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오래 나에게서 그녀를 못 보게 막아 오던 질베르트의 부모는, 이제, 내가 그 어두운 현관에 들어설 때면, 옛 베르사유에서 왕의 출현이 그러했던 것보다 더 두렵고도 더 바라 마지않던, 그들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그 가능성이 늘 감돌던 그곳, 게다가 어김없이, 성경의 촛대와도 같은 가지 일곱 달린 거대한 모자걸이에 부딪치고 나서, 긴 회색 외투 자락에 파묻힌 채 장작통 위에 앉아 있는, 어스름 속에서 내가 스완 부인으로 잘못 본 하인 앞에서 얼떨결에 굽실굽실 절을 하기 시작하던 그 현관에서, 질베르트의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내가 도착하는 참에 마침 지나가기라도 하면, 언짢아하기는커녕 다가와 미소를 띠고 악수를 청하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잘 있었나?” (두 사람 다 똑같이 짤막하게 끊어 발음했는데, 짐작하다시피, 집에 돌아온 나는 그것을 끊임없이 신나게 흉내 내는 버릇을 들였다.) “질베르트는 자네가 온 걸 아나? 안다고? 그럼 그 애한테 자네를 맡기지.”
그뿐 아니라, 질베르트가 자기 친구들을 초대하던 그 다과회 자체가, 오랫동안 그녀와 나 사이에 겹겹이 쌓인 장벽 가운데 가장 넘기 힘든 것으로 여겨지던 그 모임이, 이제는 우리를 이어 주는 기회가 되어, 그녀는 몇 줄 적은 쪽지로 나에게 그것을 알려 오곤 했는데, 그 쪽지는 (나는 아직 비교적 낯선 사이였으므로) 언제나 다른 종이에 쓰여 있었다. 어떤 종이는 파란색으로 도드라지게 새긴 푸들이 장식되어 있고, 그 위에는 느낌표가 붙은 기상천외한 영어 문구가 얹혀 있었다. 또 어떤 종이에는 닻이 찍혀 있거나, 아니면 G. S.라는 모노그램이 페이지의 위에서 아래까지 뻗은 직사각형 안에 터무니없이 길쭉하게 늘여져 있었으며, 또는 질베르트라는 이름이, 어떤 것은 검게 인쇄된 펼친 우산 아래 한쪽 귀퉁이에 내 친구의 서명을 흉내 낸 금빛 글씨로 화려한 장식을 곁들여 적혀 있고, 어떤 것은 중국식 모자 모양의 모노그램 안에 갇혀, 그 이름의 모든 글자가 대문자로 담겨 있으면서도 그중 단 한 글자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결국, 질베르트가 지닌 갖가지 편지지의 종류가 아무리 많다 한들 무한하지는 않았으므로, 몇 주가 지나자 나는 (그녀가 나에게 처음 써 보낸 편지처럼) Per viam rectam이라는 문구가 적히고 그 위에 흐릿해진 은빛 메달 안에 투구를 쓴 남자의 머리가 새겨진 그 종이가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는, 그때 내가 짐작하기로는 어떤 의식(儀式)에 따라 이날 저날 골라 쓰이는 듯했으나, 지금 생각하기로는 오히려, 그녀가 자기 편지의 수신인들, 적어도 각별히 환심을 사려 애쓰던 사람들에게는 되도록 긴 간격을 두지 않고서는 같은 종이를 두 번 보내지 않으려고, 이미 어느 것을 썼는지 기억해 내려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업 시간이 저마다 달랐던 탓에, 질베르트가 다과회에 초대한 친구들 가운데 몇몇은 나머지가 막 도착할 무렵에 자리를 떠야 했는데, 내가 아직 계단에 있을 때에도 현관에서 새어 나오는 도란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고, 내가 참여하게 될 그 위풍당당한 의식이 나에게 불러일으킨 감동이 어찌나 컸던지, 층계참에 이르기도 훨씬 전에 그 소리는 아직도 나를 지난 삶에 붙들어 매던 온갖 끈을 끊어 놓아, 나는 몸이 너무 더워지면 곧바로 목도리를 풀어야 한다는 것도, 집에 늦지 않게 돌아가려면 시계를 살펴야 한다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게다가 그 계단은, 그 무렵 어떤 집들에서 그러했듯 온통 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오랫동안 오데트의 이상이었다가 그녀가 머지않아 흥미를 잃게 될 그 앙리 II세 양식에 걸맞은 것이었고, 우리 집에는 그에 견줄 만한 것이 없는 게시판까지 갖추어 거기에는 “주의. 