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난 몇 달 동안 오데트를 찾아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을 뉘우치고픈 유혹이 들 때면, 그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예술품, 이번만은 새롭고 색다르며 유달리 매혹적인 금속으로 빚어진, 견줄 데 없는 그 한 점을 연구하는 데에 자기 시간의 많은 부분을 바치는 것이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다. 그것을 그는 어느 때는 예술가의 겸허하고 정신적이며 사심 없는 마음으로, 또 어느 때는 수집가의 자부심과 이기심, 관능적 전율로 바라보곤 했다.
그가 일하는 서재의 탁자 위에, 그는 말하자면 오데트의 사진처럼 이드로의 딸을 본뜬 복제화 한 점을 놓아 두었다. 그는 그 커다란 두 눈, 살결의 결점을 짐작케 하는 섬세한 이목구비, 지친 볼을 따라 흘러내린 놀라운 머리 타래를 감탄하며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 미학적 근거에서 이미 아름답다고 느껴 온 것을 살아 있는 여인이라는 관념에 맞추어, 그것을 일련의 육체적 미덕으로 바꾸었으니, 언젠가 자기가 소유할 수도 있을 한 사람의 몸에 그 미덕들이 다 모여 있음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흐뭇해했다. 한 예술품으로 보는 이를 끌어당기는 그 어렴풋한 공감의 감정은, 이제 그가 이드로의 딸의 전형을 따뜻한 피와 살로 알게 된 터라, 그 뒤로는 오데트의 육체적 매력이 처음에 그에게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욕망을 넘치도록 메워 주는 하나의 욕망이 되었다. 그 보티첼리를 오래도록 앉아 바라보고 나면, 그는 자기만의 살아 있는 보티첼리를 떠올렸으니, 그녀는 대비되어 한결 더 사랑스러워 보였고, 십보라의 사진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며 그는 오데트를 가슴에 품고 있다고 상상하곤 했다.
그러나 그가 애써 피해 가야 할 것은 오데트의 무관심만이 아니었다. 드물지 않게 그 자신의 무관심 또한 그러했다. 오데트가 그를 만날 온갖 편의를 누려 온 터라, 막상 만나면 그녀가 자기에게 더는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은 듯 보이는 것을 느끼며, 그는 이제 둘이 함께 있을 때 그녀가 취하는 그 태도, 하찮고 단조로우며 도무지 바뀔 것 같지 않은 그 태도가 끝내 자기 안의 그 낭만적 희망을, 언젠가 그녀가 자기 정열을 고백할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무너뜨릴까 두려웠으니, 오직 그 희망 하나로 그는 그녀의 연인이 되었고 또 그 연인으로 남아 있을 터였다. 그리하여 변함없는 기분에 자기가 싫증날까 두렵던 그 오데트를 바꾸어, 그녀에게 새로운 도덕적 면모를 부여하려고, 그는 불쑥 무언가 알아챈 척 넌지시 내비치고 짐짓 분개하는 척하는 편지를 한 통 써서, 저녁 식사 전에 그녀에게 닿도록 부쳤다. 그는 그녀가 겁을 먹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답장을 하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녀의 마음을 움켜쥐면 그때껏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말들을 그녀에게서 끌어내리라 기대했다. 과연 그의 생각은 옳았다. 이 수법을 되풀이한 끝에 그는 그녀가 여태 써 보낸 것 가운데 가장 다정한 편지들을 얻어 냈으니, 그중 하나는 (그녀가 한낮에 메종 도레에서 급사를 시켜 그에게 보낸 것으로, 그날은 최근 무르시아의 홍수 피해자들을 위해 열린 파리-무르시아 축제 날이었다) “여보, 손이 하도 떨려서 도무지 글씨를 쓸 수가 없어요,” 하고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편지들을 그는 시든 국화와 같은 서랍 속에 간직해 두었다. 