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동안 오데트는 점점 커져 가는 동요와 망설임의 기색을 내비쳤다. 그의 열변이 무슨 뜻인지는 그녀로선 알 길이 없었으나, 그것이 나무람이나 애원의 장면에 속한다는 것쯤은 알아챘으니, 그런 장면이란, 사내들의 방식에 익숙한 그녀가, 입에서 나오는 말에는 조금도 귀 기울이지 않고도, 사내들이란 사랑에 빠지지 않고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 법이며, 일단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는 그들에게 고분고분할 필요가 없으니 그들은 나중에 더 사랑하게 될 따름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과, 그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말을 이어 가다가는 자기가, 그녀의 말마따나 다정하면서도 고집스럽지만 살짝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이르길, “도저히” 서곡 시간에 맞춰 못 갈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지만 않았던들, 스완의 말을 더없이 태연하게 끝까지 들어 주었을 것이다.
또 어떤 때에는,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게 만들 단 하나의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거짓말하는 버릇을 버리기를 그녀가 거부하는 일이리라고 스스로 다짐하곤 했다. “순전히 교태라는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거짓말에 몸을 낮출 때 당신이 얼마나 많은 매력을 스스로 내던지는지 모르겠소? 솔직히 인정하기만 해도 얼마나 많은 허물을 벗을 수 있을 텐데! 정말이지,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영리하지 못하구려!” 그러나 스완이 이렇게 거짓말하지 않아야 할 온갖 이유를 늘어놓아 보았자 헛일이었다. 그런 이유들은 거짓을 하나의 보편적 체계로 삼은 사람이라면 그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었을지 몰라도, 오데트에게는 애초에 그런 체계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자기가 한 일을 스완이 모르고 있기를 바랄 때마다, 그것을 그에게 말하지 않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니 거짓말은 그녀에게 특별한 방편으로서만 쓰이는 무엇이었고, 거짓말을 쓸지 말지를 결정하게 하는 단 하나의 요소 역시 특별하고 우연적인 성질의 것, 곧 자기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완이 알아챌 위험이 있느냐 없느냐였다.
육체적으로 그녀는 좋지 못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몸이 불어나고 있었고, 예전에 지녔던 그 애수 어린 표정과 놀란 듯 아련한 눈빛, 그 풍부한 표현의 매력은 첫 젊음과 더불어 사라져 버린 듯했다. 그리하여 그가 그녀를 뚜렷이 덜 아름답다고 느끼게 된 바로 그 순간에 그녀는 스완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는 몇 시간이고 그녀를 바라보며, 한때 그녀에게서 보았으나 이제는 다시 찾을 수 없는 그 매력을 되살려 보려 애썼다. 그러면서도 이 낯설고 새로운 번데기 속에 여전히 오데트가, 여전히 그 변덕스럽고 교묘하며 붙잡기 어려운 기질이 도사리고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스완은 예나 다름없는 열정으로 그녀를 사로잡으려 애쓰기에 충분했다. 그럴 때면 그는 이 년 전에 찍은 그녀의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그녀가 얼마나 아리따웠던가를 떠올리곤 했다. 그러면 그녀 때문에 스스로 견디는 온갖 고통이 조금은 위로되었다.
베르뒤랭 부부가 그녀를 생제르맹이나 샤투, 혹은 묄랑으로 데려갈 때면, 날씨만 좋으면 으레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에야 돌아가자고 하곤 했다. 베르뒤랭 부인은 파리에 숙모를 두고 온 피아니스트의 망설임을 달래려 애썼다. “그분은 하루쯤 자네에게서 벗어나면 오히려 반가워하실 거예요. 자네가 우리와 함께 있는 줄 아시는데 무슨 걱정을 하시겠어요? 어차피 다들 내가 맡을 테니, 탓은 나한테 돌리시라죠.”
