했으니, 그 이야기가 자아낼 효과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효과를 낳게 될 원인에 대해서였고, 그 원인이란 그녀의 음악적 교양이 아니라 그녀의 사악한 교제를 내가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 나를 느닷없이 그녀에게로 끌어당긴 것, 나아가 나를 그녀 속에 녹여 넣은 것은 어떤 쾌락에 대한 기대가, 아니 쾌락이라는 말은 너무 과하니 얼마간의 관심이 아니라, 가슴을 쥐어짜는 슬픔이었다.
다시 한번 나는 너무 오래 침묵을 지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으니, 그랬다가는 그녀가 내가 놀랐다고 여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가 그토록 겸손하고, 베르뒤랭 패거리에서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여겨 왔음을 알게 되자 마음이 움직여, 나는 다정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내 사랑, 나야 기꺼이 몇백 프랑이라도 줄 테니, 가서 어디서든 마음껏 멋쟁이 귀부인 노릇을 하고 베르뒤랭 씨와 부인을 큰 만찬에 초대하렴.” 아아! 알베르틴은 한 사람 안에 여러 사람이 들어 있었다. 가장 알 수 없고, 가장 단순하며, 가장 끔찍한 알베르틴이, 혐오스럽다는 낯빛으로 내게 내놓은 대답 속에서 제 모습을 드러냈는데, 솔직히 말해 그 정확한 말은 나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첫머리 말조차도, 그녀가 문장을 끝맺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녀의 속마음을 짐작하고 나서야 조금 뒤에 겨우 그 말을 재구성해 낼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말을 이해하고 나서야 되돌아보며 듣는 법이다. “그딴 건 됐어! 그런 낡아빠진 노친네들한테 한 푼이라도 쓴다고, 차라리 날 한 번쯤 좀 내버려 뒀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괜찮은 누구든 찾아가 내 걸 좀 깨뜨리…” 이 말을 내뱉는 순간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눈에는 겁먹은 빛이 스쳤으며, 방금 내뱉은, 그러나 내가 도무지 알아듣지 못한 그 말을 도로 삼키려는 듯 손으로 입을 막았다. “방금 뭐라고 했어, 알베르틴?” “아니, 아무것도. 반쯤 졸다가 혼잣말한 거야.” “천만에, 넌 말짱히 깨어 있었어.” “베르뒤랭 부부를 만찬에 초대하는 걸 생각하고 있었어, 정말 고마워.” “아니, 방금 네가 한 말 말이야.” 그녀는 끝없이 여러 가지로 둘러댔는데, 그 어느 것도 서로 조금도 들어맞지 않았다. 중간에 끊겨 모호하게 남은 그녀의 말과 들어맞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그 끊김 자체 및 그와 함께 갑자기 붉어진 얼굴과 들어맞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봐, 내 사랑, 그건 네가 하려던 말이 아니야, 아니면 왜 갑자기 멈췄겠어.” “내 부탁이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슨 부탁?” “만찬을 열게 해 달라는 거.” “아니, 그게 아니야, 너와 나 사이에 조심할 게 뭐가 있어.” “있고말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결코 이용해선 안 돼. 어쨌든 맹세컨대 그게 다였어.” 한편으로 나는 그녀가 맹세하며 한 말을 여전히 의심할 수 없었고, 다른 한편으로 그녀의 해명은 내 비판적인 정신을 채워 주지 못했다. 나는 계속 몰아붙였다. “그래도 적어도 하려던 말을 끝맺을 용기쯤은 있어야지, 넌 깨뜨리다에서 딱 멈췄잖아.” “아니, 날 좀 내버려 둬!” “대체 왜?” “너무 상스러운 말이라 네 앞에서 그런 말을 하기가 부끄러우니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그 말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말인데, 언젠가 길거리에서 아주 천한 사람들이 쓰는 걸 들었을 뿐이고, 아무 까닭도 없이 그냥 입에 떠오른 거야. 나하고도, 다른 누구하고도 아무 상관 없어, 그냥 소리 내어 꿈꾼 것뿐이야.” 나는 알베르틴에게서 더는 아무것도 캐낼 수 없으리라 느꼈다. 조금 전 그녀는, 자기 말을 끊게 한 것이 주제넘어 보일까 하는 사교적인 두려움이었다고 맹세했지만, 이제 와서는 그것이 내게 상스러운 표현을 듣게 하는 부끄러움이 되었으니, 그녀는 거짓말을 한 셈이었다. 그런데 이것 또한 분명 또 하나의 거짓말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둘만 있을 때는, 서로 껴안는 가운데 입에 담지 못할 만큼 음란한 말도, 지나치게 상스러운 낱말도 없었으니까. 