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오늘 밤엔 카틀레야는 없는 거요?” 그가 물었다. “나는 어여쁜 카틀레야를 그토록 고대하고 있었는데.”
그러나 그녀는 아무 반응 없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뇨, 여보, 오늘 밤엔 카틀레야는 안 돼요. 나 몸이 안 좋은 거 안 보여요?”
“그게 당신한테 좋았을 텐데, 그래도 성가시게 하진 않으리다.”
그녀는 그에게 나가기 전에 불을 꺼 달라고 청했다. 그는 그녀의 침대를 커튼으로 촘촘히 두르고 그녀를 떠났다. 그러나 자기 집에 돌아오자, 문득 이런 생각이 그를 덮쳤다. 어쩌면 오데트는 그날 저녁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저 피곤한 척했을 뿐이고, 자기가 잠들려는 줄로 그가 여기도록 하려고 불을 꺼 달라고 한 것은 아닐까, 그가 집을 나선 순간 그녀는 다시 불을 켜고, 그날 밤 자기 손님이 될 낯선 사내에게 문을 다시 열어 준 것은 아닐까. 그는 시계를 보았다. 그녀와 헤어진 지 한 시간 반쯤 되어 있었다. 그는 밖으로 나가 삯마차를 잡아, 그녀의 집 뒤편으로 난 그 다른 거리와 직각으로 이어지는 자그마한 골목에, 그녀의 집 가까이에 마차를 세웠다. 그 뒷골목은 그가 이따금, 그녀더러 들여보내 달라고 침실 창을 두드리러 지나다니던 길이었다. 그는 마차에서 내렸다. 거리는 온통 인적 없이 어두웠다. 그는 몇 걸음 걸어 그녀의 집 거의 맞은편으로 나섰다. 진작에 불이 꺼진 그 늘어선 창들의 어렴풋이 반짝이는 어둠 속에서, 그는 단 하나의 창을 보았다. 신비로운 황금빛 즙을 짜내는 포도 압착기처럼 닫힌 그 덧창 살 틈으로, 방 안을 가득 채운 빛이 흘러넘치는 창이었다. 수많은 저녁, 거리로 접어들다 멀리서 그 빛을 보기만 하면, “그녀가 저기 있다, 너를 기다리며”라는 전언으로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하던 그 빛이, 이제는 “그녀가 저기, 기다리던 그 사내와 함께 있다”는 말로 그를 괴롭혔다. 그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아야만 했다. 그는 벽을 따라 발끝으로 걸어 창가에 다다랐지만, 비스듬한 덧창 살 틈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다만 밤의 정적 속에서 도란거리는 이야기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 빛을 지켜보며 그는 얼마나 큰 괴로움을 겪었던가. 그 황금빛 대기 속에서, 닫힌 창틀 뒤로, 보이지 않는 가증스러운 두 사람이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리고 그 도란거림에 귀 기울이며, 자기가 떠난 뒤 살그머니 기어든 그 사내의 존재를, 오데트의 배신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녀가 그 낯선 사내와 함께 맛보고 있는 쾌락을 그것이 낱낱이 드러내고 있었으니.