아니면, 그녀가 미처 편지 쓸 겨를이 없었을 때는, 그가 베르뒤랭가에 도착하면 그녀가 “당신한테 할 말이 있어요!” 하며 그에게 달려오곤 했고, 그러면 그는 그녀가 그때껏 자기에게 감춰 온 속마음이 그녀의 얼굴과 말 속에 드러나는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베르뒤랭가의 문에 다가서서, 덧문이 한 번도 닫히는 법이 없는 응접실 창들의 램프 밝힌 널따란 공간이 눈에 들어오기만 해도, 그는 방에 들어서면 보게 될 그 매혹적인 존재가 그 황금빛 속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이 녹기 시작하곤 했다. 여기저기 손님들의 형체가 램프와 창 사이에서 빛을 가로막은 채 또렷하고 검게 도드라져 있었으니, 마치 다른 유리판들은 그저 투명하기만 한 유리 가리개 위에 이따금 여기저기 붙여 놓은 것을 보게 되는 그 조그마한 그림들 같았다. 그는 오데트를 알아보려 애쓰곤 했다. 그러다 일단 안으로 들어서면, 자기도 모르게 그의 두 눈이 문득 어찌나 환한 행복으로 반짝였던지, 베르뒤랭 씨가 화가에게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허, 슬슬 달아오르는 모양이군.” 과연 그녀가 있음으로 해서 이 집은, 그가 드나드는 다른 어느 집도 지니지 못한 듯한 무언가를 지니게 되었으니, 일종의 촉각, 집 안의 방마다 갈래갈래 뻗어 나가 그의 심장에 끊임없이 자극을 보내는 신경 조직이 그것이었다.
그리하여 하나의 사회적 유기체, 곧 “작은 패거리”의 단순하고 규칙적인 발현은, 스완에게는 오데트와의 나날의 만남으로 탈바꿈했고, 그가 그녀를 볼 전망에 무관심한 척, 심지어 그녀를 보고 싶지 않은 척 꾸미는 것을 가능케 해 주었다. 그렇게 하더라도 그는 별로 큰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으니, 낮 동안에 그녀에게 편지를 써 보냈더라도 저녁이면 어차피 그녀를 만나 집까지 바래다줄 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그 피할 수 없는 어두운 동행 마차길을 떠올리며 짜증이 난 그는, 베르뒤랭가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되도록 늦추려고 다른 “어린 여자”를 불로뉴 숲까지 데려다주었다가, 그들에게 너무 늦게 다다르는 바람에, 그가 올 생각이 없는 줄 안 오데트는 이미 자리를 뜬 뒤였다. 그녀가 없어 텅 빈 방을 보고 스완은 문득 밀려든 고뇌에 가슴이 죄어들었다. 그는 어떤 즐거움을 빼앗기고 있다는 느낌에 몸을 떨었으니, 그 즐거움의 강렬함을 그는 그제야 처음으로 가늠하기 시작했다. 여태껏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그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늘 품어 왔고, 그 확신은 (우리의 모든 즐거움이 그러하듯) 그것의 크기를 그에게 아주 못 보게 하지는 않더라도 줄여 놓곤 했던 것이다.
“저 사람, 그녀가 없는 걸 보고 어떤 표정 짓던지 봤소?” 베르뒤랭 씨가 아내에게 물었다. “단단히 낚였다고 해도 되겠군.”
“어떤 표정을 지었다고요?” 하고 코타르 박사가 불쑥 끼어들었으니, 그는 잠시 환자를 보러 집을 나섰다가 막 아내를 데리러 돌아온 참이어서 그들이 누구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다.
“아니, 현관에서 그를 못 만났단 말이오? 세상에 둘도 없이 사랑스러운 스완을?”
“못 만났는데요. 스완 씨가 여기 왔었나요?”
“잠깐 왔었지. 우리는 몹시 동요한 스완을 얼핏 봤을 뿐이오. 안절부절못하는 꼴이었지. 실은, 오데트가 가고 없었거든.”
“그러니까 그녀가 그 사람하고 ‘갈 데까지 갔다’는 말씀이오? ‘배수진을 쳤다’는 거요?” 하고 박사가 조심스레 물으며, 자기가 쓴 표현들의 뜻을 시험해 보았다.
“천만에, 그럴 리가요.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사실은, 우리끼리 얘기지만, 나는 그녀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어리석은 바보처럼 굴고 있다고 봐요. 하기야 실제로도 그런 애지만요.”