이 시도가 실패하면, 베르뒤랭 씨는 우선 “단골들” 가운데 누구에게 알려야 할 사람이 있는지 알아낸 다음, 전신국이나 그 밖의 어떤 심부름꾼을 만날 때까지 들판을 가로질러 나서곤 했다. 그러나 오데트는 그에게 고마워하면서도, 자기는 아무에게도 전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하곤 했다. 스완에게,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에게 무슨 소식을 보낸다는 것은 자기 처지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진작에 못박아 두었기 때문이다. 이따금 그녀는 며칠씩 자리를 비웠는데, 베르뒤랭 부부가 그녀를 데리고 드뢰의 무덤들을 구경하러 가거나, 화가의 권유로 콩피에뉴에 가서 숲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본 뒤 다시 피에르퐁 성으로 발길을 옮길 때가 그러했다.
“십 년을 건축 연구에 바쳐 온 나, 정말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보베나 생루드노를 안내해 달라고 끊임없이 졸라 대는 나, 그러면서도 그녀 말고는 아무도 데려가지 않으려는 나와 함께라면 진짜로 유서 깊은 건축물을 둘러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은 마다하고 그녀는 가장 천하고 가장 야만스레 타락한 것들과 어울려 덜컹덜컹 나서서, 루이필리프와 비올레르뒥이 싸질러 놓은 화석 같은 배설물 앞에서 황홀경에 빠진다니! 그런 짓이야 예술에 대한 대단한 안목이 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노릇이지. 하기야 아무리 유별나게 예민한 후각을 지니지 않았더라도, 그 향긋한 냄새를 코앞에서 맡으려고 일부러 변소에서 휴가를 보내려 들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그러나 그녀가 드뢰나 피에르퐁으로 떠나 버리면, 아아, 우연을 가장해서라도 자기가 그녀 곁에 나타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으니, 그녀의 말로는 그랬다가는 “끔찍한 인상을 줄” 테니까, 그럴 때면 그는 연인의 서재에서 가장 사람을 취하게 하는 연애소설, 곧 열차 시간표에 파묻히곤 했다. 거기서 그는 오후에, 저녁에, 심지어 아침에도 그곳의 그녀에게 다다를 방법을 익혔다. 방법이라고? 그 이상이었다. 그녀에게 다다를 권한, 권리였다. 따지고 보면 시간표도, 열차 자체도 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으니까. 아침 여덟 시에 피에르퐁행 열차가 떠나 열 시에 그곳에 닿는다는 것을 인쇄된 광고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세심히 알린다면, 그것은 오로지 피에르퐁에 가는 일이 오데트의 허락 따위는 필요 없는 합법적인 행위이기 때문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행위는 오데트를 보고 싶다는 마음과는 전혀 다른 동기에서도 얼마든지 행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들어 본 적조차 없는 사람들이 날마다, 그것도 기관차의 불을 지피는 수고와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숱하게 그 일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결국 이런 셈이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피에르퐁에 가는 것을 그녀는 막을 수 없다는 것. 그런데 바로 그것이야말로 그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고, 만약 그가 저 여행객들처럼 오데트와 아는 사이만 아니었다면 지금 이 순간 벌써 그렇게 하고 있었으리라. 오래전부터 그는 복원가로서의 비올레르뒥의 작업에 대해 좀 더 뚜렷한 인상을 갖고 싶었다. 게다가 날씨가 이러하니, 콩피에뉴 숲을 온종일 거니는 데 하루를 보내고 싶은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이 일었다.