승강기로 내려가서는 안 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 나에게는 그것이 어찌나 경이롭게 여겨졌던지 나는 부모님께 그것이 스완 씨가 아주 먼 곳에서 가져온 오래된 계단이라고 말했다. 진실을 향한 내 존중이 어찌나 컸던지, 설령 그것이 거짓임을 알았더라도 나는 부모님께 이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니, 오직 그 이야기만이 부모님으로 하여금 스완가 계단의 품위에 대해 내가 느끼던 것과 똑같은 경의를 느끼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위대한 의사의 천재성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 그 의사가 코감기 하나 고칠 줄 모른다는 사실은 굳이 인정하지 않는 편이 나은 것과 같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관찰력이 없었으므로, 대체로 나는 눈앞에 있는 사물의 이름도 본질도 결코 알지 못했고, 다만 그것들이 스완가와 관련되면 예사롭지 않은 것임에 틀림없다는 것만을 이해할 수 있었으므로, 부모님께 그 계단의 예술적 가치와 먼 유래를 알린 일이 거짓을 범한 것인지 나는 결코 확신하지 못했다. 확실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럴듯해 보이기는 했던 모양인지, 아버지가 이렇게 내 말을 가로막았을 때 나는 얼굴이 몹시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런 집들을 알아. 한 번 들어가 본 적도 있지. 죄다 똑같아. 스완은 그중 한 집에서 여러 층을 쓰고 있을 뿐이야. 그 집들을 다 지은 건 베를리에였어.” 아버지는 그 집들 가운데 하나에 세를 얻을까 생각했지만, 구조가 편리하지 않고 층계참이 너무 어둡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을 바꾸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내 정신이 스완가의 영광과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희생을 치러야 한다고 느꼈으므로, 방금 들은 말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권위가 한 번 발동하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르낭의 Vie de Jésus를 물리치듯, 그들의 집이 그저 우리 자신도 살 수 있었을 평범한 셋집에 불과하다는 파괴적인 생각을 내 기억에서 영원히 몰아냈다.
한편 그 다과회가 있는 날이면, 계단을 한 단 한 단 기어오르는 동안, 이성과 기억은 이미 겉옷처럼 벗어 던져지고, 나 자신은 이제 가장 저열한 반사작용에 놀아나는 존재에 지나지 않게 되어, 나는 스완 부인의 향기가 내 콧구멍을 맞이하는 구역에 다다르곤 했다. 나는 벌써, 작은 케이크들이 수북이 쌓인 접시들과, 관례가 요구하는 대로이면서도 스완가에 고유한, 무늬가 든 회색 다마스크 천의 자그마한 냅킨들에 둘러싸인 초콜릿 케이크의 위엄을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변함없고 질서 잡힌 전체는, 칸트의 필연적 우주와 마찬가지로, 자유의지의 지고한 행위에 달려 있는 듯 보였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두 질베르트의 작은 응접실에 함께 있을 때면, 문득 그녀가 시계를 보며 이렇게 외치곤 했기 때문이다.
“어머! 점심 먹은 지 꽤 오래됐는데, 저녁은 여덟 시나 되어야 먹잖아. 뭔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너희 생각은 어때?”