그런데도 그는 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자기 집을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그 고통은, 불확실함을 잃자 그 날카로움도 잃었다. 이제 오데트의 또 다른 삶, 그가 처음 그 순간에 문득 속수무책의 의심을 품었던 그 삶이, 틀림없이 저기, 거의 손에 잡힐 듯, 그의 눈앞에, 등불의 환한 빛 속에, 붙들려 갇힌 채 있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그가 밀고 들어가 놀래 주며 덮칠 수 있는 저 방 안에, 저도 모르는 포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보다, 아주 늦게 그곳에 왔을 때 곧잘 그랬듯 그는 덧창을 두드릴 테고, 그 신호로 오데트는 적어도, 자기가 알고 있다는 것을, 그 빛을 보았고 그 목소리들을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될 터였다. 방금까지도 그녀가 자기를 비웃으며, 자기가 얼마나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는지를 저 다른 사내와 함께 알고 있으리라 그려 보던 그였건만, 이제는 그가 그들을 보고 있었다. 제 착각을 확신하며 고집스레 매달린 그들을, 다름 아닌 그 자신에게 속아 덫에 걸린 그들을. 그들은 그가 십 리 밖에 있으려니 여겼지만, 정작 그는 몸소 그곳에, 계획을 품고 그곳에, 이제 곧 덧창을 두드리리라는 것을 알고 그곳에 있었으니. 그리고 어쩌면, 그 순간 그가 느낀 것은 (거의 유쾌하다 할 만한 느낌이었다) 의혹이 풀린 데서 오는, 고통이 가라앉은 데서 오는 안도 이상의 것, 곧 지적인 쾌락이었다. 사랑에 빠진 뒤로, 사물들이 오래전 그에게 지녔던 그 섬세한 매력을 얼마쯤 되찾았다면, 비록 오데트에 대한 어떤 생각이나 기억이 그 위에 빛을 던질 때에 한해서였지만, 이제 오데트가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또 다른 능력, 곧 학구적이던 그의 젊은 시절에 두드러졌던 능력, 진리를 향한 열정이었다. 다만 그 진리 역시 그 자신과 그의 정부 사이에 끼어들어, 오직 그녀에게서만 빛을 받는 진리였으니, 그 유일한 대상이 (한없이 값지고, 그 절대적 아름다움에 있어 거의 몰개성적이라 할 대상이) 오데트인, 은밀하고 사사로운 진리였다. 곧 그녀의 행실, 그녀의 환경, 그녀의 계획, 그녀의 과거로서의 오데트였다. 그의 삶의 다른 모든 시기에는, 남의 자잘한 일상의 말과 행동이 스완에게는 늘 아무런 값어치도 없어 보였다. 그런 것들에 관한 잡담이 그의 귀에 되풀이되면, 그는 그것을 하찮은 것으로 흘려버렸고, 듣고 있는 동안에도 그의 정신에서 오직 가장 낮고 가장 진부한 부분만이 관심을 두었다. 그런 순간에 그는 더없이 따분하고 무기력했다. 그러나 이 기묘한 사랑의 국면에서는 타인의 인격이 어찌나 확대되고 어찌나 깊어지는지, 한 여인의 하루 일과의 아주 사소한 세부까지 알고 싶어 이제 그의 안에서 일어나는 그 호기심은, 한때 그가 역사를 연구하던 때의 그 앎에 대한 갈증과 똑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라면 부끄러워 움츠러들었을 온갖 행위들, 이를테면 오늘 밤 창밖에서 엿보는 일이며, 어쩌면 내일은 우연한 목격자들에게 교묘하게 넘겨짚는 질문을 던지고, 하인들을 매수하고, 문간에서 엿듣는 일까지, 그 모든 것이 이제 그에게는 필사본을 판독하고, 증거를 저울질하고, 옛 유적을 해석하는 일과 정확히 같은 수준으로, 다시 말해 저마다 뚜렷한 지적 가치를 지니고 진리 탐구에 정당하게 쓰일 수 있는 갖가지 과학적 탐구 방법으로 여겨졌다.
