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일부러 내게 입 맞추기를 삼가는 것을 보고, 내가 그저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뿐이며, 입맞춤 뒤에야 비로소 마음을 달래는 진짜 순간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깨닫고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잘 자, 너무 늦었어.” 그러면 그녀가 내게 입 맞출 테고, 그다음 우리가 계속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두 번이나 그랬듯이 꼭 그대로 “잘 자, 푹 자기를 바라” 하고 말하고는, 내가 자기 뺨에 입 맞추게 하는 데 그쳤다. 이번에는 나도 감히 그녀를 다시 부르지 못했지만, 심장이 어찌나 격하게 뛰던지 다시 누울 수가 없었다. 새장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날아다니는 새처럼, 나는 쉬지 않고 알베르틴이 집을 떠날까 하는 불안에서 비교적 평온한 상태로 오갔다. 이 평온은 내가 일 분마다 몇 번씩 되뇌던 논리에서 나왔다. “그녀는 내게 알리지 않고는 떠날 수 없어, 떠난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잖아.” 그러면 나는 그런대로 진정되었다. 그러나 이내 나는 스스로에게 일깨웠다. “그렇지만 내일 그녀가 떠나 버린 걸 알게 된다면. 내 불안 자체가 무언가에 근거를 둔 게 틀림없어. 그녀는 왜 내게 입 맞추지 않았을까?” 이 대목에서 내 심장은 끔찍하게 아렸다. 그러다 내가 다시 한번 내세운 논리에 조금 누그러졌지만, 이 생각의 움직임이 어찌나 끊임없고 단조로웠던지 결국 나는 두통에 시달렸다. 이렇듯 어떤 심리 상태들은, 특히 불안은, 우리에게 오직 두 갈래 선택지만을 내밀기에, 순전히 육체적인 고통만큼이나 어떤 의미로는 끔찍하게 옥죄여 있다. 나는 내 불안을 정당화하는 논리와 그것을 거짓이라 입증해 나를 안심시키는 논리를 끝없이 되풀이했으니, 마치 제 고통을 일으키는 기관을 내적인 움직임으로 쉬지 않고 더듬으며, 아픈 지점에서 잠깐 물러났다가 곧 다시 그리로 돌아가는 병자만큼이나 좁은 공간 안에서였다. 문득, 밤의 정적 속에서, 겉보기엔 사소하나 나를 공포로 채운 어떤 소리에 나는 흠칫 놀랐으니, 알베르틴의 창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였다.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나는 어째서 이것이 내게 그토록 놀라움을 주었는지 자문했다. 그 자체로는 그리 대단할 것이 없었지만, 나는 아마도 그것에 똑같이 나를 소스라치게 하는 두 가지 해석을 부여했으리라. 우선 그것은 우리 공동생활의 규약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외풍을 두려워했으므로, 밤에는 누구도 창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점은 알베르틴이 집에 들어와 지내게 되었을 때 그녀에게 설명해 두었고, 그녀는 이것이 내 편의 병적이고 몹시 건강에 해로운 별난 고집이라 여기면서도, 결코 그 규칙을 어기지 않겠다고 내게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가 내 뜻인 줄 아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설령 그 때문에 나를 나무랄지언정 어찌나 조심스러워했던지, 창을 여느니 차라리 굴뚝에 불이 붙은 악취를 맡으며 잠들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아무리 중대한 사정이 있어도 아침에 나를 깨우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생활의 사소한 규약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내게 아무 말도 없이 그것을 어긴 그 순간부터, 그것은 그녀가 더는 조심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다른 모든 규약도 그만큼 쉽게 어기리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그 소리는 거칠었고, 거의 무례하다 할 만큼, 마치 그녀가 분노로 새빨개져 창을 홱 열어젖히며 “이런 생활은 숨이 막혀, 그러니 됐어, 바람을 좀 쐬어야겠어!” 