그러고는 우리를 식당으로 데려가곤 했는데, 그곳은 렘브란트가 그린 아시아 사원의 내부처럼 어둑했고, 거기에는 위풍당당한 만큼이나 우아하고 정겨운, 건축물 같은 케이크가, 질베르트에게 그 초콜릿 성가퀴의 관을 벗기고 다리우스 궁전의 보루처럼 오븐에서 구워진 성벽의 가파른 갈색 비탈을 허물어뜨리고 싶은 변덕이 일 경우에 대비하여, 언제라도 그 자리에 왕좌를 차지한 듯 놓여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 바빌론풍 과자를 헐어 내는 일에 착수하면서 질베르트는 자기 허기만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 허기도 물어 가며, 부스러지는 그 기념물에서 동방풍으로 진홍빛 과일이 보석처럼 박힌, 매끈하게 윤이 나는 널찍한 조각 하나를 통째로 나를 위해 떼어 냈다. 그녀는 심지어 우리 부모님이 몇 시에 저녁을 드시는지까지 물었는데, 마치 내가 아직도 그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마치 나를 지배하던 그 혼란이, 텅 빈 내 기억과 마비된 위 속에 포만이나 허기의 감각을, 저녁 식사라는 관념이나 내 가족의 모습을 남겨 두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아, 그 마비는 한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집어 먹은 케이크들을, 언젠가는 소화해 내야 할 때가 오고야 말 터였다. 그러나 그때는 아직 멀리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질베르트는 “내” 차를 타 주고 있었다. 나는 한없이 그것을 마셔 댔는데, 사실 한 잔만으로도 나는 스물네 시간을 뜬눈으로 지새우곤 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늘 이렇게 말하곤 했던 것이다. “정말 성가시구나. 저 애는 스완네만 갔다 하면 꼭 앓아서 돌아온다니까.” 그런데 나는 스완네에 있을 때, 내가 마시는 것이 차라는 것조차 알기나 했던가? 설령 알았더라도 나는 똑같이 마셨을 것이니, 잠시 현재의 감각을 되찾았다 한들, 그것이 나에게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염려를 되돌려 주지는 못했을 터이기 때문이다. 내 상상력은, 잠자리에 들 생각과 잠을 자야 할 필요를 느낄 그 먼 시간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질베르트의 여자 친구들이 모두, 아무것도 마음먹을 수 없는 그런 도취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중 몇몇은 차를 마다했다! 그러면 질베르트는 그해 몹시 유행하던 표현을 써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내 차가 별로 인기가 없나 봐!” 그리고 격식이라는 관념을 한층 더 깨뜨리려고, 그녀는 탁자 둘레에 가지런히 놓인 의자들을 흐트러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꼭 결혼 피로연 같잖아. 어휴, 하인들은 어쩜 저리 어리석을까!”
그녀는 탁자와 비스듬히 놓인, 다리가 엇갈린 접의자에 옆으로 걸터앉아 케이크를 조금씩 갉아 먹었다. 그러다가, 마치 어머니의 허락을 먼저 구하지 않고도 그 케이크들을 모두 마음대로 할 수 있기라도 한 듯이, 접견일이 대개 질베르트의 다과회와 겹치던 스완 부인이, 방문객 하나를 문까지 배웅하고 나서 잠시 뒤 이따금은 파란 벨벳을, 더 자주는 흰 레이스를 드리운 검은 새틴 가운을 걸치고 성큼 들어서면, 그녀는 놀란 기색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어머, 너희가 가진 게 참 먹음직스럽구나. 너희가 케이크 먹는 걸 보니 나도 배가 다 고파지네.”
“그럼 엄마도 드세요! 우리가 초대할게요!” 질베르트가 대답하곤 했다.
