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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풍경, 소녀들의 띠 장식 ⑭

2권 제2부 · 바다 풍경, 소녀들의 띠 장식

“족제비 놀이”를 하고 며칠 뒤, 우리가 너무 멀리까지 나다니고 만 어느 날, 다행히도 멘빌에서 각각 두 자리씩 딸린 작은 “마차” 두 대를 구해 저녁 시간에 맞춰 돌아올 수 있게 되었을 때, 알베르틴을 향한, 이미 격렬하던 나의 사랑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먼저, 나는 로즈몽드와 앙드레를 번갈아 내 동행으로 청했을 뿐 알베르틴은 단 한 번도 청하지 않았고, 그런 다음에는, 앙드레나 로즈몽드에 대한 뚜렷한 편애를 내보였음에도, 시간과 거리, 외투 따위의 부차적인 사정을 들어, 마치 내 뜻과는 어긋나기라도 하는 듯이, 가장 실속 있는 방책은 내가 알베르틴을 태우는 것이라고 모두가 결정하도록 이끌었으니, 나는 좋든 싫든 그녀와 함께 가는 데 마지못해 따르는 척했다. 안타깝게도, 사랑이란 상대를 온전히 제 것으로 흡수하려 드는 법인데 사람은 대화만으로는 먹어 치울 수 없는 것이어서, 알베르틴이 돌아오는 길에 내게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게 굴었어도 (실제로 그러했다), 그녀를 제집 문 앞에 내려 주고 나면 그녀는 나를 행복하게 하면서도 처음보다 더욱 그녀에 굶주리게 만든 채 떠나갔고, 나는 우리가 함께 보낸 순간들을 그 자체로는 대수롭지 않은, 앞으로 다가올 순간들을 위한 서곡쯤으로만 헤아렸다. 그런데도 이 서곡에는, 두 번 다시 찾을 수 없는 그 처음만의 매력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아직 알베르틴에게 아무것도 청한 것이 없었다. 그녀는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짐작할 수 있었겠지만, 확신하지는 못한 터라, 내가 그저 뚜렷한 목적 없는 관계로만 기울고 있다고 여겼을 것이니, 그런 관계 속에서라면 내 친구는, 기대가 뜻밖에 이루어지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참된 연애의 그 감미로운 아득함을 느꼈으리라.

뒤이은 한 주 동안 나는 알베르틴을 보려는 시도를 좀처럼 하지 않았다. 나는 앙드레를 더 좋아하는 척했다. 사랑이 싹튼다. 사람은 제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그녀 또한 사랑하게 될지 모를 낯선 존재로 남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그녀가 필요하여, 그녀의 몸보다는 그녀의 관심과 마음에 닿기를 갈구한다. 사람은 편지에 심술궂은 한마디를 슬쩍 끼워 넣어, 무심한 상대가 그 대신 얼마간의 다정함을 청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그리하여 사랑은 언제나 똑같은 절차를 좇아, 이제는 더 이상 사랑하기를 그만둘 수도 사랑받을 수도 없는 그 기계 장치를, 엇갈려 오가는 운동으로 돌아가게 한다. 나는 다른 이들이 어떤 모임에서 보내는 시간을 앙드레에게 내주었는데, 그녀가 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것을 단념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설령 내키지 않더라도, 자기가 비교적 하찮은 오락에 무슨 대단한 의미라도 둔다고 남들이나 자기 자신이 여기지 않도록, 도덕적 결벽에서 단념했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저녁마다 그녀를 온전히 내 차지로 만들어 두었는데, 알베르틴의 질투를 부추기려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눈에 비친 내 처지를 나아지게 하려는, 아니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앙드레가 아니라 그녀 자신임을 알베르틴이 알아채게 하여 그 처지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만은 피하려는 뜻에서였다. 나는 이 일을 앙드레에게도 털어놓지 않았으니, 그녀가 그것을 제 친구에게 옮길까 봐서였다. 앙드레에게 알베르틴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짐짓 냉담을 꾸몄으나, 그 냉담이 그녀를 속인 정도는, 그녀의 겉보기 순진함이 나를 속인 정도보다 어쩌면 덜했을 것이다. 