오늘 그를 유혹하는 바로 그 한 곳에 접근하는 것을 그녀가 금해 버렸다는 것은 정말이지 불운이었다. 오늘 말이다! 그녀의 금지를 무릅쓰고 그곳에 내려가기만 하면, 바로 그날로 그녀를 볼 수 있을 텐데! 그러나 만약 피에르퐁에서 그녀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누군가를 만났다면 눈에 띄게 반가워하며 “어머, 당신이 여기에?” 하고 인사를 건네고는, 베르뒤랭 부부와 함께 묵는 호텔로 자기를 찾아오라고 청했을 테지만, 반대로 그곳에서 마주친 것이 다름 아닌 스완 자신이라면, 그녀는 짜증을 내며 미행당한다고 투덜대고, 그 탓에 그를 덜 사랑하게 되고, 그를 알아보는 순간 화가 나 홱 돌아서 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나는 어디로든 하루도 떠날 수가 없다는 거군요!” 돌아오면 그녀는 이렇게 그를 나무랄 테지만, 사실 떠날 수 없는 쪽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오데트를 만나는 것이 목적이라고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게 하면서 콩피에뉴와 피에르퐁을 찾아갈 방도로, 그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그 부근에 시골 별장을 둔 친구, 포레스텔 후작에게서 초대를 얻어 내자는 것이었다. 속내는 감춘 채 이 계획을 넌지시 내비쳤더니, 그 친구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십오 년 만에 마침내 스완이 자기 영지로 내려와 주기로 했다는 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스완이 오래 머물 생각은 없다고 하자, 적어도 며칠은 그를 데리고 그 일대를 산책하고 소풍하며 보내겠노라고 약속했다. 스완은 벌써 포레스텔 씨와 함께 그곳에 내려가 있는 자신을 그려 보았다. 오데트를 보기도 전에, 설령 그곳에서 그녀를 보는 데 끝내 실패하더라도, 그 땅에 발을 딛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기쁨이겠는가. 어느 순간에 그녀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방에서 그녀가 문득 나타날지 모른다는 짜릿한 가능성을 느낄 그 땅에 말이다. 그녀 때문에 찾아온 것이기에 이제 그의 눈에 아름답게 비치는 성의 안뜰에서,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그 마을의 온갖 거리에서, 저무는 해의 깊고 그윽한 빛으로 장밋빛으로 물든 숲의 온갖 오솔길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숨을 곳들, 흔들리는 희망이 사방에 편재하는 가운데 그의 행복하고 방랑하며 갈라진 마음이 한꺼번에 피신하려 날아들 그 숨을 곳들 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는 포레스텔 씨에게 이렇게 당부하곤 했다, “오데트와 베르뒤랭 부부와 마주쳐서는 안 되네. 하필 오늘 그들이 피에르퐁에 와 있다는 소식을 방금 들었거든. 그 사람들이야 파리에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으니 말이야. 한 발짝도 못 떼고 그들과 부딪쳐야 한다면 여기까지 내려온 보람이 없지 않겠나.” 그리고 그의 주인은, 막상 그곳에 다다르고 나면 스완이 한 시간에도 스무 번씩 계획을 바꾸고, 어디에서도 베르뒤랭 부부의 자취라고는 찾지 못했으면서도 콩피에뉴의 온갖 호텔 식당을 다 들여다보면서 정작 어느 한 곳에 눌러앉기로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까닭을 이해하지 못했다. 스완은 그토록 애써 피하려 한다고 공언했던 것을 오히려 찾아다니는 듯 보였고, 실제로 그것을 찾아내는 순간 곧바로 피해 버릴 참이었다. 그 작은 “패거리”와 맞닥뜨렸다면 그는 짐짓 무심한 척하며 곧장 서둘러 자리를 떴을 테니 말이다. 오데트를 보았고 그녀도 자기를 보았다는 것, 특히 자기가 그녀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는 듯한 순간에 그녀가 자기를 보았다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하지만 아니, 그녀는 그가 자기 때문에 그곳에 왔음을 대번에 알아챌 것이었다. 그래서 포레스텔 씨가 그를 데리러 와서 떠날 시간이 되면, 그는 이렇게 핑계를 댔다. “아니, 아무래도 안 되겠네. 