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스완의 사랑 ⑭

1권 · 스완의 사랑

실로 그는 자기가 ‘젊은 스완’임을 너무 오래 잊고 지낸 터라, 잠시 그 역할을 다시 맡으면, 다른 때, 곧 쾌락에 물리고 지쳐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보다 한결 짙은 즐거움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그에게 언제나 ‘젊은 스완’ 말고는 다른 무엇도 아니었던 중산층 사람들의 정겨움이, 귀족들의 그것보다 덜 활기차기는 했어도 (그래도 그만큼 더 우쭐하게 해 주었으니, 중산층의 마음에서는 우정이 존경과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왕족이 그에게 왕후장상 같은 향응을 베풀겠노라고 보내온 편지라 한들, 부모의 오랜 벗들 가운데 어느 집안의 혼례에 증인이 되어 달라거나 그저 참석해 달라고 청하는 편지만큼 스완에게 매력적일 수는 없었다. 그 벗들 가운데 더러는, 이 일들이 있기 한 해 전 나의 어머니 혼례에 그를 초대했던 나의 할아버지처럼 그와 ‘교분을 이어 온’ 이들이었고, 더러는 그를 얼굴이나 겨우 알아볼 정도였으나, 그 아들에게, 곧 돌아가신 스완 의 어엿한 후계자에게 예를 갖추는 것이 도리라 여기던 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그토록 많은 이들과 이미 오래도록 이어 온 친분 덕분에, 그 사교계 사람들 또한 어떤 의미로는 그의 집안이자 그의 하인이며 그의 가족의 일부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빛나는 인맥을 마음속에 떠올릴 때면,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훌륭한 영지며 훌륭한 은식기며 훌륭한 식탁보를 바라볼 때와 똑같은, 밖에서 받쳐 주는 든든함, 똑같은 탄탄한 안락을 느꼈다. 그리고 만일 그가 갑작스러운 병에 걸려 집 안에 갇힌다면, 그의 시종이 본능적으로 달려가 찾을 사람들이 샤르트르 공작, 뢰스 대공, 뤽상부르 공작, 샤를뤼스 남작이리라는 생각은, 우리의 늙은 프랑수아즈가 언젠가 자기 이름을 수놓은, 조금도 기운 데 없는 (혹은 어찌나 정교하게 기웠던지 되레 그 바느질꾼의 솜씨와 끈기를 돋보이게 할 뿐인) 자신의 고운 옷을 입고 묻히리라는 것을 알고서 얻던 것과 똑같은 위안을 그에게 안겨 주었다. 프랑수아즈는 마음의 눈에 늘 떠오르는 그 수의의 모습에서, 정말 부와 번영까지는 아니라 해도 적어도 어떤 흡족한 자존감을 길어 냈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데트와 관련된 그의 온갖 행동과 생각 하나하나에서, 스완은 자신이 그녀에게 어쩌면 덜 소중하지는 않을지언정 적어도 누구보다도, 심지어 베르뒤랭가의 ‘단골들’ 가운데 가장 따분한 자보다도 덜 반가운 존재가 아닐까 하는, 입 밖에 내지 못한 느낌에 끊임없이 짓눌리고 휘둘렸던 터라, 자신이 취향의 으뜸가는 본보기로서, 온갖 정성을 다해 끌어들이려 애쓰는 사람, 오지 않으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사람으로 대접받는 세계로 발을 들일 때면, 그는 다시금 더 행복한 삶이 있음을 믿기 시작했고, 거의 그것에 대한 식욕마저 느꼈으니, 몇 달을 침대에 누워 엄격한 식이요법에 매인 병자가 신문을 집어 들고 공식 만찬 기사나 시칠리아 일주 유람선 광고를 읽을 때 느낄 법한 그런 심정이었다.