“아니, 아니, 이봐요!” 베르뒤랭 씨가 말했다. “‘그런 게 전혀 없다’는 걸 대체 당신이 어떻게 아오? 우리가 거기 가서 본 것도 아닌데, 안 그렇소?”
“그랬다면 그녀가 나한테 말했을 거예요.” 베르뒤랭 부인이 의젓하게 대답했다. “그 애는 나한테 뭐든 다 털어놓는다고 해도 좋아요. 지금 그 애한테 달리 아무도 없으니, 나는 그 사람하고 같이 살라고 일렀지요. 그 애는 그럴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 애도 처음엔 그 사람한테 무척 끌렸다고 인정은 해요. 하지만 그 사람이 늘 자기 앞에서 수줍어하니, 그래서 자기도 그 사람 앞에서 수줍어진다는 거죠. 게다가 그런 식으로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나요. 이상적인 사랑, 이른바 ‘플라토닉’한 사랑이래요. 그 꽃다움을 문질러 지워 버릴까 봐 겁난다는 거예요. 아이참, 그 애가 하는 말을 내가 반도 알아듣지 못하겠으니, 낸들 어쩌겠어요? 그런데도 그 사람이야말로 딱 그 애가 바라는 그런 남자란 말이죠.”
“내 생각은 좀 다르오.” 베르뒤랭 씨가 정중하게 말을 가로챘다. “나는 그 양반이 그저 절반쯤밖에 마음에 안 드오. 그 사람은 ‘점잔을 빼는’ 것 같단 말이지.”
베르뒤랭 부인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고, 두 눈은 별안간 조각상으로 변하기라도 한 듯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그것은 그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미처 못 들은 것으로 여겨지게 하려는 수법이었으니, 그 말은 자기 집에서 사람들이 “점잔을 뺄” 수도 있다는 것을, 따라서 세상에는 자기보다 “더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게 전혀 없다면, 그건 우리 친구가 그 애의 정숙함을 믿어서는 아닐 거요. 하기야 또 모를 일이지. 그 사람은 그 애의 지성을 믿는 모양이니까. 지난번 저녁에 그 사람이 뱅퇴유의 소나타를 두고 그 애한테 어떻게 강의를 늘어놓던지 당신이 들었는지 모르겠소만. 나야 오데트를 아끼지만, 정말이지, 그 애한테 미학 이론을 펼쳐 보이다니, 그 사람은 둘도 없는 얼간이가 틀림없소.”
“이봐요, 오데트를 두고 그런 심한 말은 못 하게 하겠어요.” 베르뒤랭 부인이 “응석받이” 같은 투로 끼어들었다. “그 앤 사랑스러운 애라고요.”
“그 애가 사랑스럽지 않을 까닭이야 없지. 우리가 그 애를 두고 심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다만 그 애가 정숙함의 화신도 지성의 화신도 아니라는 것뿐이오. 하기야,” 그는 화가 쪽으로 돌아섰다, “그 애가 정숙하든 아니든 그게 그리 대수겠소? 알 수 없는 노릇이지. 정숙하다면 오히려 훨씬 덜 사랑스러울지도 모르잖소.”