하고 말하기라도 한 듯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그대로 스스로에게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올빼미 울음보다도 더 신비롭고 더 음산한 전조에 대하듯, 알베르틴이 연 그 창문 소리를 계속 곱씹었다. 스완이 아래층에서 저녁을 들던 콩브레의 그 저녁 이후로는 아마 느껴 본 적 없을 동요에 사로잡혀, 나는 오랫동안 복도를 서성이며, 내가 내는 소리로 알베르틴의 주의를 끌기를, 그녀가 나를 가엾이 여겨 제게로 불러 주기를 바랐지만, 그녀의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차츰 나는 너무 늦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벌써 오래전에 잠들었으리라. 나는 침대로 돌아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슨 일이 있든 부르지 않고서는 아무도 내 방에 오는 법이 없었으므로, 나는 프랑수아즈를 부르려 벨을 울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을 했다. “알베르틴에게 그녀를 위해 짓게 하려는 요트 이야기를 해야겠어.” 편지를 받아 들며 나는 프랑수아즈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따가 알베르틴 양에게 할 이야기가 좀 있어, 그녀는 벌써 일어났나?” “네, 일찍 일어나셨어요.” 나는 갑작스러운 돌풍처럼 내 안에서 천 가지 불안이 이는 것을 느꼈고, 그것들을 가슴속에 눌러 둘 수가 없었다. 그 안의 소란이 어찌나 컸던지, 나는 폭풍우에 휩쓸린 듯 숨이 다 가빴다. “아! 그런데 지금 그녀는 어디 있지?” “방에 계실 거예요.” “아! 됐어! 좋아, 이따 보지.” 나는 다시 숨을 돌렸으니, 그녀가 아직 집에 있어 내 동요는 가라앉았다. 알베르틴이 거기 있었고, 그녀가 있든 없든 내게는 거의 아무래도 좋았다. 게다가 그녀가 거기 없을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부터가 터무니없지 않았던가? 나는 다시 잠들었는데, 그녀가 나를 떠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오직 그녀에게만 관계되는 얕음의, 얕은 잠이었다. 안뜰의 일과만 이어질 수 있는 소리들은, 잠결에 어렴풋이 들으면서도 나를 흔들지 못한 반면, 그녀의 방에서 나는 아주 작은 바스락 소리라도, 그녀가 방을 나가거나 소리 없이 돌아와 벨을 아주 살며시 누를 때면, 나를 소스라치게 하고, 온몸을 훑고 지나가, 깊은 잠결에 들었을망정 두근거리는 심장을 남겼다. 마치 임종 전 마지막 며칠 동안, 무엇으로도 흩뜨릴 수 없는, 의사들이 혼수라 부르던 부동 속에 빠져 있던 내 할머니가, 내가 프랑수아즈를 부르곤 하던 세 번의 벨 소리를 들으면 잠깐 나뭇잎처럼 떨기 시작했다고 전해 들은 것처럼 말이다. 그 벨 소리는, 그 주 동안 임종의 방의 정적을 흩뜨리지 않으려고 내가 더 여리게 눌렀을 때조차, 프랑수아즈가 장담하기로는 누구도 다른 사람의 벨 소리로 잘못 알 수 없었으니, 내게는 나 자신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던 벨 누르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도 마지막 단말마에 들어선 것일까, 이것이 죽음의 다가옴이었을까?