사교계 벗들에게는 찾아뵙지 못하는 것을 변명해야 했다면, 정작 오데트에게는 그녀를 찾아가는 그 방문들을 두고 변명거리를 찾아야 했다. 그는 여전히 그녀를 찾아갔고 (달마다 끝이면, 어쩌면 그녀의 인내심을 바닥냈을지도 모르고 확실히 꽤 자주 찾아간 터라, 사천 프랑을 보내면 그것으로 충분할까 스스로 물어보면서), 방문할 때마다 구실을 찾아냈다. 가져다줘야 할 선물이라든가, 그녀가 원하는 어떤 정보라든가, 마침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이던 샤를뤼스 가 스완더러 함께 가자고 우겼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아무 구실도 없으면, 그는 샤를뤼스 에게 지금 당장 그녀를 찾아가, 이야기 도중 문득 스완에게 할 말이 떠올랐다는 듯이 넌지시 말을 꺼내어, 스완의 집으로 기별을 보내 그를 지금 곧 이리로 오라고 청해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그러나 대개 스완은 집에서 헛되이 기다렸고, 샤를뤼스 는 그날 저녁 늦게야 그 술책이 먹히지 않았다고 그에게 알려 주었다. 그리하여, 이제 그녀가 파리를 떠나 있는 일이 잦아졌을 뿐 아니라, 파리에 있을 때조차 그는 그녀를 좀처럼 보지 못했다. 그를 사랑하던 시절에는 ‘나는 언제든 한가해요’라거나 ‘남들이 어찌 생각하든 나한테 무슨 상관이겠어요?’라고 말하던 그녀가, 이제는 그가 만나고 싶어 할 때마다 체면을 들먹이거나 무슨 선약이 있다고 둘러댔다. 그가 그녀도 참석할 자선 공연이나 전람회 초대전, 혹은 초연 무대에 가겠다고 하면, 그녀는 그가 둘의 관계를 세상에 드러내려 한다며, 자기를 길거리 여자처럼 대한다며 발끈했다. 사정이 그 지경에 이르자, 어디서든 그녀를 만나는 것이 아예 금지되는 처지만은 면해 보려고, 스완은 그녀가 자신의 종조부 아돌프를, 자기도 벗이었던 그를 알고 지내며 깊이 따르는 것을 떠올리고서, 어느 날 벨샤스 거리에 있는 그의 작은 아파트로 그를 찾아가, 오데트에게 영향력을 좀 써 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그녀는 스완에게 나의 종조부 이야기를 할 때면 으레 시적인 어조를 띠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 그분은요! 당신하곤 조금도 달라요. 저를 향한 그분의 우정은 그윽하고 위대하고 아름다운 거예요. 그분은 당신처럼 저를 그렇게 함부로 여겨, 사람들 앞 아무 데서나 저와 함께 있는 꼴을 보이실 분이 아니에요.’ 이 말에 스완은 난처해졌으니, 종조부에게 오데트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어느 정도의 미사여구까지 끌어올려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먼저 a priori 그녀의 빼어남을, 그녀가 지닌 천사 같은 초인성이라는 공리를, 무어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녀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미덕의 계시를 넌지시 내비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이 이야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이가 뭇 여인 위에 우뚝 선 여인,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 얼마나 천사 같은 존재인지 아시는 종조부님께 말입니다. 하지만 파리의 삶이 어떤지도 잘 아시겠지요. 저와 종조부님이 오데트를 우러러본 그 눈으로 그녀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리석게 군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지요. 그녀는 극장에서조차 밖에서 저와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녀가 그토록 크게 믿는 종조부님께서, 제가 길에서 그녀에게 인사하는 것이 그녀에게 끼칠 해를 그녀가 지나치게 부풀리고 있다고 안심시키는, 그런 몇 마디만 그녀에게 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종조부는 스완에게 며칠 오데트를 만나지 말라고, 그러면 그녀가 그를 한층 더 사랑하게 되리라고 일러 주었고, 오데트에게는 스완이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자주 그녀를 만나게 두라고 일러 주었다. 