층계참에서 스완은 베르뒤랭가의 집사와 마주쳤는데, 그 집사는 스완이 도착했을 때만 해도 잠깐 딴 데 가 있던 참이었고, 오데트에게서 스완에게 (다만 그것은 적어도 한 시간 전 일이었다) 자기가 집으로 가는 길에 아마 프레보에 들러 초콜릿 한 잔을 마시고 갈 거라고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두고 있었다. 스완은 곧장 프레보로 떠났으나, 몇 걸음마다 그의 마차는 다른 마차들에, 혹은 길을 건너는 사람들에 가로막혔다. 그 하나하나가 진저리 나는 장애물이어서, 그는 기꺼이 그것들을 바퀴로 깔아뭉개고 싶었으련만, 그랬다가는 수첩을 만지작거리는 순경이 실제 보행자가 지나가는 것보다 그를 더 오래 붙잡아 둘 것이었다. 그는 애가 타서 시간을 헤아렸는데, 매분마다 몇 초씩을 보태었으니, 자기가 시간을 모자라게 잡지는 않았음을, 그리하여 어쩌면 자기가 제때 프레보에 다다라 그녀가 아직 거기 있는 것을 발견할 실제 가망을 부풀려 잡지는 않았음을 확실히 해 두려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왔으니, 마치 열병에 걸린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 자기와 그것들 사이에 뚜렷한 구별 없이 정신이 헤매고 다니던 그 꿈속 형상들의 어처구니없음을 알아차리듯, 스완은 베르뒤랭가에서 오데트가 가고 없다는 말을 들은 뒤로 줄곧 마음속으로 굴려 온 그 생각들이 자기 본성에 얼마나 낯선 것인지를, 그리고 자기가 겪고 있으되 이제야, 마치 방금 잠에서 깬 것처럼 겨우 의식하게 된 그 마음의 아픔이 얼마나 처음 겪는 것인지를 문득 깨달았다. 아니, 이 모든 소란이, 그저 이제 내일까지는 오데트를 못 보게 되었다는 것 때문이라니. 그것은 채 한 시간도 전에, 베르뒤랭 부인 댁으로 마차를 몰고 가며 그가 바라던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또한 그는 이제 같은 마차에 앉아 프레보로 달려가는 지금, 자기가 더는 같은 사람이 아니며, 심지어 더는 혼자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인격 하나가 자기 곁에 자리 잡아, 그에게 달라붙고 그와 한데 뒤섞여 있었으니, 어쩌면 그가 스스로 떨쳐 내지 못할, 주인이나 병을 따돌릴 때 쓰는 것과 같은 어떤 술책을 상대로 써야만 할지도 모를 존재였다. 그런데도, 또 하나의 새로운 인격이 이렇게 자기 인격과 결합해 있음을 느낀 이 마지막 순간 동안, 삶은 왠지 더 흥미로워 보였다.
프레보에서 있을 법한 이 만남이, 그것을 기다리는 긴장이 그 사이의 시간을 어찌나 앗아 가고 어찌나 헐벗겨 놓았던지, 그는 마음속에서 자기의 뒤숭숭한 넋이 깃들여 쉴 만한 것을 단 하나의 생각도, 단 하나의 추억도 찾을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 그 만남이 설령 이루어진다 해도 결국 다른 모든 만남과 별반 다를 것 없이 그리 대수롭지 않으리라고 아무리 스스로를 다독여 봐도 헛일이었다. 다른 어느 저녁이나 마찬가지로, 일단 오데트와 함께 있게 되어, 시시각각 바뀌는 그녀의 얼굴빛에 남몰래 눈길을 던지기 시작하고, 그 눈에서 욕망의 첫 징표를 그녀가 읽어 내어 자기의 무관심을 더는 믿지 않을세라 이내 눈길을 거두기 시작하면, 그는 그녀를 생각하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되곤 했으니, 그녀를 당장 떠나지 않아도 되게 해 줄, 그리고 자기 조바심을 들키지 않으면서 이튿날 저녁 베르뒤랭가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리라 스스로 다짐할 구실을 찾느라 그토록 분주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그것은, 당장은 늘여 놓고 하루 더 되풀이하게 해 줄 구실이었으니, 그가 다가갈 수는 있어도 감히 끌어안지는 못하는 이 여인의 헛된 곁에서 언제나 그에게 찾아들 수밖에 없는 그 실망, 그 애간장 태우는 기만을 말이다.