그날과 이튿날 우리는 함께 외출했으니, 알베르틴이 다시는 앙드레와 나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 요트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이 나들이들은 내 마음의 평화를 온전히 되찾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밤이면 여전히 그 새로운 방식으로 나를 안았고, 그것이 나를 분통 터지게 했다. 이제 나는 그것을, 그녀가 내게 화가 났음을 보여 주는 방편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었는데, 그녀에게 끊임없이 다정했던 나로서는 그것이 더없이 터무니없어 보였다. 그리하여, 내가 기대던 그 육체적 만족마저 더는 그녀에게서 얻지 못하고, 언짢은 기분에 잠긴 그녀가 정말 밉살스러워 보이니, 나는 이 첫 따뜻한 날들이 내 욕망을 되살린 모든 여자들과 여행들을 빼앗긴 것을 한층 더 사무치게 느꼈다. 아마도, 아직 학생이던 시절 이미 잎이 무성한 나무들 아래에서 여자들과 나누었던, 이제는 잊힌 밀회의 흩어진 기억 덕분에, 계절을 가로질러 여행하는 우리 거처의 끝없는 순환이 지난 사흘 동안 온화한 하늘 아래 멈추어 선 이 봄의 고장은, 그리고 그 모든 길이 시골 소풍과 뱃놀이와 유람으로 향하던 이 고장은, 나무들의 땅인 만큼이나 여자들의 땅으로, 도처에 내밀어진 즐거움이 회복기의 내 기력에 허락되는 땅으로 여겨졌다. 게으름에 나를 내맡기고, 순결에,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만 즐거움을 맛보는 데 나를 내맡기고, 방 안에 틀어박혀 여행하지 않는 데 나를 내맡기는 일, 이 모든 것은 바로 어제까지 우리가 머물던 옛 세계에서는, 겨울의 텅 빈 세계에서는 가능했지만, 푸른 잎으로 터질 듯한 이 새로운 우주에서는 더는 가능하지 않았다. 그 우주에서 나는, 존재와 행복의 문제를 난생처음 마주한 젊은 아담처럼, 앞선 부정적 해답들이 쌓인 무게에 짓눌리지 않은 채 깨어난 것이었다. 알베르틴의 존재가 나를 짓눌렀고, 그래서 나는 우리가 결별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느끼며 그녀를 시무룩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베네치아에 가고 싶었고, 그동안에는 루브르에 가서 베네치아 그림들을 보고 싶었으며, 뤽상부르에 가서, 방금 전해 들은 대로 게르망트 공작부인이 얼마 전 그 미술관에 판, 내가 그토록 감탄했던 두 점의 엘스티르, 춤의 즐거움과 X가의 초상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 앞엣것에서 어떤 음탕한 자세들이 알베르틴에게 어떤 욕망을, 서민들의 흥청거림에 대한 애석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켜, 여태 살아 본 적 없는 어떤 삶, 불꽃놀이와 시골 선술집의 삶이 어쩌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게 만들까 봐 두려웠다. 벌써부터 나는, 칠월 십사일에 그녀가 서민들의 무도회에 데려가 달라고 조를까 봐 미리 겁이 나서, 국경일을 없애 버릴 어떤 불가능한 사건을 꿈꾸었다. 게다가 엘스티르의 그림들에는 남프랑스의 잎 우거진 풍경 속에 벌거벗은 여인상들도 있어, 비록 엘스티르 자신은 (그런데 그녀가 그의 작품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거기에서 조형적 아름다움, 아니 차라리 초목 사이에 앉은 여인들의 몸이 띠는 눈 덮인 기념비 같은 아름다움밖에 보지 않았다 해도, 알베르틴에게 어떤 쾌락들을 떠올리게 할지 몰랐다. 그리하여 나는 그 즐거움을 단념하기로 하고 베르사유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알베르틴은 포르튀니 가운 차림으로 자기 방에 남아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나와 함께 베르사유에 가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늘 무엇에든 응할 채비가 되어 있는 사랑스러운 성품을 지녔는데, 아마도 예전에 절반쯤은 남의 집 손님으로 지내는 데 익숙했던 탓이리라. 