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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의 사랑 ⑪

1권 · 스완의 사랑

그는 대문이 닫히는 소리와, 마차 소리를, 마치 누군가가 떠나가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 아마도 오데트가 집에 없다는 말을 듣고서 떠나는, 스완이 결코 마주쳐서는 안 될 그 사람이었으리라. 그리고, 그저 평소 오지 않던 시각에 온 것만으로, 그녀가 자기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던 그 많은 일들을 헝클어 놓고 말았음을 곱씹자, 그는 거의 비탄에 가까운 낙심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오데트를 사랑했고, 온갖 생각을 그녀에게로 돌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기에, 자기 자신에게 품었을 법한 연민을 오직 그녀에게만 품고서, “가엾은 것!” 하고 중얼거렸다. 마침내 그가 그녀 곁을 떠날 때, 그녀는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편지 몇 통을 집어 들고, 미안하지만 대신 부쳐 줄 수 있겠느냐고 그에게 청했다. 그는 우체국까지 걸어가,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하나하나 우체통에 넣기 전에 그 겉봉의 주소를 훑어보았다. 마지막 한 통만 빼고는 모두 상인들에게 가는 것이었고, 그 마지막 한 통은 포르슈빌에게 가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손에 쥔 채로 있었다. “이 안에 든 것을 본다면,” 그는 속으로 따져 보았다. “그녀가 그를 뭐라고 부르는지, 그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있으련만. 어쩌면,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나는 오데트에게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셈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야만 나는, 어쩌면 그녀에 대한 중상일지도 모르는, 어쨌든 그녀를 괴롭힐 것이 틀림없고, 일단 편지가 부쳐지고 나면 결코 다시는 가라앉힐 수 없을 그 의혹을 떨쳐 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는 우체국을 나서 집으로 돌아갔으나, 그 마지막 편지는 주머니에 넣어 둔 채였다. 그는 촛불을 켜고, 감히 뜯어 보지 못한 그 봉투를 불꽃 가까이 바짝 대어 보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으나, 봉투가 얇은 데다, 그것을 안에 든 빳빳한 카드에 대고 눌러 대자, 투명하게 비치는 종이 너머로 맺음말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은 냉랭하게 격식만 갖춘 서명이었다. 만일 포르슈빌에게 부치는 편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그 자신이 아니라, 스완에게 부치는 편지를 읽는 포르슈빌이었더라면, 그는 그 안에서 사뭇 다른, 훨씬 더 다정한 말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봉투가 너무 커서 안에서 이리저리 미끄러지는 그 카드를 단단히 붙잡고, 엄지와 검지로 그것을 움직여, 종이가 겹치지 않아 그것으로만 글을 읽을 수 있는 봉투의 그 부분 아래로 한 줄 한 줄 가져왔다.

