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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로베르 드 생루에 관한 새로운 조명 ④

6권 · 제4장: 로베르 드 생루에 관한 새로운 조명

공교롭게도, 내가 콩브레 지방에 들른 이 방문은, 어쩌면 내 생애에서 콩브레를 가장 적게 생각하던 시기였는데, 오래전에 ‘게르망트 쪽’에 대해 품었던 어떤 생각들에 대한 적어도 잠정적인 확인과, 또한 ‘메제글리즈 쪽’에 대해 품었던 다른 어떤 생각들에 대한 확인을 마련해 주지 않았던들, 굳이 멈춰 서서 곱씹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저녁마다, 반대 방향으로, 콩브레에서 오후에 ‘메제글리즈 쪽’으로 갈 때 하던 산책을 되풀이했다. 이제 우리는 탕송빌에서, 예전 같으면 콩브레에서 진작 잠들어 있었을 시각에 저녁을 들었다. 그것은 햇볕의 열기 때문이었다. 또한 질베르트가 오후를 집에 딸린 예배당에서 그림을 그리며 보냈으므로, 우리는 저녁 식사 두어 시간 전에야 산책에 나섰기 때문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주색 하늘이 십자가상을 틀처럼 두르거나 비본 강에 제 모습을 비추는 것을 바라보는 즐거움, 그 옛 산책의 즐거움 대신에, 이제는 이미 땅거미가 내린 뒤에 길을 나서는 즐거움이 들어섰으니, 그럴 때 마을에서 마주치는 것이라곤 집으로 몰려가는 양 떼의, 푸르스름한 잿빛의 불규칙하고 자꾸 움직이는 삼각형뿐이었다. 들판의 절반 넘어 이미 밤이 내려앉았고, 저녁별 위로 달이 이윽고 그 온 벌판을 적실 등불을 벌써 밝혀 두고 있었다. 질베르트가 나만 혼자 보내는 때도 있었는데, 그러면 나는 마법에 걸린 물 위를 미끄러지는 배처럼 그림자를 뒤로 끌면서 앞으로 나아가곤 했다. 그러나 대개는 질베르트가 나와 함께 왔다. 우리가 그렇게 함께 하던 산책은 아주 흔히 내가 어린 시절에 하던 바로 그 산책이었다. 그러니 콩브레에 이토록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내가 예전 ‘게르망트 쪽’에서보다 지금 훨씬 더 절실하게, 나는 결코 아무것도 쓰지 못하리라는 확신을, 게다가 내 상상력과 감수성이 더욱 무디어졌다는 확신과 더불어 느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내가 유년기를 얼마나 되살리지 못하는지를 깨닫는 것이 나를 괴롭게 했다. 나는 비본 강이 그 예선로 아래로 흐르는 초라하고 볼품없는 개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내가 기억하던 것과 크게 어긋나는 실질적인 차이를 알아챈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침 다시 찾은 그 장소들과 나 사이에는 전혀 다른 삶의 온 폭이 가로놓여 있어서, 우리가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즉각적이고 감미로우며 온전한 기억의 폭발을 태어나게 하는 그 맞닿음이, 그 장소들과 나 사이에는 없었다. 아마 그 본질을 뚜렷이 헤아리지 못한 채, 나는 이제 이 산책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니 사물을 느끼고 상상하는 내 능력이 틀림없이 줄어들었으리라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나 자신보다도 나를 더 이해하지 못하던 질베르트는, 내 놀라움에 함께 놀라 줌으로써 나의 우수를 더욱 키웠다. “아니,” 그녀는 말하곤 했다, “예전에 오르내리던 이 오솔길로 접어드는데도 아무런 설렘이 없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녀 자신도 어찌나 온통 변했던지 나는 더 이상 그녀가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았으며, 실로 그녀는 이미 아름답지 않게 되어 있었다. 걷는 동안 나는 풍경이 바뀌는 것을 보았고, 우리는 작은 언덕들을 올라야 했으며, 그러고 나면 내리막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로서는 아주 즐거웠으나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는 서로 닮지 않은 여러 지층이 있고(그녀 아버지의 성격에도, 어머니의 성격에도 그런 것이 있었다), 우리는 먼저 하나를, 그다음에 다른 하나를 지나간다. 그러나 이튿날이면 그 순서가 뒤바뀐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는 누가 배역을 나눠 줄지, 누구에게 우리 말을 들어달라 청해야 할지 알지 못하게 된다. 질베르트는, 너무 잦은 정권 교체 탓에 감히 동맹을 맺지 못하는 그런 나라들 가운데 하나와도 같았다. 그러나 실은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다. 가장 한결같은 인격에 대한 기억은 그 사람 안에 일종의 동일성을 세워 놓으며, 그래서 그는 설령 자기가 승인하지 않은 약속이라도 기억하는 한 반드시 지키게 마련이다. 지성으로 말하자면, 질베르트에게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몇 가지 어처구니없는 데가 섞여 있기는 해도, 그것이 매우 예리했다. 이 산책을 하며 나눈 대화 중에 그녀가 종종 나를 몹시 놀라게 하는 말들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첫 번째는 이러했다. “당신이 너무 배고프지 않고 이렇게 늦지만 않았다면, 이 길로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돌면 십오 분도 안 되어 게르망트에 닿을 거예요.” 그것은 마치 그녀가 이렇게 말한 것과 같았다. “왼쪽으로 돌고, 그다음 오른쪽 첫 번째 길로 접어들면 당신은 만질 수 없는 것에 닿고, 우리가 이 땅에서 그 방향밖에는 결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다다를 수 없이 아득한 땅에 이르리니, 다만”(오래전에 나는 이것이야말로 게르망트에 대해 내가 알 수 있는 전부라고 여겼는데, 어쩌면 어떤 의미에서 나는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그 ‘쪽’만은.” 