그리고 파리로 오기로 마음먹었을 때처럼, 이 분 만에 그녀는 내게 말했다. “이대로 가도 돼, 차에서 내리지 않을 거잖아.” 그녀는 실내복을 감출 두 벌의 망토 사이에서 잠시 망설였는데, 마치 동행할 호위를 고르며 두 친구 사이에서 망설이기라도 하듯, 짙은 파란색 망토를 골랐으니, 훌륭한 선택이었고, 모자에 핀을 찔러 넣었다. 내가 외투를 걸치기도 전에, 일 분 만에 그녀는 채비를 마쳤고, 우리는 베르사유로 갔다. 바로 이 재빠름이, 이 절대적인 고분고분함이 나를 한결 더 안심시켰으니, 마치 정말로, 딱히 불안해할 특별한 이유도 없으면서 나는 안심이 필요했던 듯했다. “결국 나는 두려워할 것이 없어, 지난밤 창을 열며 그 소란을 피웠는데도 그녀는 내가 청하는 건 뭐든 다 하잖아. 내가 외출하자는 말을 꺼내기 무섭게 가운 위에 저 파란 망토를 걸치고 나왔어, 그건 반항하는 사람이, 나와 더는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나는 베르사유로 가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곳에 오래 머물렀다. 하늘 전체가, 들판에 누운 나그네가 이따금 머리 위로 보게 되는 그 환하고 거의 창백한 쪽빛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어찌나 한결같고 짙던지, 그 쪽빛이 조금의 불순물도 없이, 그리고 그 실체를 아무리 깊이 파고들어도 오로지 그 똑같은 쪽빛 말고는 어떤 티끌 하나 만나지 못할 만큼 다함 없는 풍요로 빚어진 듯이 느껴졌다. 나는, 인간의 예술에서나 자연에서나 웅대함을 사랑했던, 그리고 생틸레르의 종탑이 바로 그 쪽빛 속으로 솟아오르는 것을 바라보기를 즐기시던 할머니를 떠올렸다. 문득 나는 처음에는 얼른 알아차리지 못한 어떤 소리, 할머니도 마찬가지로 사랑했을 어떤 소리를 들으며, 잃어버린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다시금 느꼈다. 그것은 말벌이 윙윙대는 소리 같았다. “저기,” 하고 알베르틴이 말했다, “비행기가 있어, 하늘 높이, 아주 높이.”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검은 점 하나 없이 흐트러짐 없는, 잔잔한 쪽빛의 한결같은 창백함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날개들이 웅웅대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것이 문득 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저 위에서 한 쌍의 자그마한 날개가, 검고 번뜩이며, 변함없는 하늘의 이어진 쪽빛을 꿰뚫었다. 마침내 나는 그 윙윙거림을 그 원인에, 저 위 하늘에서, 아마 나보다 족히 오천 피트는 높은 곳에서 파닥이는 그 작은 벌레에 결부할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이 윙윙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육지의 거리가 아직 오늘날처럼 속도로 으레 줄어들지 않던 시절에는, 일 마일 밖을 지나는 기차의 기적 소리가,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간 오천 피트 상공 비행기의 웅웅거림 속에서 우리 감정을 흔들 그 아름다움을 지녔으리라. 이 수직의 여정에서 가로질러진 거리가 지상의 거리와 같다는 생각, 그리고 시도조차 불가능해 보였던 탓에 그 척도가 우리에게 달리 여겨지던 이 다른 방향에서도, 오천 피트 상공의 비행기가 일 마일 밖의 기차보다 조금도 멀지 않으며, 오히려 더 가깝다는 생각과 더불어 말이다. 똑같은 궤적이 더 순수한 매질 속에서 일어나되, 나그네가 출발점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니, 마치 바다 위나 들판을 가로질러 잔잔한 날씨에, 이미 멀어져 간 배의 항적이나 한 줄기 미풍의 숨결이 물의 대양이나 곡식의 대양에 고랑을 내듯이 말이다.