오늘은 피에르퐁에 못 가겠어. 실은, 오데트가 거기 있거든.” 그리고 스완은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다. 뭇사람 가운데 유독 자기만이 그날 피에르퐁에 갈 권리가 없다면, 그것은 실은 오데트에게 자기가 다른 모든 사람과는 다른 존재, 곧 그녀의 연인이기 때문이며, 누구나 가고 싶은 곳으로 자유로이 여행할 보편적 권리가 유독 자기에게만 제한되어 있다는 그 사실이야말로, 그토록 소중한 그 예속, 그 사랑의 숱한 형태 가운데 하나일 뿐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녀와 다툼을 무릅쓰기보다는 참고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았다. 그는 며칠이고 콩피에뉴 숲의 지도를, 마치 그것이 “Pays du Tendre”의 지도라도 되는 양 들여다보며 보냈고, 피에르퐁 성의 사진들로 자기 주위를 둘러쌌다. 그녀가 돌아올 법한 날이 밝아 오면, 그는 다시 시간표를 펼쳐 그녀가 탔을 열차를 헤아려 보았고, 혹시 출발을 미루었다면 아직 그녀가 탈 수 있는 열차가 무엇무엇인지 따져 보았다. 전보를 놓칠까 봐 집을 나서지 않았고, 그녀가 막차로 와서 한밤중에 불쑥 찾아와 자기를 놀래 주기로 마음먹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자리에도 들지 않았다. 그렇지!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여는 것이 어쩐지 더디게 느껴져 그는 문지기를 깨우려 했고, 만약 오데트라면 그녀를 부르려고 창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가 몸소 열두 번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일러 두었건만, 하인들은 그녀에게 주인이 집에 없다고 말하고도 남을 자들이었으니까. 그저 하인 하나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나가는 마차들의 그칠 줄 모르는 덜컹임을 알아차렸는데, 여태 한 번도 마음에 둔 적 없던 소리였다. 저 멀리서 하나씩 하나씩 다가와, 멈추지도 않고 그의 문 앞을 지나쳐, 그에게 온 것이 아닌 소식을 저 멀리로 실어 가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그는 밤새 헛되이 기다렸다. 베르뒤랭 부부가 뜻밖에 일찍 돌아왔고, 오데트는 한낮부터 파리에 와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그에게 알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지 몰라 저녁을 혼자 극장에서 보내고, 진작에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어 평온히 잠들어 있었다.
실은 그녀는 그를 한 번도 떠올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스완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는 순간들이야말로, 오데트에게는 그녀의 온갖 부정보다도 더 값진 것이었고, 그를 그녀에게 더욱 붙들어 매어 놓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스완은, 예전에 베르뒤랭 부부의 집에서 오데트를 찾지 못해 저녁 내내 그녀를 찾아 헤매던 그날 밤, 그의 관심을 사랑으로 피어나게 하는 데 한 번 효험을 보였던 그 괴로운 동요의 상태에 붙들려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에게는 (훗날 콩브레에서 어린 시절의 내가 그러했듯이) 밤과 더불어 되돌아올 고통을 잊게 해 줄 행복한 낮이 없었다. 스완은 그 낮들을 오데트 없이 보내야만 했으니 말이다. 그는 이따금 스스로에게 이르곤 했다, 그토록 어여쁜 여자가 파리에서 혼자 나다니게 두는 것은 보석이 가득 든 상자를 길 한복판에 내버려 두는 것만큼이나 경솔한 짓이라고. 그런 심사에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마치 하나같이 소매치기라도 되는 양 사납게 노려보곤 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은, 이름도 형체도 없는 하나의 덩어리로서, 그의 상상의 손아귀를 벗어나 질투의 불길을 지필 먹이가 되어 주지 못했다. 