이 온갖 재간에도 그는 그것을 또렷이 알아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대수롭지 않았으니, 그 편지가 하찮고 대단찮은 어떤 사건에 관한 것이며 사랑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것을, 오데트의 삼촌과 관련된 무언가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만큼은 보았기 때문이다. 스완은 줄 첫머리에서 “내 말이 맞았어요”라는 대목을 아주 또렷이 읽었으나, 오데트가 무엇을 한 것이 맞았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는데, 그러다 문득 처음에는 판독할 수 없었던 한 낱말이 눈에 들어와 문장 전체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문을 열어 준 것은 잘한 일이었어요. 삼촌이었으니까요.” 문을 열어 주다니! 그렇다면 스완이 초인종을 울렸을 때 포르슈빌이 거기 있었고, 그녀가 그를 돌려보낸 것이며, 스완이 들었던 그 소리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편지 전체를 읽었다. 끝에서 그녀는 포르슈빌을 그토록 매정하게 대한 것을 사과하며, 그가 담뱃갑을 자기 집에 두고 갔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으니, 그것은 스완이 처음 몇 번 찾아온 뒤에 그에게 써 보냈던 바로 그 말이었다. 다만 스완에게는 이런 말을 덧붙였었다. “어째서 당신의 마음까지 두고 가지는 않으셨나요? 그것만은 결코 되돌려 드리지 않았을 텐데요.” 포르슈빌에게는 그런 투의 말이라곤 없었고, 둘 사이의 어떤 정분을 짐작하게 할 어떤 암시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사실, 이 모든 일에서 포르슈빌이 자기보다 더 나쁘게 취급받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오데트가 그에게는 찾아온 손님이 삼촌이었다고 믿게 하려고 편지를 써 보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녀가 중히 여기는 사람은, 그리고 그를 위해 상대를 돌려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곧 스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도, 만일 오데트와 포르슈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면, 어째서 대번에 문을 열어 주지 않았으며, 어째서 “문을 열어 준 것은 잘한 일이었어요. 삼촌이었으니까요”라고 썼단 말인가? 잘한 일이라니? 그 순간 그녀가 아무 잘못도 저지르고 있지 않았다면, 그녀가 문을 열어 주지 않은 것을 포르슈빌이 대체 어떻게 납득할 수 있었단 말인가? 한동안 스완은, 비통하고 어리둥절하면서도 행복한 채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오데트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의 명예에 대한 믿음이 그토록 절대적이었기에 그에게 건넨 이 봉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투명한 창을 통해, 결코 알아낼 수 없으리라 단념했던 어떤 사건의 은밀한 내막과 함께, 오데트의 삶의 한 조각이,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그 표면에 그어진 좁고 환한 절개면을 통해 들여다보이듯 그에게 드러났던 것이다. 그러자 그의 질투는 그 발견에 환호했으니, 마치 그 질투가, 사납게 이기적이고 제 활력을 살찌울 것이라면 무엇에든, 스완 자신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게걸스럽게 달려드는, 독립된 존재라도 되는 듯했다. 이제 질투에는 먹이가 쟁여졌고, 스완은 저녁마다 다시 불안해하기 시작해, 오데트가 다섯 시 무렵에 맞이한 방문객들을 두고 애를 태우며, 그 시각에 포르슈빌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아내려 애쓸 수 있게 되었다. 오데트에 대한 스완의 애정은, 처음부터, 그녀가 나날을 어떻게 보내는지 모른다는 무지에 의해, 또한 그 무지를 상상으로 메우지 못하게 막던 정신의 무기력에 의해 지워진 그 형태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오데트의 삶 전체를 질투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잘못 해석했을지도 모를 어떤 사건이 그로 하여금 오데트가 자기를 속였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하게 만든, 오직 그런 순간들만을 질투했다. 그의 질투는, 첫 번째, 그다음 두 번째, 마침내 세 번째 촉수를 뻗는 문어처럼, 우선 그 순간, 곧 오후 다섯 시에 옴짝달싹 못 하게 들러붙었다가, 그다음 다른 순간에, 또다시 다른 순간에 들러붙었다. 그러나 스완은 제 고통을 지어낼 줄은 몰랐다. 그것들은 다만, 밖에서 그에게 찾아든 어떤 고통의 기억이자 그 되풀이일 뿐이었다.

그러나 밖에서는, 무엇이든 그에게 새로운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는 오데트를 포르슈빌에게서 떼어 놓으려고, 며칠 동안 그녀를 남쪽으로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는, 호텔의 사내라는 사내가 죄다 그녀를 탐내고, 그녀 또한 그들을 탐낼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리하여, 지난날 여행할 때면 늘 새로운 사람들과 북적이는 곳을 찾아다니던 그가, 이제는 마치 인간 사회가 그를 모질게 해치기라도 한 듯 그것으로부터 사납게 달아나는 모습으로 눈에 띄곤 했다. 어느 사내에게서나 오데트의 정부가 될 수 있는 자를 보았으니, 그가 어찌 사람을 혐오하는 자가 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이렇듯 그의 질투는, 그가 애초에 오데트에게 느꼈던 그 행복하고 열정적인 욕망이 스완의 성격을 바꾸어 놓은 것보다도 더 많은 일을 해내어, 세상 사람들의 눈에, 그 성격을 알아볼 수 있게 해 주던 겉으로 드러난 표지들마저 온통 바꾸어 놓았다.

오데트가 포르슈빌에게 보낸 편지를 가로채 읽은 그 저녁으로부터 한 달 뒤, 스완은 베르뒤랭 부부가 불로뉴 숲에서 여는 만찬에 갔다. 모임이 파할 무렵, 그는 베르뒤랭 부인과 그녀의 몇몇 손님 사이에 오가는 은밀한 소곤거림을 알아챘고, 피아니스트에게 이튿날 샤투에서 열리는 모임에 오라고 당부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런데 정작 자기, 곧 스완은 어떤 모임에도 초대받지 못했던 것이다.