어쨌든 그 순간에 더 다그쳐 봐야 소용없었다. 하지만 내 기억은 “깨뜨리다”라는 말에 사로잡힌 채였다. 알베르틴은 누구를 두고 “막대기를 분지른다”거나 “설탕을 깬다”는 말을 곧잘 했고, 그저 “아! 내가 그 사람 아주 혼쭐냈지!”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내가 그를 실컷 골려 줬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 앞에서도 그런 말을 거리낌 없이 했으므로, 만약 그녀가 하려던 말이 그것이었다면, 왜 갑자기 멈췄으며, 왜 그토록 얼굴을 붉혔고, 왜 손으로 입을 막았으며, 왜 말을 딴 데로 돌렸고, 내가 “깨뜨리다”라는 말을 들었음을 알아채자 왜 거짓 해명을 늘어놓았겠는가. 그러나 아무 대답도 얻지 못한 그 심문을 그만두자마자, 이제 남은 일이라고는 그 문제에 흥미를 잃은 척하는 것뿐이었고, 그래서 나는 생각을 되짚어, 내가 마님 댁에 갔다는 것을 두고 알베르틴이 나를 나무란 일로 돌아가, 아주 서투르게, 실은 내 행동에 대한 얼빠진 변명이랄 것을 늘어놓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실은, 오늘 저녁 베르뒤랭 댁 모임에 너도 같이 가자고 하려던 참이었어.” 이는 두 겹으로 어설픈 말이었으니,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면, 하루 종일 그녀와 함께 있었으면서 왜 진작 그렇게 하자고 하지 않았겠는가. 내 거짓말에 화가 나고 내 소심함에 대담해진 그녀가 말했다. “천 년을 물어봐도, 난 절대 응하지 않았을 거야. 그 사람들은 늘 나한테 적대적이었고, 나를 괴롭히려고 별짓을 다 했어. 발베크에서 베르뒤랭 부인을 위해 내가 안 한 게 없는데, 돌아온 보답이 참 훌륭하지. 그 여자가 임종 자리에서 날 부른대도, 난 안 가. 용서 못 할 일이라는 게 있는 법이야. 너로 말하면, 네가 날 이렇게 함부로 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야. 프랑수아즈가 네가 나갔다고 말했을 때(그 여자는 그 말을 하며 고소해했지, 정말이야), 난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했어.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평생 그렇게 모욕당한 적은 없었어.”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 내 안에서는, 무의식의 그 온전히 살아 있고 창조적인 잠(우리를 스치기만 하는 것들도 그 안에서는 끝내 자국을 새기고, 우리 손이 자물쇠를 돌리는 열쇠, 헛되이 찾아 헤매던 그 열쇠를 붙드는 잠) 속에서, 그녀가 그 끊긴 말로 무엇을 뜻하려 했는지, 나로서는 그토록 알고 싶던 그 말의 끝을 찾는 탐색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별안간, 꿈에도 생각지 못한 소름 끼치는 말 하나가 내게 터져 나왔다. “항아리.” 그것이 단번에 번뜩 떠올랐다고는 할 수 없다. 불완전한 기억에 오래도록 수동적으로 몸을 맡긴 채, 부드럽게, 조심조심 그것을 끌어내려 애쓰는 동안 거기에 붙들려 들러붙어 있을 때처럼 온 것은 아니었다. 아니, 여느 때의 내 기억 작용과는 반대로, 내 생각에는 두 갈래의 탐색이 나란히 진행되고 있었다. 첫째 탐색은 알베르틴의 말뿐 아니라, 내가 큰 만찬을 열라고 돈을 내밀었을 때 그녀가 지은 극도로 짜증스러운 표정까지 헤아렸는데, 그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고맙기도 하지, 지루하기만 한 일에 돈을 쓴다니, 돈 없이도 내가 즐기는 일은 할 수 있는데!” 그리고 아마도 그녀가 내게 던진 이 눈길의 기억이, 그녀의 끝맺지 못한 문장의 끝을 알아내는 내 방식을 바꿔 놓았으리라. 그때까지 나는 그녀의 마지막 말 “깨뜨리다”에 홀려 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깨뜨리려 했던 걸까? 나무를? 아니. 설탕을? 아니. 깨뜨리다, 깨뜨리다, 깨뜨리다. 그러다 문득, 내가 만찬을 열라고 권한 순간 그녀가 내게 던진 그 눈길이, 나를 그 앞에 놓인 말들로 되돌려 세웠다. 그러자 나는 곧바로 그녀가 “깨뜨리다”가 아니라 “누구를 시켜 깨뜨리게 한다”고 말했음을 알아차렸다. 끔찍하여라! 그녀가 더 좋아했을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두 겹으로 끔찍하여라! 왜냐하면 그런 짓에 응하거나 그것을 바라는 가장 천한 창녀조차도, 제 욕망에 몸을 내맡기는 남자에게 그 소름 끼치는 표현을 쓰지는 않으니까. 그런 여자라면 그 굴욕이 너무 크다고 느낄 것이다.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라면, 홀로 있는 다른 여자에게 이 말을 하는데, 이는 이내 남자에게 몸을 내주는 것에 대한 변명으로서다. 