며칠 뒤 오데트는 스완에게, 방금 호되게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을 겪었노라고, 종조부도 다른 남자들과 다를 바 없음을 알게 되었노라고, 그가 힘으로 그녀를 덮치려 했노라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스완을 달랬는데, 그는 처음에는 당장 달려나가 종조부에게 결투를 신청하려 들었으나, 다시 만났을 때 그와 악수하기를 마다했다. 그는 이 결별을 더욱 아쉬워했으니, 이따금 종조부 아돌프를 다시 만나 은밀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더라면, 지난날 오데트가 니스에서 지내던 삶에 관한 어떤 소문들을 그가 밝혀 주도록 할 수 있으리라 바랐던 까닭이다. 종조부 아돌프는 그곳에서 겨울을 나곤 했으므로, 스완은 어쩌면 바로 그곳에서 그가 오데트를 처음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데트의 정부였던 듯한 어떤 남자에 관해 누군가가 그의 귀에 흘린 몇 마디는 스완을 멍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알기 전이라면 알게 되기에 가장 끔찍하고 믿기에 가장 불가능하다 여겼을 바로 그 일들이, 일단 알고 나자 그의 슬픔의 전체 덩어리 속에 영영 녹아들었다. 그는 그것들을 받아들였고, 이제는 그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도리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 하나하나가 지나가며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겨, 그가 애인에 대해 그려 두었던 그림을 바꾸어 놓았다. 실제로 한때 그는, 오데트에게서는 결코 의심하지 못했을 이 품행의 ‘가벼움’이 이미 훤히 알려진 사실이었으며, 지난날 그녀가 바덴이나 니스에 가 여러 달을 지내던 무렵 그곳에서 일종의 염문으로 이름을 떨쳤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그런 부류의 사내들에게 물어보려고 그들과 다시 연을 대려 했으나, 그들은 그가 오데트를 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게다가 그는 그들의 머릿속에 그녀 생각을 새겨 넣어 그들을 다시 그녀의 뒤로 몰아붙이게 될까 두려웠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바덴이나 니스의 국제적인 삶에 얽힌 것만큼 따분해 보이는 것이 그에게 다시없었건만, 이제 오데트가 어쩌면 지난날 그 환락의 도시들에서 한때 ‘방탕한’ 삶을 살았음을 알게 되자, 비록 그것이 오로지 자기 덕분에 이제는 느끼지 않게 된 돈 궁핍을 채우려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언제라도 그녀 안에서 되살아날 수 있는 어떤 변덕스러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 끝내 알아낼 수 없었지만, 그는 무력한 번민에 사로잡혀, 눈이 멀고 어지러운 채, 바닥 모를 심연 위로 몸을 기울이곤 했다. 그 심연 속으로는, 마크마옹의 Septennat 초년, 겨울은 프롬나드 데 장글레에서 여름은 바덴의 보리수 아래에서 보내던 그 자신의 세월이 흘러 들어가 삼켜져 있었으니, 그는 그 세월에서, 시인이라면 거기에 불어넣었음직한, 슬프면서도 눈부신 깊이를 찾아내곤 했다. 그리고 만일 그것이, 오데트의 미소나 눈빛에서 여전히 그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무언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만 있었다면, 그는 그 시절 코트다쥐르의 하루하루를 이루던 온갖 하찮은 세부를 되짚어 재구성하는 일에,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며 아름다운 반나며 비너스의 넋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 보려고 15세기 피렌체에 남은 문헌을 샅샅이 뒤지는 심미가보다도 더한 열의를 쏟았을 것이다. 그는 흔히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앉아 있곤 했고, 그러면 그녀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당신 참 슬퍼 보여요!’ 