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건 들어 본 적도 없는 일이야.” 어머니가 말했다. “얘야, 내 나이쯤 되면 웬만한 일에는 더 이상 놀라지 않게 된단다. 그래도 장담하는데, 이 편지에서 내가 읽은 것보다 더 뜻밖의 일은 없을 게다.” “그럼 먼저 제 이야기부터 들어 보세요.” 내가 대답했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아무리 놀라운 일이라 해도 제 편지에서 제가 읽은 것만큼 놀랍지는 않을 거예요. 결혼 소식이에요. 로베르 드 생루가 질베르트 스완과 결혼한대요.” “어머!” 어머니가 말했다. “그렇다면 아직 뜯지 않은 다른 편지에 그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게 분명하구나. 네 친구의 필적을 알아봤거든.” 그러고서 어머니는, 당신의 어머니를 여읜 뒤로 슬퍼할 줄 알고 기억할 줄 알며 스스로도 죽은 이를 애도하는 인간 존재와 관련된 일이라면 아무리 하찮은 일에도 늘 느끼던 그 희미한 감동의 빛을 띤 채 내게 미소 지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내게 미소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는데, 마치 이 결혼을 가볍게 다루었다가는 그것이 스완의 미망인과 딸에게, 아들과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로베르의 어머니에게 불러일으킬지 모를 우수의 감정을 얕잡아 보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어머니는 그 따뜻한 마음씨로, 나에게 베풀어 준 그들의 친절에 대한 고마움으로, 그 모든 이들에게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느끼는 당신 자신의 감정 능력을 부여했던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없을 거라던 제 말이 맞지 않았어요?” 내가 물었다. “천만에!” 어머니가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가장 별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건 바로 나란다. 가장 크다고는 하지 않으마, 가장 작다고 하마. 세비녜가 쓴 다른 글은 하나도 모르면서 누구나 들먹이는 그 인용구 말이다, 그건 네 할머니를 ‘담배를 피우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라는 구절만큼이나 늘 언짢게 했지. 그렇게 판에 박힌 세비녜를 주워섬기는 건 우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단다. 이 편지는 캉브르메르네 아들의 결혼을 알리는 거야.” “아!” 나는 무심하게 말했다. “누구랑요? 하지만 어차피 신랑감의 인물됨을 보면 이 결혼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요소는 사라지겠는데요.” “신부 쪽 인물이 그걸 채워 준다면 몰라도.” “그래서 문제의 신부가 누군데요?” “아, 대뜸 말해 버리면 다 김이 새지. 어디 네가 알아맞혀 보렴.” 어머니는 아직 토리노에 이르지 않은 것을 보고, 남은 여정 동안 나를 붙들어 둘 이야깃거리로 무언가를 아껴 두고 싶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대단한 사람인가요? 르그랑댕과 그 누이가 만족한다면, 그건 대단한 결혼이라고 봐도 되겠죠.” “르그랑댕으로 말하자면 모르겠다만, 내게 이 결혼을 알려 준 사람 말로는 캉브르메르 부인이 무척 기뻐한다는구나. 이걸 대단한 결혼이라고 부를지는 모르겠어. 내가 보기엔 임금님들이 양치기 처녀와 결혼하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 경우엔 그 처녀가 아무리 사랑스럽다 해도 양치기 처녀보다도 더 미천하지. 네 할머니를 기절초풍하게 했을 테지만, 그렇다고 언짢게 하지는 않았을 게다.” “그래서 대체 이 신부가 누구예요?” “올로롱 양이란다.” “제겐 굉장하게 들리고 양치기 처녀 같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데요. 그래도 그게 누군지는 잘 모르겠어요. 게르망트 가문에 있던 작위 이름 아닌가요.” “바로 그거란다. 샤를뤼스 씨가 쥐피앙의 조카딸을 입양하면서 그 애한테 그 작위를 준 거야.” “쥐피앙의 조카딸이라니! 