베르뒤랭 부부는 그저 소곤소곤, 그것도 얼버무리며 말했을 뿐이었으나, 화가는, 아마도 아무 생각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 “어떤 불빛도 있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볼 수 있도록 어둠 속에서 ‘월광 소나타’를 연주해야 해요.”

베르뒤랭 부인은, 스완이 들을 만한 곳에 있는 것을 보고, 그런 표정을 지었으니, 곧 말하는 이를 입 다물게 하려는 욕구와, 정작 자신은 듣는 이의 눈에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려는 욕구가, 그 두 겹의 욕구가 극도의 공허 속에서 서로 상쇄되어 버리는, 지적인 공모의 흔들림 없는 신호가 순진함의 미소로 덧칠되는, 그런 표정이었다. 그것은 어떤 실수를 알아챈 사람이면 누구나 어김없이 짓는 표정으로, 그 실수의 엄청남이, 정작 그 실수를 저지른 이들에게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그 말이 들려서는 안 될 그 사람에게는, 바로 그 표정으로 대번에 드러나고 마는 것이다. 오데트는 별안간, 마치 삶의 짓누르는 곤경에 맞서 더는 발버둥 치지 않기로 작정한 듯, 절망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스완은, 식당을 나선 뒤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동안, 이튿날 샤투에 가지 않겠다든가 아니면 자기도 초대받게 해 주겠다든가 하는 약속을 그녀에게서 받아 내고, 여태 그를 괴롭히던 그 번민을 그녀의 품 안에서 달래어 잠재울 수 있게 될 그 순간까지, 아직 그를 갈라놓고 있는 시간을 애타게 헤아리고 있었다. 마침내 마차들이 불려 왔다. 베르뒤랭 부인이 스완에게 말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곧 또 뵙기를 바라요.” 그러면서 그녀는, 여태까지는 늘 하던 말, 곧 다음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그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상냥한 태도와 애써 지은 미소로 애를 썼다.

“그럼, 내일 샤투에서, 그리고 모레는 우리 집에서요.” 베르뒤랭 부인은 포르슈빌을 자기들 마차에 태웠다. 스완의 마차는 그 뒤에 대어 있었고, 그는 오데트를 자기 마차에 태우기 전에 그들의 마차가 먼저 떠나기를 기다렸다.

“오데트, 우리가 태워 드릴게요.” 베르뒤랭 부인이 말했다. “드 포르슈빌 옆에 당신 자리를 특별히 남겨 두었답니다.”

“네, 베르뒤랭 부인.” 오데트가 고분고분 말했다.

“뭐라고요! 내가 당신을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한 줄 알았는데.” 스완은 조심성 따위 바람에 날려 버리고 소리쳤으니, 마차 문은 열린 채였고, 시간은 촉박했으며, 지금 같은 상태로는 그녀 없이 집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뒤랭 부인이 청하셔서요…”

“괜찮아요, 당신 혼자서도 얼마든지 집에 갈 수 있잖아요. 여태 수십 번은 이렇게 보내 드렸는데.” 베르뒤랭 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드 크레시 부인에게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그럼 편지로 써서 보내면 되겠네요.”

“안녕히 가세요.” 오데트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는 애써 미소 지으려 했으나, 그저 더할 나위 없이 풀 죽은 낯빛을 지을 수 있을 뿐이었다.

“스완이 우리한테 부리는 저 잘난 척,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베르뒤랭 부인이 집에 이르자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가 오데트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는 것만으로, 저 사람이 날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겁이 났다니까요. 저런 건 정말 너무하지 않아요. 우리가 무슨 지저분한 집이라도 꾸리고 있다고, 아예 대놓고 말하지 그래요? 오데트가 어떻게 저런 태도를 견디는지 나로선 알 수가 없어요. 저 사람은 내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니까요. ‘당신은 내 거야!’ 하고요. 이 일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데트에게 낱낱이 말해 줄 거예요. 그 애가 나를 알아들을 만한 분별은 있길 바라고요.” 잠시 뒤 그녀는, 분에 못 이겨 말도 제대로 못 하며 덧붙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저 더러운 인간이 말이죠…”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어쩌면 스스로를 정당화하려는 그 어렴풋한 욕구를 채우려는 마음에서, 콩브레에서 닭이 좀처럼 죽지 않을 때의 프랑수아즈처럼,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짐승이 죽음의 고통 속에서 마지막 경련을 일으킬 때 그 목숨을 끊고 있는 농부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바로 그 말을 내뱉었던 것이다. 그리고 베르뒤랭 부인의 마차가 앞으로 나아가고, 그 자리에 스완의 마차가 들어서자, 그의 마부는 그의 얼굴을 언뜻 보고서 어디가 편찮으신지, 아니면 나쁜 소식이라도 들으셨는지 물었다.