그가, 그녀가 자기가 아는 가장 훌륭한 여인들에 견줄 만한 빼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그녀가 ‘몸 파는’ 여자라는 생각으로 옮겨 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거꾸로 된 과정을 거쳐, 그는 어쩌면 니스와 바덴의 피서객들과 ‘난봉꾼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졌을 그 오데트 드 크레시로부터, 표정이 그토록 자주 부드럽던 이 얼굴로, 이토록 지극히 인간적인 이 천성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했다. ‘니스에서 다들 오데트 드 크레시가 어떤 여자인지 안다는 게, 따지고 보면 대체 무슨 뜻인가? 그런 소문이란 사실일 때조차 늘 남들의 생각에 기대고 있는 법이지.’ 그는, 이 전설이 설령 사실이라 해도 오데트에게는 바깥의 것일 뿐, 짓궂고 뿌리 뽑을 수 없는 성품처럼 그녀에게 배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어쩌면 그릇된 길로 이끌렸을지 모를 그 사람은, 맑은 눈과 남의 고통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가득한 가슴을 지닌, 그가 두 팔로 꼭 끌어안고 손끝으로 더듬던 순한 몸을 지닌 여인, 자신이 그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기만 한다면 언젠가 온전히 소유하게 될지도 모를 여인이라고 곱씹곤 했다. 그녀가 거기 있었다. 흔히 지쳐서, 스완을 괴롭히던 그 미지의 것들에 대한 애타고 달뜬 골몰로 잠시 얼굴이 텅 비어 버린 채로. 그녀는 두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곤 했고, 그러면 이마가, 얼굴 전체가 더 커지는 듯 보였다. 그러다 문득, 여느 인간다운 생각 하나가, 누구나 쉬거나 사색하는 한때에 거리낌 없이 제 마음을 드러낼 때 온갖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그런 갸륵한 감정 하나가, 한 줄기 금빛처럼 그녀의 눈에서 반짝 빛나곤 했다. 그러면 이내 그녀의 얼굴 전체가, 구름에 뒤덮여 있다가 그 구름이 문득 걷히면서 해 질 무렵 흐릿하던 정경이 환히 탈바꿈하는 잿빛 풍경처럼 밝아지곤 했다. 그런 순간 오데트를 사로잡던 삶, 그녀가 꿈결처럼 바라보는 듯하던 그 미래마저도, 스완은 그녀와 함께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나쁜 소요도 거기에 아무런 자국을 남기지 않은 듯했다. 그런 순간들은 드물어졌을망정 헛되이 지나가지는 않았다. 기억의 작용으로 스완은 그 조각들을 이어 붙이고 그 사이의 틈을 없애어, 다정함과 고요함으로 빚어진 오데트의 상을, 녹은 금을 부어 주조하듯 빚어냈다. 훗날 (이 이야기의 둘째 부분에서 보게 되겠지만) 그가 그 오데트를 위해 치르게 될 희생들은, 또 다른 오데트라면 결코 그에게서 얻어 내지 못했을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순간들은 얼마나 드물었으며, 이제 그가 그녀를 보는 일은 또 얼마나 뜸했던가! 저녁 약속만 해도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말해 주지 않았으니, 그가 언제나 한가하리라 셈하고서, 다른 누구도 자기를 찾아오겠다는 이가 없음을 먼저 확인해 두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몹시 중요한 답을 기다려야 한다고 둘러대곤 했고, 스완을 자기 집으로 오게 해 놓고서도, 저녁이 반쯤 지날 무렵 벗들 가운데 누군가가 어느 극장에 함께 가자거나 그 뒤에 야식을 같이하자고 청하면, 기뻐 펄쩍 뛰며 부랴부랴 옷을 차려입었다. 몸단장이 되어 갈수록,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가 스완을, 그가 그녀와 헤어져야 할 순간, 그녀가 거스를 수 없는 힘으로 날아가 버릴 그 순간으로 점점 더 가까이 데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채비가 끝나, 예뻐 보이려는 조바심으로 팽팽하면서도 반짝이는 마지막 눈길을 거울 속에 던지고, 입술에 연지를 살짝 바르고,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칼 한 올을 매만지고, 황금 술이 달린 하늘빛 비단 망토를 가져오라 이르고 나면, 스완이 어찌나 처량한 얼굴을 하고 있던지, 그녀는 조바심 어린 몸짓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쏘아붙이곤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을 붙들어 둔 걸 고작 이렇게 갚는군요! 