그럴 리가!” “덕행에 대한 보답이지. 상드 부인 소설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결혼 같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악덕에 대한 보답이지, 발자크 소설 끝에 나오는 결혼이야.’ 나는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캉브르메르네가, 감히 천막을 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저 게르망트 무리 안에 자리를 잡게 되는 거잖아요. 게다가 샤를뤼스 씨가 입양한 그 처녀는 돈도 넉넉할 테고요. 캉브르메르네가 재산을 잃은 지금 그건 없어서는 안 될 조건이죠. 그리고 어쨌든 그 애는 양녀이고, 캉브르메르네 눈에는 아마 왕가의 피를 이은 왕자로 여겨지는 어떤 인물의 진짜 딸, 사생아 딸일 테니까요. 반쯤 왕가에 속한 서출이라면 프랑스든 다른 나라든 귀족들은 늘 우쭐한 인연으로 여겨 왔잖아요. 사실 그렇게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바로 얼마 전, 반년도 채 안 됐을 때, 기억하세요? 로베르의 친구와 그 처녀의 결혼 말이에요. 그 결혼을 정당화할 유일한 근거라곤 그 처녀가, 옳든 그르든, 어느 군주의 사생아 딸로 여겨진다는 것뿐이었잖아요.” 어머니는, 할머니라면 그런 결혼에 분개했을 콩브레의 신분 관념을 저버리지 않은 채, 무엇보다 당신 어머니의 판단을 그대로 되뇌고 싶은 마음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도 그 애는 제 몸무게만큼 금값을 하는 아이란다. 네 사랑하는 할머니도 젊은 캉브르메르의 선택을 나무라지 않으려고 굳이 그 한없는 선량함이며 끝없는 너그러움을 끌어다 쓸 필요는 없었을 게다. 기억나니, 몇 해 전에 할머니가 치마에 바느질을 한 땀 뜨러 가게에 들어갔던 날, 그 애를 얼마나 기품 있다고 여겼는지? 그때 그 앤 아직 어린애였지. 이제는, 좀 시들어 노처녀가 되었다 해도, 완전히 딴사람이야, 천 배는 더 흠잡을 데 없어졌지. 그런데 네 할머니는 그걸 한눈에 알아봤단다. 삯바느질꾼의 어린 조카딸이 게르망트 공작보다 더 ‘고귀하다’고 여겼으니까.”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할머니를 기리는 것보다 더 절실한 일이 있었으니, 할머니가 이런 날을 보지 못하고 눈감은 것이 오히려 그분께 ‘더 나은’ 일이었다고 마음을 정하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어머니의 지극한 효심이 거둔 최고의 승리였고, 마치 할머니에게 마지막 슬픔 하나를 덜어 드리려는 듯했다. “그래도 한번 상상이나 되니,”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스완 노인이, 물론 너야 그분을 알 리 없다만, 언젠가 제 증손주의 핏줄에, ‘봉주르 나리들’을 ‘퐁추르 므지외르’라고 발음하던 모저 아주머니의 피와 기즈 공작의 피가 뒤섞이게 되리라는 걸 알았다면 어떤 심정이었을지?” “그런데 어머니, 그건 그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일이에요. 스완네는 매우 존경받는 집안이었고, 그 아들이 차지했던 지위를 생각하면, 스완 자신이 제대로 된 결혼만 했더라도 그 딸은 아주 훌륭한 혼처를 얻을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화류계 여자와 결혼하는 바람에 딸의 앞날이 죄다 망가진 거죠.” “어머, 화류계 여자라니, 얘야, 사람들이 그 여자한테 너무 모질게 굴었는지도 몰라. 난 도무지 다 믿기지가 않더라.” “아뇨, 화류계 여자 맞아요. 조만간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도 있어요.” 생각에 잠긴 채 어머니가 말했다. “네 아버지가 나더러 절대 인사도 하지 말라던 그 여자의 딸이, 빌파리지 부인의 조카와 결혼을 하다니. 그 빌파리지 부인으로 말하면, 네 아버지가 처음엔 나한테 너무 지체 높은 분이라며 찾아뵙지도 못하게 했던 분인데!”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르그랑댕이 우리가 그리 세련되지 못하다고 여겨 소개장 한 장 써 주기를 그토록 꺼렸던 그 캉브르메르 부인의 아들이, 우리 집엔 하인용 뒷계단으로밖에는 감히 발도 들이지 못했을 사내의 조카딸과 결혼을 하다니!