그의 손이 덧창을 향해 슬며시 뻗어 나가는 순간, 그는 오데트가 이제 자기가 그녀를 의심했다는 것을, 자기가 되돌아왔다는 것을, 자기가 그녀의 창밖에 진을 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는 생각에 부끄러움의 통증을 느꼈다. 그녀는 곧잘 그에게, 질투하는 남자들이, 몰래 엿보는 연인들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지 말하곤 했다. 그가 하려는 짓은 몹시 껄끄러운 것이어서, 그녀는 그 뒤로 영영 그를 몹시 싫어할 터였다. 반면에 지금 이 순간, 그가 두드리기를 삼가는 동안만큼은, 어쩌면 부정을 저지르는 와중에도, 그녀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미래의 행복이라는 전망이, 당장의 만족을 향한 조급한 고집에 이렇게 희생되는 일이 얼마나 잦은가. 그러나 진실을 알고 싶은 그의 욕망이 더 강했고, 그에게는 그녀를 향한 욕망보다 더 고귀해 보였다. 그는, 정확하고 온전하게 재구성할 수만 있다면 목숨이라도 내놓았을 어떤 사건들의 참된 내막이, 빛의 줄무늬가 그어진 저 창 안에서, 마치 채색된 황금빛 판장으로 꾸민 저 귀중한 필사본들 가운데 하나 속에서처럼 읽힐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 필사본을 들여다보는 학자라면 그 예술적 보고의 풍요로움 앞에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그는 그 짧고 덧없고 값진 사본 속에서, 그토록 따뜻하고 그토록 아름다운 그 반투명한 페이지 위에서, 그를 그토록 달아오르게 한 그 진실을 아는 만족을 갈망했다. 게다가 자기가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그가 느낀, 그토록 간절히 느끼고 싶어 한 그 우위는, 어쩌면 안다는 데에보다 자기가 안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 줄 수 있다는 데에 있었다. 그는 발끝으로 몸을 곧추세웠다. 그는 두드렸다. 그들은 듣지 못했다. 그는 다시 두드렸다, 더 크게. 그들의 대화가 멎었다. 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가 아는 오데트의 벗들 가운데 누구의 목소리인지 가려내려 그가 귀를 곤두세우는 가운데, 물었다.
“누구요?”
그는 그 목소리를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는 한 번 더 두드렸다. 먼저 창이, 이어 덧창이 활짝 열렸다. 이제 물러나기에는 너무 늦었고, 그녀가 어차피 다 알게 될 바에야, 너무 경멸스럽게, 너무 질투에 차고 캐묻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정답고 반가운 어조로 소리쳤다.
“신경 쓰지 마세요. 마침 지나가다 불빛이 보여서요. 좀 나아졌는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두 노신사가 창가에서 그를 마주 보고 서 있었고, 그중 한 사람은 손에 등불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너머로 그는 방 안을,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오데트에게 늦게 찾아올 때면 죄다 똑같이 생긴 창들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불이 켜진 창이라는 사실로 그녀의 창을 알아보는 버릇이 든 터라, 이번에는 그 불빛에 속아, 그녀의 창 너머, 이웃한 집의 창을 두드렸던 것이다. 그는 할 수 있는 대로 사과하고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자기 호기심을 채운 덕에 두 사람의 사랑이 고스란히 지켜졌다는 것, 그리고 오데트와 함께 있을 때면 오래도록 일종의 무관심을 가장해 온 자기가, 이번에 질투를 드러냄으로써, 두 연인 사이에서 그것을 받는 쪽으로 하여금 상대를 충분히 사랑해야 할 의무에서 온전히, 그리고 영영 벗어나게 해 주는 그 증거, 곧 자기 열정이 지나치다는 증거를 그녀에게 내주지 않았다는 것에 뛸 듯이 기뻐하면서. 그는 이 낭패를 그녀에게 두 번 다시 이야기하지 않았고, 스스로도 그것을 생각하기를 그쳤다. 그러나 이따금 그의 상념이 정처 없이 떠돌다 눈에 띄지 않게 놓여 있던 이 기억과 마주치면, 그것을 흔들어 깨우고, 그의 의식 속으로 더 깊이 밀어 넣어, 날카롭고 뿌리 깊은 아픔으로 그를 앓게 하곤 했다. 마치 이것이 육체의 고통이기라도 한 듯, 스완의 정신은 그것을 덜어 줄 힘이 없었다. 그러나 육체의 고통이라면, 그것은 정신과 무관하므로, 정신이 그것에 머물러, 그것이 줄어들었음을, 잠시 멎었음을 알아챌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신의 고통은, 정신이 그것을 떠올리기만 해도 새로이 만들어 냈다. 그것을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것은 여전히 그것을 생각하는 것, 여전히 그것으로 괴로워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벗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자기 고통을 잊고 있을 때면, 문득 무심코 던져진 한마디가, 서툰 손이 아픈 팔다리를 건드렸을 때 다친 사람이 그러하듯 그의 안색을 바꿔 놓곤 했다. 