“아니, 됐다, 우리 귀염둥이. 손님들이 뭐라고 하겠니? 아직 트롱베르 부인에 코타르 부인에 봉탕 부인까지 계신단다. 그 다정한 봉탕 부인은 결코 잠깐 있다 가는 법이 없는 데다, 이제 막 오셨잖니. 내가 그분들께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 좋은 분들이 다 뭐라고 하겠니? 더 오는 사람이 없으면, 그분들이 다 가신 뒤에 다시 와서 너희랑 이야기나 나누마. (그편이 훨씬 재미있겠지.) 나도 좀 쉴 자격이 있는 것 같구나. 오늘 마흔다섯 명이나 다른 사람들을 맞았는데, 그중 마흔둘이 제롬의 그림 이야기를 하더라니까! 하지만 너도 조만간 꼭 와서,” 그녀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질베르트랑 ‘네’ 차를 마시렴. 네 조그만 ‘스튜디오’에서 마시는 것처럼, 네 입맛에 딱 맞게 타 줄 거란다.” 그러고는 방문객들에게로 날아가듯 가 버렸는데, 마치 내가 이 신비로운 세계에서 찾으려 한 것이, 내 습관만큼이나 나에게 익숙한 무엇이기라도 한 듯한 말투였다(이를테면 차를 마셔 본 적이나 있었다면 들였을 그런 차 마시는 습관 말이다. 게다가 내 ‘스튜디오’로 말하자면, 나는 그런 것이 나에게 있는지 없는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언제 올 수 있겠니? 내일? 콜롱뱅에서 먹는 것 못지않게 맛있는 ‘토스트’를 만들어 주마. 싫다고? 너 정말 심술궂구나!” 그녀 역시 살롱을 꾸리기 시작한 터라, 베르뒤랭 부인의 말버릇을, 특히 그 앙탈 섞인 독선의 어조를 빌려 온 것이었다. ‘토스트’가 나에게는 ‘콜롱뱅’만큼이나 알 수 없는 말이었으므로, 이 새로운 약속도 내 유혹을 더 부추기지는 못했다. 이제는 누구나 그런 표현을 쓰는 마당에, 어쩌면 콩브레에까지 그런 말이 스며들고 있을 마당에, 스완 부인이 우리 집 늙은 ‘너스’를 칭찬하는 것을 들었을 때 내가 처음에는 그녀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층 더 이상하게 여겨지리라. 나는 영어를 조금도 몰랐다. 그러나 그녀가 말을 이어 가는 사이, 그 낱말이 프랑수아즈를 가리키려는 것임을 짐작했다. 샹젤리제에서 프랑수아즈가 틀림없이 남길 나쁜 인상 때문에 그토록 겁을 냈던 나는, 이제 스완 부인에게서, 질베르트가 내 ‘너스’에 관해 들려준 온갖 이야기가 바로 그녀의 남편과 그녀를 나에게 끌리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이 자네에게 얼마나 헌신적인지 느껴진다니까. 틀림없이 좋은 사람일 거야!”(그 순간 프랑수아즈에 대한 내 생각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같은 이유로, 방수 외투를 걸치고 모자에 깃털을 꽂은 가정교사를 두는 일도 더는 그리 꼭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끝으로 나는, 스완 부인이 블라탱 부인(그 선량함은 인정하면서도 방문은 꺼리던 부인)에 관해 흘린 몇 마디로부터, 그 부인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되는 것이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나에게 훨씬 값어치 없는 일이며, 스완가에서의 내 처지를 조금도 나아지게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내가, 있을 법하지 않게도 그때껏 잠겨 있던 통로를 나에게 열어 준 그 요정의 나라를 경외와 기쁨에 떨며 탐험하기 시작했다 해도, 그것은 여전히 질베르트의 친구라는 자격으로서일 뿐이었다. 내가 받아들여진 그 왕국은 그 자체로 또 다른, 한층 더 신비로운 왕국 안에 담겨 있었는데, 그 안에서 스완과 그의 아내는 초자연적인 삶을 이어 갔으며, 그들은 나와 같은 순간에 그러나 반대 방향으로 현관을 가로지를 때, 내 손을 그들의 손에 쥐고 나서 그 왕국을 향해 나아가곤 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나는 그 성소의 심장부에까지 파고들게 될 터였다. 이를테면 내가 찾아갔을 때 질베르트는 외출 중이라도, 스완 씨나 부인은 집에 있을 수 있었다. 그들은 누가 초인종을 울렸는지 물었고, 그것이 나라는 말을 들으면 잠시 들어와 이야기나 나누자고 사람을 내보내 청하곤 했는데, 이런저런 목적을 염두에 두고 어떤 식으로든 자기네 딸에게 미치는 내 영향력을 써 주기를 바라서였다. 나는 바로 며칠 전 스완에게 써 보낸, 그토록 완벽하고 그토록 설득력 있던, 그러나 그가 답장을 보낼 만한 가치조차 두지 않았던 그 편지를 떠올렸다. 