그녀는 프레보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큰길가의 식당이란 식당은 모조리 뒤져 그녀를 찾아야 했다. 시간을 아끼려고, 그는 자기가 한쪽 방향으로 가는 동안 마부 레미(리초의 도제 로레단)를 다른 쪽으로 보냈고, 이내 헛된 수색 끝에 마차가 자기를 만나기로 한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차는 나타나지 않았고, 스완은 다가올 순간의 두 가지 그림으로 스스로를 애태웠으니, 하나는 레미가 그에게 “나리, 그분이 거기 계십니다” 하고 말하는 그림이요, 다른 하나는 레미가 “나리, 그분은 어느 카페에도 안 계셨습니다” 하고 말하는 그림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저녁의 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자신을 보았으니, 그것은 하나이면서도, 오데트를 찾아냄으로써 그의 고뇌를 끝내 주거나, 아니면 그날 밤 그녀를 찾으리라는 온갖 희망을 접고 그녀를 못 본 채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만들, 그 사이에 끼어들 우연에 의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마부가 돌아왔다. 그런데 그가 맞은편에 마차를 세우자, 스완은 “그분을 찾았느냐?”가 아니라 이렇게 물었다. “내일 장작을 좀 더 들이라고 나한테 일러 주게. 아무래도 다 떨어져 가는 것 같으니.” 아마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납득시켰던 것이리라. 레미가 마침내 어느 카페에서 아직도 자기를 기다리고 있던 오데트를 찾아냈다면, 이미 마음속에서 시작된 기쁨의 밤에 대한 실감으로 자기의 비참한 밤은 벌써 지워진 셈이니, 이미 붙잡혀 안전한 곳에 간직된, 다시는 손아귀를 빠져나가지 않을 그 행복을 손에 넣으려고 서두를 까닭이 없다고. 그러나 그것은 또한 관성의 힘 탓이기도 했다. 그의 넋 속에는, 충돌을 피해야 할 순간이나 불길이 닿지 않게 옷을 낚아채야 할 순간, 혹은 그 밖에 그런 어떤 다급한 동작을 해야 할 순간이 오면, 흔히들 말하듯 굼뜨게 굴며 우선 잠깐 본래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마치 거기서 출발점을, 힘과 움직임의 근원을 찾으려는 듯이 구는 어떤 사람들의 몸에서 볼 수 있는 그 적응력의 결핍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마, 마부가 “그분을 찾았습니다” 하며 그의 말을 가로챘더라면, 그는 “아, 그래, 그렇지. 내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지. 까맣게 잊고 있었군” 하고 대답하고는, 계속 장작 이야기를 이어 갔을 것이다. 자기가 느낀 감정을 하인에게 감추고, 불안의 예속에서 벗어나 즐거움에 몸을 내맡길 시간을 벌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마부는 그녀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는 보고와 함께 돌아왔고, 오래 부린 특별한 하인답게 이런 충고를 덧붙였다. “나리,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인 듯합니다.”
그러나 레미가 그 마지막, 돌이킬 수 없는 대답을 내뱉을 때 스완이 그토록 가볍게 지어 보일 수 있던 무관심의 기색은, 레미가 그로 하여금 희망을 버리고 수색에서 물러나게 하려 드는 것을 보자, 벗어 던진 망토처럼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절대 안 되네!” 그가 외쳤다. “우리는 그분을 찾아야 해. 아주 중요한 일이야. 그분은 몹시 난처해할 거야. 사업상의 일이거든. 나를 못 만나면 나한테 서운해할 거고.”
“하지만 나리, 그분이 어째서 서운해하실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레미가 대답했다. “나리를 기다리지 않고 가 버린 건 그분이시고, 프레보로 가겠다고 해 놓고선 거기 안 계셨으니 말입니다.”
그러는 사이 식당들은 문을 닫고 있었고, 그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큰길가의 나무 아래로는 아직 몇몇 사람이 이리저리 거닐고 있었으나, 짙어 가는 어둠 속에서 겨우 알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이따금 한 여인의 유령이 스완에게 스르르 다가와 그의 귀에 몇 마디를 속삭이며 자기를 집에 데려다 달라 청하고는, 그를 몸서리치게 하며 떠나갔다. 그는 어렴풋이 보이는 이 형체 하나하나를 애타게 살폈으니, 마치 어둠의 나라에서 죽은 자들의 망령 사이를 헤매며 잃어버린 에우리디케를 찾고 있기라도 한 듯했다.