“어차피 우리 둘 다 그리 배고프지도 않으니, 베르뒤랭 댁에 잠깐 들러 봐도 됐을 텐데,” 하고 알베르틴이 내게 말했다, “오늘이 그 댁 날이고, 지금이 그 시간이잖아.” “하지만 넌 그 사람들한테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아! 그 사람들에 관해선 온갖 이야기가 다 있지만, 실은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아. 베르뒤랭 부인은 늘 나한테 아주 잘해 줬어. 게다가 누구하고나 노상 다투며 지낼 순 없잖아. 그 사람들도 흠이야 있지만,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넌 차림새가 아니잖아,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어야 할 테고, 그럼 우리가 아주 늦을 거야.” 나는 배가 고프다고 덧붙였다. “그래, 당신 말이 맞아, 우리끼리 먹자,” 하고 알베르틴이 나를 여전히 얼떨떨하게 하는 그 놀라운 고분고분함으로 대답했다. 우리는 거의 마을 밖에 자리한 큰 제과점에 들렀는데, 그 무렵 제법 명성을 누리던 곳이었다. 한 부인이 그곳을 나서면서, 맡아 보던 여자아이에게 자기 물건을 청했다. 그리고 그 부인이 떠난 뒤, 알베르틴은 그 여자아이가 시간이 늦어 가는 터라 잔과 접시와 케이크를 치우는 동안, 마치 그녀의 주의를 끌고 싶다는 듯 자꾸만 눈길을 던졌다. 여자아이는 내가 무언가를 청할 때만 내게 다가왔다. 그때 벌어진 일인즉, 게다가 무척 키가 큰 그 여자아이가 우리 시중을 들며 서 있고 알베르틴은 내 곁에 앉아 있었던 터라, 알베르틴은 그녀의 주의를 끌려고 할 때마다 그녀를 향해 수직으로 햇살 같은 눈길을 치켜올렸는데, 여자아이가 바로 우리 앞에 서 있어 알베르틴으로서는 비스듬한 시선으로 그 각도를 누그러뜨릴 방도가 없었으므로, 그 눈길은 여자아이로 하여금 눈동자를 한층 더 높은 각도로 치뜨게 만들었다. 알베르틴은 고개를 지나치게 들지는 않은 채, 눈만 여자아이의 눈이 자리한 그 엄청난 높이까지 올려야 했다. 나를 배려해서 알베르틴은 이내 제 눈을 내리깔았고, 여자아이가 자기에게 아무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으므로, 다시 시작했다. 이것이 다가갈 수 없는 신 앞에서 되풀이되는 헛된 애원의 치뜬 눈길들로 이어졌다. 그러다 여자아이는 우리 옆의 큰 탁자 하나를 바로잡는 일밖에 할 것이 남지 않았다. 이제 알베르틴의 눈길은 그저 자연스럽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여자아이의 눈은 단 한 번도 내 애인에게 머물지 않았다. 이것이 나를 놀라게 하지는 않았으니, 나는 그 여자가, 내가 조금 아는 사이였는데, 결혼한 몸이면서도 정부들을 두었으되 그 밀회를 완벽히 숨길 줄 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엄청난 우둔함에 비추어 그것이 나를 몹시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는 동안 나는 그 여자를 살펴보았다. 제 일에 골몰한 그녀는, 알베르틴에게 거의 무례할 지경이었으니,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줄 여유가 없다는 의미에서였지, 알베르틴의 태도가 조금이라도 나무랄 데 있어서가 아니었다. 여자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또 정리해 나갔으며, 무엇에도 정신을 팔지 않았다. 커피 스푼과 과도를 세어 치우는 일은, 이 크고 어여쁜 여자가 아니라, ‘품을 더는’ 장치로, 한낱 기계에 맡길 수도 있었으련만, 그랬더라도 알베르틴의 주의로부터 이토록 완벽한 단절을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눈을 내리깔지 않았고, 넋을 잃지도 않았으며, 제 눈과 매력을 오롯이 제 일에 쏟는 온전한 주의로 빛나게 두었다. 