나는 정신과 이성과 마음이, 아주 작은 변화 하나 이루어 내지 못하고, 훗날 삶이, 그것이 어떤 걸음을 밟았는지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토록 쉽사리 풀어 버리는 그런 난제들 가운데 단 하나도 풀지 못하는 그 무력함에 놀랐다. 질베르트의 친구라는, 그리고 그녀에게 훌륭한 영향력을 지녔다는 내 새로운 지위는, 이제 나에게 이런 특권들을 누릴 자격을 주었으니, 그것은 마치 언제나 나를 반에서 일등으로 앉히던 어느 학교에서 한 임금의 아들을 급우로 두었던 덕분에, 그 우연한 인연으로 궁전에 격식 없이 드나들고 알현실에서 배알할 권리를 얻은 것과도 같았다. 스완은 한없는 호의를 베풀며, 마치 그 자신은 영광스러운 일들에 조금도 짓눌리지 않은 사람이라는 듯, 나를 자기 서재로 들여보내, 거기서 한 시간이고 내내, 감격에 겨워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그의 이야기에, 나로 하여금 더듬거리는 단음절과, 짤막하고 두서없는 용기의 발작으로 이따금 깨어지는 겁먹은 침묵으로 대꾸하게 내버려 두곤 했다. 또 그는 나에게 흥미를 끌 만하다고 여긴 미술품과 책들을 보여 주었는데, 그것들은 보기도 전부터 나로서는 루브르가 소장한 것이든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것이든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다움에서 한없이 앞선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것들이었으나, 정작 나는 그것들을 도무지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런 순간이면 나는, 스완의 집사가 내 시계와 넥타이핀과 구두를 내놓으라 요구하고, 그를 내 상속인으로 인정하는 증서에 서명하게 했더라도 고마워했을 것이다. 가장 이름난 서사시들과 마찬가지로 누가 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서사시들처럼, 볼프와 그의 이론에는 외람되지만, 분명 지은이가 있었을 어느 통속적 표현의 그 훌륭한 말대로, 이를테면 우리가 해마다 마주치는, ‘얼굴에 이름을 붙이다’ 같은 보석 같은 말을 지어내면서도 정작 제 이름은 결코 우리에게 알려 주지 않는 그 창의적이고 겸손한 이들 가운데 하나가 남긴 그 말대로,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방문이 길어질 때면, 그 마법 같은 저택에서 보낸 그 시간들이 나를 얼마나 무(無)에 가까운 성취로, 얼마나 행복한 결말이라고는 없는 곳으로 데려가는지를 깨닫고서 내 놀라움은 한층 더 컸다. 그러나 내 실망은 보여진 미술품들이 변변치 못해서도, 산만한 내 눈길을 그것들에 고정할 수 없어서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가 스완의 서재에 앉아 있다는 것을 기적처럼 만든 것은 그 사물들 자체의 본연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사물들에(그것들이 세상에서 가장 흉한 것이었다 해도) 배어 있던, 우수에 젖으면서도 관능적인 그 특별한 감정, 내가 여러 해 동안 그 방에 자리 잡게 하였고 여전히 그 방에 스며 있던 그 감정과의 결합이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 숱한 거울들과, 은으로 등을 댄 솔들과, 그녀의 벗인 가장 저명한 예술가들이 깎고 색칠한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제단들은, 스완 부인이 나를 잠시 자기 방으로 맞아들일 때 내 안에 일던, 나 자신의 하찮음과 그녀의 여왕 같은 자애로움에 대한 그 느낌과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그 방에서는 아름답고 위풍 있는 세 사람, 곧 그녀의 수석 하녀와 둘째 하녀와 셋째 하녀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위해 더없이 경이로운 몸단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반바지 차림의 하인이 마님께서 나에게 몇 마디 하고 싶어 하신다는 전갈을 전해 오면, 나는 그 방을 향해, 그녀의 화장실에서 끊임없이 더없이 감미로운 향기를 뿜어내는 값진 향유에 멀리까지 온통 배어 든 복도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나아가곤 했다.