그녀는 내가 알베르틴에게 무심하다고 믿는 척, 그리고 알베르틴과 나 사이가 더없이 가까이 맺어지기를 바라는 척했다. 아마도 그와는 반대로, 그녀는 그 하나를 믿지도, 다른 하나를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녀에게 자기 친구에게는 그리 마음이 없다고 말하는 동안, 나는 오직 한 가지, 어떻게 하면 봉탕 부인과 알고 지낼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 부인은 며칠간 발베크 근처에 머물고 있었고, 알베르틴은 곧 그녀를 잠깐 찾아뵈러 갈 참이었다. 당연히 나는 앙드레가 이 바람을 눈치채게 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알베르틴의 집안 이야기를 할 때도 될 수 있는 대로 무심한 투로 했다. 앙드레의 거리낌 없는 대답은 내 진심을 조금도 의심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는 바로 그 무렵 문득 이렇게 불쑥 내뱉었을까. “아, 내가 방금 누굴 봤게요? 알베르틴의 이모예요!” 물론 그녀가 대놓고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당신의 그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말들 속을, 나는 훤히 꿰뚫어 봤어요. 당신이 정말로 골똘히 생각한 건 오직, 어떻게 알베르틴의 이모와 친해질까 하는 것뿐이었다는 걸요.” 그러나 “방금”이라는 그 말은, 앙드레가 내게 감추는 편이 더 점잖다고 여긴 바로 그런 생각이 그녀의 마음속에 있음을 분명히 가리키는 듯했다. 그것은 어떤 눈길이나 어떤 몸짓과 같은 것이었으니, 그런 눈길과 몸짓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듣는 이의 지력에 일부러 맞춰 짜낸 형태를 갖추지 않았음에도, 마치 전화기 속에서 전기로 바뀐 사람의 말이 귀에 부딪치는 순간 다시 말로 돌아오듯, 그럼에도 그 참된 뜻 그대로 상대에게 가닿는 것이었다. 내가 봉탕 부인에게 관심이 있다는 생각을 앙드레의 마음에서 지우려고, 나는 그때부터 그 부인 이야기를 무심하게 할 뿐 아니라 아예 대놓고 심술궂게 하여, 언젠가 그 얼간이 같은 여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작 나는 온갖 수를 다 써서 그녀를 만나려 애쓰고 있었으면서.

나는 엘스티르에게 (다만 그에게 부탁했다는 것을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그녀에게 내 이야기를 해서 우리를 만나게 해 달라고 청해 보았다. 그는 나를 그녀에게 소개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내가 그것을 바라는 데 몹시 놀라는 눈치였으니, 그는 그녀를 하찮은 여자, 타고난 모사꾼, 사심 없는 만큼이나 재미없는 여자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봉탕 부인을 만난다면 앙드레가 조만간 틀림없이 그 소식을 듣게 되리라는 데 생각이 미친 나는, 미리 그녀에게 귀띔해 두는 편이 낫겠다고 여겼다. “기를 쓰고 피하려는 일일수록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법이더군요.”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세상에 봉탕 부인을 다시 만나는 것만큼 지겨운 일도 없을 텐데, 그런데도 빠져나갈 수가 없군요. 엘스티르가 우리를 같이 초대하기로 해 놓았거든요.” “난 그걸 단 한순간도 의심한 적 없어요.” 앙드레가 씁쓸한 어조로 외쳤고, 그동안 언짢음에 커지고 달라진 그녀의 두 눈은 보이지 않는 어떤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앙드레의 이 말은, 이를테면 이렇게 표현될 법한 어떤 생각을 조리 있게 다 풀어낸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당신이 알베르틴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의 집안과 연을 대려고 밤낮으로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것들은 오히려, 앙드레의 자제심이라는 방패를 뚫고 내가 후려쳐 터뜨린 그런 생각의, 내가 쉽사리 다시 짜맞출 수 있는 형체 없는 파편들이었다. 그녀의 “방금”이 그러했듯, 이 말들도 오직 이차적인 차원에서만 뜻을 지녔으니, 다시 말해 그것들은 (곧이곧대로의 단언이라기보다) 우리로 하여금 상대에게 존경심이나 불신을 품게 하고, 끝내 관계의 파탄으로 이끄는 그런 부류의 말이었다.