… 그래도 네 가엾은 할머니 말씀이 옳았어, 기억하지, 대귀족들은 중산층이라면 기겁할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고, 그리고 마리아멜리 왕비가, 콩데 대공더러 재산을 도말 공작에게 남기도록 설득하려고 그 대공의 정부에게 접근한 일 때문에 할머니 눈엔 그만 정이 떨어졌다고 하셨잖니. 이것도 기억하지, 그라몽 가문의 딸들이 수백 년 동안, 다들 완벽한 성녀였는데도, 앙리 4세가 그 집안 여자 조상 하나와 맺은 인연을 기려 대대로 ‘코리장드’라는 이름을 지녀 온 일에 할머니가 언짢아하셨던 것 말이다. 이런 일들은 어쩌면 중산층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만, 우리는 그저 더 잘 숨길 뿐이지. 이 일이 할머니를 얼마나 즐겁게 해 드렸을지 상상이 되니?” 엄마가 서글프게 말했다. 우리가 할머니에게서 앗겼다고 생각하며 가슴 아파하던 그 기쁨이란 삶의 가장 소박한 기쁨, 이를테면 이야기 한 토막, 연극 한 편, 그보다 더 하찮은 것, 흉내 내기 한 대목처럼 할머니를 즐겁게 해 드렸을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할머니가 얼마나 놀라셨을지 상상이 되니? 하지만 난 확실히 알아, 네 할머니라면 이 결혼들에 충격을 받으셨을 거야, 마음 아파하셨을 거야, 그래서 이 일을 끝내 모르고 가신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는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어떤 일을 마주할 때면, 할머니가 그 일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당신의 그 놀랍도록 남다른 천성에서 비롯되었을 유일무이한 인상을 받으셨을 것이고 그 인상에 엄청난 무게가 실렸을 거라고 생각하기를 좋아했다. 무언가 괴로운 일이, 지난날엔 미처 내다볼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면, 이를테면 오랜 벗의 몰락이나 파산, 어떤 공공의 재난, 전염병, 전쟁, 혁명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머니는 어쩌면 할머니가 그 일을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신 게 차라리 나았다고, 그걸 아셨다면 너무나 가슴 아파하셨을 거라고, 어쩌면 견뎌 내지 못하셨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리고 이번처럼 깜짝 놀랄 일이 문제가 될 때면, 어머니는,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들이 남들이 흔히 짐작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겪었으리라 상상하기 좋아하는 심술궂은 이들과는 정반대의 충동에서, 할머니를 향한 애정으로 인해, 할머니에게 슬프거나 우울한 일이 조금이라도 닥칠 수 있었다는 것을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늘 할머니를, 결코 앓지 않았어야 할 그 어떤 병의 습격조차 넘어선 높은 곳에 있는 분으로 그렸고, 할머니의 죽음이 어쩌면 전체적으로는 좋은 일이었다고, 결코 받아들이지 못했을 오늘날의 너무나 추한 광경을 그 고결한 성품에서 차단해 주었으니 말이다, 하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낙관주의란 과거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들은, 일어날 수 있었던 모든 일 가운데 우리가 알게 된 유일한 것이기에, 그것들이 끼친 해악은 우리에게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이고, 그것들이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져온 얼마 안 되는 좋은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 공을 그 일들에 돌리며, 그것들이 없었다면 그 좋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여긴다. 