그 애씀에 스완의 머리는 지쳐 버렸고, 마침내 그는 두 손으로 눈을 문지르며 “하느님, 도와주소서!” 하고 부르짖었다. 마치 사람들이 바깥세계의 실재라는 문제나 영혼의 불멸이라는 문제를 붙들려고 지적 광란에 스스로를 몰아넣은 끝에, 이치를 따지지 않는 한 번의 믿음으로 지친 머리를 쉬게 하듯이. 그러나 곁에 없는 애인 생각은 스완의 나날의 더없이 단순한 행동 하나하나에, 곧 끼니를 들 때, 편지를 뜯을 때, 산책을 나가거나 잠자리에 들 때에도, 그런 일들을 그녀 없이 해야 한다는 회한 탓에 끊임없이, 떼어 낼 수 없이 뒤엉켜 있었다. 마치 브루 교회에서, 오스트리아의 마르그리트가 슬픔에 겨워, 그를 향한 그리움에 사무쳐, 필리베르 미남공의 머리글자를 곳곳에 자기 것과 뒤얽어 새겨 놓았듯이. 어떤 날에는 집에 머무는 대신,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어느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얼마 전만 해도 그 뛰어난 요리 솜씨에 이끌려 다니던 곳이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낭만적”이라 부르는, 신비로우면서도 터무니없는 그런 이유로만 드나드는 식당이었다. 그 식당이 (덧붙이자면 지금도 남아 있다) 오데트가 사는 거리와 같은 이름을 지녔기 때문이니, 곧 라페루즈였다. 이따금 그녀가 어딘가로 짧은 나들이를 다녀왔을 때면, 그녀가 파리로 돌아왔음을 그에게 알릴 생각을 하기까지 며칠이 흘러가곤 했다. 그러고는 (예전 같으면 기어이 진실의 한 조각을 빌려다 몸을 감싸는 조심성을 부렸겠지만) 그런 조심성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방금 바로 이 순간에 아침 열차로 도착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하는 말은 거짓이었다. 적어도 오데트에게는 거짓이었으니, 앞뒤가 맞지 않고, (참말이었다면 갖추었을) 실제로 역에 도착한 기억의 뒷받침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그 말을 하는 동안, 자기가 열차에서 내리는 척하는 바로 그 순간에 실은 하고 있던 전혀 다른 어떤 일의 상반된 그림이 마음속에 떠올라, 자기가 하는 말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스완의 마음속에서는, 아무런 반박도 만나지 못한 이 말들이 가라앉아 굳어지더니, 마침내 결코 허물어지지 않는 진실의 확고함마저 띠게 되었다. 그리하여 만약 어떤 친구가 우연히 자기도 같은 열차로 왔는데 오데트를 못 보았다고 말한다면, 스완은 그 친구가 날짜나 시각을 잘못 안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의 말이 오데트가 한 말과 맞지 않으니 말이다. 이 말들이 그에게 거짓으로 보인 적은, 오직 그 말을 듣기 전에 이미 거짓이 나오리라고 의심했을 때뿐이었다. 그가 그녀의 거짓말을 믿으려면 미리 앞질러 품은 의심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만 있으면 또한 충분했다. 그것만 있으면 오데트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그에게 수상쩍게 보였다. 그녀가 어떤 이름을 입에 올리기라도 하면, 그것은 뻔히 그녀의 정부들 가운데 하나의 이름이었다. 일단 이런 억측이 자리를 잡으면, 그는 몇 주씩 스스로를 괴롭히곤 했다. 한번은 그 낯선 연적의 주소와 직업을 알아내려고 “흥신소”까지 찾아간 적도 있었다. 그 연적이 외국으로 떠났음이 증명되기 전까지는 그를 잠시도 편히 두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끝내 알아낸 바로는) 그자는 오데트의 삼촌이었고, 이십 년 전에 죽은 사람이었다.
평소에 그녀는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는다며 그가 공개된 모임에서 자기를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이따금 그와 그녀가 각기 초대받은 어느 야회에서, 곧 포르슈빌의 집이나 화가의 집, 혹은 어느 부처에서 열린 자선 무도회에서 그가 그녀와 같은 방에 있게 되는 일이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볼 수는 있었으나,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맛보는 즐거움을 자기가 엿보는 듯 보여 그녀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감히 그 자리에 머물지는 못했다. 