알베르틴의 친척들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다고 내가 말했을 때 앙드레가 나를 믿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녀가 내가 알베르틴을 사랑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그녀는 그 생각에 그다지 기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대개 제 친구와 내가 만나는 자리에 제삼자로 함께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알베르틴을 단둘이 만나기로 되어 있던 날들이 있었으니, 애타는 조바심으로 손꼽아 기다리던 그 날들은 아무 결정적인 결말도 안겨 주지 못한 채 지나갔고, 그중 어느 하루도, 내가 곧바로 그 몫을 뒤이어 올 날에게 떠넘기던, 그러나 그다음 날도 그 몫을 해내기에 더 나을 것 없던, 바로 그 결정적인 날이 되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바다의 물결처럼, 그 봉우리들은 하나씩 하나씩 허물어져 내렸고, 이내 다른 봉우리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우리가 함께 “족제비 놀이”를 한 날로부터 한 달쯤 지났을 때, 나는 알베르틴이 이튿날 아침 봉탕 부인 곁에서 이틀을 보내러 떠난다는 것을, 그리고 일찍 출발해야 하는 터라 그날 밤은 그랑 호텔에 와서 자고, 거기서 합승마차를 타면 함께 묵고 있는 친구들을 성가시게 하지 않고도 아침 첫차를 탈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앙드레에게 했다. “난 한마디도 안 믿어요.” 그녀가 언짢은 낯빛으로 대꾸했다. “어차피 당신한테는 아무 도움도 안 될 거예요. 알베르틴이 혼자 호텔에 가는 거라면 틀림없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건 ‘법도’에 맞지 않거든요.” 그녀는 요즘 들어 즐겨 쓰게 된, “으레 그래야 하는 것”이라는 뜻의 그 표현을 붙여 덧붙였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알베르틴을 잘 알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그 애를 만나든 말든 그게 나한테 무슨 상관이겠어요? 눈곱만큼도 상관없어요, 정말이에요!”

우리 자리에 옥타브가 끼어들었는데, 그는 전날 골프에서 몇 타로 한 바퀴를 돌았는지 앙드레에게 서슴없이 늘어놓았고, 뒤이어 알베르틴이 왔으니, 그녀는 걸으면서, 마치 수녀가 묵주 알을 세듯 디아볼로를 세고 있었다. 이 소일거리 덕분에 그녀는 몇 시간이고 혼자 내버려 두어도 지루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가 우리 곁에 오자마자 나는 그 고집스러운 코끝을 의식하게 되었는데, 지난 며칠 동안 마음속에 그려 온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그 코끝을 빠뜨리고 있었다. 짙은 머리카락 아래 곧추선 이마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게, 내가 간직해 온 어렴풋한 그녀의 영상과 어긋났고, 그 이마의 흰빛은 내 시야에 선명한 얼룩을 남겼다. 기억의 먼지 속에서 솟아오르며 알베르틴은 내 눈앞에서 새로이 빚어졌다. 골프는 사람에게 혼자 즐기는 취미의 맛을 들이게 한다. 디아볼로에서 얻는 즐거움도 분명 그런 것들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도 알베르틴은 우리 곁에 온 뒤에도 계속 그 팽이를 던져 올렸다가 받았으니, 마치 벗들이 찾아왔다 해서 뜨개질을 멈추지 않는 귀부인과도 같았다. “빌파리지 부인이,” 그녀가 옥타브에게 말했다, “당신 아버님께 불평을 하셨다면서요.” 나는 그 말 밑바닥에 깔린, 알베르틴 특유의 그 억양 가운데 하나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언제나, 내가 그것들을 잊었다고 확신하기가 무섭게, 나는 예전에 그 억양을 통해 언뜻 보았던, 알베르틴의 야무지고 전형적으로 갈리아풍인 얼굴 생김새를 새삼 떠올리곤 했다. 