스완은 그를 돌려보냈다. 그는 걷는 편이 나았고, 그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불로뉴 숲을 가로질러, 걸어서였다. 그는 혼잣말을, 그것도 소리 내어, 예전에 ‘작은 핵심’의 매력을 이야기하고 베르뒤랭 부부의 도량을 추어올릴 때 곧잘 쓰던 그 약간 젠체하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오데트의 대화며 미소며 입맞춤이, 그것이 자기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로 향할 때면, 한때 그토록 매혹적으로 여겨지던 그것들이 그에게 그토록 역겨워졌던 것과 꼭 마찬가지로,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아까까지만 해도 여전히 재미나 보이고 예술에 대한 진정한 감정과 심지어 일종의 도덕적 고귀함마저 깃든 듯 보이던 베르뒤랭가의 응접실이, 이제 오데트가 자기 아닌 다른 이를 만나러, 거기서 거리낌 없이 사랑하러 갈 곳이 되고 나니, 그 온갖 어리석음과 우둔함과 수치스러움을 그에게 낱낱이 드러내 보였다.

그는, 넌더리를 내며 몸서리쳤을 만한, 이튿날 저녁 샤투에서 열릴 그 모임의 광경을 제멋대로 그려 보았다. “하필이면 샤투에 가다니! 문 닫은 뒤의 포목상 떼거리 같으니라고! 정말이지 저 사람들은 그 우쭐한 꼴이 아주 볼만하단 말이야. 실제로 있을 법하지가 않아. 죄다 라비슈의 희극에서 튀어나온 게 틀림없어!”

코타르 부부가 거기 올 터였고, 어쩌면 브리쇼도. “저런 하찮은 것들의 삶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게 또 있을까, 저렇게 서로에게 매달려 있다니. 내일 다시 샤투에서 다 함께 모이지 못하면, 세상을 다 잃은 줄로 알걸, 정말이지 그러고도 남을 거야!” 아아! 거기에는 그 화가도 있을 터였다, 중매질을 즐기는 그 화가가, 포르슈빌더러 오데트와 함께 제 화실로 오라고 청할 그 화가가. 그의 눈에는 오데트가, 시골에는 너무나 지나치게 멋을 부린 옷차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은 그런 데선 워낙 천박하니까, 게다가 가엾게도, 어찌나 어리석은지!”

그는, 베르뒤랭 부인이 만찬 뒤에 늘어놓을 농담들이 들리는 듯했다. 그 농담이 겨눈 ‘따분한 자’가 누구든, 그 농담은 늘 그를 즐겁게 해 주었으니, 오데트가 그것에 웃는 것을, 그와 함께 웃는 것을, 그녀의 웃음이 거의 제 웃음의 일부이기라도 한 것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는, 어쩌면 그들이 자기를 두고 오데트를 웃길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어쩌면 저리도 고약한 유머람!” 그는, 목의 근육이 옷깃에 대고 뻣뻣해지는 것이 느껴질 만큼, 입을 그토록 격하게 일그러뜨려 넌더리 나는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아니, 세상에, 그분의 형상대로 지어진 피조물이 어떻게 저런 구역질 나는 재담에서 웃을 거리를 찾는단 말인가? 아무리 무딘 코라도 저런 케케묵은 악취 앞에서는 진저리를 치며 달아나고 말 텐데. 정말이지, 자기에게 진심으로 손을 내민 동류의 사람을 두고 그저 비웃기만 해도, 아무리 마음을 다한들 결코 다시는 건져 낼 수 없을 그런 진창 속으로 스스로를 내던지는 짓이라는 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으련만, 그걸 못 알아듣는 인간이 있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군. 나는 저 더러운 벌레 같은 것들이 뒹굴고 기어다니며 값싼 상소리를 지껄여 대는 저 웅덩이에서 수만 리는 높이 살고 있으니, 베르뒤랭 따위의 재담에 튈 리가 없지!” 그는 고개를 치켜들고 오만하게 몸을 곧추세우며 외쳤다. “내가 오데트를 저 시궁창에서 건져 내어 더 고결하고 더 맑은 공기를 마시게 하려고 얼마나 진심으로 애썼는지는 하느님이 아신다. 하지만 사람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 내 인내도 이제 끝이야.” 그는 이렇게 매듭지었으니, 마치 오데트를 그 빈정거림의 대기에서 떼어 내려는 이 성스러운 사명이 몇 분 전이 아니라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되기라도 한 듯, 마치 그 빈정거림이 어쩌면 자기를 겨눈 것일지도 모르고 그리하여 오데트를 자기에게서 떼어 놓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명을 떠맡은 것이 아니기라도 한 듯이.