나를 놀라게 한 다른 하나는 ‘비본 강의 수원’을 본 일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지옥의 문만큼이나 이 세상 밖의 무엇으로 상상했건만, 그것은 그저 물거품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네모난 웅덩이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세 번째는 질베르트가 내게 이렇게 말했을 때였다. “괜찮으면 어느 날 오후에 나가서 메제글리즈 쪽으로 길을 잡아 게르망트까지 갈 수도 있어요, 그게 제일 좋은 산책길이거든요.” 이 한마디는 두 ‘쪽’이 내가 짐작하던 만큼 서로 화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님을 일러 주며 나의 어린 시절 관념을 온통 뒤집어 놓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하게 나를 친 것은, 이 방문 동안 내가 유년의 나날을 얼마나 조금밖에 되살리지 못하는지, 콩브레를 얼마나 조금밖에 보고 싶어 하지 않는지, 비본 강을 얼마나 초라하고 볼품없다 여기는지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질베르트가 메제글리즈 쪽에 대해 내가 상상하던 것들 가운데 일부를 실현시켜 준 것은, 저녁 식사 전에 나서긴 했어도 결국은 밤 산책이나 다름없던 그런 산책 중 하나에서였다. 그녀가 워낙 늦게 저녁을 들었으니 말이다. 달빛이 양탄자처럼 깔린, 완전하고도 깊은 골짜기의 신비 속으로 내려가기에 앞서, 우리는 마치 꽃의 푸른 꽃받침 속으로 뛰어들려는 두 마리 곤충처럼 잠시 멈춰 섰다. 그때 질베르트는, 어쩌면 그저 당신이 이토록 일찍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당신이 마음에 들어 하는 듯한 고장을 더 많이 보여 주고 싶어 하는 안주인의 예의에서 나온 것뿐일지도 모를 그런 종류의 말을 했으니, 침묵과 소박함과 감정 표현의 절제를 더없이 유리하게 부릴 줄 아는 사교계 여인으로서의 그 노련함이, 당신으로 하여금 그녀의 삶에서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바로 그런 말이었다. 감미로운 공기와 콧가로 실려 오는 미풍이 내 안에 가득 채워 준 그 감정을 불현듯 그녀 위에 쏟아부으며,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요전에 당신이 그 오솔길 이야기를 했을 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녀가 대답했다. “왜 말하지 않았어요? 난 전혀 몰랐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정말이지 두 번이나 당신에게 대놓고 매달렸는걸요.” “언제요?” “첫 번째는 탕송빌에서였어요, 당신은 가족과 산책을 하고 있었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죠, 나는 그렇게 사랑스러운 사내아이를 본 적이 없었어요.” “나는 곧잘,” 그녀는 어렴풋이 얌전을 빼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루생빌 성탑의 폐허에서 알고 지내던 사내아이들과 놀러 나가곤 했어요. 그럼 당신은 내가 아주 못된 계집아이였다고 하겠지요, 거기엔 어둠을 틈타는 온갖 여자아이 남자아이가 다 있었으니까요. 콩브레 성당의 복사였던 테오도르는, 고백하건대 정말이지 무척 상냥했는데(어머나,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지금은 아주 못생겨졌지만(이제 메제글리즈의 약제사예요), 그 일대의 시골 처녀들과 죄다 놀아나곤 했어요. 집에서 나를 혼자 나다니게 했으니, 나는 빠져나올 수 있을 때마다 그리로 날아가곤 했지요. 당신도 거기에 와 주기를 내가 얼마나 바랐는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똑똑히 기억나는데, 내가 원하는 것을 당신에게 알릴 겨를이 한순간밖에 없었던 터라, 당신네 식구와 우리 식구에게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나는 어찌나 상스럽게 당신에게 신호를 보냈던지 오늘까지도 그것이 부끄러워요. 그런데 당신이 어찌나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던지, 나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어요.” 그리고 불현듯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참된 질베르트, 참된 알베르틴은 어쩌면 맨 첫 순간에 저마다 얼굴 표정으로 제 마음을 내주었던 그 모습들, 하나는 분홍빛 산사나무 울타리 뒤에서, 다른 하나는 바닷가에서 그러했던 그 모습들이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이것을 이해할 줄 몰랐던 것, 훨씬 나중에야 기억 속에서 그 인상을 되찾았을 뿐인 것, 그러니까 그사이에 우리의 대화 탓으로 감정의 울타리가 가로놓여 그녀들이 첫 순간처럼 솔직하기를 두려워하게 되어 버린 뒤에야 되찾은 것, 그리하여 내 서투름으로 모든 것을 그르쳐 버린 것은 바로 나였다. 