내가 눈이 멀었더라도, 나는 그 억양에서 그녀의 어떤 자질들을, 곧 발랄하면서도 어딘가 시골티 나는 그 자질들을, 그녀의 코끝에서만큼이나 또렷이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들은 서로 맞먹는 것이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할 수도 있었으니,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우리에게 약속된 미래의 영상 전화기 같아서, 그 소리 속에 시각적 영상이 또렷이 그려져 있었다. “당신 아버님께만 편지를 쓴 게 아니에요. 같은 때에 발베크 시장한테도 써 보냈어요. 누가 디아볼로로 얼굴을 맞혔다면서, ‘해안 산책로’에서 디아볼로 놀이를 못 하게 해야 한다고요.” “네, 나도 그 얘긴 들었어요. 참 어이없죠. 안 그래도 여긴 할 일이 별로 없는데.” 앙드레는 대화에 끼지 않았으니, 그녀도 알베르틴이나 옥타브와 마찬가지로 빌파리지 부인과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는 한마디 했다. “그 부인이 왜 그 일로 그렇게 야단을 떠는지 모르겠어요. 늙은 캉브르메르 부인도 얼굴을 맞았지만 한 번도 불평하지 않으셨는걸요.” “그 차이를 설명해 드리죠.” 옥타브가 성냥을 그으며 자못 진지하게 대꾸했다. “내 생각엔 캉브르메르 부인은 사교계에 밝은 분이고, 빌파리지 부인은 그저 벼락출세한 사람이거든요. 오늘 오후에 골프 치세요?” 그러고는 그는 우리 곁을 떠났고, 앙드레가 그 뒤를 따랐다. 이제 나는 알베르틴과 단둘이 남았다. “보세요,”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제 당신이 좋아하는 대로 머리를 하고 있잖아요. 내 곱슬머리 좀 봐요. 다들 나를 보고 웃지만,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우리 이모도 나를 보고 웃을 거예요. 하지만 왜 그러는지는 이모한테도 말 안 할 거예요.” 나는 알베르틴의 두 뺨을 옆에서 비스듬히 바라보았는데, 그 뺨은 흔히 창백해 보였으나 이렇게 보니, 뺨을 환히 밝히며 흐르는 핏줄기로 붉게 물들어, 겨울 아침이 이따금 지니는 그 눈부신 맑음을 띠고 있었으니, 그런 아침이면 햇빛에 반짝이는 돌들이 분홍빛 화강암 덩이처럼 보이며 기쁨을 뿜어내는 것이었다. 이 순간 알베르틴의 두 뺨을 보며 내가 길어 올리던 기쁨도 그에 못지않게 짜릿했으나, 그것은 내 안에 또 다른 욕망을, 곧 그녀와 함께 걷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녀를 두 팔로 껴안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내가 들은 그녀의 계획에 관한 이야기가 맞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네,” 그녀가 말했다, “오늘 밤 당신 호텔에서 잘 거예요. 그리고 실은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저녁 먹기 전에 자리에 누울 참이에요. 원하면 내 침대 곁에 앉아서 내가 먹는 걸 지켜봐도 돼요. 그러고 나선 당신이 고르는 건 뭐든 같이 놀아요. 내일 아침 역까지 나와 줬으면 싶긴 한데, 좀 이상해 보일까 봐 걱정이에요. 사리 밝은 앙드레한테야 그렇지 않지만, 거기 나와 있을 다른 사람들한테는요. 우리 이모가 알기라도 하면 두고두고 잔소리를 들을 거예요. 하지만 아무튼 저녁은 같이 보낼 수 있어요. 그건 이모도 전혀 모를 테니까요. 앙드레한테 작별 인사를 하고 와야겠어요. 그럼 이따 봐요. 우리 오붓하게 오래 있을 수 있게 일찍 와요.” 그녀가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이 말에 나는, 질베르트를 사랑하던 날들을 지나, 사랑이 내게 단지 외적인 실체일 뿐 아니라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던 그 시절로까지 휩쓸려 돌아갔다. 샹젤리제에서 내가 만나던 질베르트가,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 내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질베르트와는 다른 질베르트였던 것과 달리, 지금은 문득 실제의 알베르틴, 곧 날마다 내가 보던, 중산층의 편견으로 가득 차 있고 이모에게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으리라 여기던 그 알베르틴 속에, 상상 속의 알베르틴이 육화되어 있었으니, 그녀는 내가 아직 그녀를 알지 못하던 시절 ‘해안 산책로’에서 내게 몰래 곁눈질을 던진 것이 아닐까 의심하던 바로 그 여자, 내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 버리는 것을 보고는 안으로 들어가기를 못내 아쉬워하는 기색을 짓던 바로 그 여자였다.