하지만 어머니는 동시에, 할머니가 이 소식을 들었더라면 느꼈을 바가 어떤 것이었을지 더 정확히 그려 보려 했고, 우리처럼 할머니만큼 고매하지 못한 정신으로는 도저히 그런 걸 그려 낼 수 없으리라 믿으려 했다. “상상이 되니,” 어머니가 먼저 내게 말했다. “네 가엾은 할머니가 얼마나 놀라셨을지!” 그리고 나는, 어머니가 할머니께 이 소식을 전할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할머니가 이를 알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삶의 흐름이 할머니라면 결코 믿지 않았을 사실들을 드러내어, 할머니가 사람과 사회에 대해 지니고 떠나신 지식을 이렇게 뒤늦게 거짓되고 불완전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어딘가 부당하게 여긴다는 것을 느꼈다. 쥐피앙네 처녀와 르그랑댕의 조카가 맺는 결혼은, 할머니가 풀 수 없다고 여기던 항공술과 무선 전신의 문제를 사람들이 끝내 풀어냈다는 소식에 못지않게, 삶에 대한 할머니의 전반적인 생각을 바꿔 놓을 만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어머니가 그 소식을 할머니께 전할 수만 있었더라면.
기차가 파리에 닿았을 때에도 어머니와 나는 이 두 소식을 아직 다 이야기하지 못한 채였다. 어머니는 여정이 내게 너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이 이야기를 일부러 여정의 뒷부분까지 아껴 두었다가, 밀라노를 지나서야 비로소 꺼냈던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뒤에도 어머니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생각 좀 해 보렴, 제 질베르트를 게르망트가에서 맞아 주기를 그토록 애타게 바라던 그 가엾은 스완이, 제 딸이 게르망트가의 사람이 되는 걸 볼 수 있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다른 이름으로, 포르슈빌 양으로 결혼식장에 이끌려 가는 거라면, 정말 그렇게까지 기뻐할까요?” “아, 그건 그렇구나. 미처 생각 못 했어. 바로 그 점 때문에 내가 그 어린 계집애를 축하해 줄 수가 없는 거야, 그토록 잘해 준 아버지의 이름을 버릴 만큼 모진 마음을 먹었다는 생각에 말이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결국 따지고 보면 그가 이 일을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차라리 나을지도 몰라.” 죽은 이에게든 산 이에게든, 어떤 일이 그들에게 기쁨이 될지 슬픔이 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생루 부부가 탕송빌에 살게 될 모양이더라. 제 연못을 네 가엾은 할아버지께 보여 드리고 싶어 그토록 안달하던 스완 노인이, 게르망트 공작이 그 연못을 늘 보게 되리라고 어찌 꿈엔들 짐작했겠니, 더욱이 제 아들의 결혼을 알았다면 말이다. 그리고 탕송빌의 분홍 산사나무며 라일락이며 붓꽃 이야기를 생루한테 그토록 자주 들려준 너로 말하면, 그 앤 이제 네 말을 더 잘 알아듣겠지. 그게 다 그 애 소유가 될 테니까.” 그리하여 우리 집 식당에서, 그런 이야기에 그토록 어울리는 등불 아래, 민족이 아니라 가문의 지혜가 어떤 사건, 이를테면 죽음이나 약혼, 상속, 파산 같은 일을 붙들어 기억의 확대경 밑에 밀어 넣고, 그것을 도드라지게 부풀리고, 한 단면을 떼어 내 뒤로 물리며, 그 시절을 살아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하나의 평면 위에 뭉뚱그려진 듯 보이는 것, 곧 죽은 이들의 이름, 잇따라 바뀐 주소들, 재산의 유래와 그 부침, 재산의 이전 같은 것을 공간과 시간의 서로 다른 지점에 원근으로 배치하는, 그런 이야기 하나가 펼쳐졌다. 이 지혜란, 인상의 신선함이며 창조의 힘을 조금이라도 간직하고자 한다면 되도록 오래 모른 체하는 편이 나은, 그러나 그녀를 모른 체해 온 이들조차 삶의 저녁 무렵이면 옛 시골 교회의 본당에서 마주치고 마는 그 뮤즈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닐까. 