그는, 피아니스트가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려고 자리에 앉는 모습과, 베토벤의 음악에 제 신경이 결딴날까 봐 겁에 질려 미리부터 잔뜩 찌푸리는 베르뒤랭 부인의 얼굴을 그려 볼 수 있었다. “멍청이, 거짓말쟁이 같으니!” 그가 소리쳤다. “저런 인간이 자기가 예술을 사랑한다고 여기다니!” 그녀는, 예전에 자기를 두고 그토록 자주 그랬듯이, 포르슈빌을 칭찬하는 몇 마디를 넌지시 흘려 넣은 뒤, 오데트에게 이렇게 말하리라. “드 포르슈빌 자리를 좀 만들어 주시겠어요, 오데트?”… “‘어둠 속에서!’ 이 대구 같으니! 뚜쟁이 같으니!”… ‘뚜쟁이’라는 말을, 그는, 그들더러 말없이 앉아 함께 꿈꾸고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손을 더듬으라고 부추길 그 음악에도 붙였다. 그는, 플라톤이, 그리고 보쉬에가, 또 프랑스의 옛 교육 학파가 취했던 것과 같은, 예술에 대한 준엄하게 검열하는 태도에도, 결국 할 말이 많다고 느꼈다.

한마디로, 그가 그토록 자주 ‘진짜’라고 일컫던 베르뒤랭가에서의 그 삶이, 이제 그에게는 있을 수 있는 삶 가운데 가장 형편없는 삶으로, 그들의 ‘작은 핵심’이 가장 타락한 부류의 사회로 여겨졌다. “정말이지,” 그는 되뇌었다. “저건 사회라는 사다리의 가장 낮은 가로대 아래, 단테의 지옥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들이야. 의심할 것도 없이, 그 피렌체 사람의 준엄한 말은 바로 베르뒤랭 무리를 두고 한 말이렷다! 곰곰이 따져 보면, 정말이지 ‘사교계’ 사람들이(물론 그들에게도 이따금 흠잡을 데야 있겠지만, 그래도 결국 그들은 저 협잡꾼 패거리와는 사뭇 다른 부류다) 저들과 알고 지내기를, 아니 손끝 하나 더럽히기를 마다하는 데에는 깊은 분별이 있는 게지. 포부르 생제르맹의 저 ‘Noli me tangere’ 신조에는 얼마나 건전한 직관이 담겨 있는가.”

그는 진작에 불로뉴 숲의 오솔길과 가로수길을 벗어나 거의 제 집에 다다랐으나, 아직 비탄의 취기도, 진정 아닌 척하는 그 변덕도 떨쳐 내지 못한 채, 오히려 제 목소리의 그 거짓된 억양과 꾸며 낸 울림에 점점 더 도취되어, 밤의 정적 속에서 여전히 소리 높여 일장 연설을 이어 갔다. “‘사교계’ 사람들에게도 결점은 있지, 그건 나만큼 잘 아는 이가 없고말고. 하지만 결국 그들은, 적어도 몇 가지 일만큼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 아무개 부인은”(그가 알던 어느 멋쟁이 부인이었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결국 그 여자에게서는 근본적인 섬세함이, 무슨 일이 있어도 비열한 짓 따위는 저지를 수 없게 만드는 처신의 곧음이 엿보였어. 그것이 그 여자와 베르뒤랭 같은 늙은 마귀할멈 사이에 아득한 심연을 갈라 놓지. 베르뒤랭이라니! 그 이름 하고는! 아, 저들에겐 뭔가 완결된 데가, 그 전형에 어찌나 충실한지 거의 훌륭하다 할 만한 데가 있어. 저들은 그 역겨운 부류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표본이거든! 다행히도, 저런 파렴치, 저런 오물과 아무렇게나 어울리기를 그만둘 때가 진작에 되었던 거야.”