나는 할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다. 내 안에는 할머니가 결코 짐작할 수 없는 비밀이 있음을 느꼈다. 알베르틴도 마찬가지였다. 내일이면 그녀의 친구들이 곁에 있을 텐데, 그녀와 내가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함께 나누게 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리라. 그리고 봉탕 부인이 조카딸의 이마에 입을 맞출 때에도, 알베르틴의 그 머리 모양 속에 내가 끼어 있다는 것을, 온 세상에는 감추어진 채 오직 나를 기쁘게 하려는 목적으로 매만진 그 머리칼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을 결코 상상하지 못하리라. 그때까지 나는 봉탕 부인을 그토록 부러워했었다. 그녀는 조카딸과 같은 사람들의 친척이어서, 상을 당하면 함께 상복을 입을 기회도, 함께 집안을 방문할 일도 똑같았으니까. 그런데 이제 나는 그 이모보다도 알베르틴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모와 함께 있을 때에도 그녀가 생각하는 것은 나였다. 그날 저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는 거의 알지 못했다. 어쨌든 그랑 호텔도, 그 저녁도 이제는 내게 텅 빈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 내 행복이 담겨 있었으니까. 나는 승강기 사환을 불러 알베르틴이 잡아 둔 방으로 올려 달라고 했다.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방이었다. 가장 사소한 동작들, 이를테면 승강기 안 의자에 앉는 것 같은 동작조차 흐뭇했다. 그것들이 내 마음과 곧바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승강기 칸을 위로 끌어올리는 밧줄에서도, 아직 올라가야 할 몇 계단에서도 오직 그 기계 장치의 구현, 곧 내 기쁨의 단계들만을 보았다. 이제 복도를 따라 두세 걸음만 옮기면 그 방에 다다를 참이었다. 그 장밋빛 형상의 귀한 실체가 성물처럼 모셔져 있는 방. 설령 그 안에서 감미로운 일들이 벌어진다 해도, 그 내력을 전혀 모르는 우연한 방문객에게는 여느 방과 다름없이, 변함없고 그저 존재할 뿐인 그런 분위기를 간직할 방. 바로 그런 분위기가 무생물을 우리 쾌락의 완강히 말없는 증인으로, 세심한 속내 벗으로, 침범할 수 없는 수탁자로 만드는 것이다. 층계참에서 알베르틴의 문까지 이르는 그 몇 걸음, 이제는 누구도 내가 내딛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그 몇 걸음을, 나는 기쁨에 겨워, 그러면서도 조심스레 내디뎠다. 마치 새롭고 낯선 원소 속에 잠긴 듯, 앞으로 나아가면서 행복이라는 액체의 흐름을 가만히 밀어내기라도 하는 듯, 그러면서도 절대적인 힘을 지녔다는 야릇한 느낌으로, 그리고 아득한 옛날부터 내 것이었던 유산 속으로 마침내 들어서는 듯한 느낌으로. 그러다 문득 나는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것이 잘못임을 깨달았다. 그녀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오라고 했으니 말이다. 대낮처럼 분명한 일이었다. 나는 기뻐 껑충거렸고, 앞을 가로막고 서 있던 프랑수아즈를 하마터면 넘어뜨릴 뻔하면서, 눈을 빛내며 내 친구의 방으로 달려갔다. 알베르틴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목을 드러낸 흰 잠옷이 그녀 얼굴의 균형을 바꾸어 놓았는데, 침대에 누워 있어서인지 감기 탓인지 저녁 식사 탓인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전보다 더 발그레해 보였다. 나는 몇 시간 전 '해변 산책로'에서 내 곁에 펼쳐져 있던 빛깔들을 떠올렸다. 이제야 마침내 그 맛을 보게 될 그 빛깔들을. 