물론 이 여자가 유난히 어리석은 사람만 아니었다면 (그것이 그녀의 평판일 뿐 아니라 나도 겪어서 알고 있었다), 이 초연함은 그녀의 교활함을 보여 주는 더없는 증거일 수도 있었으리라. 나도 가장 어리석은 자라도, 제 욕망이나 제 주머니가 걸린 일이라면, 오직 그 경우에 한해서는, 자기 어리석은 삶의 공허에서 벗어나, 더없이 복잡한 기계 장치의 작동에도 즉각 스스로를 맞출 수 있음을 잘 안다. 그렇더라도 이 여자만큼 얼빠진 여자의 경우에는 이는 너무 정교한 가정이었으리라. 그녀의 아둔함은 무례라는 있을 법하지 않은 형태마저 띠었다! 결국 그녀가 보지 않을 수 없었을 알베르틴을, 그녀는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것이 내 애인에게 그리 우쭐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알베르틴이 이 작은 교훈을 얻고, 여자들이 흔히 그녀에게 아무 관심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흐뭇했다. 우리는 제과점을 나와 마차에 올라 벌써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문득 나는 그 시중들던 여자아이를 따로 불러, 우리가 들어가던 참에 가게에서 나오던 그 부인에게 내 이름과 주소를 절대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지 않은 것이 갑작스레 후회스러웠다. 내가 늘 그녀에게 주문을 남긴 터라 그녀가 그것을 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부인이 그렇게 간접적으로 알베르틴의 주소를 알게 되는 것은 실로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토록 사소한 일로 되돌아가는 것은 시간 낭비일 테고, 어리석고 거짓말 잘하는 그 여자아이의 눈에 내가 그것에 지나친 중요성을 두는 것처럼 보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일주일 뒤에 그리로 다시 가서 이 부탁을 해야겠다고, 그런데 사람이란 늘 해야 할 말의 절반은 잊어버리는지라, 가장 단순한 일조차 나누어서 해야 하다니 여간 성가신 노릇이 아니라고 마음먹었다. 이와 관련해, 이제 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알베르틴의 삶이 서로 엇갈리고, 덧없으며, 흔히 모순되는 욕망들의 그물로 얼마나 촘촘히 뒤덮여 있었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거짓말이 이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었으니, 그녀가 우리 대화를 정확히 기억해 두는 법이 없었던 터라, 그녀가 내게 “아! 저 애야말로 예쁜 애야, 그리고 골프도 잘 쳐” 하고 말한 뒤 내가 그 여자아이의 이름을 물으면, 그녀는 이런 부류의 거짓말쟁이라면 누구나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을 때 잠깐 빌려 쓰는, 그리고 결코 저를 저버리는 법이 없는 그 초연하고 두루뭉술하며 도도한 태도로 대답했다. “아! 그건 나도 몰라” (알려 주지 못해 유감이라는 듯이). “그 애 이름은 도무지 몰랐어, 골프장에서 보곤 했지만 뭐라고 불리는지는 몰랐거든.” 그런데 한 달쯤 뒤 내가 그녀에게 “알베르틴, 골프를 참 잘 친다고 네가 얘기한 그 예쁜 애 기억나?” 하면, 그녀는 생각도 없이 대답하곤 했다. “아, 응, 에밀리 달티에, 그 애가 어떻게 됐는지는 몰라.” 그리고 거짓말은, 하나의 참호선처럼, 이제 함락된 이름을 지키던 자리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가능성을 지키는 쪽으로 물러났다. “아, 그건 말 못 해, 그 애 주소는 도무지 몰랐거든. 네게 알려 줄 만한 사람도 통 못 봐. 아, 아니! 앙드레도 그 애를 몰랐어. 