스완 부인이 손님들에게 돌아간 뒤에도, 우리는 그녀가 이야기하고 웃는 소리를 여전히 들을 수 있었으니, 방 안에 단둘밖에 없을 때에도, 마치 그 ‘좋은 벗들’ 모두를 한꺼번에 상대하기라도 해야 하는 듯, 그녀는 ‘작은 패거리’에서 그 ‘마님’이 ‘좌담을 이끌’ 때 그토록 자주 하는 것을 보아 온 대로, 목소리를 높이고 말을 내뱉곤 했기 때문이다. 남에게서 빌려 온 표현이란 적어도 한동안은 우리가 가장 즐겨 쓰는 것이기 마련이어서, 스완 부인은 어느 때는 남편이 그녀가 알고 지내는 것을 미처 막지 못한 지체 높은 사람들에게서 배운 표현을 골라 쓰곤 했고(프랑스어에서 사람 이름을 꾸미는 형용사 앞의 관사나 지시대명사를 생략하는 그 말버릇도 바로 그들에게서 얻은 것이었다), 또 어느 때는 그보다 더 상스러운 표현(이를테면 그녀의 어느 벗이 즐겨 쓰던 “그까짓 게 뭐라고!” 같은 말)을 골라, ‘작은 패거리’에서 든 버릇대로 남들에 관해 늘어놓기 좋아하던 온갖 이야기 속에 그 표현들을 끼워 넣곤 했다. 그러고는 으레 곧바로 “난 그 이야기가 참 좋더라!”라든가 “인정하라니까, 정말 근사한 이야기잖아!” 하는 말을 덧붙였는데, 이 말들은 그녀가 알지도 못하는 게르망트가에서 그녀의 남편을 거쳐 그녀에게 전해진 것이었다.
스완 부인은 식당을 떠났지만, 이번에는 막 집에 돌아온 그녀의 남편이 우리 사이에 나타났다. “질베르트, 네 어머니가 혼자 계신지 아니?” “아니요, 아빠, 아직 손님들이 계세요.” “뭐, 아직도? 일곱 시인데! 기가 막히는군! 가엾은 사람, 완전히 녹초가 됐겠구나. 지긋지긋한 일이야.”(우리 집에서 나는 늘 이 낱말의 첫 음절이 ‘오드(ode)’에서처럼 긴 o로 발음되는 것을 들어 왔는데, 스완 씨와 부인은 그것을 ‘오드(odd)’에서처럼 짧게 발음했다.) “생각 좀 해 보게. 오늘 오후 두 시부터라니까!” 그는 나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카미유 말로는 네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만도 적어도 열두 명은 들여보냈다는군. 내가 열둘이라고 했나? 열넷이라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열둘이지. 잘 모르겠군.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오늘이 그 사람 ‘접견일’인 걸 까맣게 잊고 있어서, 문 앞에 늘어선 그 많은 마차를 보고는 집에 혼례라도 있는 줄 알았다니까. 그리고 방금도 잠깐 서재에 들어가 있는 동안 초인종이 도무지 그칠 줄 몰라서, 정말이지 머리가 다 지끈거리는군. 그래, 저 안에 아직도 많이 있느냐?” “아니요, 둘뿐이에요.” “누군지 아니?” “코타르 부인하고 봉탕 부인이요.” “오! 체신부 장관 비서실장 부인이로군.” “남편이 무슨 부처 관리라는 건 알지만, 뭘 하는 사람인지는 몰라요.” 질베르트가 어린애 같은 태도를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이 맹한 것아, 꼭 두 살배기처럼 말하는구나. ‘무슨 부처 관리’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비서실장, 온 판을 쥐고 흔드는 우두머리란 말이다. 게다가,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원 참, 나도 너만큼이나 멍청해지는군. 그 사람은 비서실장이 아니라 사무차관이야.”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사무차관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거예요?” 질베르트가 대답했는데, 그녀는 부모에게 허영거리가 되는 것이라면 무엇에든 자기가 무관심하다는 것을 드러낼 기회를 결코 놓치는 법이 없었다. (물론 그녀는, 그런 교분에 지나친 중요성을 두지 않는 척함으로써 도리어 그 광채를 돋보이게 할 뿐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대단하고말고, 아주 대단하지!” 스완이 외쳤는데, 그는 나를 미심쩍게 만들 수도 있는 그런 겸양보다는 좀 더 분명한 말투를 좋아했다. “아니, 그건 곧 그 사람이 장관 다음가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사실 장관보다도 더 중요하지, 온갖 일을 실제로 하는 게 바로 그 사람이니까. 게다가 능력이 어마어마하고, 그야말로 일류에다, 더없이 뛰어난 인물이라더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의 오피시에라네. 아주 유쾌한 사람인 데다, 인물도 훤하지.”