그 즐거움이란, 그가 더없이 외로이 마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드는 동안, 몇 해 뒤 그가 콩브레로 우리와 저녁을 들러 오던 저녁마다 내가 잠자리에 들며 그러했던 것만큼이나 애타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동안, 그 끝을 볼 수 없었던 까닭에 그에게는 끝이 없는 것으로만 여겨졌다. 그리고 한두 번은 그런 저녁에서 그가, (돌연 끝나 버린 불안에서 그토록 격렬하게 되튀어 나온 것만 아니라면) 평온하다고 부르고 싶어질 그런 종류의 행복을 얻기도 했다. 그것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있는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화가의 화실에서 벌어진 잔치를 잠깐 들여다보고는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눈부신 낯선 여인으로 변한 오데트를 뒤에 남겨 두고 있었다. 자기를 향한 것이 아닌 그녀의 눈길과 명랑함이, 그곳에서든 다른 어디에서든 (어쩌면 그다음에 그녀가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그가 몸서리치던 앵코에랑 무도회에서) 누릴 어떤 관능적 쾌락을 넌지시 비추는 듯한 사내들에게 둘러싸인 오데트를. 그 쾌락은 그리기가 더 어려운 만큼, 그들이 실제로 몸을 섞으리라는 생각보다도 스완을 더 질투에 사로잡히게 했다. 그가 나가려고 문을 열던 참에, 그는 이런 말로 자기를 불러 세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 말은 그를 그토록 소스라치게 했던 그 야회의 있을 법한 결말을 잘라 내 버림으로써, 돌이켜 보면 그 야회 자체를 순진한 것으로 만들었고, 오데트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더는 상상조차 못할 끔찍한 것이 아니라 다정하고 낯익은 것, 그의 마차 안에서 마치 그의 일상의 한 부분처럼 그의 곁에 바싹 붙어 있는 것으로 만들었으며, 오데트 자신에게서 그 겉모습의 지나친 광채와 명랑함을 벗겨 내, 그것이 그녀가 한순간, 신비로운 쾌락을 노려서가 아니라 그를 위해 잠시 걸쳤다가 이미 싫증 내 버린 변장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내 주었다.) 문지방을 넘는 그의 등 뒤로 오데트가 던진 그 말은 이러했다. “잠깐만 저 좀 기다려 주시면 안 돼요? 저도 지금 가려던 참이에요. 같이 마차로 돌아가면서 저를 내려 주세요.” 한번은 포르슈빌이 같은 시각에 자기도 태워다 달라고 청한 적이 있었는데, 오데트의 집 앞에 다다르자 그가 자기도 안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조르니, 그녀는 스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대답한 것이 사실이었다. “아! 그건 이분께 달렸어요. 이분께 여쭤보셔야죠. 좋아요, 정 그러시면 잠깐만 들어오세요. 하지만 오래 계시면 안 돼요. 미리 일러두는데, 이분은 저랑 조용히 앉아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셔서, 계실 때 손님이 있으면 도무지 달가워하지 않으시거든요. 아, 제가 아는 만큼 당신도 이 사람을 아신다면! 그렇지요, 여보, 나만큼 당신을 정말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안 그래요?”
그리고 스완은, 포르슈빌 앞에서 그녀가 자기에게 이렇게, 이런 다정한 편애의 말만이 아니라 이를테면 이런 잔소리까지 건네는 광경에 어쩌면 더욱 마음이 움직였다. “일요일에 친구분들과 저녁 드시는 일, 아직 편지 안 쓰셨죠, 분명해요. 가기 싫으면 안 가셔도 되지만, 적어도 예의는 차리셔야죠,” 라거나 “그런데, 페르메이르에 관한 논문은 여기 두고 가셨어요? 내일 조금 더 손보시게요? 게으름뱅이 같으니! 내가 일을 시키고 말 테니, 두고 보세요,” 하는 잔소리 말이다. 이런 말들은 오데트가 그의 사교 약속과 문필 작업을 늘 챙기고 있음을, 그러니까 두 사람이 정말로 삶을 함께 나누고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는데, 그는 그 미소를 그녀가 온전히 자기 것이라는 뜻으로 새겼다.