나는 당신한테 그렇게 잘해 준다고 여겼는데. 흥, 다음번엔 나도 알아서 하겠어요!’ 때로는 그녀를 성가시게 할 위험을 무릅쓰고, 그는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내기로 마음먹었고, 어쩌면 알려 줄 수 있을 포르슈빌과 방어 동맹을 맺는 꿈까지 꾸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가 누구와 저녁을 보내는지 알기만 하면, 그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인들 가운데, 그녀가 함께 나간 그 남자를 간접적으로나마 아는 누군가를 찾아내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그 남자에 관한 이런저런 정보쯤은 손쉽게 얻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벗들 가운데 하나에게 편지를 써서 이런저런 대목을 좀 밝혀 봐 달라고 부탁하는 동안이면, 그는 답 없는 물음들로 스스로를 괴롭히기를 멈추고 캐묻는 수고를 다른 이에게 넘겼다는 데서 안도감을 느끼곤 했다. 물론 스완이 실제로 받아 든 정보로 딱히 더 나아진 것은 없었다. 무언가를 안다고 해서 언제나 그것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아는 것들은, 손안에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마음속에는 쥐고 있어, 거기서는 마음대로 다룰 수 있으니, 그것이 우리에게 그것들을 통제하는 일종의 힘을 지녔다는 착각을 안겨 준다. 샤를뤼스 가 오데트와 함께 있을 때면 그는 무척 마음이 놓였다. 샤를뤼스 와 그녀 사이에는 결코 온당치 못한 일이 생길 리 없음을, 샤를뤼스 가 그녀와 어디를 가는 것은 자신을 향한 우정에서임을, 그리고 그가 그녀가 한 일을 죄다 스스럼없이 자기에게 일러 주리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때때로 그녀는 어느 날 저녁에는 도저히 그를 만날 수 없다고 스완에게 하도 딱 잘라 말하고, 어떤 나들이를 어찌나 간절히 손꼽아 기다리는 듯 보이던지, 스완은 샤를뤼스 가 마침 그녀를 따라나설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실질적인 무게를 두었다. 이튿날이면 그는 샤를뤼스 에게 감히 여러 가지를 캐묻지는 못한 채, 그의 첫 대답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척함으로써 그가 더 많은 말을 하게끔 몰아갔고, 그때마다 점점 더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으니, 오데트가 더없이 해맑은 소일거리로 저녁을 보냈음을 이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무슨 말인가, 이보게 메메, 나는 도무지 모르겠네…… 그 여자 집에서 곧장 그레뱅 박물관으로 간 게 아니라고? 분명 먼저 다른 데를 들렀겠지? 아니라고? 그거 참 이상하군! 자네는 자기가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지 모른다니까, 이보게 메메. 그런데 그다음에 샤 누아르로 가다니 그 여자도 참 별난 생각을 다 했군. 그 여자 생각이었겠지? 아니라고? 자네 생각이었어? 거참 묘하군. 하기야 나쁜 생각은 아니었지. 거기라면 아는 사람이 수두룩했을 텐데? 아니라고? 아무하고도 말 한마디 안 했다고? 별일이로군! 그럼 그렇게, 자네하고 그 여자 단둘이서만 거기 앉아 있었단 말이지? 자네가 거기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 자네는 참 착한 친구야, 이보게 메메. 나는 자네를 무척 아낀다네.’

이제 스완은 완전히 마음이 놓였다. 그의 사랑을 전혀 모르는, 그래서 그가 귓등으로나 듣던 벗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따금 (이를테면 ‘어제 드 크레시 부인을 봤는데, 웬 낯선 남자와 함께더군’ 같은) 뚝 떨어진 문장들을 듣는 일이 그에게는 그토록 잦았으니, 그런 문장들은 그의 가슴속에 떨어져 이내 단단한 상태로 굳어 종유석처럼 딱딱해져서는, 꼼짝없이 거기 박힌 채 그를 지지고 찢어 놓곤 했다. 그러니 그와는 대조적으로 ‘그 여자는 아는 사람 하나 없었고, 아무하고도 말 한마디 안 했다’는 말이 얼마나 정겨웠던가. 그 말이 그의 몸속을 얼마나 거침없이 흘렀으며, 얼마나 유연하고 얼마나 아지랑이 같아 숨쉬기에 얼마나 수월했던가! 