나는 그녀들을 더욱 온전히 잃어버렸으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녀들과의 상대적인 실패는 그리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생루로 하여금 라셸을 잃게 만든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질베르트가 말을 이었다, “여러 해 뒤에 내가 당신 집 문간에서 당신과 스쳤을 때였어요, 오리안 이모 댁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기 이틀쯤 전이었죠, 처음엔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아니 오히려 무의식중에는 알아본 셈이었어요, 탕송빌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그리움을 느꼈으니까요.” “하지만 그 두 번 사이에는, 어쨌든 샹젤리제가 있었잖아요.” “맞아요, 하지만 거기서 당신은 나를 너무 좋아했어요, 나는 당신이 늘 나를 몰래 살피고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나는 그 순간, 그녀가 샹젤리제 대로를 따라 함께 걷고 있던 그 젊은 남자가 누구였는지 그녀에게 묻지 않았다. 그날은 내가 그녀를 찾아가려고 집을 나섰던 날, 아직 늦지 않은 때에 그녀와 화해할 수도 있었던 날, 만일 땅거미 속에서 나란히 내 쪽으로 다가오던 그 두 그림자를 언뜻 보지만 않았던들 어쩌면 내 삶의 온 행로를 바꾸어 놓았을 그날이었다. 내가 물었더라면, 하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녀는 어쩌면 진실을 털어놓았을 것이다, 알베르틴이 되살아났다면 그러했을 것처럼. 그리고 실로 여러 해 만에 다시 만난 여인들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때, 그녀들과 우리 사이에는, 마치 그녀들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라도 한 것처럼 죽음의 심연이 놓여 있지 않은가, 우리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때의 그녀들이었던 사람들, 혹은 그때의 우리였던 사람을 죽은 것이나 다름없게 만드는 까닭에? 어쩌면 그녀가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혹은 내게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것을 아는 일은 이제 조금도 내 흥미를 끌지 못했으니, 내 마음이 질베르트의 얼굴보다도 더 많이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얼굴은 내게 거의 아무런 기쁨도 주지 않았으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내가 더 이상 비참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다시금 그 일을 곱씹었더라도, 젊은 남자 곁에서 종종걸음 치는 질베르트의 모습에 내가 그토록 비참해질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 끝났다, 나는 다시는 그녀를 만나려 하지 않으리라’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는 것을, 나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아득한 해에 내게 그저 끝없는 고문이기만 하던 그 마음의 상태에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닳아 없어지고 모든 것이 스러지는 이 세상에는, 아름다움보다도 더 온전히 티끌로 바스러지고, 더 철저히 저 자신을 허물어뜨리며, 더 적은 자취만을 남기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슬픔이다.

그러니 내가 그때 그녀에게 샹젤리제에서 누구와 걷고 있었는지 묻지 않은 것은 놀랍지 않다, 시간이 불러오는 이런 무관심의 예를 나는 이미 너무 많이 보아 왔으니까. 다만 조금 놀라운 것은, 그날 저녁 그녀를 보기 전에 내가 그녀에게 꽃을 사 주려고 오래된 중국 자기 사발 하나를 팔았다는 이야기를 질베르트에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로 그 뒤로 이어진 스산한 시절 동안, 언젠가는 아무런 위험 없이 그토록 섬세한 마음 씀을 그녀에게 들려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나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한 해도 더 지난 뒤, 다른 마차가 내 마차를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볼 때면, 내가 죽고 싶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이 이야기를 질베르트에게 들려줄 수 있으려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달랬다. ‘서두를 것 없다, 그녀에게 들려줄 평생이 내게 있으니.’ 바로 이 때문에 나는 목숨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이제 그것은 내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 거의 우스꽝스러운 일, 게다가 ‘뒤탈을 부를’ 일처럼 여겨졌으리라. “그래도,” 질베르트가 말을 이었다, “내가 문간에서 당신과 스치던 그날에도, 당신은 여전히 콩브레 시절 그대로였어요. 당신이 얼마나 안 변했는지 안다면 좋을 텐데!” 나는 기억 속에서 질베르트를 다시 그려 보았다. 산사나무 아래로 햇살이 드리운 네모난 빛, 그 어린 계집아이가 손에 쥐고 있던 흙손, 그녀가 내게 붙박던 느릿한 눈길을, 나는 그려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그 눈길에 딸린 상스러운 몸짓 때문에 그것을 경멸의 눈길이라 여겼는데, 그 눈길이 뜻하기를 내가 갈망하던 바가, 어린 계집아이들은 알 리 없고 오직 나의 고독한 욕망의 시간 동안 내 상상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처럼 내게는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렇게 쉽사리, 그렇게 재빨리, 거의 내 할아버지의 눈앞에서, 그 계집아이들 중 하나가 그것을 넌지시 건넬 대담함을 지녔으리라고는 더더욱 상상할 수 없었다.