그 시각이면 사람들은 문득, 제단의 조각에 담긴 영원한 아름다움보다도, 그 조각들이 겪어 온 운명의 부침, 이를테면 어느 유명한 개인 소장품으로 넘어갔다가, 어느 예배당으로, 거기서 다시 어느 박물관으로, 그러다 마침내 다시 교회로 돌아온 그 사연에 더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고, 혹은 대리석 판을 밟으며 그것이 거의 생각을 지닌 듯 아르노나 파스칼의 마지막 유해를 덮고 있음을 느끼며, 혹은 그저 나무로 된 기도대의 놋쇠 명패에 새겨진 시골 향사나 유지 딸들의 이름을 (어쩌면 어느 젊고 고운 여신도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 보며) 더듬어 읽으며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철학과 예술이라는 더 고매한 뮤즈들이 물리친 모든 것, 진리에 근거하지 않은 모든 것, 한낱 우연에 지나지 않으나 또한 다른 법칙들을 드러내 보이는 모든 것을 거두어 모은 그 뮤즈, 그것이 바로 역사다.
내가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은, 베네치아에 있느라 이 모든 사건의 진행을 미처 좇지 못했기에 하는 말인데, 포르슈빌 양에게 맨 처음 청혼한 이가 실리스트리 대공이었고, 한편 생루는 뤽상부르 공작의 딸인 앙트라그 양과 결혼하려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정은 이러했다. 포르슈빌 양이 일억 프랑을 가진 터라, 마르상트 부인은 그 처녀가 제 아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혼처라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부인은 실수를 저질렀으니, 그 처녀가 사랑스럽다는 둥, 자기는 그 애가 부자인지 가난한지 조금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는 둥, 하지만 한 푼 없다 해도 그런 아내를 얻는다면 아무리 까다로운 젊은이에게도 큰 행운일 거라는 둥 떠벌린 것이다. 오직 그 일억에만 눈이 멀어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여자치고는 너무 지나친 말이었다. 그 즉시 사람들은 부인이 제 아들을 위해 그 처녀를 점찍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실리스트리 대공비는 여기저기 다니며 큰 소리로 떠들어 대고, 생루의 사회적 비중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그가 유대인에게서 난 오데트의 딸과 결혼한다면 포부르 생제르맹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라고 공언했다. 마르상트 부인은, 아무리 자신만만했다 해도, 더는 밀어붙이지 못하고 실리스트리 대공비의 고함 앞에서 물러섰다. 대공비는 곧바로 제 아들의 이름으로 청혼을 넣었다. 그녀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오로지 질베르트를 제 몫으로 차지하려는 속셈에서였다. 그사이 마르상트 부인은,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 당장 뤽상부르 공작의 딸인 앙트라그 양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그 처녀는 이천만밖에 없어 부인의 뜻에는 덜 맞았지만, 마르상트 부인은 생루 같은 사람이 스완 양 따위와는 결혼할 수 없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떠들었다 (이제는 포르슈빌이라는 이름은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얼마 뒤, 누군가가 무심코 샤텔로 공작이 앙트라그 양과 결혼할 생각이라고 말하자, 세상에서 가장 트집 잘 잡는 여자였던 마르상트 부인은 발끈해 태도를 바꾸어, 다시 질베르트에게로 돌아와 생루의 이름으로 정식 청혼을 넣었고, 약혼은 곧바로 발표되었다. 이 약혼은 서로 아주 다른 여러 세계에서 격렬한 입방아를 불러일으켰다. 콩브레와 다소 인연이 있는 어머니의 옛 벗들 몇이 어머니를 찾아와 질베르트의 결혼을 화제에 올렸는데, 그들에게 이 결혼은 조금도 눈부신 일이 아니었다. “포르슈빌 양이 누군지 아시죠, 그저 스완 양일 뿐이잖아요. 게다가 결혼식 증인이라는, 제 입으로 그렇게 자처하는 그 ‘남작’ 샤를뤼스로 말하면, 한때 스완의 코앞에서, 아마 스완의 잇속까지 챙겨 가며, 그 애 어미를 데리고 살던 늙은이 아닙니까.”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머니가 항의했다. “우선 스완은 대단한 부자였는걸요.” “남의 돈이 필요했다면, 그렇게까지 부자는 아니었다고 봐야죠. 