길고 검은 곱슬머리 한 타래가 그녀의 뺨을 비스듬히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나를 기쁘게 하려고 그녀가 일부러 완전히 풀어 놓은 것이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 너머 창밖으로는 달빛 아래 골짜기가 환하게 펼쳐져 있었다. 알베르틴의 드러난 목과 야릇하게 생생한 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나는 몹시 취해 버렸다. 다시 말해, 내게 세계의 실재는 이제 자연 속이 아니라 내가 겨우 억누를 수 있을 뿐인 감각의 격류 속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내 존재 안에 흐르는, 광대하고 파괴할 수 없는 생명과, 그에 견주면 한없이 하찮은 우주의 생명 사이의 균형이 무너져 버릴 정도였다. 창밖으로는 골짜기와 더불어 바다도 보였고, 멘빌의 첫 절벽들이 부풀어 오른 젖가슴처럼 솟아 있었으며, 달이 아직 천정까지 오르지 않은 하늘도 보였는데, 이 모든 것이 내 눈알 위에서는 깃털 한 올보다도 가볍게 느껴졌다. 눈꺼풀 사이에서 나는 그 눈알이 팽창하고, 버티며, 그 연약한 표면 위에 세상의 온갖 산을 다 짊어질 만큼 사뭇 다른 무게들도 감당할 채비가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눈알의 궤도는 이제 지평선이 이루는 천구조차 저를 채우기에 넉넉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자연이 내게 가져다줄 수 있는 온갖 생명도 초라하리만치 빈약해 보였을 것이고, 파도의 한숨 소리도 내 가슴속에 솟구치는 그 거대한 열망을 나타내기에는 너무나 짧은 소리였을 것이다. 나는 알베르틴에게 입 맞추려고 몸을 굽혔다. 그 순간 죽음이 나를 내리쳤다 해도, 그것은 내게 하찮은 일로, 아니 차라리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졌으리라. 생명은 바깥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었으니까. 언젠가, 아득히 먼 훗날일지라도 내가 죽어야 하며, 자연의 외적인 힘들이 나보다 오래 살아남으리라고, 그 신과도 같은 발밑에서 내가 한 톨 먼지에 지나지 않는 그 자연의 힘들이 나보다 오래 남으리라고, 그리하여 내가 사라진 뒤에도 저 둥글게 부풀어 오른 절벽들과 저 바다와 저 달빛과 저 하늘이 여전히 남아 있으리라고 어떤 철학자가 그때 말했더라면, 나는 가엾다는 듯 미소 지었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세계가 어떻게 나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단 말인가. 그 세계야말로 내 안에 갇혀 있는데, 그것으로도 도무지 다 채우지 못하는 이 내 안에, 다른 온갖 보물을 쟁여 둘 자리가 아직 남아 있음을 느끼며 하늘도 바다도 절벽도 경멸하듯 한구석으로 내던져 버리는 이 내 안에 갇혀 있는데 말이다. "그만둬요, 안 그러면 벨을 누를 거예요!" 내가 입 맞추려고 자기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고 알베르틴이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되뇌었다. 처녀가 이모 몰래 은밀히 청년을 제 방으로 부른 데에는 다 까닭이 있는 법이라고. 게다가 대담함은 기회를 붙잡을 줄 아는 이에게 보답하는 법이라고. 내가 빠져 있던 그 고양된 상태 속에서, 등불의 유리 갓처럼 안에서 타오르는 불빛에 밝혀진 알베르틴의 둥근 얼굴은 어찌나 도드라져 보이던지, 불타는 구체의 회전을 흉내 내듯 빙그르르 도는 것만 같았다. 마치 회오리바람의 걷잡을 수 없는 질주가 순간 멎은 가운데 휩쓸려 지나가는 미켈란젤로의 저 얼굴들처럼. 나는 이 야릇한 분홍빛 열매가 감추고 있는 향기와 맛을 이제 막 알게 될 참이었다. 그때 나는 다급하고, 길게 이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들었다. 알베르틴이 있는 힘껏 벨을 잡아당긴 것이었다.