오데트에게서 물러나올 때면 그는 행복했고 마음이 평온했으며, 그녀가 이 남자 저 남자 이야기를 하며 부드럽게 놀리듯 짓던 미소, 오직 그를 향한 다정함으로 가득하던 그 미소를 떠올렸다. 그는 그녀의 머리가 짐짓 무겁게 기울던 모습을, 마차 안에서의 그 첫날 저녁에 그러했듯, 마치 제 뜻과 무관하게 그의 입술 위로 축 늘어져 떨어지도록 그 머리를 축에서 들어 올리는 듯하던 그 모습을 떠올렸다. 그의 품에 파고들어 안겨 있는 동안 그를 바라보던 그녀의 나른한 눈길을, 마치 추위에 움츠러들 듯 두 어깨 사이로 물러나는 듯하던 그 수그린 머리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 순간 곧바로, 사랑의 그림자와도 같던 그의 질투는, 바로 그날 저녁 그를 맞이하던 그 새로운 미소의, 지금은 심술궂게도 다른 이에게 사랑을 바치면서 스완을 조롱하는 그 미소의 이면(裏面)을, 그 보완물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던 그 몸짓도, 지금은 다른 입술 위로 떨어지도록 숙여지고, (그러나 낯선 사내에게 베풀어진) 그녀가 그에게 보여 주었던 온갖 애정의 표시들도 함께였다. 그리고 그가 그녀의 집에서 안고 돌아온 이 모든 관능적인 기억들은, 말하자면 수많은 밑그림, 대략의 초안에 지나지 않았으니, 도안가가 윤곽만으로 내보이는 장식 도안과도 같아서, 스완으로 하여금 그녀가 다른 이들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갖가지 자태를, 정열로 타오르거나 정열에 나른해진 그 자태를 머릿속에 그려 보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그녀와 함께 있으며 맛본 온갖 쾌락을, 자신이 새로 고안해 낸(게다가 그것이 얼마나 감미로운지 그녀에게 일러 줄 만큼 경솔했던) 온갖 애무를, 그녀에게서 발견한 온갖 새로운 매력을 하나하나 후회하기에 이르렀으니, 잠시 뒤면 그것들이 그의 은밀한 고문실에 놓인 도구 수집품을 불려 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스완이, 며칠 전 처음으로 오데트의 눈에서 언뜻 붙잡았던 어떤 표정을 떠올리자, 나사가 또 한 번 조여졌다. 그것은 베르뒤랭가에서 저녁을 든 뒤의 일이었다. 포르슈빌은, 자기 처남인 사니에트가 그들의 총애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서 그를 웃음거리로 삼아 그를 밟고 돋보이기로 작정했던 것인지, 아니면 사니에트가 그에게 건넨 어떤 서투른 말에 화가 났던 것인지, 그 말에 어떤 무례한 암시가 담겼든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갔지만, 아니면 어쩌면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아는, 게다가 워낙 섬세한 마음의 소유자라 그저 같은 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따금 스스로 거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 동석자를 집에서 쫓아낼 기회를 얼마 전부터 노리고 있었던 것인지, 사니에트의 그 눈치 없는 말에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일부러 그를 모욕하고, 목소리를 높일수록 제 희생자의 두려움과 아픔과 애원에 더욱 대담해져서, 그 가엾은 사내는 베르뒤랭 부인에게 남아 있어야 하는지 물었으나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 채, 말을 더듬으며 어쩔 줄 몰라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집을 나서고 말았다. 오데트는 이 장면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사니에트의 등 뒤로 문이 닫히자, 그녀는, 흔히 하는 말로, 제 얼굴의 평소 표정을 몇 눈금 아래로 억지로 끌어내려, 포르슈빌과 같은 저속함의 높이로 자신을 맞추었다. 그녀의 두 눈은, 그의 대담함을 치하하는 짓궂은 미소와, 그 희생양이 된 가엾은 자를 향한 빈정대는 연민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그에게 공범의 눈짓을 던졌으니, 그 눈짓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저 사람 이제 끝장났어요,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요. 저 사람 얼마나 바보 같아 보였는지 봤어요? 정말로 울고 있었다니까요.” 그러자 포르슈빌은, 자기 눈이 그녀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여태 얼굴을 붉히게 하던 그 분노, 아니 분노인 척하던 것에서 삽시간에 가라앉아,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저 좀 상냥하게만 굴었어도 아직 여기 있었을 텐데요. 한 소리 듣는다고 사람에게 해로울 건 없지요, 어느 때든 말입니다.”