그런데도 잠시 뒤면 그는, 만약 그런 것이 그녀가 자기와 함께 있기보다 더 좋아하는 즐거움이라면 오데트는 자기를 무척 따분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틀림없다고 스스로에게 이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하찮다는 바로 그 점이, 그를 안심시키면서도, 마치 그녀가 그런 것을 즐긴 것이 배신이라도 되는 양 그를 아프게 했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내지 못할 때조차도, 그때 그가 느끼던 번민을, 오직 오데트의 존재와 그녀와 함께 있는 매력만이 유일한 특효약이던 그 번민을 (오래 보면 다른 숱한 약들이 그렇듯 병을 더 도지게 하는, 그래도 적어도 그의 고통을 한동안은 덜어 주던 특효약이던 그것을) 가라앉히기에는, 그녀가 외출한 동안만이라도 그를 자기 집에 남아 있게 해 주어, 그녀가 돌아올 그 시각까지 거기서 기다리게만 해 주었어도 넉넉했으리라. 그 시각의 고요와 평온 속으로는, 어떤 요술, 어떤 저주받은 주문이 그로 하여금 어쩐지 다른 시간과는 다르다고 여기게 만든 그 사이 시간들의 온갖 기억이 흘러들어, 거기서 뒤섞여 스러졌을 터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려 하지 않았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돌아가는 길에 억지로 이런저런 궁리를 짜내며 오데트 생각을 그쳤고, 옷을 벗는 동안에는 온갖 즐거운 생각들을 마음속에 굴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튿날 좋아하는 예술 작품을 보러 가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가벼운 마음으로 침대에 뛰어들어 불을 껐다. 그러나 잠잘 채비를 갖추자마자, 어느새 몸에 배어 스스로 의식조차 못 하던 자제심을 늦추기가 무섭게, 얼음장 같은 전율이 그의 몸을 뒤흔들었고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 까닭을 알고 싶지 않았으나, 눈물을 닦으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거참 멋지군. 신경쇠약에 걸리고 있어.’ 그러고 나면 그는, 이튿날 다시 처음부터 오데트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내려 애써야 하고, 그녀를 만나 보려고 온갖 영향력을 다 동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완전히 기진맥진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쉴 틈도, 변화도, 결실도 없는 이 활동에 대한 강박은 어찌나 잔혹한 채찍이었던지, 어느 날 배 위로 무언가 부풀어 오른 것을 알아챘을 때, 그는 어쩌면 자기에게 목숨을 앗아 갈 종양이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제 더는 아무것에도 마음 쓸 필요가 없으리라는, 멀지 않은 종말이 올 때까지 자기 병이 자기 삶을 다스리며 자기를 노리개 삼으리라는 생각에 실로 기쁨마저 느꼈다. 정말이지 이 무렵 그는, 스스로에게조차 털어놓지는 않았어도, 이따금 죽음을 갈망하는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고통의 날카로움에서라기보다 그 싸움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더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게 될 때까지, 그녀가 그에게 거짓말할 까닭이 없어질 때까지, 마침내 그녀에게서, 그가 어느 날 오후 그녀를 찾아갔을 때 그녀가 포르슈빌의 품에 안겨 있었는지 아닌지를 알아낼 수 있게 될 때까지 살고 싶었다. 흔히 며칠씩 잇달아, 그녀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의심이 그의 마음을 포르슈빌 문제에서 딴 데로 돌려놓아, 마치 얼마 동안은 앞선 병에서 우리를 놓여나게 해 주는 듯한 만성 질환의 새로운 국면들처럼, 그 문제를 그에게 거의 아무래도 좋은 것으로 만들어 놓곤 했다. 심지어 아무런 의심에도 시달리지 않는 날들도 있었다. 그는 자기가 다 나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면, 전날 여러 인상의 격류 속에 말하자면 희석해 놓았던 그 아픔을,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은 그를 깨운 것이 바로 그 아픔의 날카로움이었다.