이 대화가 있고 한참 뒤에, 나는 질베르트에게 내가 그 사발을 팔던 날 저녁 샹젤리제 대로를 따라 누구와 걷고 있었는지 물었다. 남장을 한 레아였다. 질베르트는 그녀가 알베르틴과 아는 사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 이상은 내게 말해 주지 못했다. 이렇듯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기쁨이나 슬픔을 예고하려는 듯 늘 우리 삶에 다시 나타나는 법이다.

그때 그 겉모습 아래에 어떤 진실이 있었든, 그것은 내게 아무래도 좋은 일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며 나는 얼마나 여러 날 여러 밤을 스스로 괴로워했던가, 그를 떠올릴 때면 어쩌면 저 콩브레에서 밤 인사를 하러 어머니에게 내려가지 않으려 애쓸 때보다도 더, 뛰는 가슴을 다스려야만 했던가. 우리의 신경 계통이 늙어 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어떤 신경증들이 차츰 사라지는 까닭을 설명해 준다. 이것은 우리 삶의 온 기간에 걸쳐 이어지는 우리의 항구적인 자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어느 정도는 그 항구적인 자아를 이루는, 잇따라 나타나는 우리의 모든 자아에도 해당한다.

그리하여 나는, 그토록 여러 해의 간격을 두고, 그토록 또렷이 떠올리던 하나의 이미지에 새로운 손질을 더해야 했으니, 이 작업은 그때 내가 나 자신과 금빛 머리칼의 어떤 유형의 어린 계집아이 사이에 존재한다고 여겼던 그 건널 수 없는 심연이 파스칼의 심연만큼이나 허상에 지나지 않았음을 내게 보여 주어 나를 자못 행복하게 했고, 또 그 손질을 하도록 부름받기까지 이어진 긴 세월의 연쇄 때문에 나는 그것이 시적이라고 느꼈다. 루생빌의 지하 토굴들을 떠올리자 욕망과 회한이 나를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시절 내가 온 신경을 곤두세워 향하던, 그리고 이제는 그 무엇으로도 되돌려 받을 수 없는 그 쾌락이, 실은 내 마음속이 아닌 다른 곳에, 현실 속에, 그것도 그토록 가까이에, 내가 그토록 자주 이야기하던 저 루생빌, 붓꽃 향이 감돌던 골방 창문에서 바라보이던 그 루생빌에 정말로 존재했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어 기뻤다. 그런데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다! 요컨대 질베르트는 내가 산책길에서 욕망하던 모든 것을, 심지어 나무줄기들이 갈라지며 사람의 형상을 취하는 것을 본 듯싶어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차마 하지 못하던 그 마음까지도, 고스란히 구현하고 있었다. 그 시절 내가 그토록 애타게 갈망하던 것들을, 내게 그것을 헤아리고 그녀를 다시 만날 만한 분별만 있었던들, 그녀는 나의 소년 시절에 맛보게 해 줄 채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짐작하던 것보다도 더 온전하게, 질베르트는 그 시절 참으로 ‘메제글리즈 쪽’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실로 내가 문간에서 그녀와 스치던 그날, 비록 그녀가 로베르가 밀회의 집들에서 만났다는 그 처녀, 곧 드 로르주빌 은 아니었지만(그런데 그녀에 대한 정보를 내가 하필 그녀의 미래의 남편에게 물었다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우연인가), 나는 그녀 눈길의 뜻에 대해서도, 그녀가 어떤 부류의 여자였는지, 이제 그녀가 그러했노라고 내게 고백하는 그 부류에 대해서도, 아주 틀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건 다 오래전 일이에요,” 그녀가 내게 말했다, “약혼한 날부터 나는 로베르 말고는 그 누구도 마음에 둔 적이 없어요. 그리고, 하나 말해 두자면, 그 어린 시절의 변덕은 내가 나 자신을 가장 탓하는 일도 아니랍니다.”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