알베르틴이 꿈결에 말하고 있었다고 내게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얼이 빠진 채, 충동적으로, 자기가 나와 함께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런 여자들 가운데 하나에게, 어쩌면 내 꽃핀 어린 소녀들 가운데 하나에게 하듯 말을 꺼냈던 것이다. 그러다 불현듯 현실로 불려 나와, 부끄러움에 새빨개져서, 하려던 말을 입술 사이로 도로 밀어 넣으며, 절망에 빠져, 그녀는 더는 한마디도 하기를 거부했다. 내 절망이 얼마나 깊은지 그녀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갑작스레 치민 분노가 지나간 뒤,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발베크에서, 그녀가 뱅퇴유 양 무리와의 친분을 털어놓은 그날 밤에 그랬듯, 나는 당장 내 슬픔에 그럴듯한 구실을 지어내야 했고, 동시에 그것은 알베르틴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내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며칠의 말미를 벌어 줄 만한 것이어야 했다. 그리하여, 그녀가 내가 밖에 나감으로써 자신에게 안긴 것만 한 모욕은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프랑수아즈가 내 외출을 알리는 것을 듣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나았을 거라고 말하던 순간, 나는 그녀의 터무니없는 예민함에 짜증이라도 난 듯,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밖에 나간 것에 그녀가 기분 상할 만한 건 전혀 없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 순간, 나란히 진행되던 또 하나의 흐름 위에서, “깨뜨리다”라는 말 뒤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를 찾던 내 무의식의 탐색이 성공을 거두었고, 그 발견이 나를 몰아넣은 절망을 온전히 감출 수 없게 되자, 나는 나를 변호하는 대신 나를 탓했다. “내 어린 알베르틴,” 첫 눈물에 잠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틀렸다고, 오늘 저녁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거짓말이겠지. 옳은 건 너야, 너는 진실을 알아챘어, 가엾은 것, 그건 바로 여섯 달 전, 석 달 전, 내가 아직 너를 그토록 좋아하던 때였다면 나는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으리라는 거야. 그건 아무것도 아니면서도 엄청난 일이야, 그것이 드러내는 내 마음속의 그 크나큰 변화 때문에. 그리고 네가, 내가 숨기려 했던 이 변화를 알아챈 이상, 나는 이 말까지 하게 되는구나. 내 어린 알베르틴,”(여기서 나는 깊은 부드러움과 우수를 담아 그녀를 불렀다) “봐, 네가 여기서 보내는 이 삶이 너에겐 지루한 거야, 우리는 헤어지는 편이 나아, 그리고 가장 좋은 이별은 단번에 끝내는 이별이니, 내가 마땅히 느낄 그 크나큰 슬픔을 짧게 줄이기 위해, 오늘 밤 내게 작별을 고하고, 내일 아침 내가 잠든 사이 나를 다시 보지 않고 떠나 주기를 부탁해.” 그녀는 얼이 빠진 듯 보였고, 여전히 믿기지 않아 하면서도 벌써 낙담한 얼굴이었다. “내일? 정말이야?” 그리고 우리의 이별을 마치 이미 지나간 일인 양 말하며 느낀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바로 그 괴로움 때문에, 나는 알베르틴에게 그녀가 집을 떠난 뒤 해야 할 몇 가지 일에 대해 아주 세세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 부탁에서 저 부탁으로 넘어가며, 나는 어느새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끝없는 우수에 잠겨 말했다, “네 이모 댁에 있는 그 베르고트 책을 돌려보내 주렴. 급할 건 없어, 사흘 뒤든, 일주일 뒤든, 아무 때나 좋아, 다만 내가 편지를 써서 그걸 돌려 달라고 청하는 일만은 없게 해 줘, 그건 너무 괴로울 테니까. 우리는 함께 행복했지만, 이제는 함께 있으면 불행하리라는 걸 느껴.” “우리가 불행하리라는 걸 느낀다고 말하지 마,” 알베르틴이 내 말을 가로막았다, “‘우리’라고 하지 마, 그렇게 느끼는 건 너뿐이야.” “그래, 좋아, 너든 나든, 네 좋을 대로, 이런 이유에서든 저런 이유에서든. 하지만 터무니없이 늦었어, 넌 자러 가야 해, 우린 오늘 밤 헤어지기로 정했잖아.” “미안하지만, 정한 건 너야, 나는 너를 조금도 성가시게 하고 싶지 않아서 따르는 거고.” “좋아, 정한 건 나야, 그렇다고 나한테 덜 괴로운 건 아니지만. 그 괴로움이 오래가리라는 말은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나는 무언가를 오래 기억하는 재주가 없으니까, 하지만 처음 며칠은 네가 없어 정말 비참할 거야. 