어느 날, 스완은 이른 오후에 방문차 외출했다가 만나려던 사람이 집에 없자, 대신 오데트에게 들러 볼 생각이 들었다. 평소 그 시각에는 그녀의 집을 찾는 법이 없었으나, 그녀가 늘 그때쯤이면 차 마실 시간까지 집에서 쉬거나 편지를 쓰며 있다는 것을 알았고,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그녀를 보는 것도 반가운 일이겠거니 여겼다. 문지기는 오데트가 안에 있는 것 같다고 일러 주었다. 스완이 초인종을 울리자, 무슨 소리가, 발소리가 들리는 듯싶었으나, 아무도 문을 열러 나오지 않았다. 불안하고 언짢아진 그는, 집 뒤편의 다른 작은 골목으로 돌아가 그녀의 침실 창 아래에 섰다. 커튼이 드리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유리창을 세게 두드리며 소리쳤으나, 여전히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웃들이 자기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발길을 돌리며, 어쩌면 발소리를 들었다고 여긴 것이 결국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의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다른 어떤 것에도 마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한 시간을 기다린 뒤 그는 다시 찾아갔다. 그녀는 집에 있었다. 그녀는 그가 초인종을 울렸을 때 집에 있기는 했으나 잠들어 있었노라고, 초인종 소리에 깨어 스완이 틀림없다고 짐작하고 맞으러 뛰어나갔으나 그는 이미 가 버린 뒤였다고 말했다. 물론 그녀는 그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었다고 했다. 스완은 이 이야기에서 대번에, 거짓말쟁이가 불시에 들켰을 때 스스로를 달래려고 지어내야 할 거짓말의 얼개 속에 슬쩍 끼워 넣는, 그러면 안전하게 녹아들어 이야기 전체에 그럴듯한 분위기를 입혀 주리라 여기는, 그런 글자 그대로의 진실의 한 조각을 알아챌 수 있었다. 오데트는, 밝히고 싶지 않은 무슨 일을 막 저질렀을 때면, 그것을 마음속 은밀한 곳에 애써 감추곤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해야 할 상대와 얼굴을 맞대는 순간, 그녀는 불안해져, 온갖 생각이 불꽃 앞의 밀랍처럼 녹아내리고, 지어내고 따져 보는 능력이 마비되어,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 봐야 텅 빈 공허밖에 찾지 못하곤 했다. 그래도 무언가 말은 해야 했고, 마침 손 닿는 곳에, 감추고 싶어 하던 바로 그 사실이 있었으니, 그것은 진실이기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거기서, 그 자체로는 대수롭지 않은 아주 작은 조각 하나를 떼어 내며, 결국 이렇게 하는 편이 상책이라고, 그것은 진실의 한 세부이니 거짓말보다는 덜 위험하리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무튼 이건 진실이야.”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그건 늘 밑천이 되지. 그가 알아보려 든다 해도 이게 진실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어쨌든 나를 들통나게 할 건 이게 아니야.”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틀렸다. 바로 그것이 그녀를 들통나게 했다. 그녀는, 이 진실의 한 조각에는, 그녀가 제멋대로 떼어 낸 그 진실의 인접한 조각들 말고는 무엇에도 들어맞지 않는 날카로운 모서리들이 있다는 것을 헤아리지 못했으니, 그 모서리들은, 그녀가 그것을 어떤 꾸며 낸 세부 속에 파묻어 넣더라도, 어긋나게 겹치는 각들과 미처 메우지 못하고 남긴 틈새로써, 그것의 본디 자리가 딴 곳임을 끝내 드러내고 말 것이었다.