그러고 나서, 그녀가 두 사람에게 오렌지 주스를 만들어 주는 동안, 문득, 마치 잘못 끼워진 등의 반사갓이 처음에는 어떤 물건 둘레로, 그 너머 벽에 거대하고 기괴한 그림자를 드리웠다가 이윽고 그 그림자가 오그라들어 물건 자체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듯이, 그가 오데트에 대해 품었던 온갖 무섭고 불안한 생각들이 스르르 녹아, 그의 눈앞에 서 있는 그 사랑스러운 여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는 문득 이런 의심이 들었다. 오데트의 집에서 등불 아래 보내는 이 시간은, 어쩌면 결국, 그를 위해 특별히 꾸며 낸 인위적인 시간이 (그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맴돌면서도 결코 흡족하게 그려 낼 수 없었던 그 무섭고도 감미로운 것, 곧 오데트의 진짜 삶의 시간, 그가 곁에서 지켜보지 않을 때의 그녀의 삶을 감추려는 속셈으로, 무대 소품과 종이 반죽 과일을 갖춰 꾸며 낸 시간이) 아니라, 어쩌면 오데트의 삶의 진짜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만약 자기가 거기 없었더라도 그녀는 포르슈빌에게 똑같은 안락의자를 끌어다 주었을 것이고, 무슨 알 수 없는 음료가 아니라 바로 지금 두 사람에게 내놓고 있는 그 오렌지 주스를 그에게 따라 주었으리라는 의심이. 오데트가 사는 세계는, 그가 늘 그녀를 갖다 놓곤 하던, 어쩌면 그의 상상 속에만 있을 그 무섭고 초자연적인 딴 세계가 아니라, 특별한 우울의 기운이라고는 풍기지 않는 진짜 우주, 이따가 그가 앉아 글을 쓸 수도 있을 저 탁자와, 지금 그가 맛보도록 허락받은 이 음료를 아우르는 세계라는 의심이. 그가 호기심과 감탄, 그리고 그만큼의 고마움을 담아 바라보던 그 모든 물건들 말이다. 그것들이 그의 꿈을 빨아들여 그를 강박에서 놓여나게 해 주었다면, 그것들 자체도 그 빨아들임으로 한결 풍요로워졌으니 말이다. 그것들은 그에게 그의 몽상이 손에 잡히도록 실현된 모습을 보여 주었고, 그의 마음을 끌었다. 그의 눈앞에서 형체를 갖추어 단단해졌고, 동시에 그의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 주었다. 아! 운명이 그로 하여금 오데트와 한 집을 나누어 쓰게만 해 주었더라면, 그리하여 그녀의 집이 곧 자기 집이 되었더라면. 하인에게 점심에 무엇이 나오느냐고 물었을 때 그 대답으로 알게 되는 것이 오데트의 식단이었더라면. 오데트가 아침에 부아드불로뉴 대로를 따라 산책하고 싶어 할 때,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없어도 착한 남편의 도리로서 그녀를 따라나서, 그녀가 너무 더워하면 외투를 들어 주어야만 했더라면. 그리고 저녁에, 만찬을 든 뒤에 그녀가 집에 머물며 옷을 차려입고 싶어 하지 않을 때, 그녀 곁에 남아 그녀가 청하는 대로 해 주지 않을 수 없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이제는 그토록 음울해 보이는 스완의 삶의 온갖 하찮은 자질구레함이, 오직 그것들이 동시에 오데트의 삶의 일부가 되었으리라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그토록 많은 그의 꿈을 빨아들이고 그토록 많은 그의 갈망을 실체로 만들어 준 저 등불, 저 오렌지 주스, 저 안락의자처럼, 넘칠 듯 그득한 감미로움과 신비로운 단단함을 온전히 띠게 되었으련만.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가 그토록 갈망하는 그 상태가 실은 자기 사랑에 이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못할 고요, 평온이 아닐까 의심하는 편이었다. 오데트가 그에게 늘 부재하고, 아쉬워지고, 상상되는 존재이기를 그치고, 그가 그녀에게 품은 감정이 더는 소나타의 악절이 그의 안에 불러일으키던 그 신비로운 동요가 아니라 한결같은 애정과 고마움이 되고, 그의 우울한 광증을 끝내 줄 그런 정상적인 관계가 두 사람 사이에 자리 잡는다면, 그때에는 틀림없이 오데트의 나날의 행동이 그 자체로는 별 흥미도 없는 것으로 그의 눈에 비칠 터였다. 이를테면 봉투 너머로 그녀가 포르슈빌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던 그날, 그가 이미 여러 번 그럴 수도 있으리라 느꼈던 것처럼. 그는 마치 그 효과를 연구하려고 스스로에게 병을 접종하기라도 한 듯 냉철한 과학자의 태도로 자기 병증을 살피며, 이 병이 나으면 오데트가 무엇을 하든 안 하든 자기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지리라고 스스로에게 이르곤 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그 병든 상태에서 그는 그런 회복을 죽음 그 자체 못지않게 두려워했으니, 그런 회복이란 실은 그때의 자기라는 존재 전부의 죽음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