(그런데 이 사람의 아내는, 모두의 바람과 충고를 거스르고 그와 결혼했으니, 그가 ‘매력덩어리’였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드물고 섬세한 하나의 전체를 이루기에 충분할 법한 것들, 곧 금빛의 부드러운 수염과 반듯한 이목구비와 콧소리와 튼튼한 폐와 의안(義眼)이 있었다.)
“자네에게 말해 두는데,” 그는 다시 나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나는 저런 자들이 지금 정부에서 봉직하는 걸 보면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야. 저들은 봉탕슈뉘 집안의 봉탕가 사람들, 전형적인 구식 중산층에다, 반동적이고 교권주의적이며 지독하게 고지식한 사람들이거든. 자네 할아버지도 잘 아셨지, 적어도 이름과 얼굴로는 틀림없이 아셨을 거야, 그 아버지인 늙은 슈뉘 말이야, 그 시절치고는 넉넉한 부자였으면서도 마부에게 반 페니 넘게는 결코 팁을 주지 않던 사람이지, 그리고 브레오슈뉘 남작도. 그들의 재산은 죄다 위니옹 제네랄이 무너질 때 날아가 버렸는데, 자네야 물론 그걸 기억하기엔 너무 어리지, 그래서, 원 참! 그들은 어떻게든 되는대로 그 돈을 되찾아야 했던 거야.”
“그 사람은 내 수업에 오던 여자애의 삼촌이에요, 나보다 한참 아래 반에 있던, 그 유명한 ‘알베르틴’ 말이에요. 그 애는 크면 틀림없이 지독하게 ‘닳아빠진’ 애가 될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별난 구경거리가 없다니까요.”
“놀라운 애야, 내 딸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니까.”
“저는 그 애를 몰라요. 그저 그 애가 돌아다니는 걸 보고, 여기서도 ‘알베르틴’ 저기서도 ‘알베르틴’ 하고 부르는 걸 들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봉탕 부인은 알아요, 그리고 그분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네가 아주 잘못 봤어. 그분은 매력 있고, 예쁘고, 총명해. 사실 상당히 영리하지. 내가 들어가서 인사도 드리고, 남편이 전쟁이 나겠다고 보는지, 우리가 테오도시우스 왕을 믿어도 되는지 여쭤봐야겠다. 그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알 테지, 안 그러냐, 신들의 회의에 끼어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지난날 스완이 이런 식으로 말하곤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누가, 지력이 변변찮은 어느 왕녀를 떠올리지 못하겠는가, 하인에게 홀려 달아났다가 십 년 뒤 다시 사교계로 돌아오려 했지만 사람들이 그다지 그녀를 찾아 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왕녀 말이다. 우리는 그런 그녀가 온갖 케케묵은 따분한 자들의 말투를 절로 몸에 익힌 것을, 그리고 우리가 한창 유행의 정점에 있는 어느 공작부인을 입에 올리면 “그이가 바로 어제 나를 찾아왔지 뭐예요”라거나 “나야 아주 조용하게 살지요”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예법을 따로 연구할 것도 없으니,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심리 법칙으로부터 연역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완 부부는 친구가 많지 않은 사람들 특유의 이 별난 버릇을 지니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이름난 사람에게서 받은 방문이든, 초대든, 그저 다정한 말 한마디든, 그들에게는 한껏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사건이었다. 운 나쁘게도 오데트가 제법 근사한 만찬을 여는 날 베르뒤랭 부부가 런던에 가 있기라도 하면, 어느 공통의 친구가 해협 너머로 그 소식을 ‘전보’로 알리도록 손을 써 두었다. 오데트가 받은 축하 편지와 전보조차 스완 부부는 저희끼리만 간직해 두지 못했다. 그들은 그것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돌려 보게 했다. 그리하여 스완가의 응접실은, 최신 소식이 담긴 전보를 게시판에 붙여 두는 바닷가 호텔을 떠올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