“그녀는 내가 초인종을 울린 것도, 그다음에 창을 두드린 것도 들었다고 인정하고, 그게 나인 줄 알았다고, 나를 보고 싶어 했다고 인정한다.” 스완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그녀가 나를 들여보내지 않았다는 사실과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이 앞뒤 안 맞는 점을 그녀에게 지적하지는 않았으니, 그냥 내버려 두면 오데트가 어쩌면 진실의 희미한 실마리를 내비치는 무슨 거짓말이라도 늘어놓을지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했고, 그는 가로막지 않았다. 그는, 애타면서도 서글픈 경건함으로,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지는 말들을 주워 담았으니,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것이 옳았던 것이, 그녀는 말하면서 그 말 뒤에 진실을 감추고 있었으므로) 그 말들이, 성소(聖所)의 휘장처럼, 한없이 귀하지만 아아, 끝내 알아낼 수 없는 그 진실의, 그가 찾아온 오후 세 시에 그녀가 하고 있던 그 일의 어렴풋한 자국을 간직하고 그 희미한 윤곽을 그려 내고 있다고 느꼈다. 그가 그 진실에 대해 결코 이 이상은, 이 읽을 수 없는 신성한 흔적들 이상은 가질 수 없을 그런 진실, 이제부터는 오직 이 여인의 은밀한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그리고 그 여인은 제 것의 값어치를 까맣게 모른 채 그것을 들여다보면서도 결코 그에게 내주지는 않을 그런 진실이었다. 사실 그는, 이따금, 오데트의 나날의 행동이 그 자체로는 열렬히 흥미로울 것이 없으며, 그녀가 다른 사내들과 맺을 법한 관계도, 자연히, 보편적인 의미에서, 혹은 모든 이성적 존재에게, 열병으로 몸져눕게 하거나 자살로 내몰 만한 병적인 우수(憂愁)의 기운을 뿜어내지는 않는다는 것을 강하게 짐작하곤 했다. 그런 순간이면 그는, 그 흥미와 그 우수가 오직 자기 안에만, 마치 하나의 병처럼 존재할 뿐이며, 일단 그 병에서 낫고 나면 오데트의 행동도, 그녀가 베풀었을 입맞춤도, 다시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른 여자들의 그것처럼 무해해지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스완이 이제 그것들을 살피는 그 괴로운 호기심이 오직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자각만으로는, 그 호기심을 대수롭게 여기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결론짓기에는 부족했다. 사실 스완은, 그 철학이, 그의 경우 당대의 통속 철학에서도, 또 그가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무리, 곧 데 롬 대공비를 둘러싼 그 무리, 지성이란 만사에 대한 불신이 강해질수록 커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각자의 개인적 취향 말고는 어떤 실재하고 반박할 수 없는 것도 발견될 게 없다고 치던 그 무리의 철학에서도 뒷받침되던 그런 나이에 이르러 있었으니, 그것은 이제 청춘의 철학이 아니라, 실증적이고 거의 의학적이라 할 철학, 곧 외부의 대상에 열망을 붙박는 대신, 이미 흘려보낸 세월의 더미에서, 특징적이고 항구적이라 여길 만한 습관과 정념의 일정한 앙금을 가려내려 애쓰고, 그리하여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 택한 삶의 방식이 그 앙금과 어긋나지 않도록 일부러 짜맞추려는 사람들의 철학이었다. 스완은, 오데트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데서 오는 괴로움에 제 삶 속에서 미리 자리를 마련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겼으니, 마치 습한 기후가 늘 그의 습진을 도지게 하는 데 대비하듯이 말이다. 곧, 오데트의 나날의 소일거리에 관해, 알지 못하면 그를 불행하게 만들 그 정보를 얻는 데 상당한 액수의 지출을 제 예산에 미리 잡아 두는 것을, 마치 (적어도 사랑에 빠지기 전에는)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음을 알던 다른 취향들, 이를테면 물건을 수집하는 취향이나 맛난 요리에 대한 취향을 채우기 위해 여윳돈을 남겨 두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겼다.