그나저나 그 여자한테 대체 뭐가 있길래 옛 정부들을 그렇게 붙들어 두는 걸까요? 세 번째 남자는 구슬려 결혼까지 했고, 두 번째 남자는 한 발을 무덤에 들여놓은 걸 억지로 끌어내다가, 첫 번째 남자한테서, 아니면 딴 누구한테서 낳은 딸의 결혼식에서 한몫하게 만들었으니, 대체 아비가 누군지 어떻게 알겠어요? 저 자신도 확신 못 할걸요! 세 번째라고 했지만, 삼백 번째라고 해야 옳았죠. 하지만, 그거 아세요, 그 여자가 당신이나 나만큼도 포르슈빌 집안이 아니라면, 그건 그 여자를 신랑과 같은 처지에 놓는 셈이에요. 신랑도 물론 조금도 귀족이 아니고요. 그런 계집애랑 결혼할 자는 협잡꾼밖에 없죠. 듣자 하니 그저 평범한 뒤퐁 씨나 뒤랑 씨쯤 되는 자라던데요. 지금 콩브레에 신부한테 모자도 안 벗는 급진파 시장만 없었더라도, 내가 죄다 알아냈을 거예요. 왜냐면, 아시다시피, 혼인 공고를 낼 때는 진짜 이름을 대야 하거든요. 신문이나, 청첩장을 찍어 돌리는 문방구한테라면 자기를 생루 후작이라 부르는 것도 다 좋아요. 그건 누구한테도 해될 게 없고, 그 착한 사람들한테 조금이라도 기쁨이 된다면 나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딴지 걸 사람이죠! 그게 나한테 무슨 해가 되겠어요? 저는 소문깨나 나도록 처신한 여자의 딸을 찾아갈 생각 따위 결코 없을 테니, 그 애가 하인들 앞에서 제 팔뚝만큼 긴 작위를 늘어놓든 말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공문서에서는 이야기가 다르죠. 아, 내 사촌 사즈라가 아직 부시장이라면 편지를 써 보냈을 테고, 그이라면 그자가 무슨 이름으로 등록됐는지 틀림없이 알려 줬을 텐데.”
우리 집에서 생루를 만난 적이 있는 어머니의 다른 벗들은 어머니의 ‘접견일’에 찾아와, 그 신랑이 정말 내 친구와 같은 사람인지 물었다. 어떤 이들은 또 다른 결혼에 대해, 그것이 르그랑댕 쪽 캉브르메르네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까지 우겼다. 그들은 이를 믿을 만한 근거에서 들었다는 것인데, 결혼 전 르그랑댕 태생인 그 후작부인이 약혼 발표 바로 전날에 그 소문을 부인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한편으로 샤를뤼스 씨가, 다른 한편으로 생루가, 저마다 최근에 내게 편지를 보내 이런저런 다정한 계획을 세우고 함께 다닐 여행을 제안했으면서, 그 계획들이 결혼식과 겹칠 수밖에 없었을 텐데도, 그 일에 대해서는 내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 까닭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았다. 이런 일에서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게 마련인 비밀을 깜빡 잊은 채,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들의 벗은 아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적어도 생루에 관한 한 그 결론은 나를 괴롭게 했다. 하기야 귀족의 그 붙임성, 그 ‘사람 대 사람’이라는 태도가 죄다 허울뿐임을 이미 알아챈 마당에, 내가 그 희생양이 되었다고 새삼 놀랄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샤를뤼스 씨가 모렐을 붙잡았던 그 여자들의 업소, 이제는 사내들까지 점점 더 많이 구할 수 있게 된 그곳에서, 골루아지의 열렬한 애독자인 ‘부(副)마담’은 손님들과 사교계 뒷소문을 주고받곤 했다. 이 여자는, 이미 몸집이 매우 뚱뚱한데도 혹시라도 전쟁이 나면 ‘징집’되지 않을 만큼 더 비대해지려고 젊은 사내들과 샴페인을 마시러 끊임없이 드나들던 한 뚱뚱한 신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렇게 단언했다. “듣자 하니 젊은 생루도 ‘그런 부류’고 젊은 캉브르메르도 그렇다더군요. 가엾은 신부들 같으니! 어쨌든 그 신랑들을 아시거든 꼭 우리한테 보내세요, 여기선 원하는 걸 뭐든 찾을 수 있고, 그자들한테서 돈도 두둑이 벌 수 있으니까요.” 그러자 그 뚱뚱한 신사는, 자기도 ‘그런 부류’이면서, 짐짓 반박하며, 다소 속물근성이 있는지라, 자기 사촌인 아르두빌레네 집에서 캉브르메르와 생루를 자주 만나는데 그들은 대단한 여자 밝힘꾼들이라 ‘그런 것’과는 정반대라고 대꾸했다. “아!” 