그러니 편지 따위로 기억을 되살려 봐야 소용없다는 걸 느껴, 우리는 모든 걸 단번에 끝내야 해.”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녀는 짓눌린 낯빛으로 내게 말했는데, 늦은 시각 탓에 그녀의 얼굴에 어린 피로의 기색이 그 낯빛을 더 짙게 했다. “손가락 하나를 잘리고 또 하나를 잘리느니, 차라리 단번에 목을 도마에 올려놓는 게 나아.” “저런, 이렇게 늦도록 널 못 자게 붙들어 두었다니 소름이 끼치는구나, 미친 짓이야. 하지만 마지막 밤이잖아! 남은 평생 실컷 잘 시간이 있을 테니.” 그리고 이렇게 이제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눌 때가 되었다고 넌지시 이르면서도, 나는 그녀가 그 인사를 하게 될 순간을 자꾸 미루려 했다. “처음 며칠 동안 기분전환이 되게, 블로크한테 일러서 그의 사촌 에스테르를 네가 머물 곳으로 보내 달라고 할까, 블로크는 날 위해 그 정도는 해 줄 거야.”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나는 알베르틴에게서 고백을 끌어내려고 그 말을 했던 것이다) “내가 마음 쓰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바로 너야,” 알베르틴이 내게 말했고, 그 말은 나를 위안으로 가득 채웠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녀가 내게 얼마나 큰 타격을 안겼던가! “물론 기억해, 에스테르가 하도 졸라 대고 갖고 싶어 하는 게 보여서 내가 그 애한테 내 사진을 주긴 했지. 하지만 그 애를 좋아한다거나 다시 보고 싶다거나 하는 건 전혀…” 그런데도 알베르틴은 워낙 경박한 천성이라 이렇게 덧붙였다. “그 애가 날 보고 싶어 한다면, 나야 아무래도 좋아, 참 착한 애니까, 하지만 이러든 저러든 난 조금도 상관없어.” 그리하여 내가 그녀에게 블로크가 내게 보낸 에스테르의 사진 이야기를 했을 때(그리고 그 사진은 내가 알베르틴에게 그 이야기를 꺼낸 시점에는 아직 받지도 못한 것이었다), 내 연인은 블로크가 그녀 자신이 에스테르에게 준 그녀의 사진을 내게 보여 주었다고 넘겨짚었던 것이다. 아무리 고약한 억측을 하면서도, 나는 알베르틴과 에스테르 사이에 그런 친밀함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사진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알베르틴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잘못 넘겨짚은 그녀는, 차라리 고백하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알베르틴, 한 가지만 더 부탁하자, 다시는 나를 만나려 하지 마. 언젠가, 일 년 뒤든 이태 뒤든 삼 년 뒤든, 우리가 같은 도시에 있게 되더라도, 나를 멀리해 줘.” 그러고는 그녀가 내 청에 그러겠노라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 “내 알베르틴, 이 세상에서 다시는 나를 보지 마. 그건 나를 너무 아프게 할 테니까. 나는 정말로 너를 좋아했어, 알잖아. 물론, 요전 날 내가 발베크에서 네게 이야기했던 그 여자친구를 다시 보고 싶다고 했을 때, 넌 그게 다 정해진 일이라고 여겼겠지. 전혀 그렇지 않아, 맹세해, 그건 내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어. 넌 내가 진작 너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내 애정은 다 꾸며 낸 것이라고 굳게 믿었지.” “아니 정말, 넌 미쳤어, 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그녀가 슬프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넌 절대 그렇게 생각해선 안 돼, 나는 진심으로 너를 아꼈어, 사랑은 아닐지 몰라도, 크나큰, 아주 크나큰 애정을,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나도 상상할 수 있어. 그리고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를 포기해야 한다는 게 나로선 견딜 수 없이 아파.” “나는 그보다 천 배는 더 아파,” 알베르틴이 대꾸했다. 조금 전 나는 눈에 차오르는 눈물을 더는 참을 수 없음을 느꼈다. 