그 앤 우리 작은 무리에 끼지도 않았어, 이제는 그렇게들 뿔뿔이 흩어졌지만.” 또 어떤 때는 거짓말이 비굴한 고백의 형태를 띠었다. “아! 나한테 일 년에 삼십만 프랑이 있다면…”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그럼 넌 뭘 할 건데?” “당신한테,” 하고 그녀는 말하며 내게 입을 맞추었다,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있게 해 달라고 청할 거야. 여기 말고 어디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겠어?” 그러나 그녀의 거짓말을 감안하더라도, 그녀의 삶이 얼마나 발작적인지, 그녀의 가장 강렬한 욕망이 얼마나 덧없는지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는 어떤 사람에게 미친 듯이 열을 올리다가도, 사흘 뒤면 그 사람을 만나기조차 마다하곤 했다. 그녀는 내가 사람을 시켜 화폭과 물감을 사 오게 하는 한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했으니, 다시 그림을 시작하고 싶어서였다. 꼬박 이틀 동안 그녀는 안달하며, 방금 유모에게서 젖을 뗀 갓난아기가 흘리는, 이내 마르는 눈물을 흘리다시피 했다. 그리고 사람과 사물과 일과 예술과 장소에 대한 그녀 감정의 이 변덕스러움은 실로 어찌나 두루 미쳤던지, 설령 그녀가 돈을 사랑했다 한들, 나는 그렇게 믿지 않지만, 다른 무엇보다 더 오래 그것을 사랑했을 리 없었다. 그녀가 “아! 나한테 일 년에 삼십만 프랑이 있다면!” 하고 말했을 때, 아니 나쁘지만 아주 잠깐 스치는 어떤 생각을 내비쳤을 때조차, 그녀는 그것에, 내 할머니가 지녔던 드 세비녜 부인 판본에서 판화 한 점을 본 레 로셰에 가겠다는 생각이나, 골프장에서 알던 옛 친구를 만나겠다는 생각,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겠다는 생각, 이모 집에서 성탄절을 보내겠다는 생각, 아니면 다시 그림을 시작하겠다는 생각보다 조금도 더 오래 매달릴 수 없었다.
어느 날 저녁 우리는 아주 늦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길가 여기저기에서 붉은 군복 바지 한 벌이 치마에 바싹 붙어 서서 사랑에 빠진 한 쌍을 드러내 보였다. 우리 마차는 포르트 마요를 지나 들어섰다. 파리의 기념물들을 대신해, 순수하고 선적이며 깊이 없는, 파리 기념물들의 소묘 한 장이 자리했으니, 마치 이미 사라져 버린 도시의 모습을 떠올리려는 시도 같았다. 그러나 이 그림 둘레에는, 그것을 감싼 담청색 테두리가 어찌나 섬세하게 도드라졌던지, 탐욕스러운 눈이 그 감미로운 빛깔의 자취를 사방에서 더 찾아 헤맬 지경이었으니, 그 빛깔이 눈에는 너무 인색하게만 나누어져 있었던 것이다. 달이 빛나고 있었다. 알베르틴은 달빛에 감탄했다. 나는 혼자였다면, 혹은 낯선 여자를 찾아 나섰다면 더 감탄했으리라고 감히 그녀에게 말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에게 달빛에 관한 시구나 산문 구절을 읊어 주며, 한때 ‘은빛’이던 달빛이 어떻게 샤토브리앙에게서, “에비라드뉘스”와 “테레즈 댁의 축제”의 빅토르 위고에게서 ‘푸른빛’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보들레르와 르콩트 드 릴에게서 노랗고 금속적인 빛으로 변해 갔는지 짚어 주었다. 그러고는 “잠든 보아즈” 끝머리에서 초승달에 쓰인 이미지를 그녀에게 상기시키며, 나는 그 시 전체를 그녀에게 읊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집에 이르렀다. 그날 밤 화창한 날씨는 온도계의 수은주가 솟구치듯 앞으로 한 걸음 껑충 나아갔다. 뒤이은 봄의 이른 아침이면, 나는 전차들이 향기의 구름을 뚫고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대기 속에서 감도는 온기가 점점 더 짙게 뒤섞이다가 마침내 한낮의 응결과 밀도에 이르렀다. 