그러나, 한 시간쯤 전만 해도 그가 여전히 베르뒤랭 부부에게 돌리던 그 미덕들이, 설령 베르뒤랭 부부가 실제로 그것을 지녔던들, 그의 사랑을 편들고 지켜 주기까지 하지 않았더라면, 스완을 그들의 도량에 감격해 다정해지던 그 도취의 상태로 몰아넣기에는 부족했을 것이고, 또 그 도취란, 설령 다른 사람들을 매개 삼아 번져 나온 것이라 해도, 오직 오데트에게서만 그에게 올 수 있는 것이었듯이, 마찬가지로 그가 이제 베르뒤랭 부부에게서 발견한 그 부도덕함도(설령 그것이 정말로 존재했던들), 만일 그들이 오데트를 포르슈빌과 함께, 그러나 자기는 빼놓고 초대하지만 않았더라면, 그의 분노의 병마개를 뽑아 그들의 ‘파렴치’를 난도질하게 만들 힘이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스완의 목소리는, 베르뒤랭 부부와 그 무리에 대한 넌더리로 가득 찬, 또 그가 거기서 벗어난 데 대한 기쁨으로 가득 찬 그 말들을, 오직 꾸며 낸 미사여구 조로만, 그리고 마치 그 말들이 제 생각을 나타내기보다는 제 분노를 달래려고 골라진 것인 양, 그런 식으로만 내뱉기를 마다했을 때, 그 자신보다 더 예리한 통찰을 보였던 것이다. 사실 그 생각들은, 그가 욕설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동안, 아마도, 그 자신은 몰랐지만, 전혀 다른 일에 골몰해 있었으니, 일단 집에 다다라 등 뒤로 현관문을 닫자마자, 그는 별안간 제 이마를 탁 치고, 하인에게 다시 문을 열게 하고는, 이번에는 아주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치며 거리로 뛰쳐나갔던 것이다. “내일 샤투 만찬에 초대받을 방법을 찾아낸 것 같아!” 그러나 그것은 서투른 방법이었음이 틀림없으니, 스완 는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타르 박사는, 시골의 위중한 환자를 보러 불려 가느라 며칠째 베르뒤랭 부부를 만나지 못했고 샤투에도 갈 수 없었는데, 이 만찬 이튿날 저녁, 그들의 집 식탁에 앉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오늘 저녁엔 스완 를 못 뵙는 겁니까? 그분이야말로 이른바 막역한 벗이라 할 만한데…” “제발 그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베르뒤랭 부인이 소리쳤다. “하느님, 저 사람에게서 우리를 지켜 주소서. 저 사람은 말로 다 못 할 만큼 진저리 나는, 멍청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촌뜨기라니까요.”