오데트는 날마다 그녀의 시간을 그토록 많이 앗아 가는 그 더없이 중대한 일들에 대해 그에게 아무것도 일러 주지 않았으므로 (하기야 그는 그런 일이란 결국 언제나 쾌락에 지나지 않음을 알 만큼 세상을 오래 살았지만), 그는 그것들을 상상해 보려는 애를 오래 버텨 내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은 텅 비어 버리곤 했고, 그러면 그는 안경알을 닦듯이 지친 눈꺼풀 위로 손가락을 스치고는 아예 생각을 그쳐 버렸다. 그렇지만 이 미답의 영역에서, 이따금 다시 나타나는 어떤 소일거리들이 떠오르곤 했으니, 오데트가 먼 친척이나 옛 벗들에 대한 어떤 도리와 어렴풋이 결부시켜 놓은 것들이었다. 그녀가 그를 만나지 못하게 가로막는 사유로 입에 올리는 사람이라고는 오직 그들뿐이었으므로, 스완에게는 그들이 그녀 삶의 없어서는 안 될, 바꿀 수 없는 배경을 이루는 듯 보였다. 그녀가 이따금 ‘내가 친구와 함께 이포드롬에 가는 날’을 입에 올리던 그 말투 탓에, 그가 몸이 편치 않아 ‘어쩌면 오데트가 마음씨 좋게 나를 보러 와 줄지도 몰라’ 하고 생각했다가, 문득 오늘이 바로 그런 날 가운데 하나임을 떠올리면, 그는 이렇게 스스로를 바로잡곤 했다. ‘아, 안 되지! 오라고 청해 봐야 소용없어. 진작 생각했어야 했는데, 오늘은 그녀가 친구와 함께 이포드롬에 가는 날이잖아. 될 만한 일에만 매달려야지. 받아들여질 수 없어 미리 거절당할 일을 제안하며 시간을 허비해 봐야 부질없어.’ 그리고 이렇게 스완이 순순히 받아들인, 이포드롬에 가야 한다는 오데트에게 지워진 이 의무는, 그 자체로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을 뿐 아니라, 그것에 찍힌 필연의 표지가, 거기에 조금이라도 이어진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럴듯하고 정당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 듯했다. 길에서 오데트가 지나가는 이의 인사를 받아 스완의 질투를 돋운 뒤, 그의 물음에 대해 그 낯선 이를, 그녀가 자주 이야기하던 두세 가지 으뜸가는 의무 가운데 하나에 결부시켜 대답하면, 이를테면 ‘저이는 요전 날 내 친구 특별석에 함께 있던 신사예요. 나랑 같이 이포드롬에 가는 그 친구요’ 하고 말하면, 그 설명은 스완의 의심을 가라앉혀 주었다. 결국 이 친구가 이포드롬의 자기 특별석에 오데트 말고도 다른 손님들을 두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으나, 그는 그들에 대해 어떤 또렷한 인상을 그려 보려 한 적도, 그려 내는 데 성공한 적도 없었다. 아! 그는 그녀를, 이포드롬에 다닌다는 그 친구를 얼마나 알고 싶었으며, 그녀가 자기를 오데트와 함께 그곳에 초대해 주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오데트를 늘 만나는 사람이라면, 그가 손톱 다듬는 여자든 가게 점원 아가씨든, 그를 위해서라면 그는 자기의 온갖 지인을 얼마나 선뜻 내던졌을 것인가. 그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왕비들을 위할 때보다 더 많은 수고를 무릅쓰고 더 많은 돈을 들였을 것이다. 그들이 지닌 오데트의 삶에 대한 앎 가운데서, 그의 아픔을 달래 줄 그 하나뿐인 강력한 진통제를 그에게 건네주지 않겠는가? 오데트가 무슨 속셈에서든 아니면 타고난 순박함에서든 다정히 지내던 그 미천한 이들 가운데 누군가와 나날을 보내려고, 그는 얼마나 기꺼이 달려갔을 것인가. 오데트가 드나들면서도 그는 결코 데려가지 않던, 초라하지만 부럽기 짝이 없는 어느 집 다락에, 그는 얼마나 기꺼이 영영 거처를 정했을 것인가. 그곳에서, 기꺼이 그 정부인 척했을 은퇴한 자그마한 삯바느질꾼 여자와 함께 살았더라면, 그는 오데트의 방문을 거의 날마다 받았을 터였다. 거의 빈민굴이나 다름없던 그런 동네에서, 그는 얼마나 소박한, 원한다면 비천하다 해도 좋을, 그러나 고요와 행복으로 살찌운 즐거운 삶을 한없이 이어 가는 데 기꺼이 동의했을 것인가.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