부마담은 미심쩍은 어조로, 그러나 아무 근거도 대지 않은 채, 우리 세대에는 풍속의 타락에 견줄 만한 것이라곤 중상모략의 터무니없는 과장뿐이라고 확신하며 말을 맺었다. 이제는 만나지 않는 어떤 이들까지 내게 편지를 보내, 마치 극장에서 쓰는 여자들 모자의 높이나 심리 소설을 두고 공개 토론이라도 청하듯, 이 두 결혼을 두고 “내 생각이 어떤지”를 물었다. 나는 그 편지들에 답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이 두 결혼에 대해 나는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 다만 헤아릴 수 없는 우수를 느꼈으니, 그것은 우리 곁에 닻을 내리고 있던,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날마다 하릴없이 남모를 희망을 걸어 오던 지난 삶의 두 조각이, 마침내 즐거운 불꽃의 탁탁 소리를 내며,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먼바다의 두 척 배처럼 영영 떠나갈 때 느끼는 것과 같았다. 정작 신랑이 될 당사자들로 말하면, 그들은 제 결혼을 아주 자연스러운 관점에서 바라보았으니, 그것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은밀한 수치 위에 세워진 그런 ‘대단한 결혼’을 조롱하기를 결코 그친 적이 없었다. 실제로 그 혈통이 그토록 유서 깊고 그 자부심은 그토록 소박한 캉브르메르 가문은, 이 결혼으로 가장 흡족해했어야 할 바로 그 사람, 곧 캉브르메르르그랑댕 후작부인이라는 예외만 아니었다면, 누구보다 먼저 쥐피앙을 잊고 오직 올로롱 가문의 상상조차 못 할 위엄만을 기억했을 것이다. 심술궂은 천성인지라 그녀는 제 집안을 욕보이는 즐거움을 스스로를 드높이는 즐거움보다 위에 두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아들에게 애정이 없고 며느리도 이내 미워하게 된 그녀는, 캉브르메르 가문 사람이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게다가 이가 그토록 나쁜 여자와 결혼하는 건 재앙이라고 떠들어 댔다. 젊은 캉브르메르로 말하면, 이미 문인들과 어울리는 성향을 어느 정도 보이던 터라, 이토록 눈부신 인연이 그를 전보다 더한 속물로 만들지는 않았으리라고 능히 짐작할 만하다. 다만 그는 자신이 올로롱 공작가의 후계자, 신문들이 말하듯 ‘군주의 반열에 오른 왕자’가 되었다고 여겨, 제 대단함을 충분히 자부한 나머지 아주 미천한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왕족들하고만 지내는 날이 아니면, 하급 귀족을 버리고 지적인 부르주아 쪽으로 옮아갔다. 신문의 기사들은, 특히 생루에 관한 것일 때면, 왕가의 조상들이 줄줄이 나열된 내 친구를 새삼스러운 중요성으로 감쌌지만, 그것은 나를 침울하게 할 뿐이었다. 마치 그가 딴사람이, 곧 얼마 전만 해도 내가 더 편히 앉도록 마차 뒷자리를 내주던 그 친구가 아니라 로베르 르 포르, 곧 강건공 로베르의 후손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가 질베르트와 결혼하리라고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 그 소식이 편지 한 장으로 느닷없이 내게 알려졌다는 것, 그것이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그에게서든 그녀에게서든 내가 예상할 수 있었던 그 무엇과도 너무나 달랐다는 것, 그리고 그가 내게 미리 알려 주지 않았다는 것이 나를 아프게 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해야 할 다른 일이 산더미같이 많았으리라는 것, 게다가 사교계에서는 결혼이란 흔히 이렇게 느닷없이 이루어지며, 대개는 뜻밖에 어그러진 다른 조합을 대신해, 마치 화학적 침전처럼 이루어진다는 것을 마땅히 헤아렸어야 했다. 그리고 이 결혼들이 그 느닷없는 충격이라는 우연으로 내게 안긴 슬픔의 감정은, 이사만큼이나 사람을 가라앉히고 질투만큼이나 쓰라린 그 감정은 어찌나 깊었던지, 훗날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당시의 실상과는 정반대로, 마치 내가 이중 삼중 사중의 예감이라도 지녔던 양 내 통찰력에 터무니없는 찬사를 보내며 그 일을 상기시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