나는 알베르틴에게 느끼는 사랑이 육체적 소유에 대한 기대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고 여겨 왔다. 그런데 그날 저녁의 경험에서 끌어낼 교훈이 겉보기에 그런 소유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을 때, 곧 그 첫날 해변에서 알베르틴이 정숙하지 못한 여자라는 데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가 이후 여러 중간 단계의 가정을 거쳐 이제는 그녀가 더없이 순결한 여자라는 결론에 아주 확실히 이르렀다고 느꼈을 때, 그리고 일주일 뒤 이모 집에서 돌아온 그녀가 "용서할게요. 사실 당신을 속상하게 한 건 미안해요. 하지만 다시는 그러면 안 돼요."라고 냉랭하게 인사했을 때, 그때 나는, 여자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좋아하는 여자를 다 가질 수 있다고 블로크에게서 들었을 때 느꼈던 것과는 반대로, 마치 진짜 처녀 대신 밀랍 인형을 알고 지낸 것처럼, 그녀의 삶 속으로 파고들려는,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들을 따라다니려는, 그녀에게 이끌려 운동하는 삶으로 들어서려는 내 욕망이 차츰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런저런 주제에 관해 그녀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고 싶던 내 지적 호기심도, 마음만 먹으면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있으리라던 믿음이 스러지자 더는 살아남지 못했다. 내 몽상은 그녀를 저버렸다. 내가 그 몽상과는 무관하리라 여겼던 소유의 희망이 실은 그 몽상을 키워 온 자양분이었는데, 그것이 끊기자 몽상은 그녀를 떠나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내 몽상은 다시 자유로이 옮겨 갈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그녀에게서 내가 발견한 매력에 따라, 무엇보다 언젠가 그녀에게 사랑받을 수도 있으리라고 어렴풋이 감지되던 가망에 따라, 알베르틴의 이런저런 친구에게로,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앙드레에게로. 그렇지만 알베르틴이 없었더라면, 이어진 나날 동안 앙드레가 내게 베푸는 친절 속에서 갈수록 강하게 느끼기 시작한 그 기쁨을 나는 어쩌면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알베르틴은 자기 손에 내가 당한 그 퇴짜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예쁜 처녀들 가운데 하나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그 아름다움으로, 그러나 특히 어딘가 신비로운 채로 남아 있는, 어쩌면 자연이 덜 축복한 이들이 갈증을 축이러 찾아오는 생명력의 저장고에서 비롯되었을 어떤 이끌림, 어떤 매력으로, 집안에서든 친구들 사이에서든 사교계에서든 언제나 더 아름답고 더 부유한 다른 처녀들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여겨져 온 그런 처녀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사랑의 나이에 이르기 전에도, 그 나이에 이른 뒤에는 훨씬 더, 사람들이 그들에게서 되돌려 요구받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심지어 그들이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는 그런 사람들. 어릴 적부터 알베르틴의 곁에는 언제나 그녀를 흠모하는 네다섯 명의 어린 여자친구들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그녀보다 훨씬 뛰어나고 또 스스로도 그것을 아는 앙드레도 있었다(그리고 어쩌면 알베르틴이 아주 무심코 발휘하던 이 이끌림이야말로 저 작은 무리의 기원이자 그 토대를 놓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이끌림은 사회적으로 크게 동떨어진 곳에서도, 견주어 보면 사뭇 화려한 축에 드는 무리 속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떨쳐서, 파반을 추어야 할 자리가 있으면 더 나은 집안의 다른 처녀에게 맡기기보다 알베르틴을 불러오곤 했다. 그 결과, 그녀는 제 이름으로 된 돈 한 푼 없이, 게다가 "쪼들린다"는 소문이 돌고 어쨌든 그녀를 떼어 내고 싶어 하던 봉탕 의 손에 얹혀 꽤 고달픈 삶을 살면서도, 사람들에게서 저녁 초대뿐 아니라 묵어 가라는 초대까지 받았다. 그런 사람들이란 생루의 눈에는 아무런 지체도 없어 보였을지 모르지만, 로즈몽드의 어머니나 앙드레의 어머니, 곧 자신들은 무척 부유하면서도 그 다른, 더 부유한 사람들과는 알고 지내지 못하던 여인들에게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대단한 무엇을 뜻했다. 그리하여 알베르틴은 해마다 몇 주씩 프랑스 은행 총재 가운데 한 사람의 가족과 함께 지냈는데, 그 사람은 어느 큰 철도 회사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했다. 이 금융가의 아내는 지체 높은 사람들을 접대했고, 앙드레의 어머니에게는 자신의 "접견일"을 한 번도 알린 적이 없었다. 