기름진 대기가 세면대의 냄새와 옷장의 냄새와 소파의 냄새를 그 온기로 니스 칠하듯 감싸 고립시키는 데 성공하면, 그 냄새들이 수직으로 꼿꼿이 서서, 잇닿았으되 뚜렷이 갈라진 저마다의 결로, 커튼의 어른거림과 파란 새틴 안락의자에 한결 부드러운 윤기를 더하는 진줏빛 명암 속에서, 마노의 심장처럼 결결이 부드럽게 그어진 채 도드라지는, 바로 그 냄새의 날카로움만으로도, 나는, 한낱 내 상상의 변덕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었기에, 발베크의 블로크네 집이 자리했던 것과 같은 교외의 어떤 새로운 구역에서, 햇빛에 눈이 먼 거리들을 따라, 그 거리에서 칙칙한 정육점들과 흰 사암 외벽 대신, 눈 깜짝할 새 다다를 수 있는 시골 식당을, 그리고 도착하면 거기서 맡게 될 냄새들을, 버찌와 살구가 담긴 사발의 냄새를, 사과주 냄새를, 마노의 심장처럼 결결이 섬세하게 그으며 그늘의 환한 응결 속에 매달린 그뤼예르 치즈 냄새를 좇는 내 모습을 보았다. 그동안 프리즘 유리의 나이프 받침들은 방을 가로질러 무지개를 흩뿌리거나, 초칠한 식탁보에 여기저기 공작새 눈알 무늬를 그려 넣었다. 한결같이 부풀어 오르는 바람처럼, 나는 창 아래에서 자동차 한 대의 소리를 기쁘게 들었다. 나는 그 휘발유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시골을 망친다고 여기는 지나치게 예민한 이들(이들은 늘 유물론자다)에게는, 그리고 사실을 중히 여긴 나머지, 사람이 눈으로 더 많은 빛깔을 알아보고 콧구멍으로 더 많은 냄새를 가려낼 수 있다면 더 행복하고 더 드높은 시적 비상을 할 수 있으리라 상상하는 어떤 사상가들(이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유물론자다)에게는 애석해 보일지 모르니, 이는 사람이 오늘날의 검은 외투 대신 호사스러운 의상을 걸치던 시절에 삶이 더 아름다웠다고 믿는 이들의 단순한 생각을 철학적으로 각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는 (마치 그 자체로는 어쩌면 불쾌한 나프탈렌과 꽃 핀 풀들의 향내가, 발베크에 도착하던 날 바다의 푸른 순수함을 되돌려 줌으로써 나를 전율케 했듯이), 이 휘발유 냄새는, 차의 배기가스 연기와 더불어, 내가 생장드라에즈에서 구르빌까지 마차를 몰던 그 타는 듯한 날들에 그토록 자주 창백한 쪽빛 속으로 녹아들던 그 냄새는, 알베르틴을 그림 그리게 두고 떠나던 그 여름 오후의 나들이 내내 나를 따라다니던 그 냄새는, 이제 내가 어두운 침실에 누워 있는데도, 내 양옆에 수레국화와 양귀비와 붉은토끼풀을 활짝 피워 내며, 산울타리 곁을 떠도는 냄새, 산사나무 앞에 펼쳐져 제 기름지고 짙은 성분에 붙들린 채 어떤 안정감을 지니고 감도는 그런 냄새가 아니라, 그 앞에서 길들이 날아오르고, 태양의 얼굴이 바뀌며, 성들이 나를 맞으러 달려오고, 하늘이 창백해지며, 힘이 열 배로 불어나는 그런 냄새, 탄력 있는 운동과 힘의 상징 같은 냄새로 나를 시골 냄새처럼 취하게 했으니, 그것은 발베크에서 내가 느꼈던, 강철과 크리스털의 새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던 욕망을 되살렸다. 다만 이번에는 너무 잘 아는 여자와 낯익은 집들을 방문하러 가려는 것이 아니라, 낯선 여자와 새로운 곳에서 사랑을 나누려는 것이었다. 시시각각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경적이 따르던 냄새, 나는 그 경적을 군대의 나팔 소리처럼 말로 옮겼다. “파리 사람이여, 일어나라, 일어나라, 나와서 시골에서 소풍을 즐기고, 나무 아래 강에서 예쁜 아가씨와 배를 타라, 일어나라, 일어나라!” 그리고 이 모든 몽상이 어찌나 흐뭇했던지, 나는 내가 벨을 울리기 전에는 어떤 ‘겁 많은 인간’도, 프랑수아즈든 알베르틴이든, 감히 들어와 나를 방해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정한 그 ‘준엄한 칙령’을 스스로 대견해했다. 그 ‘궁전’ 안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