이 말을 듣고 코타르는, 여태 믿어 온 모든 것을 뒤엎으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증거의 무게로 뒷받침되는 어떤 과학적 진리 앞에 선 것처럼, 격렬한 놀라움과 온전한 순종이 뒤섞인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겁먹은 감정으로 접시 위에 고개를 숙이고, 그저 이렇게만 대꾸했다. “오, 오, 오, 오, 오!” 그러면서, 질서정연하게 병력을 후퇴시키듯, 제 목소리의 온 음역을 따라 내림음계로, 제 존재의 깊은 곳으로 물러갔다. 그 뒤로 베르뒤랭가에서 스완의 이야기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스완과 오데트를 맺어 주었던 그 응접실이, 이제 그들이 만나는 데 방해물이 되었다. 그녀는 이제, 사랑의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어차피 내일 저녁엔 만날 거잖아요, 베르뒤랭가에서 만찬 모임이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는 대신, “내일 저녁엔 만날 수 없겠어요, 베르뒤랭가에서 만찬 모임이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아니면 베르뒤랭 부부가 그녀를 오페라코미크로 데려가 클레오파트라의 밤을 보여 주기로 했다면서, 그러면 스완은 그녀의 눈에서, 자기가 가지 말라고 청할까 봐 두려워하는 그 기색을 읽을 수 있었으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제 애인의 얼굴 위로 스치는 그 기색을 입맞춤으로 맞이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했으련만, 이제는 그것이 그를 격분케 했다. “그렇다고 내가 정말로 화가 난 건 아니야.”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저 여자가 저 불협화음의 두엄더미 속으로 달려가 구더기라도 긁어 대고 싶어 안달하는 꼴을 볼 때 말이지. 나는 실망한 거야.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 여자를 위해서. 반년 넘게 날마다 나와 붙어 지내고도 제 정신을 갈고닦는 일에서, 빅토르 마세에 대한 취향 하나를 제 힘으로 뿌리 뽑는 데까지도 이르지 못했다는 걸 알고 실망한 거지! 그뿐인가, 조금이라도 감정의 섬세함을 지닌 사람이라면 부탁을 받았을 때 기꺼이 오락 하나쯤은 단념할 줄 알아야 할 저녁이 있다는 것을, 저 여자가 아직 헤아리지 못한다는 걸 알고 말이야. 저 여자는 ‘난 안 갈래요’라고 말할 분별쯤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설령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말이지. 왜냐하면 저 여자 영혼의 됨됨이가 단번에 영영 판가름 나는 건, 바로 지금 저 여자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달렸으니까.” 그리고, 자기가 그날 저녁 그녀더러 오페라코미크에 가는 대신 자기와 함께 집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 결국은 오직 오데트의 정신적 값어치를 흡족하게 가늠해 보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킨 뒤, 그는 그녀에게도 같은 논리를 폈으니, 그가 스스로에게 썼던 것과 똑같은, 아니 그보다 한술 더 뜬 진정성 없는 태도로 그리하였는데, 그녀의 경우에는 그녀 자신의 자존심을 미끼로 그녀를 사로잡으려는 욕심에마저 그가 굴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맹세컨대,” 그녀가 극장으로 떠나기 조금 전에 그가 말했다. “당신더러 가지 말라고 청하면서, 내가 만일 이기적인 사내라면, 무엇보다도 당신이 거절해 주기를 바랄 거요. 오늘 저녁 나는 달리 할 일이 수천 가지나 있으니, 만약 당신이 끝내 안 가겠다고 한다면 나야말로 속아 넘어가 덫에 걸린 기분이 들어 여간 성가시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내 볼일이, 내 즐거움이 전부는 아니오. 나는 당신도 생각해야 하니까. 언젠가 당신이, 내가 당신에게서 돌이킬 수 없이 갈라선 것을 보고서, 내가 당신에게 판결을, 사랑도 오래 버텨 낼 수 없는 그 준엄한 판결 가운데 하나를 내리려 한다고 느낀 그 결정적인 순간에 당신에게 미리 일러 주지 않았다고 나를 나무랄 자격이 생길 날이 올지도 모르오. 알겠지만, 당신의 그 클레오파트라의 밤(그 무슨 제목이람!)은 여기서 요점과는 상관이 없소.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당신이 정말로, 지성에서도 심지어 매력에서도 가장 낮은 등급에 속하는 그런 존재들 가운데 하나인지, 즐거움 하나를 단념할 줄 모르는 그 하찮은 존재들 가운데 하나인지 하는 거요. 만약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어떻게 누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겠소, 당신은 하나의 인격조차, 뚜렷하고, 불완전할지언정 적어도 알아볼 수는 있는 하나의 실체조차 못 되는 셈인데. 당신은 마주치는 어떤 비탈로든 흘러내리는 형체 없는 물이요, 기억도 없고 생각할 줄도 몰라 제 어항 속에서 한평생 하루에도 백 번씩, 유리벽을 늘 물인 줄로만 알고 부딪쳐 대는 물고기요. 당신의 대답이, 나로 하여금 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하기를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그야 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당신이 하나의 인격도 못 되고, 세상 그 무엇보다도 못하며, 스스로를 한 치라도 더 높이 끌어올릴 지성조차 없다는 걸 내가 깨달았을 때 당신을 내 눈에 덜 매력적으로 만드는 그런 결과를 낳으리라는 걸, 당신은 알겠소? 물론 나야, 그게 대수롭지도 않은 일인 양, 당신더러 그 클레오파트라의 밤을(당신이 나로 하여금 그토록 천한 이름으로 내 입술을 더럽히게 만드는구려) 단념해 달라고 청하면서도, 그래도 당신이 기어이 거기 가 주기를 바라는 편이 나았을 거요. 하지만, 나는 당신을 저울에 달아 보기로, 그토록 중대한 문제를 당신의 대답에 걸어 두기로 작정했으니, 당신에게 마땅히 미리 일러 두는 편이 더 떳떳하다고 여긴 거요.”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