사랑을 생겨나게 하는 온갖 방식 가운데, 그 축복이자 재앙인 것을 퍼뜨리는 온갖 매개 가운데, 이따금 인간의 넋을 휩쓸고 지나가는 그 거센 동요의 돌풍만큼 효험 있는 것은 드물다. 왜냐하면 그때, 마침 우리가 함께 즐거움을 구하고 있는 그 존재, 그녀의 운명이 정해지고, 그녀와 우리의 앞날이 결정되니, 그녀야말로 우리가 이제부터 사랑하게 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그녀가 우리를 다른 이들보다 더, 아니 그만큼이라도 기쁘게 했을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은 오직 그녀를 향한 우리의 애착이 오로지 그녀만을 향한 것이 되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조건은, 그녀가 우리와 만나지 못한 그 순간에, 그녀의 매혹적인 곁에서 우리가 막 누리려던 즐거움 대신, 그 존재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 불안하고 애간장 태우는 욕망이, 문명사회의 법이 채우기를 불가능하게 하고 달래기를 어렵게 하는 비이성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욕망, 곧 그녀를 소유하려는 그 무분별하고 고통스러운 욕망이 느닷없이 들어서자마자 채워진다.
스완은 레미를 시켜 아직 문을 연 식당들로 자기를 몰아 가게 했다. 그것은 이제, 그가 그토록 태연히 그려 보던 그 행복의 유일한 가정이었다. 그는 더는 자기 동요를, 그 만남에 매기는 값을 감추지 않았고, 성공하면 마부에게 상을 주겠노라 약속했으니, 마치 자기 것을 북돋아 줄 승리의 의지를 마부에게 불어넣음으로써, 오데트가, 진작 집에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손 치더라도, 그래도 큰길가 어느 식당에 앉아 있는 채로 발견되게 하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기라도 한 듯했다. 그는 메종 도레까지 수색을 이어 갔고, 토르토니에 두 번이나 뛰어들었으나, 여전히 그녀를 보지 못한 채, 카페 앙글레에서 나와 초췌한 눈빛으로 이탈리앵 대로 모퉁이에서 자기를 기다리던 마차를 향해 성큼성큼 걷다가, 맞은편에서 오던 한 사람과 부딪쳤다. 오데트였다. 그녀는 나중에 이렇게 설명했다. 프레보에는 자리가 없어서, 그 대신 메종 도레에 저녁을 들러 갔고, 거기 우묵한 자리에 앉아 있었던 터라 그가 그녀를 못 보고 지나쳤을 것이며, 이제 자기 마차를 찾는 중이었노라고.
그녀는 그를 만나리라고는 도무지 생각지 못한 터라 놀라서 흠칫 물러섰다. 그로 말하자면, 그녀를 찾을 수 있으리라 여겨서가 아니라, 그 시도를 그만두면 훨씬 더 모질게 괴로울 것이기에 파리의 거리를 샅샅이 뒤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적어도 그날 저녁만큼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고 그의 이성이 줄곧 그에게 다짐해 오던 그 기쁨이, 문득 눈앞에 나타났으니, 여느 때보다 더 생생했다. 그 자신은 가망을 미리 헤아려 봄으로써 거기에 아무것도 보탠 것이 없었으므로, 그것은 오롯이 그 자체로, 그의 바깥에 남아 있었다. 그것에 진실을 부여하려고 그가 자기 밑천을 끌어댈 필요도 없었으니, 그 진실이 흘러나온 것은 그것 자체에서였고, 그를 향해 그 진실을 쏘아 보낸 것도 그것 자체였다. 그 진실의 찬란한 빛살은 그를 짓누르던 외로움을 꿈의 구름처럼 녹여 흩뜨렸으니, 그것은 그가 자기도 모르게 자기 행복의 환상을 기대어 온, 아니 그 위에 세워 온 진실이었다. 그러하듯, 화창한 날에 지중해 기슭으로 내려와, 자기가 떠나온 그 땅들이 아직도 존재하는지 미심쩍어하는 나그네는,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발밑의 빛나고 바래지 않는 쪽빛에서 자기를 향해 흘러드는 광휘에 두 눈이 부시도록 내맡기는 법이다.
그는 그녀가 기다리게 해 둔 마차에 그녀를 따라 올라탔고, 자기 마차에게는 뒤따라오라 일렀다.