앙드레의 어머니는 그것을 예의가 모자란 처사라 여기면서도, 그 집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에는 대단한 관심을 쏟았다. 그래서 그녀는 해마다 앙드레에게 알베르틴을 자기네 별장으로 초대하라고 부추겼다. 스스로 여행할 형편이 못 되고 이모도 거의 돌봐 주지 않는 처녀에게 바닷가 휴가를 베푸는 것은 참으로 갸륵한 자선이라는 것이었다. 앙드레의 어머니가 그렇게 한 것은, 알베르틴이 자기와 딸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을 은행가 부부가 알면 두 사람을 높이 평가하리라는 속셈에서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착하고 영리한 알베르틴이 자신을, 적어도 앙드레를 그 금융가의 원유회에 초대받게 해 주리라 기대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저녁마다 식탁에서 그녀는 얼마간 경멸이 섞인 무관심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알베르틴이 그 큰 저택에 머무는 동안 벌어진 온갖 일들과 다른 손님들의 이름, 거의 다 그녀가 얼굴이나 이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 홀딱 빠져들었다. 물론 그들을 이처럼 간접적으로만 안다는 것, 다시 말해 실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생각(그녀는 이런 식의 안면을 두고 사람들을 "평생" 알고 지낸다고 말하곤 했다)이 앙드레의 어머니에게 얼마간 우수를 드리웠다. 그녀는 거만하고 서먹한 어조로, 입술을 거의 다문 채 알베르틴에게 그들에 관해 이것저것 캐물었는데, 만약 집사에게 "요리사에게 완두콩을 덜 무르게 삶았다고 좀 전해 줘요."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삶의 현실"로 무사히 돌아올 수 없었더라면, 그녀는 제 사회적 지위의 무게에 대해 미심쩍고 불안한 채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면 그녀는 평온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녀는, 앙드레가 오로지 그런 남자하고만, 물론 더없이 좋은 집안 출신이면서도 딸 역시 요리사 하나와 마부 둘쯤은 둘 수 있을 만큼 부유한 남자하고만 결혼해야 한다고 굳게 마음먹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지위"의 확실한 증거이자 실질적인 표지였다. 하지만 알베르틴이 그 시골 은행가의 집에서 이런저런 귀부인과 함께 저녁을 들었다는 사실도, 그 귀부인이 다음 겨울에 그녀를 초대해 묵어 가라 했다는 사실도, 알베르틴이 앙드레의 어머니에게 보이던 일종의 각별한 배려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그 배려는 그녀의 불행담이 불러일으키는 연민, 나아가 혐오와도 잘 어울렸는데, 그 혐오는 봉탕 가 대의를 저버린 배신자로 드러나면서(사람들 말로는 그가 어렴풋이 파나마 사건에 얽힌 인물이기도 했다) 정부 편에 붙었다는 사실로 더욱 커졌다. 그렇다고 해서 추상적 진실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힌 앙드레의 어머니가, 알베르틴이 미천한 집안 출신이라 믿는 듯한 사람들을 경멸로 짓뭉개기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그 댁은 이 고장에서 손꼽히는 명문가랍니다. 시모네, n이 하나짜리 시모네 말이에요!" 물론, 이 모든 일이 벌어지던 사회 계층, 곧 돈이 그토록 큰 몫을 하고 한낱 매력만으로는 초대는 받아도 결혼 상대로는 꼽히지 못하는 그런 계층을 생각하면, "안락한" 결혼이란 알베르틴이 누리던, 그러나 그녀의 가난을 벌충해 주지는 못한다고 여겨지던 그 대단한 후원의 실질적인 결실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혼으로 이어질 가망이 없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사교계에서 알베르틴이 거둔 "성공"은 심술궂은 몇몇 어머니들의 시샘을 부추겼다. 정작 자기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은행가의 아내에게서, 또 앙드레의 어머니에게서 알베르틴이 한 식구처럼 대접받는 것을 보고 그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부인들과 자기들 모두의 공통된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만약 부인들이 진실을 안다면 몹시 화를 낼 거라고 떠들고 다녔다. 그 진실이란, 알베르틴이 경솔하게 받아들여진 친밀함 덕에 한쪽 집안에서 엿본 온갖 것을 저마다 다른 쪽에게 죄다 옮긴다는 것, 곧 당사자로서는 남에게 알려지면 더없이 불쾌할 온갖 사소한 비밀 천 가지를 일러바친다는 것이었다. 이 시샘 많은 여인들이 이런 말을 한 것은, 그 말이 옮겨져 알베르틴이 후원자들과 사이가 틀어지게 하려는 속셈에서였다. 그러나 흔히 그렇듯, 그들의 술책은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그들을 부추긴 심술이 너무 빤히 드러나서, 결국 그 술책을 꾸민 여인들만 전보다 한층 더 경멸스러워 보이게 만들었을 뿐이다. 앙드레의 어머니는 알베르틴에 대한 생각이 너무 확고해서 이제 와 마음을 바꿀 리 없었다. 그녀는 알베르틴을 "가엾은 것"으로 여기면서도, 세상에 둘도 없이 착한 처녀요 남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아이로 보았다.

준비 중…