그런데 이 눈물은, 오래전 내가 질베르트에게 “우리는 다시 만나지 않는 편이 나아, 삶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어”라고 말했을 때 느낀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비참함에서 솟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내가 질베르트에게 이렇게 썼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되뇌었다, 언젠가 내가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 넘치는 내 사랑이, 어쩌면 내가 그녀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 사랑을 줄어들게 하리라고, 마치 두 사람에게는 반드시 일정한 양의 사랑만 주어져서, 한쪽이 더 많이 가져가면 그만큼 다른 쪽에서 덜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질베르트에게서 그랬듯 그녀에게서도 나는 헤어질 운명이라고. 하지만 상황은 여러 이유로 전혀 달랐는데, 그 첫째 이유는(그리고 그것이 다시 나머지 이유들을 낳았는데), 콩브레에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불안 속에 내게서 보았던, 그리고 병자가 제 약함을 남에게 떠안기는 그 대단한 기세 앞에서 두 분이 번갈아 굴복하고 말았던 그 의지력의 결핍이, 갈수록 더 빠른 속도로 커져 왔다는 것이었다. 질베르트가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지루해한다고 느꼈을 때, 나는 그래도 그녀를 단념할 힘이 아직 남아 있었다. 알베르틴에 대해 비슷한 것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그 힘이 없었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녀를 붙잡아 둘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질베르트에게는 다시 보지 않겠다고, 진심으로 보지 않을 작정으로 편지를 썼던 반면, 알베르틴에게는 이 말을 순전히 거짓으로, 화해를 이루려는 바람에서 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실제와는 크게 다른 모습을 내보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할 때는 아마 늘 그러하리라, 저마다 상대 안에 있는 것의 일부를 모르고(아는 것조차 부분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으며), 또 둘 다 자기 안에서 가장 덜 개인적인 것을 내보이니, 이는 스스로를 탐구해 본 적이 없어 가장 중요한 것을 하찮게 여기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제 안에 자리도 없는 하찮은 이점들이 그들에게는 더 중요하고 더 우쭐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에서는 이 어긋남이 극에 이르는데, 왜냐하면 어쩌면 어린 시절을 빼고는, 우리는 자기가 내보이는 모습을, 마음속에 있는 것을 정확히 비추기보다는, 우리가 바라는 것을 얻는 데 가장 알맞다고 마음이 여기는 그런 것으로 만들려 애쓰기 때문이며, 내 경우 그것은, 집으로 돌아온 뒤로는, 알베르틴을 예전처럼 고분고분한 채로 붙잡아 두는 것, 그녀가 짜증이 나 내게 더 큰 자유를 요구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으니, 그 자유란 언젠가는 내가 그녀에게 줄 생각이었으나 그녀의 독립에 대한 갈망이 두렵던 이 순간에는 나를 지나치게 질투하게 만들 그런 것이었다. 어느 나이를 지나면, 자존심에서, 또 약삭빠름에서, 우리는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에 아무런 중요성도 두지 않는 척한다. 그러나 사랑에서는, 우리의 그 약삭빠름이, 하기야 그것이 참된 지혜는 아닐 테지만, 우리를 이내 이 이중성의 재간으로 몰아간다. 소년 시절 내가 사랑에서 가장 감미로운 것이라 꿈꾸었던 것, 사랑의 바로 그 정수라 여겼던 것은,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발치에, 나의 애정을, 그녀의 다정함에 대한 나의 감사를, 영원히 함께하고픈 나의 갈망을 거리낌 없이 쏟아붓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 경험과 친구들의 경험을 통해, 그런 감정의 토로가 결코 전염되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다. 이를 한번 깨닫고 나면, 우리는 더는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다. 나는 오후에 알베르틴이 트로카데로에 남지 않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녀에게 말하지 않으려 단단히 조심했다. 그리고 오늘 밤, 그녀가 나를 떠날까 두려워, 나는 그녀와 헤어지고 싶은 척했는데, 하기야 그 시늉은 내가 지난 사랑들에서 얻었다고 여긴 깨달음, 그리고 그것을 이번 사랑에 쓰려 한 것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