그녀는 손에 카틀레야 한 다발을 들고 있었고, 머리를 덮은 얇은 레이스 너머로 스완은 백조 솜털 장식에 같은 꽃 몇 송이가 더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망토 아래에는 검은 벨벳으로 된 낙낙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한쪽을 걷어 올려 흰 비단 치마의 커다란 삼각형 부분을 드러냈고, 깊이 파인 코르사주의 틈에는 역시 흰 비단으로 된 ‘인서션’이 대어져 거기에도 카틀레야 몇 송이가 꽂혀 있었다. 스완을 본 충격에서 채 헤어나기도 전에, 무언가에 놀란 말이 한쪽으로 튀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앞으로 튕겨 나갔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부들부들 떨고 숨을 몰아쉬며 뒤로 넘어졌다.
“괜찮습니다.” 그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놀라지 마세요.” 그러고는 팔을 그녀의 어깨에 둘러 몸을 자기 쪽으로 받쳐 안았다. 이어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마디도 하지 마세요. 그저 신호만 하세요, 그렇다 아니다로. 안 그러면 또 숨이 차실 겁니다. 코르사주의 꽃을 바로잡아 드려도 괜찮으시겠지요. 방금 흔들리는 바람에 헐거워졌군요. 떨어질까 걱정이라, 조금 더 단단히 여며 드리려고요.”
그녀는 남자들에게서 이토록 정중한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던 터라,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뇨, 전혀요. 조금도 상관없어요.”
그러나 그녀의 대답에 어쩌면 조금 마음이 식었는지, 혹은 자기가 그 구실을 꺼낸 것이 진심이었던 척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자기가 정말 그랬다고 믿기 시작한 탓인지, 그는 이렇게 외쳤다. “아니, 아닙니다. 말씀하시면 안 돼요. 또 숨이 차실 테니. 신호로 대답하시면 됩니다. 제가 알아들을 테니까요. 정말이지, 이렇게 해도 괜찮으신 거지요? 보세요, 여기 조금, 꽃가루인 것 같은데, 드레스에 떨어졌군요. 손으로 털어 내도 될까요? 세게 하는 건 아니지요, 아프시진 않지요? 어쩌면 조금 간지러우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벨벳은 결을 거스를까 봐 건드리고 싶지 않군요. 그래도 아시겠지만, 정말 꽃을 다시 꽂아야 했어요. 안 그랬으면 떨어졌을 테니까. 자, 이렇게, 조금만 더 아래로 밀어 넣으면… 진지하게 말인데, 성가시게 구는 건 아니지요? 그리고 향기가 정말 다 사라졌는지 한번 맡아 봐도 될까요? 예전엔 한 번도 맡아 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래도 될까요? 자,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어깨를 아주 살짝 으쓱해 보였는데, 마치 이렇게 말하려는 듯했다. “당신 정말 미쳤군요. 내가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그는 다른 한 손을 오데트의 뺨을 따라 위로 미끄러뜨렸다. 그녀는 그 옛 피렌체 화가의 그림 속 여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나른하면서도 엄숙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스완은 바로 그 그림들에서 그녀와 같은 유형의 얼굴을 발견했던 것이다. 술 장식처럼 늘어진 눈꺼풀 가장자리에서 넘실거리는 그녀의 빛나는 두 눈은, 그 그림 속 눈처럼 크고 섬세하게 그려져, 마치 얼굴에서 벗어나 두 방울의 커다란 눈물처럼 뺨을 타고 흘러내릴 듯했다. 그녀는 목을 기울였다, 이교의 장면에서도 성서의 장면에서도 그 여인들의 목이 한결같이 그렇게 기우는 것처럼. 그리고 그 자세가 분명 습관적이고 본능적인 것, 그녀가 그런 순간에 어울린다고 알고 잊지 않고 취하는 것이었음에도, 그녀는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그 얼굴을 스완 쪽으로 끌어내리기라도 하는 듯, 얼굴을 뒤로 붙들어 두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애를 쓰는데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그의 입술 위로 떨어뜨리도록 내버려두기 전에, 그 얼굴을 잠시 더 두 손 사이에 조금 떨어뜨려 붙든 것은 다름 아닌 스완이었다. 