그가 오데트에게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그녀는 조금만 더 있다 가라고 애원하며, 그가 나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그의 팔을 붙들어 억지로 붙잡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으니, 대화를 이루는 온갖 몸짓과 말과 자잘한 사건의 무리 가운데서, 우리의 의혹이 눈멀어 더듬어 찾는 진실을 감춘 것들은 (관심을 끌 만한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쳐 버리는 한편, 그 아래에 아무것도 감추어져 있지 않은 다른 것들 앞에서는 멈춰 서서 뜯어보는 일이 어쩔 수 없이 벌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연신 이렇게 말했다. “이런 딱한 노릇이 있나. 오후엔 어쩌다가도 오시는 법이 없더니, 모처럼 한 번 오신 그날 하필 제가 못 뵙다니.” 그는, 그녀가 그저 제 방문을 놓쳤다는 것만으로 그토록 애를 태울 만큼 자기를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으나, 그녀가 마음씨 좋은 여자여서 그를 기쁘게 해 주고 싶어 하고 그를 언짢게 하는 일을 저지르면 곧잘 미안해하는 터라, 이번에도 그에게서, 그녀 자신에게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그에게는 그토록 큰 즐거움인 한 시간 동안 그녀 곁에 머무는 즐거움을 빼앗은 것을 미안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렇더라도 그것은 워낙 하찮은 일이라, 그녀의 가시지 않는 슬픈 기색이 마침내 그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느 때보다도 더, 『프리마베라』를 그린 화가가 창조한 몇몇 여인의 얼굴을 그에게 떠올리게 했다. 그 순간 그녀는, 그 여인들의, 고개를 떨군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 무거워 견딜 수 없는 슬픔의 짐 아래 짓눌려 쓰러질 듯한 표정이지만, 실은 그저 아기 예수가 석류를 가지고 놀도록 내버려 두거나, 모세가 여물통에 물을 붓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뿐인 그런 표정이었다. 그는 예전에도 한 번 그녀의 얼굴에서 똑같은 슬픔을 본 적이 있었으나, 그게 언제였는지는 도무지 떠올릴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그것은 오데트가, 병을 핑계로 빠졌으나 실은 스완과 단둘이 있으려고 참석하지 않았던 그 만찬 이튿날 저녁, 베르뒤랭 부인에게 사과하며 거짓말을 하던 때였다. 그녀가 아무리 세심한 여자였던들, 그토록 순진한 거짓말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오데트가 여느 때 하던 거짓말은 그보다 덜 순진했고, 이 친구 저 친구와 얽혀 가장 곤란한 처지에 빠뜨릴 만한 발각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거짓말을 할 때면, 두려움에 사로잡혀, 제 방어에는 변변한 무기도 갖추지 못했다고 느끼고, 성공을 자신하지 못한 채, 아이들이 잠을 못 잤을 때 이따금 그러하듯, 그저 기진해 울고만 싶어졌다. 또한 그녀는, 제 거짓말이 대개 그것을 듣는 상대에게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서투르게 했다가는 그의 처분에 자신을 내맡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기에 그녀는 그의 앞에서 비굴하면서도 죄스러운 심정을 함께 느꼈다. 그리고 그녀가, 하찮은 사교적 거짓말을 해야 할 때면, 그것에 얽힌 위태로운 연상들과 그것이 불러오는 기억들이, 그녀를 기진의 감각으로 나른하게, 그리고 잘못을 저질렀다는 자각으로 뉘우치게 만들곤 했다.
지금 그녀가 스완을 위해 지어내고 있는 우울한 거짓말은 대체 어떤 것이기에, 그녀에게 저런 아파하는 표정을, 애써 짜내는 노력 아래 떨리는 듯하고 용서를 비는 듯한 저 애처로운 목소리를 안겨 주는 것일까? 그는, 그녀가 그에게서 감추려 애쓰는 것이 그저 그날 오후에 있었던 일에 관한 진실만이 아니라, 뭔가 더 임박한 것, 어쩌면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으나 이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일어나면 아까 그 일에 빛을 던져 줄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그는 현관의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오데트는 말을 멈추지 않았으나, 그녀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으로 잦아들었다. 그날 오후 스완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그에게 문을 열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그녀의 안타까움은, 온 세상에 대한 절망으로 녹아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