그는 그녀의 정신이 몸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시간을, 그토록 오래 품어 온 꿈을 알아보고 그 실현에 함께할 시간을 주려 했던 것이다. 마치 제가 키우고 사랑한 아이가 상을 받을 때 구경꾼으로 초대된 어머니처럼. 게다가 어쩌면 스완 자신도, 아직 소유하지 못했고 입 맞추지도 못한, 지금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이 오데트의 이목구비 위에, 떠나는 날 여행자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고장의 풍경을 기억 속에 담아 가려 애쓰며 던지는 그 아우르는 시선을 붙박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찌나 수줍었던지, 그녀의 카틀레야를 매만지는 것으로 시작해 그녀의 완전한 굴복으로 끝난 이 저녁 이후에도, 그녀를 식게 할까 두려워서인지, 뒤늦게라도 거짓말을 한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인지, 아니면 이보다 더 절박한 요구를 입 밖에 낼 대담함이 없어서인지(이 구실은 처음에 그녀가 언짢아하지 않았으니 언제든 되풀이할 수 있었다), 그는 그다음 날들에도 같은 핑계에 기댔다. 그녀의 코르사주에 카틀레야가 꽂혀 있으면 그는 말하곤 했다. “이거 참 안타깝군요. 오늘 저녁엔 카틀레야를 여며 드릴 필요가 없네요. 지난밤처럼 흐트러지지도 않았고요. 그래도 이건 좀 비뚤어진 것 같은데. 다른 것들보다 향이 더 나는지 봐도 될까요?” 아니면 꽃이 없으면 이렇게 말했다. “아! 오늘 저녁엔 카틀레야가 없군요. 그럼 제가 바로잡을 게 없네요.” 그리하여 한동안은 그 첫날 저녁에 그가 따랐던 절차, 처음엔 손끝으로 그다음엔 입술로 그녀의 목을 건드리며 시작한 그 절차에서 달라진 것이 없었고, 두 사람의 애무는 언제나 이 조심스러운 탐색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참 뒤, 그녀의 카틀레야를 매만지는 일(정확히는 매만지는 척하는 의식)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에도, “카틀레야 하자”라는 그 은유는, 육체적 소유의 행위(역설적이게도 그 소유 안에서 소유자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는)를 가리키고자 할 때 두 사람이 본래의 뜻은 생각지도 않고 쓰던 단순한 동사로 굳어져, 그것이 생겨난 오래전에 잊힌 관습을 그들의 어휘 속에 기념하듯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사랑을 나눈다”는 이 특유의 표현은 그 동의어들과 똑같은 정확한 뜻을 지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여자들에 대해 아무리 환멸을 느끼고, 아무리 서로 다른 유형의 여자를 소유하는 것조차 변함없고 단조로운 경험, 세세한 대목까지 이미 다 알고 미리 그려 볼 수 있는 경험이라 여긴다 해도, 그 여자들이 어렵게 굴어서, 혹은 어렵게 군다고 여겨져서 우리로 하여금 그들과의 관계에서 미리 짜 두지 않은 어떤 우연한 사건에 공격의 발판을 두게 만든다면, 그것은 여전히 새롭고 자극적인 쾌락이 된다. 스완에게 애초에 카틀레야를 매만지는 일이 그러했듯이. 그날 저녁 그는 떨면서 바랐다(그러나 오데트가 자기 술책에 속아 넘어간다 해도 그 속셈은 짐작하지 못하리라고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 크고 짙게 물든 꽃잎에서 자기에게 이 여자의 소유가 피어나리라고. 그리고 그가 이미 느끼고 있던, 오데트가 아마도 아직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탓에만 견뎌 주는 것이라고 그가 생각한 그 쾌락은, 바로 그 이유로, 마치 지상 낙원의 꽃들 사이에서 그것을 처음 누린 최초의 인간에게 그러했을 법하게, 여태껏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그가 이제 막 만들어 내려 애쓰는 쾌락, 그가 거기에 붙이게 될 특별한 이름이 그 정체를 고스란히 지켜 주는, 온전히 개별적이고 새로운 쾌락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